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87)
187화 33. 인생 10회 차는 축제를 구경한다 (4)
폭발과 동시에 마기를 내뿜으며 대강당을 습격한 마신교 신도들의 기세는 매우 강력했다.
수백 년 만에 부활한 마신교.
그 모습에 수많은 사람들이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저, 저 기운은!”
“마기다! 마기가 나타났다!”
아주 먼 옛날부터 존재해 온, 태초의 혼돈.
그것을 사용한다는 마기는 인류의 역사에서 오랫동안 공포로 자리를 잡아 왔다.
왜냐하면 잊을 만할 때쯤이면 지금처럼 나타나서 깽판을 제대로 쳤기 때문에 잊을 수가 없었다.
“보이는 것들은 모두 죽여 마신님을 위한 제물로 바쳐라!”
사실 마신은 그런 것까지 요구한 적은 없으나, 힘에 취한 마신교의 신도들은 알아서 마신의 악명을 올리려 하고 있었다.
“거기까지다!”
하지만 그걸 그냥 내버려 둘 창조의 교단이 아니었다.
마신교의 이름이 붙은 순간, 그들이 한 작은 악행은 창조의 교단의 잘못으로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아직 뭘 하지도 않았는데?”
등장하자마자 달려드는 성기사들의 공격에 마신교의 신도들은 당황했으나,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비록 무언가 결점을 가지고 있으나, 그들 역시 마신에게 마기를 물려받은 이들.
존재 자체가 파괴에 특화된 힘이기에, 그 반격은 제법 매서웠다.
그러나.
“방패 앞으로.”
“포위하라!”
성인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크기의 방패들이 벽을 세워 전진하기 시작했다.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방패의 벽은 생각 이상으로 웅장했고.
그것이 느리지만 확실하게 자신들을 포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공포감마저 밀려 들어왔다.
“일단 빠져나가라!”
누군가가 그리 외쳤지만, 마신교는 원래 개인주의.
애초에 사회성이 넘쳤으면 인류를 배신하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마신에게 붙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미 도망친 이들이 많았으나, 그들 중 성공한 이들은 없었다.
아직 포위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한 곳에는 이미 각 교단의 정예 병력이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아악!”
늘 자비를 입에 달고 사는 것이 종교인이나 성기사들은 달랐다.
그들의 검은 망설임이 없었고, 사람을 죽이는 데 효율적이었다.
“네, 네놈들이 그러고도 기사냐?”
성기사가 날린 암기에 맞고 쓰러진 마신교의 교도 하나가 남긴 유언을 들으며 한 성기사가 피식 웃었다.
“기사가 아니라 성기사지.”
옛 동화 속에 나오는 성기사를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대답이다.
그러나 성기사라면 모두 공감을 할 말이기도 했다.
성기사란 원래 그런 족속들이니까.
기사라는 이름이 붙지만 명예를 알지 못하고, 오히려 용병들도 경악할 만큼 자존심이 없었다.
기사라는 족속이 왜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바로 모시는 주인이 있기 때문이다.
기사의 명예는 곧 주인의 명예.
그렇기에 자신의 주인의 명예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조차 버릴 수 있는 자들이 바로 기사였다.
하지만 성기사는 달랐다.
명령은 교황을 비롯하여 각 교단의 상부에서 내리지만, 그들의 주인은 교황이나 추기경이 아니었고, 주교나 수많은 신도도 아니었다.
성기사의 주인은 신.
창조의 교단으로 따지면, 창조의 여신 라헬이 그들의 주인이다.
명령을 내리는 이들은 그저 신의 의지를 대변하는 자들.
만약 그들의 명령이 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면 언제든지 교황에게도 검을 들이밀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성기사들이었다.
고작 인간 따위가 정한 기준은 그들의 명예가 될 수 없다.
세상을 창조한 신의 명령을 지키지 못하는 게 그들에게는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마신교 신도들은 성기사들의 계획대로 철저하게 유린당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이단들과 싸워 온 교단들과 주기적으로 멸망과 부활을 반복한 마신교의 차이.
지금까지의 역사를 아는 자들과 모르는 자들의 차이는 생각 이상으로 컸다.
