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93)
193화 34. 인생 10회 차는 직접 참여한다 (5)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마신교 교도들을 보며, 레일라의 호위는 생각했다.
‘누가 또 있나?’
워낙 숨기는 것이 많은 주인이기에 다른 이를 불렀을 수도 있었다.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것을 보아하니, 아마 독을 사용하는 것이겠지.
‘새로 한 명 영입했나.’
그녀가 아는 이들 중, 독을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이는 없었다.
독이라는 것은 능력에 상관없이 적을 죽일 수 있는 수단이었고.
그렇기에 힘의 균형을 무너트릴 수 있는 강력한 물건이지만.
그것을 다루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까다롭고, 또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황실에서는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공격을 받는 양날의 검이었다.
그렇기에 공식적으로 레일라 디 바벨리안의 숨겨진 검에는 독을 다루는 이들은 없었다.
그렇게 알고 있었다.
‘뭐가 되었든 엄청나네.’
픽픽 쓰러지는 아군을 보며, 마신회는 더욱더 빠르게 달리고 있다.
그런데 암살을 자행하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뒤에서 쫓아가면서 전체적인 상황을 보는데도 안 보인다니.
‘암기는 아니고.’
무언가 투척이 되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시체의 모습에서 흉기가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얼핏 봤지만, 눈에 띄는 상흔도 안 보이고.’
그렇다면 기체 등을 이용하여 독을 뿌린 것일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효율이 너무 좋지 않다.
기체를 사용하는 것은 다량의 인원을 한 번에 중독시킬 방법인데, 지금은 적당한 시간마다 한 사람씩 쓰러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위험성도 높고.’
저곳에 마신회만 있는 것이라면 모를까, 주요 인물이 셋이나 인질로 잡혀 있는 상태였다.
‘인질… 이라고 해야 하나?’
한 사람은 인질인지, 인질 호소인인지 의심이 가기는 하지만.
일단 공식적으로는 인질이 맞고, 또 자신의 주인이었다.
사람이 맞나 싶은 생각이 자주 들기는 하지만, 나름 실력자 소리를 들을 만한 마신회 신도조차 픽픽 죽어 나가는 독을 뿌리는 것은 위험한 일이 맞았다.
‘아니면 잠입이라도 한 건가?’
마신회의 교도로 잠입하여 합류하는 척 암살을 하는 것이라면 그나마 가능성이 있으나, 그것 또한 결과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멀리서 지켜보았지만, 마신회는 적당히 거리를 벌리며 도망치고 있었고.
또 규칙적으로 접촉을 한 인원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딱 한 명 있기는 한데.’
문제는 그 한 명이 인질이라는 점과 이제 열한 살이라는 것.
어중간한 집안이라면 어떠한 수를 써 모습을 바꾼 암살자라고 생각을 할 수 있겠으나, 그 집안이 드라이르프였기에 의심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열한 살에, 드라이르프 가문의 핏줄인 존재가 레일라 님 같을 리가.’
있을 리 없는 일이었다.
아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아직 세상을 살 만하다고 믿으며 추격을 이어 나가던 그녀는 가장 위험하고 껄끄러운 존재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저걸 죽이네.”
소드마스터, 그것도 마신의 힘을 받은 자.
아카데미에서 보여 주었던, 성기사들의 방벽을 무너트린 일격은 지켜보던 그녀도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는 파괴력이었다.
순수 실력이라면 모를까, 위력 하나만 놓고 보면 이름 있는 기사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었던 이였는데.
그마저도 검붉은 피를 토해 내며 쓰러지는 모습은 적마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으아악!”
“발루타 님이 당했다!”
적마저 당황스러운데, 아군이었던 자들은 어떠한가.
이제는 지휘마저 무시하며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는 이들을 보며 슬슬 할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솜씨나 좀 볼까?”
그렇기에 아주 잠깐.
적들이 다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모습을 드러내어 소드마스터의 시신을 확인하려는 순간.
“네놈이 쥐새끼였구나.”
“살아 있었네…….”
툭 건드리면 쓰러질 것 같은 모습과는 정반대로 날카로운 살기를 내뿜는 발루타를 보며,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단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이 쥐새끼가!”
