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34. 인생 10회 차는 직접 참여한다 (4)
‘깜짝 놀랐네.’
인질에서 해방되려고 했으면 애초에 인질이 되지를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르윈은 흘깃 황녀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런데 저건 뭘 어떻게 한 거지?’
얼핏 보면 갈리에타와 시선을 마주친 것이 전부였지만, 그 짧은 시간 르윈은 아주 미약한 마법을 하나 사용했다.
바로 사람의 감정을 지배한다는, 흑마법사의 감정 지배 마법.
물론 르윈이 그 흑마법을 배운 것은 아니었고.
또한 배웠다고 하더라도, 감정 지배 마법을 사용했다면 그 전조 현상으로 다른 이들이 눈치를 챘을 것이다.
그렇기에 르윈이 사용한 방법은 흑마법사의 지배 마법을 어설프게 응용한 것에 불과했다.
미세한 마력으로 자신에게 불길한 기운을 느끼게 만들고.
더불어 갈리에타의 정신을 조금 흔들 수 있게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이 전부였다.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이 아니라면 제대로 먹히지도 않을 방법.
심지어 활용하는 것도 매우 섬세한 조작이 필요한 방법이었다.
그걸 사용해서 인질을 다음 사람으로 떠넘긴 르윈이었으나, 애초에 첫 번째 인질은 자신이 아니었다.
레일라 디 바벨리안.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귀찮은 것을 치워 버릴 수 있는 기회가 왔으나, 그걸 당사자가 걷어찬 것이다.
‘진짜 나랑 동갑 맞아?’
사실 창조의 여신이 새롭게 선택한 용사라고 해도 믿을 만했다.
아니,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럼 앞으로 귀찮게 하지는 않을 테니까.
“순순히 국경 밖으로 보내 준다고, 너희가 살 수 있을 것 같나?”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지, 그쪽이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않나?”
“어차피 죽을 거, 공무원 실적이나 만들어 주면 좀 좋아.”
그 와중에도 투덜거리며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선택지가 없기는 하지.’
르윈의 예상대로 몇 번 더 신경전이 오고 간 이후, 제국 측은 마신회의 협상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론을 내었다.
어쩌겠는가? 고귀한 핏줄에 칼을 들이밀고 협박하는데.
황실의 피가 흐르는 순간, 소드마스터라고 하더라도 목이 날아갈 수 있다.
그게 권력이었고, 그게 공무원의 생활이었다.
“그럼 먼저 인질을 풀어 줘라.”
“누굴 호구로 아나. 먼저 칼 든 새끼들 다 뒤로 물려. 숨어 있는 놈들도 전부!”
예상 밖의 일들이 있었으나, 결국은 계획대로 제국과 협상을 이루어 낸 갈리에타가 조금 세게 나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열심히 살려는 모습이 보기 좋기는 한데.’
안타깝게도, 그 소속이 마신회라는 것이 문제였다.
심지어 자신이 찾던 꼭 죽여야 하는 인물이지 않은가?
‘그래도 억울하지 않게, 다 같이 보내 줘야지.’
약속대로 거리를 벌리기 시작하는 제국의 인원들을 보며 그렇게 마음먹었다.
***
“안 들켰지?”
“아마도?”
르윈의 계획에 맞추어 전력으로 마법을 사용하고 온 베렐스를 보며 타니야는 눈을 가늘게 떴다.
“어쩐지 상쾌해 보인다.”
“오랜만에 전력을 다할 수 있었으니까.”
대강당의 벽면을 날려 버린 폭발은 다 그녀의 소행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르윈이 그렇게 시킨 것이었다.
“아카데미 건물에 테러를 대비한 방어 마법이 있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더라고.”
평범한 건물이었다면 건물 자체가 폭발에 날아갈 수준이었으나, 대강당은 아직 그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본래 튼튼하게 건설이 되어 있고, 방어 시설도 갖추어져 있었지만, 이번 추모식이 진행되며 더 보강한 덕분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렇네. 무덤에서 용사님이 화내시지 않으려나?”
그 사실을 떠올린 베렐스가 순간 움찔했으나, 타니야의 한마디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추모식 리허설 중에 테러가 터졌으니까, 용사님도 안 오셨을걸?”
“그렇겠지?”
