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89)
189화 34. 인생 10회 차는 직접 참여한다 (1)
“X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자신의 귀는 정상이었다.
그걸 확인하자마자 갈리에타는 욕설을 내뱉었다.
“제국의 황자와 황녀, 그리고 드라이르프 공작가까지 납치했네?”
나름 중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아렐리드 후작가가 덤이 되어 버렸다.
그 사실에 발루타마저 허허! 하고 반쯤 실성한 모습으로 헛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국의 황자와 황녀, 그리고 기둥이라고 불리는 공작가 일원 중 하나까지 납치했다.
아니, 납치라고 보는 게 옳을까.
한 명은 인정하겠으나, 나머지 둘은 자기 발로 걸어왔다.
‘여기에 라인하르트까지 오면 완벽하겠네.’
마침 정보에 의하면 라인하르트의 딸이 기초 교육 학생회장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닐 터였다.
‘그냥 다 죽여 버려?’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용사와 마왕은 죽어서 전설을 남겼으며, 드래곤은 아직 죽은 걸 못 봐서 뭘 남기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며, 사람은 그나마 이름은 남긴다고 하지 않았던가.
여기서 인질을 모두 죽이면 자신은 제국의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게 될 것이다.
창조의 교단의 역사는 덤.
마신교의 유명한 선배들과 함께 역사상 최악의 테러를 저지른 인물로 이름을 남길 기회였다.
‘거기에 우릴 놔두고 도망친 자렌 녀석도 같이 끌고 갈 수 있고.’
인질이 죽는 순간, 최소 마신교 제국 지부는 전멸이다.
어쩌면 이번 세대의 모든 마신교가 토벌당할 수도 있겠지.
제국이 그렇게 만들 것이고, 창조의 교단도 도울 것이다.
“그냥 콱 죽어 버려?”
언제부터 삶에 미련이 많았다고.
그냥 수틀리면 다 죽는 거다.
갈리에타는 그렇게 현실을 도피했다.
“이제 어쩌냐.”
“어쩌긴, 협상해야지.”
본래라면 마신교와 창조의 교단의 협상이 있을 리 없으나, 원래 이 세상에는 예외라는 것이 존재하는 법이다.
“저쪽도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으니까.”
그 증거로 방어선이 뚫린 후 계속 인원을 보내던 교단 측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우리가 뒷감당이 안 되는 만큼, 저쪽도 못해.”
터지면 다 같이 죽는 폭탄이다.
터지는 순간 자신들은 사망이 확정이지만, 그 범위가 어디까지 닿을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기에 건드릴 수 없는 것이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건 주도권은 우리가 쥐고 있다는 거지.”
협상하든가, 아니면 진짜 다 같이 죽든가.
‘살고 싶다.’
주도권이 있으니, 일단 생존을 목표로 하자.
“일단 인질 하나 끌고 와!”
“누, 누구를요?”
“…….”
신도의 말에 갈리에타는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일단 미친놈들은 뭔가 사고가 날 것 같으니까 안 되고.’
제 발로 인질이 되고 싶다는 인질 호소인들은 패스.
남은 것은 자연스럽게 데려온 인질들로 제국의 황자가 하나, 다른 왕국 유학생 하나.
‘둘 다 상징성은 뛰어난데.’
제국의 황자는 그 핏줄만으로도 상징적이지만, 황위 경쟁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탈락했다는 흠이 있다.
그에 비해 유학생 쪽은 제국과 그나마 비벼 볼 만한 왕국 중 하나인 아리타 왕국의 핵심 귀족.
혈통부터가 창조의 교단에서 공인한 용사의 동료 후손이기에 이쪽 역시 상징성이 컸다.
‘제국과 협상을 한다면 황자가, 교단과 협상을 한다면 아렐리드가 좋은데.’
문제는 밖에 대기하고 있는 놈들이 어디 소속인지 모른다는 것.
확인을 시키려 보낸 신도는 창문에 고개를 빼꼼 내민 것만으로 머리가 사라졌기에 어쩔 수 없었다.
“제국의 황자를 끌고 가.”
고민을 거듭하던 갈리에타는 결국 루테스를 선택했다.
아무리 그래도 제국의 수도 안인데, 다른 나라의 귀족보다는 황제의 핏줄이 더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요구는 아카데미의 모든 문을 개방하고, 도주할 수 있게 말을 준비해 둘 것. 그리고 추격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달아.”
“그걸 들어주겠습니까?”
“안 들어주면 다 같이 죽는 거야!”
그렇게 길고 긴 협상이 시작되었다.
***
“…….”
베르샤 아카데미의 총학생회장 데일드는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물을 흘렸다.