“암살자가 검사랑 정면에서 싸우는 거 봤냐?”
바로 단검을 던진 후,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다.
***
살려면 도망쳐야 한다.
살려면 인질이 필요하다.
발루타가 쓰러지는 것을 보며, 갈리에타의 머릿속에 든 생각 전부였다.
‘이미 늦었어.’
세력을 모아 돌아간다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빌어먹을 자렌 놈을 수장으로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어쩔 수 없다.
‘그냥 다 같이 죽을까?’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늦었어.’
그러려면 아카데미의 대강당에서 해야 했다.
저 발루타마저 반응조차 못했는데, 마법사인 자신이 마법을 캐스팅하면 바로 즉사일 것이다.
‘그건 좀 억울하지.’
살자. 살아야 한다.
이곳에 있는 모든 아군을 미끼로 삼아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그렇게 판단한 갈리에타는 바로 인질 하나를 끌어안고 뛰기 시작했다.
‘가장 필요 없으니까, 굳이 구하러 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
절대 황족과 드라이르프가 꺼림칙해서가 아니다.
그 녀석 중 하나를 데리고 가면 끝까지 찾아올 테니까.
타국의 귀족이면 외교적으로 조금 귀찮을 수 있으나, 창조의 교단에 더 큰 책임이 있으니 내버려 둘 수도 있었다.
‘제발 그래라.’
몇몇 머리를 굴린 놈들이 황녀와 드라이르프를 인질로 삼으려는 것을 보며, 갈리에타는 그들과 정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하아, 하아.”
마법사이기에 체력이 약할 수밖에 없고, 또 열 살 정도 되는 아이이기에 무게가 조금 나가지만.
갈리에타는 온 힘을 다하여 뛰었고.
따끔.
‘어라?’
그렇게 자신의 몸이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무뿌리에 발이라도 걸린 걸까.
그런 느낌은 없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갈리에타의 시선에 누군가의 시선이 마주쳤다.
“너, 넌…….”
분명 자신이 들고 뛴 인질은 용사의 동료의 후예였을 텐데.
여자애였을 텐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은데.”
붉은 머리의 꼬마가 참으로 안타깝다는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보며, 갈리에타는 무언가 깨달을 수 있었다.
“너… 구나.”
“응, 나야.”
입으로 연신 피가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갈리에타는 남아 있는 정신력을 쥐어짜 마력을 모았으나.
“그럼 더 빨리 가는데.”
그 모습을 보며 르윈은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찰 뿐이었다.
“컥!”
“독룡의 어금니라는 건데, 마력에 반응해서 더 빠르게 퍼져.”
강자일수록 더 효과가 뛰어난 독이라는 친절한 설명에 고맙다고 해야 할까.
“…….”
“극찬이네?”
말조차 하기 어려운 상태이기에 중지를 내미는 갈리에타를 보며, 르윈은 갈리에타를 위해 기도해 주었다.
“다음에는 마신 같은 거 믿지 말고 무링신 믿고 착하게 살아.”
그게 뭔데.
그 말을 내뱉지도 못하고, 의식의 흐름 밑바닥에 가라앉는 갈리에타였다.
***
“죽었나?”
눈빛이 흐려진 갈리에타의 시체를 바라보며, 르윈은 들고 있는 바늘로 그녀의 볼을 두어 차례 찔러 보았다.
“보통 이 정도면 죽기는 하는데.”
독룡의 어금니.
그래도 한때 신이었던 이들이기에, 진짜 용의 어금니는 아니지만.
드래곤에 빗대는 무기인 만큼 뛰어난 독성을 가진 암기로써 전설에는 단검으로 표현되는 일이 많았으나.
사실 자그마한 바늘이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챙겨 두길 잘했네. 아니면 귀찮을 뻔했어.”
지난 방학에 자신의 옛 창고들을 털며 얻은 물건 중 하나로, 팔지 않고 소장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물건이기도 했다.
“이런 것 좀 더 모아 둘걸.”
독에 대한 내성이 강한 마족이 많았기에, 이런 종류의 무기들은 많이 챙겨 두지 않았는데.
유년기 시절을 보내는 데는 이런 물건들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르윈은 잠시 안타까워했으나.
