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34. 인생 10회 차는 직접 참여한다 (6)
“에구구, 지친다.”
어린아이의 모습의 장점은 상대가 방심하기 쉽다는 것이지만, 단점은 육체가 완성되지 않았기에 출력이 별로라는 것이다.
그나마 태어날 때부터 숨 쉬기 운동을 통한 강화를 진행해서 망정이었지.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마력 회로 다 터졌겠네.”
순간적으로 폭발시킨 마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몸 전체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전생에서는 진짜 마지막이라고 마음먹고 어린 시절부터 이러한 연습을 하였으나.
이번 생은 이런 미친 짓을 할 시간에 이불에 누워 뒹굴었기에 더욱 여파가 큰 기분이었다.
“그나저나.”
서 있는 상태로 기절한 마를렌이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한 르윈은, 미약한 호흡을 확인하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닮았네.”
멀리서 봤을 때 똑같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더 닮았다.
“에휴.”
당사자가 전생한 것도 아니니, 애한테 무슨 잘못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마음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인생 10회 차라고 하더라도, 용사 횟수가 9회라고 하더라도 사람인 것은 마찬가지니까.
“그나저나.”
제법 먼 곳에서 강한 기운이 여럿 움직이는 것을 느끼며 르윈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 어떻게 수습하지?’
적의 수장이었던 시체가 하나.
그 부하의 시체가 셋.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애들 둘이서 처리했다고 할 수는 없는 이들이었다.
“음.”
저 멀리서도 느껴질 만큼, 강력한 기운을 내뿜는 이들이기에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러니 르윈은 각오를 다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
쓱, 쓰러진 시체에서 검을 뽑은 르윈은 먼저 죽은 이가 억울하지 않게 검으로 확인 사살을 했다.
다만.
“그 새끼가 휘두르던 방식이 이런 느낌이었던가?”
전생의 기억을 최대한 떠올리며, 마를렌의 선조이자 자신의 친구이며 가장 크게 뒤통수를 쳤던 이의 도끼질을 생각했다.
“음.”
검이기에 창을 휘두르는 느낌보다는 도끼를 휘두르는 느낌으로 휘두른 탓일까.
할버드를 휘둘렀던 그놈의 느낌이 조금 부족한 것 같지만.
“애들 보정 좀 들어가면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나름 애가 휘둘렀다고 하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르윈은 검을 마를렌의 손에 쥐여 주고, 그대로 바닥에 찍었다.
“완벽하네.”
누가 보면 마를렌 혼자서 적을 다 쓰러트리고 탈진한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죄가 없는 건 알지만, 그래도 선조의 위광을 받고 살아왔잖아?”
그러니 조금은 그 부채를 갚아야지.
거기에 인질이 될 뻔한 상황에서 구조도 해 줬으니, 이 정도면 적당한 거래가 아닐까.
“음, 그럼.”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만들어 낸 르윈은 싸움의 여파에서 조금 벗어난, 정확하게는 마를렌과 갈리에타의 중간 지점에 눕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인생 10회의 경험을 살려 필살의 기술을 사용했다.
이름하여 용사류 비기.
‘시체 모드.’
마족이 가득한 마대륙에서도 살아남은 전설적인 비기가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
‘위에서 시킨 대로 하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제국의 감찰부장, 헤직스 아르리스는 불안감이 가득한 얼굴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꼬리 자르기 되는 건 아니겠지?’
이러다 가장 먼저 은퇴하는 부장이 되게 생겼다.
간절히 바라던 은퇴였으나, 목이 날아가서 은퇴하는 것을 바란 것은 아니었는데.
자신의 무덤에서 가장 먼저 은퇴했다고 투덜거릴 재무부장과 정보부장의 얼굴을 떠올리며 헤직스는 고개를 저었다.
‘황실 직속이 움직였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얼핏 들으면 감찰부도 황실 직속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감찰부는 황실이 아닌 제국의 산하 기관이었다.
황제의 말에 개처럼 구른다는 것은 같으나, 엄밀히 말하면 나라를 위해 일하는 이들이라는 말이었다.