용사라는 존재는 마녀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그렇기에 용사의 추모식에 깽판을 쳤다는 사실을 만들고 싶지는 않은 두 마녀였다.
“그래. 그리고 어차피 테러를 저지른 놈들은 마신교잖아?”
“그렇지, 그렇지.”
“제대로 한 방 날린 이유도, 그 마신교를 겸사겸사 때려잡으려는 거였고.”
“그게 맞지.”
그렇기에 두 소꿉친구는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며 자신들이 한 일을 최대한 변호했다.
“그나저나 이번 기회에 너도 연구 + 좀 많이 됐겠네.”
“응. 솔직히 생각한 것 이상이어서 무섭더라.”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혼란스러웠다.
혼란에 빠져 아비규환이 된 이들을 말리려는 자들.
그 와중에도 진형을 유지하고 적들의 뒤를 노리는 이들.
그리고 그걸 지켜보며 머리를 붙잡으며 쓰러진 이들까지.
“저거 이사장이지? 큰일 났네. 우리 고용주 잘리는 거 아니야?”
“기반이 튼튼하다고 하니까, 잘리지는 않겠지. 고생 좀 하겠지만.”
“그나마 대머리여서 더 빠질 머리가 없다는 게 다행이려나?”
이번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가 되든 일단 아카데미가 바뀔 것이고, 그 뒷감당의 몫은 위에 있는 자들일 것이다.
“곧 있으면 소풍 간다고 했었는데.”
“꿈 깨라. 여기서 소풍 간다고 하면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겠냐.”
“미친 소리긴 하지.”
조금 기대했는데.
그렇게 입맛을 다시는 베렐스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던 타니야는 어둠이 찾아오는 것을 보며, 마지막 아티팩트를 가동했다.
***
“죽겠다, 진짜.”
밤하늘의 달빛에 기대어 죽어라 달리던 마신회는 나무에 기대며 간신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오다가 뒤진 새끼 있냐?”
“미친 새끼야, 뒤진 놈이 대답을 어떻게 하냐.”
발루타의 말을 타박하며, 갈리에타는 대충 눈대중으로 사람들을 확인했다.
‘대충 다 있네.’
제국이라면 길목에 암살자를 숨겨 두고 몰래 한 명씩 목을 따도 이상하지는 않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갈리에타는 현재 가장 소중한 것들을 확인했다.
‘셋 다 있고.’
르윈과 레일라, 그리고 마를렌의 모습을 확인한 갈리에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통 인질이라면 상대를 협박하기 위해 데리고 있고, 또한 수틀리면 언제든지 죽일 수 있는 것들이지만 이번 인질들은 좀 달랐다.
그냥 다 같이 죽자가 아닌 이상 꼭 살려야 했다.
‘지금이라도 버리고 튈까?’
갈리에타는 꺼림칙한 표정으로 인질 두 명을 바라보았다.
제국의 황녀와 드라이르프의 삼남.
뭔지 모르겠지만, 그 둘하고 연관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본능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아까 버리고 튀었어야 했는데.”
“뭘?”
“그런 게 있어.”
그러나 이미 늦어 버렸다.
제국의 치안이 아무리 좋다고 하지만, 이곳은 산속이다.
한밤중 활동하고 있는 야생동물을 만나거나, 재수 없게 몬스터라도 튀어나오면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
아카데미에 다닐 수준이라면 기초적인 검술이나 마법은 배웠을 테지만 실전과 연습은 다른 법이니까.
‘죽을 것 같지는 않지만, 예상은 늘 빗나가는 법이니까.’
예상대로였다면 이곳에서 이러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빠르게 용사의 추모식이 진행되던 대강당에 들이박고, 바로 도망치는 게 기존의 계획이었으니까.
그러나 창조의 교단에서 마신교도들을 잡아내고, 거기에 어찌 된 일인지 흑마법사들까지 끼어들면서 사건의 규모가 커진 게 문제였다.
“날이 밝기 전에 최대한 거리를 벌려야지.”
“국경에 병력 쫙 깔려 있을 텐데?”
바보냐는 듯 자신을 쳐다보는 발루타의 모습에 갈리에타는 한숨을 내쉬었다.
‘능력은 참 좋은데.’
비록 마신의 힘을 빌렸다고 하나 검의 경지에 오른 자다.