“도망치지 마라! 함정이다! 그냥 앞으로 뚫어!”
마신교의 가장 큰 장점은 힘을 드러내지 않으면 평범한 인간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것.
르윈이나 창조의 교단의 이단 심문관처럼 마기에 민감한 이들이 아니라면, 이미 천 년도 전에 일어났던 전쟁의 기억을 가진 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르윈으로 인하여 창조의 교단은 반복적으로 도발을 받았고.
또 본대의 예정과 달리 폭발이 일어났기에 계획 자체가 많이 어그러진 상황이었다.
앞에는 거대한 방패의 벽이요, 유일한 구멍처럼 보이는 곳은 사실 지옥의 입구였다.
그러니 남은 방법은 단 하나.
힘으로 뚫고 나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울 사람이 필요한데, 이놈의 콩가루 집단은 뭉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보아라! 이것이 나의 힘이다!”
마신교의 생리를 잘 아는 간부 하나가 검에 마력과 마기를 담으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말을 들어 처먹지 않으면 알려 줄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가 무엇인지를.
“조심해라!”
지휘하던 성기사 중 하나가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소드마스터를 상징하는 마력의 검이 마기에 물들어 울부짖었다.
그 기세에 밀려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친 성기사가 있을 정도.
마신이 날로 먹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 기세는 매우 흉흉했고.
“크아아악!”
“진형이 무너진다! 막아!”
위력은 기세보다 흉포했다.
절대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 같았던 방패의 장벽 일부분이 그대로 찢어졌다.
깔끔하게 절단된 방패 너머, 방패보다도 더 처참한 모습의 성기사들이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나마 비명을 지를 수 있는 이들은 살아 있기라도 하지, 대부분이 절명한 모습.
그 모습을 보고도 움직이지 않을 만큼 마신교는 멍청하지 않았다.
“복구되기 전에 밀어붙여!”
누군가의 외침에 가까이 있던 신도들이 방벽의 뚫린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
“막아!”
근처에 있던 성기사들이 구멍 난 곳을 막으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모든 인류의 적이 된다는 단점으로 인하여 그 수가 매우 적고.
또 자주 멸망한 탓에 선대에서 후대로 이어지는 역사가 없다고 하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마신회는 늘 크나큰 위험이었다.
내분이나 테러의 위험이 있으나, 그것도 다 실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
그리고 마신회에 속한 이들은 충분히 강자들이었다.
“쓸어버려!”
검은 불꽃을 휘감으며 길을 뚫는 마신회 신도 뒤로 살아남은 신도들이 따라붙었다.
“기세를 빼앗기지 마라! 저들은 마신회다!”
기본적으로 마신회에 가입한 이들은 마신의 힘을 얻은 자들.
범죄를 저지르고, 잡히면 죽을 운명이기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넘어온 이들도 있으나, 대부분은 재능의 벽에 가로막혀 좌절한 이들이었다.
벽에 막혔다는 것은 벽을 마주 보았다는 의미고.
그 벽에 좌절했다는 것은 벽을 넘기 위해 충분히 노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기에 어긋났다고 하나 인류를 배신하는 결단력까지.
용사조차 왜 우리 여신께서는 저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나 한탄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마신회에 들어가 있는 이들은 강했고, 또 그 힘을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알았다.
“대강당으로 올려 보내면 안 된다!”
한 번 뚫린 방벽은 복구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압도적인 숫자로 막고 있으나,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만든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이 말해 주고 있었다.
그렇게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었고, 당연하게도 아카데미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
‘개 같은 새끼.’
벌집이라도 건드린 듯, 끝없이 튀어나오는 성기사 물량에 마신교의 간부 갈리에타는 이를 갈았다.
‘벌써 튀었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으나, 개개인의 실력이 뛰어난 마신회였다.
본대가 오고자 했다면 이미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
그렇기에 갈리에타는 수장인 자렌이 도망쳤다고 확신했다.
‘일은 우리가 해라, 이거지?’
신에게 있어 인간은 어떻게 보일 것인가.