그에 비해 황실 직속은 말 그대로 황실의 명만 따르는 존재.
국익에 해가 되는 일이라도, 황실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변견들이었다.
그러니 무사히 일이 해결되겠지.
아니, 그래야 된다.
‘그 새끼들은 공식도 아니니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존재지만, 그렇다고 공식적으로 제국에 속한 단체는 아니었다.
말 그대로 황실이 부리는 자들이었으니까.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지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공식’에 속한 자들.
즉, 베르샤 아카데미의 책임자들과 헤직스와 같은 공무원들의 책임이 될 것이 뻔했다.
‘제발…….’
황녀와 드라이르프는 살아 있기를.
아니, 몸에 상처 하나 없기를 바라는 헤직스의 눈앞에 하나둘 시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제대로네.”
반항한 흔적조자 없는 시체들을 보며 헤직스는 혀를 찼다.
그래도 마신교라고 하면 마신의 힘을 받은 놈들이고, 못해도 평범한 기사 수준은 될 만한 이들인데.
그런 이들이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쓰러지다니.
“독인가?”
몇몇 시체는 상흔이 확인되었으나, 제법 많은 숫자가 피를 토한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쯧!”
그걸 확인한 헤직스는 짧게 혀를 찼다.
대부분은 일이 끝나면 복귀를 하겠으나, 헤직스를 포함한 몇 명은 남아서 뒷정리도 해야 했고.
시체 또한 수거를 해야 하는데, 독에 당한 시체는 관리가 까다로웠기 때문이었다.
“전하!”
“무사하셨군요!”
그렇게 시체를 살피던 헤직스와 달리, 선두에서 인질들을 찾고 있던 이들에게 반가운 소리가 나왔다.
‘일단 목숨 한 개 확보.’
황녀가 살아 있으니, 적어도 시체가 모욕을 당하는 일은 없겠구나.
이제 드라이르프만 무사하면 단두대는 피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헤직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
“르윈 디 드라이르프 공자가 적에게 납치된 상황이다!”
비명처럼 울려 퍼지는 말에, 헤직스는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시X.”
짧게 욕설을 내뱉은 헤직스는 확인하던 것을 멈추고 바로 선두에 따라붙었다.
흩어진 잔당들을 찾기 위해서는 추격술을 배운 이들이 필요했고, 감찰부인 헤직스는 추격술이 가능한 인재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단두대를 피하기 위해 달리던 헤직스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거대한 거구의 검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새끼는…….”
제법 눈에 익은 이였다.
적들의 수장 격인 인물 둘 중 하나이자, 무력만 놓고 보면 절대 자신의 아래가 아니었던 자.
그런 자가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얼마나 지독한 독에 당한 거냐.”
소드마스터쯤 되는 인물이라면 독에 대한 내성이 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중간한 독은 마력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
“마기까지 다룰 수 있으면 웬만한 독은 다 배출이 될 텐데.”
우스갯소리로 독을 가장 잘 다루는 곳은 황실이나 왕실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나.
짧게 혀를 찬 헤직스였으나, 죽은 사람보다는 산 사람이 더 중요한 법이었다.
“…죽었나?”
그렇게 얼마를 더 뛰어다닌 것일까.
한참 더 떨어진 곳에서 인질로 보이는 이와 적들의 시체를 찾은 헤직스였으나, 생기가 느껴지는 이가 없었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내가 다 뒤집어쓰는 거 아닌가?’
괜히 처음으로 발견했다가 다 뒤집어쓰는 것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몸은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이 감찰부 생활을 10년 이상 한 폐해였다.
“후.”
가장 먼저 르윈에게 달려간 헤직스는 아직 호흡이 붙어 있다는 것에 안도할 수 있었다.
일단 단두대는 피했다.
덤으로, 가장 처음으로 구출을 했으니 오히려 공으로 볼 수 있었다.
“그나저나.”
가장 중요한 인물을 품에 안으며 헤직스는 조심스럽게 주변의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저 멀리에 떨어진 이는 독에 당한 검사와 마찬가지로 마신회를 이끌던 인물 중 하나.