만약 벽에 막힌 상태에서 유혹에 빠지지 않고 노력했다면 언젠가는 그 경지에 올랐을지도 모르겠지.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래서일까?
대부분 힘으로 해결이 가능한 덕분인지, 이것들은 생각이라는 것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자렌이나 내가 이끄는 거고.’
갈리에타는 냉정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자신이 누군가를 이끌 정도로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랬다면 마신의 힘을 받아들일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그건 마신교 제국 지부의 수장인 자렌 역시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그가 조금만 더 똑똑했다면 이렇게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지도 않았겠지.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잖아.’
이동 마법을 이용하면 모를까, 제국 수도에서 국경까지는 너무나도 멀다.
그리고 만에 하나 국경까지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그곳을 넘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제국의 무력이 가장 밀집된 지역이니까.’
혼자서 몰래 도망치는 것이라면 모를까, 이렇게 집단으로 넘기 쉬운 곳이 아니었다.
‘방심이라도 하고 있으면 모를까.’
최근 국경이 한 번 뚫려 담당자들이 줄줄이 목이 날아갔다는 이후이기에 방심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우리 국경 안 간다.”
“그럼 어딜 가는데?”
“마신교 제국 지부. 거기로 다시 돌아간다.”
“거기? 이미 들키지 않았나?”
“모르지.”
하지만 국경을 넘는 것보다는 안전하다고 갈리에타는 생각했다.
우선 나름 대비가 되어 있고, 다수의 병력이 있었으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죽어도 다 같이 죽어야 덜 억울하잖아?”
최악의 경우, 자신들을 버리고 도망친 녀석들과 같이 갈 수 있었다.
“우리가 그렇게 우정이 깊은 집단은 아니었을 텐데.”
“그러니까 더 같이 가야지.”
“그건 그렇네.”
낄낄거리는 발루타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쉰 갈리에타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슬슬…….”
움직이자.
그렇게 말하려던 갈리에타는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인질은 다 있고.’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인질 셋.
가장 중요한 이들은 다 있다.
“우리 총원이 몇 명이었지?”
“그거 하나하나 세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냐?”
“…뭔가 숫자가 적어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그런가?”
갈리에타의 말에 발루타는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신도들 또한 각자 얼굴을 마주치며 서로를 확인했다.
“…네가 여기 있었던가?”
“다른 놈이 있지 않았냐?”
그리고 곳곳에서 의문이 터져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갈리에타는 확신했다.
“뛰어!”
뭔가 있다. 그것도 자신과 발루타의 감각조차 속인 무언가가.
***
‘너냐?’
그런 르윈의 시선에 레일라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꾸 따라오는 게 뭔가 싶었는데.’
마신교 교도에게 짐짝처럼 들린 르윈은 이전부터 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괜찮긴 하네.’
전력 상태의 라일라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지만, 평상시 라일라보다 조금 더 잘 숨는 수준이었다.
저 정도면 아무리 소드마스터라고 하더라도 눈치를 채기 힘들 터.
거기에 빠르고 과감한 일격은 상대가 비명을 지를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었다.
‘저걸 믿은 건가?’
순순히 인질이 되겠다고 찾아온 이유가 저것이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르윈은 품속에서 자그마한 바늘을 꺼내었다.
쿡.
“앗, 따가워!”
르윈을 옆구리에 낀 마신교도 하나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뭐지?”
벌레에 물리기라도 한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던 그는 갑작스럽게 땅이 얼굴로 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지?’
그리고 그것이 그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뭐야!”
가장 중요한 인질 중 하나를 들고 뛰던 이가 쓰러졌다.
그 사실에 누군가가 소리치며 다급히 상태를 확인했으나.
“죽었습니다!”
“암살자다!”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르윈을 들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쿡.
“크아악!”
쿡.
“누, 누구냐!”
쿡.
“…….”
그렇게 르윈을 데리고 뛰던 이들이 하나둘 쓰러지는 것을 보며 갈리에타는 이를 갈며 소리쳤다.
“발루타, 네가 데리고 뛰어!”
적어도 소드마스터라면 반격이라도 할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내린 판단이었으나, 얼마 후 발루타마저 쓰러지는 것을 보며 갈리에타의 안색이 하얗게 변하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