창조의 교단은 여신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한 명 한 명의 인생을 지켜본다고 하나.
갈리에타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창조의 여신이 진정으로 선했다면.
그리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면.
‘내가 이런 개고생을 안 했겠지.’
개 같은 인생이었다.
모든 선택지가 실패한 인생이 있다면 내 인생이지 않을까 싶은 삶이 갈리에타의 인생이었다.
그렇게 인생의 끝에서 그냥 죽을까 생각도 해 봤지만.
-힘을 원하는가?
우습게도, 그토록 찾던 여신이 아닌 마신의 눈에 들어왔고.
잠시 고민을 했으나, 기왕 죽을 거 인류를 배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여 마신교에 들어갔다.
“사악한 이단을 정화하라!”
“사람 취급도 안 해 주는 거냐?”
그렇기에 갈리에타는 마신이 자신들을 지켜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인류의 여신조차 지켜보지 않는데, 마족의 신이 쓰고 버릴 장기 말에 신경을 쓰고 있을까.
마신교 중에는 마신이 내려 준 힘에 취해 마신을 진정한 신이라고 믿는 미치광이도 있었으나, 갈리에타는 자신이 마신의 선택을 받은 것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우연히 눈에 띈 벌레 같은 존재가 제법 쓸 만했던 것뿐이라고.
그래서 먹이를 조금 주고, 적당한 일을 시키는 것뿐이라고.
그렇기에 누가 일에 성공하냐는 마신에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벌레의 얼굴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지 않듯, 마신 또한 벌레와 같은 인간을 하나하나 기억하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 도망치는 게 맞긴 하다.
어차피 누군가가 성공만 시켜 주면, 자신들은 아무 일 없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
‘이러니까 선발대 안 하려고 그 개고생을 했는데.’
양손에 검은 불꽃을 발현시켜 성기사들을 통째로 구워 버리며 갈리에타는 현실을 직시했다.
‘이대로 그냥 대성당째로 불 질러 버려?’
마력과 마기를 부딪쳐 최대 출력을 내면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선두에 선 멍청이가 그것을 증명해 냈었다.
아무리 대마법 방비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마기를 섞은 일격이면 찢어발길 수 있다고.
‘문제는 그걸 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인데.’
삶을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웃기게도 죽음이 눈앞에 오자 도망치고 싶었다.
이대로 죽을까 보냐.
이를 악물며 살길을 찾는 자신을 보니 웃겼다.
조금만 더 빨리 이런 마음을 가졌다면 마신회에 들어갔을까.
모르겠다.
성기사의 멱살을 붙잡고, 그대로 재로 만든 갈리에타의 귓가에 결국 대강당의 입구가 뚫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그리 멀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 악당답게 굴어야지.’
악당에게는 악당의 싸움이 있다.
애초에 자신이 있었으면 이렇게 테러가 아니라 전면전을 걸었겠지.
방해가 들어오기 전, 잠시 뚫린 대강당에 몸을 집어넣었다.
입구에 불의 장벽을 펼쳐 사람들이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은 덤.
“아직 교도들이 남았는데?”
먼저 들어온 이의 말에 갈리에타는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알아서 들어오겠지.”
살고 싶으면 불의 벽을 뚫고 들어올 것이다.
못한다고?
그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안에도 적들이 좀 많은 것 같다.”
“그렇지. 사실상 여기가 본진이나 마찬가지니까.”
말을 나누는 짧은 순간에도 곳곳에서 마법이 날아오고, 창조의 교단 소속으로 보이는 적들이 달려들었다.
개중에는 성기사가 아닌 것 같은 이들도 있었으나, 전투력만 놓고 보면 조금 더 위인 느낌.
이대로는 위험하다.
입구를 막아 놓은 장벽도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그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
“일단 건물 좀 망가트리고.”
하나는 마신이 시킨, 용사의 추모식을 방해하라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덤으로 학생들 보이면 한 명씩 끼고 다녀. 죽이지 말고.”
바로 악당답게 인질을 잡는 것.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
“…뭐냐, 그건?”
라고 생각했던 갈리에타를 놀리듯, 제법 큰 인질들이 잡히고 말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