“움직이지 마라! 이 얼굴, 누군지 잘 알고 있겠지?”
“알지.”
그 목소리에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쓰라린 배를 손으로 문질렀다.
지금 당장 쓰러질 자신이 있었다.
사인은 아마 과도한 스트레스.
그로 인하여 위장이 뚫려서 사망한 것이겠지.
“시X.”
왜 하필 지금일까.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1년만 늦게 일어나지.
데일드는 쓰라린 위장을 부여잡으며 그렇게 한탄했다.
“내가 베르샤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별의별 일을 다 경험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아카데미 테러는 좀 너무한 거 아닌가.
“그놈의 공무원이 뭐라고.”
어린 시절부터 너의 희망은 제국의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거의 이름뿐인 귀족으로서 데일드는 그런 소리만 듣고 자랐고, 그것을 이루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 왔을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루어 내었다.
뭐가 마음에 들었을까.
자신을 콕 집어서 학생회로 데려간 선대 총학생회장 덕분에 학생회에 들어올 수 있었고.
덕분에 실적을 쌓고 공무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무렵.
‘차기 회장은 너다!’
‘네?’
그 회장 놈, 아니 년은 갑작스럽게 그렇게 선언하며 나를 기어코 총학생회장으로 만들고 튀었다.
‘그게 시작이었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데일드는 선대 학생회장을 생각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던가.
선대 총학생회장이 그러했다.
상상도 못한 총학생회장 자리에 어이가 없었는데, 막상 그 자리에 앉게 되자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제국 아카데미 중에서도 자금을 비롯한 여러 지원만큼은 최고인 곳이 베르샤 아카데미였는데.
그곳의 학생들을 움직이는 사령탑 같은 곳인 총학생회의 곳간이 비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얼마나 놀랐던가?
심지어 하위 학생회로 가야 할 돈까지 빌려다 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정신이 반쯤 나갔고.
그 이후 아카데미 매점들을 통해 상단에서 빌린 돈도 있다는 사실에 나머지 반이 날아간 데일드였다.
이년이 횡령이라도 한 건가.
내가 알기로 이년은 공무원으로 뽑혀서 재무성으로 갔었는데.
지금이라도 제국 감찰부에 신고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한 데일드였으나, 자신이 아는 총학생회장은 믿을 만한 사람이기에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랬을 거라고 믿었고, 실제로도 이유가 있었다.
물론 이유가 있다고 해서 빚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학생회 자금을 최대한 원상복구를 시키기 위해 총학생회장이 된 1년을 죽을 만큼 구른 데일드였다.
최대한 절약해야 했기에 활동도 안 하고 부비만 축내는 동아리 몇 개를 칼질하여 원망도 사고.
도서관 신간 도서 구매를 줄여 도서관 사서들에게 죽을 뻔도 하였으나.
결국 1년도 되지 않아 정상적인 재정을 구축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하여 아카데미 관계자들에게도 인정을 받았으며.
결국 학생들에게도 인정을 받아 총학생회장을 연임할 수 있었다.
“내 잘못이네.”
그때 그냥 망하게 놔둬야 했는데.
하다못해 내 무능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럼 지금쯤 평범한 학생 1로서, 마법관이나 학생회 건물, 혹은 아카데미 1매점으로 피난을 가 사건이 끝날 때까지 대기를 했을 것이다.
“X발.”
그렇게 생각하며 데일드는 다시 한번 욕설을 내뱉었다.
“그나마 명함에 연락처가 있어서 다행이지.”
학생회장실에서 보고를 받자마자 자신이 받은 명함을 떠올리고는 바로 연락을 보냈다.
지금 루테스 전하를 비롯한 이들이 마신회의 인질이 되어 잡혀 있다.
아카데미와 창조의 교단은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으나, 제국의 신하로서 먼저 보고를 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명함을 준 세 부장에게 동시에 통신구를 연결해 그 사실을 전해 주었고, 부장들은 모두 흡족한 표정으로 공을 치하했다.
“제발 아무 일도 없어라.”
이미 사건이 터졌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책임을 져도 이사장이 지겠지.
그러나 황제의 핏줄이 죽는다면 그 책임이 어디까지 내려올지 몰랐다.
제국 같은 황권이 강한 곳에서, 황제가 원하기만 한다면 이사장부터 그 아래로 싹 다 목이 잘려도 이상하지는 않았으니까.
“반년만 버티자.”
그럼 나는 아카데미를 떠나고.
약속된 동아줄을 붙잡고 1티어 신랑감으로 급부상할 수 있으니까.