그리고 나머지는 잡졸로 보이는 이들이었으나.
“이걸 혼자 쓰러트렸다고?”
아무리 잡졸이라고 하더라도, 아카데미 학생 수준으로는 무리가 있는 이들이었다.
최소 고등부 중에서도 인재 소리를 듣는 이들은 되어야 상대가 가능했고.
이들이 난동을 부렸던 곳이 황실 아카데미가 아닌 베르샤 아카데미라는 것을 떠올리면, 천재 소리는 들어야 셋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이제 막 입학한 어린아이가 쓰러트린다?
“그게 가능한가?”
아무리 제국에 명함을 내밀 수 있는 몇 안 되는 왕국 중 하나인 아리타 왕국의 명가라고 하더라도 이건 말이 안 된다.
“이게 전설의 후손?”
하나 옛 용사의 전설을 떠올리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긴 했다.
가장 가까운 용사의 전설만 하더라도, 열 살에 맨손으로 곰과의 마수인 볼리베어를 때려잡고.
열네 살에는 소드마스터가 되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한데.”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전설이었다.
비록 실존하는 인물이라고 하지만.
마찬가지로 전설처럼 내려져 오는 대마왕 아펠리오스가 일검에 무너트린 산이 대륙에 남아 있지만.
그건 용사랑 마왕이라는 괴물들의 이야기였고, 용사의 동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물며 용사의 동료도 아니고, 그 후손이 되는 어린아이가 이런 짓을 벌이다니.
혹시 이건 황실 직속의 수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그럴 이유가 있나?”
차라리 저 자리에 르윈이 있었으면, 드라이르프 가문의 위상을 높여 제국에 좋은 이미지를 남기려는 수작으로 볼 수 있으나.
타국의 귀족, 그것도 제국과 인연이 없는 영웅의 후손에게 그런 일을 해 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안 그래도 제국의 유일한 오점이 용사와 연관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황실에서는 제국이 왕국이던 시절, 전대 용사와 연이 있었던 왕족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나마 제국의 위상 덕분에 ‘아, 그러시군요?’라는 반응이 나올 뿐 아무도 믿지 않는 주장이었고, 헤직스 또한 무리수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용사라는 키워드는 인류의 역사에 크게 차지하고 있었고.
동시에 제국의 역사에 유일하게 부족한 부분이었다.
그러니 황실이 나서서 타국의, 그것도 용사와 연이 깊은 가문의 아이를 메이킹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럼 진짜로…….”
열 살에 맨손으로 곰의 마수를 때려잡은 용사에 이어, 열 살에 마신회 신도 셋을 베어 버린 천재의 등장이란 말인가.
아무리 죽음을 눈앞에 두면 한계를 돌파한다고 하나, 어린 여아가 해낸 업적으로는 조금 과한 느낌이 강했다.
“골치 아프네.”
첫 발견자로서 상부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타국의 유학생 하나가 적도 셋을 사살한 것으로 보임.’이라고 적으면 장관 놈이 뭐라고 말할까.
“심지어 확인 사살까지 완벽하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르윈을 내려놓고 시체를 확인했지만, 확인하면 할수록 더욱더 상식이 파괴되는 느낌이었다.
“아니면 아렐리드 가문의 검술은 심장을 파괴하는 기술이라도 있는 건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기본적으로 아렐리드 가문은 창술을 사용하는 가문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용사의 동료였던 바르센이 사용했던 할버드와 엘리아가 사용하였던 마법이 이어진 가문.
“그럼 검보다는 마법인가?”
심장을 파괴하는 마법이라니.
그런 위험한 마법이 있는 것은 둘째 치고, 그걸 열 살짜리 아이에게 배우게 할 정도로 아렐리드 가문은 위험한 가문인가.
“에이 씨.”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에 헤직스는 결국 있는 그대로 보고서를 올리기로 마음먹었고.
더불어 대가문의 삼남의 증언에 힘입어 마를렌의 용맹한 활약이 아카데미에 퍼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