“어쩔 수 없지.”
어차피 다음 생은 없으니까.
그래야 했으니까.
이번 생은 있는 것들을 잘 챙겨서 쓰자고 생각하며, 르윈은 마지막 작업을 진행했다.
“좀 미안하지만, 내가 옛날에 안 좋은 일들이 많았어서.”
갈리에타의 눈을 감겨 주며, 르윈은 그녀의 목을 베고 심장을 파괴했다.
이러지 않으면 부활하는 것들이 예전에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이제 돌아가야 하는데.”
남은 잔당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인질로 잡혀 있던 나머지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우리 아카데미는 무사히 운영을 할 수 있을까.
“가문으로 돌아가려나?”
최악의 경우 한동안 아카데미가 문 닫는 것까지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기던 르윈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 어디냐?”
빛이라고는 나뭇가지 사이로 드문드문 들어오는 달빛이 전부.
거기에 처음으로 경험한 곳.
심지어 제 발로 이동한 것도 아니기에, 아무리 인생 10회 차라고 하더라도 길을 알 방법이 없었다.
“…미아네?”
인생 10회 차나 되고 미아가 될 줄이야.
“돌아가야 하나?”
그나마 기억이 남는 곳은 독룡의 어금니로 사람을 콕콕 찔러 대었던 곳이랄까.
지금쯤 시체만 남아 있을 곳으로 돌아가야 하나.
아니면 여기서 구조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먼저 와 주네.”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저 멀리서 뛰어오는 이들을 보며 르윈은 모습을 감추었다.
***
“여기가 맞아?”
“맞아. 우리가 살려면 갈리에타 님을 따라가는 것밖에 없어!”
살고자 갈리에타의 뒤를 쫓아오는 이들 사이.
‘살려 주세요.’
아직도 인질이 되어 끌려 다니는 마를렌이 있었다.
‘언제까지 이래야 해.’
다른 인질 호소인과 달리 순수 인질인 마를렌의 정신력은 이미 한계를 돌파한 지 오래였다.
사람이 죽는 것을 눈앞에서 본 것도 처음이었는데.
말로만 듣던 마신회에게 온종일 끌려 다니고, 그들이 죽는 것조차 두 눈으로 목격할 수밖에 없었다.
제정신을 가졌다면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만한 일.
그리고 안타깝게도 마를렌은 제정신을 가진 평범한 아이였다.
그렇기에 축 늘어진 채 사악한 이들의 손에 몸을 맡겨야 할 뿐.
그렇게 용사의 동료였던 이들의 후손 대신 사악한 이들에게 붙잡힌 인질이라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낄 무렵.
“갈리에타 님!”
저 멀리서 보이는 인영에 마신회의 신도들은 다급히 뛰어갔지만.
“주, 죽었어!”
“도망쳐!”
그것이 갈리에타가 아닌, ‘갈리에타였던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신도들은 자신들이 뛰어온 방향으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컥!”
그러나 가장 선두에 선 이가 갑작스럽게 쓰러지고.
“누, 누구냐!”
검을 뽑아 든 이 역시 몸이 무너지는 것을 확인하며.
마지막으로 생존한 이는 자신의 검을 뽑아 마를렌의 목을 겨누며 소리쳤다.
“이, 인질이 보이지 않냐!”
하는 짓은 인질로 협박을 하는 모습이었으나, 인질인 마를렌보다도 더 떠는 마신회의 신도였다.
부스럭.
“거, 거기냐!”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신도가 검을 겨누었지만, 그곳에서 나온 이가 작은 아이라는 것에 잠시 멈칫했다.
“무서워요. 살려 주세요.”
엉엉 울며, 살려 달라고 말하는 아이의 모습이 익숙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신도는 아이의 정체가 갈리에타가 데리고 간 인질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누구냐. 누가 갈리에타 님을…….”
“나.”
“컥!”
그렇게 경계를 하며 신도가 르윈까지 인질로 삼기 위해 다가간 순간, 순식간에 자신의 품을 파고든 르윈의 일격에 절명하고 말았고.
“아, 아아…….”
신도의 품 안에 있던 탓에, 심장에서 뿜어지는 피를 그대로 맞은 마를렌은 기절하고 말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