저 멀리서 보이는 제국의 실세들의 모습을 보며 데일드는 간절히 기도했다.
***
한편 제국 공무원 중 현장에서 최상위 포식자이자, 다른 의미로는 제국 공무원 중 가장 많은 노동력을 보여 주는 제국의 대표 공무원.
제국의 감찰부장, 헤직스 아르리스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를 갈았다.
“진짜네.”
처음 베르샤 아카데미의 총학생회장의 연락을 받았을 때, 그는 살짝 설렜다.
‘감찰부로 정했구나!’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기억에 남았고, 제법 일을 잘할 것 같은 느낌에 명함을 건넸다.
그리고 돌아와서 최근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졸업한 공무원 몇을 불러 들은 데일드 차일스라는 이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태어난 엘리트 그 자체였다.
심지어 최근 소식은 어떠한가?
공무원 프리패스를 하나도 아니고 세 개나 받았으면서도, 마지막까지 아카데미의 총학생회장을 맡았단다.
미친놈이었다.
일도 잘하는 놈이 일에 미쳤다.
이게 인재가 아니라면 누가 인재일까?
그렇게 느낀 것이 자신만은 아니었는지, 재무부장과 정보부장도 자기가 먼저 침 발라 놓았다고 포기하라는 연락을 해 올 정도였다.
그중에서 재무부장은 데일드의 선배였던 애가 자신의 밑에 있으니 데일드도 재무부로 와야 한다고 개소리를 펼치기까지 했었는데.
‘그래.’
‘뭐야, 이건. 나만 부른 거 아닌가?’
‘뭐야? 다 있나?’
그러나 동시에 셋을 다 부른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약간 입맛이 썼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자신의 가치를 잘 알기에 행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불러 더 비싼 값을 쳐주는 곳으로 가겠구나.
‘루테스 전하께서 납치됐습니다.’
그러한 생각을 하며, 어떻게 견제를 해야 할까 고민을 할 때.
난데없이 들려온 데일드의 말은 뒤통수를 망치로 내려친 기분이었다.
‘그리고 레일라 전하와 르윈 디 드라이르프, 그리고 아리타 왕국의 아렐리드 영애도 납치되었습니다.’
그것도 한 번으로 모자랐는지 여러 번을 두들겼다.
‘그리고 그 밖에도…….’
그 뒤로도 몇 명의 이름이 더 언급되었지만, 다행히도 중요한 요인들은 없었다.
그나마 기억할 만한 인물은 구휼부 관리인 백작의 사남 정도일까.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데일드의 통신이 꺼졌을 때.
‘이 새끼, 우리가 자기 노예로 쓸려는 거 알고 엿 먹이는 건가?’
‘알고 그랬으면 장래가 무섭고, 모르고 그랬으면 감이 무서운데?’
재무부장과 정보부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헤직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실을 몰랐다면 책임이 없었겠으나, 가장 빠르게 전달을 받았는데도 움직이지 않으면 자신의 목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나가면? 도착한 순간부터 모든 일을 책임져야 했다.
‘시X.’
그렇기에 헤직스는 곧바로 욕설을 뱉었다.
재무부장과 정보부장과 달리 자신은 바로 현장에 나가야 하는 책임이 있기에.
그리고 그 결과, 유일하게 제국의 핏줄이 인류의 배신자들의 손에 붙잡혀 수난을 당하는 것을 직관하게 되었다.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너희가 그렇게 신성하다고 여기는 피가 이곳을 붉게 물들일 것이다!”
“쏴 버리고 싶네.”
이미 대기 중인 요원들이라면 정확하고 은밀하게 저 대가리에 구멍을 내줄 것이다.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황자 전하를 구출하겠지.
“넷을 어떻게 구하냐.”
그러나 인질은 루테스 전하 한 명이 아니었다.
루테스 전하보다 더 위라고 할 수 있는 레일라 전하.
그리고 그보다 조금 순위가 떨어질 뿐, 제국의 최고의 무력 집단을 움직일 수 있는 드라이르프의 막내 도련님도 계신다.
“답이 없네.”
그리고 정말 자신들이 답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듯, 마신회는 어두운 기운을 터트리며 대강당 일부를 터트렸다.
“뭐야! X발!”
“…상의도 안 한 거냐.”
가장 많이 당황하며 경계를 취하던 인질범은 곧 그것이 익숙한 기운이라는 것을 느낀 것인지 마지막 말을 하며 퇴장했다.
“해가 질 때까지! 그때까지 준비가 되지 않으면 제국의 황자는 죽는다!”
앞으로 몇 시간.
그 안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갑갑한 마음에 연신 마른세수를 하는 헤직스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