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34. 인생 10회 차는 직접 참여한다 (7)
짧고도 강렬했던 테러는 다음 날 새벽 공식적으로 종결이 났다.
그러나 그 여파는 제법 길게 이어졌다.
“또 뚫렸나? 나 은퇴시켜 주려고 노력하는 거지? 정말 고맙구나!”
작년에 이어 올해도 뚫렸기에 공무원 몇 명이 옷을 벗었고.
“베르샤 아카데미는 한 주 휴교할 예정입니다.”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인 베르샤 아카데미는 일주일간의 정비를 가지게 되었으며.
“최근 일어난 사건으로 인하여, 1학기에 있을 예정이었던 소풍 및 수학여행은 미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정확한 날짜는 미정이며…….”
다른 아카데미 학생들의 탄성이 절로 나오는 소식도 전해지게 되었으며.
“올해 신입생 하나가 마신교 교도 셋을 베었다던데?”
“내가 듣기로는 한 개 중대를 전멸시켰다던데.”
“혼자서 마신교를 몰살시켰다고 하지 않았어?”
또한 어떠한 신입생은 영웅을 넘어 괴물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르윈이 가장 걱정되는 것은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어 버린 공무원도 아니었고, 놀러 갈 생각에 들떴던 학생들도 아니었으며, 자신으로 인하여 어느새 열 살에 소드마스터가 되어 버린 한 소녀의 인생도 아니었다.
으드득!
“이빨 괜찮아?”
하루, 아니 한 시간마다 두께가 점점 얇아지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데이지의 이빨이었다.
그러한 르윈의 걱정에 데이지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걱정이 되면 신경을 좀 써 주시면 좋겠는데요.”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 이가 갈리고, 화가 난다.
불구대천의 원수에게서나 느낄 법한 감정을, 데이지는 르윈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엄청 신경 쓰고 있는데.”
“그런 사람이 사고 치지 말라는 사람을 제압하고, 제 발로 인질이 되러 가요?”
심지어 마녀들과 합작하고 테러까지 진행했다.
갑작스러운 환영과 흑마법사로 위장한 뼈다귀들, 그리고 몇 번의 포격 마법까지.
들키지 않아서 다행이지, 들키는 순간 드라이르프라도 이단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조합이었다.
그뿐인가?
마신회에서 인질들을 끌고 외부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대로 기절할 뻔한 데이지였다.
“멀쩡히 왔잖아.”
“…….”
저게 뚫린 입이라고.
순간 욱하는 마음에 그렇게 외칠 뻔한 데이지였으나,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지금이라면 왜 혁명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지난 선거에서 혁명의 깃발을 들었던 학생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한 데이지였다.
물론 다시 선거에 나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지만.
“도련님, 가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데이지의 말에 르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오래?”
이미 예상했던 일이긴 했다.
르윈이 제 발로 간 것이기는 하나, 아직 그 사실은 드라이르프 가문에 알려지지 않았다.
아니, 데이지가 고의적으로 숨겼다.
그렇기에 드라이르프 가문에는 아카데미에 다니던 아들이 마신교 같은 위험한 집단에 납치를 당했다는 소식만 전해졌을 터.
가족의 성격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 집으로 복귀…….
“아니요.”
“응?”
그러나 예상과 달리 드라이르프 가문은 르윈의 복귀를 말하지 않았다.
“그대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다치지 않았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앞으로 그러한 일이 많을 터.”
과보호를 생각했던 르윈의 예상을 비웃듯, 가문에서 온 전언은 오히려 무덤덤했다.
“그러나 드라이르프로서 살아가려면 익숙해져야 할 일이다.”
“오…….”
그러니 그대로 아카데미에서 생활하라는 말에 르윈은 감탄했으나.
“공식적으로는 이렇게 왔습니다.”
“비공식은 뭔데?”
“다 쓸어버릴 테니 안심하라고 하더군요.”
뒷말을 들으니, 팔불출은 여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 나쁜 일은 아니니까.’
자고로 마신회 같은 것은 빠르게 처리할수록 이득이었고.
또 르윈의 아버지는 제국의 공작이자 군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으로 마신회를 토벌할 명분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럼 아카데미에 있어야 하는데.”
예상 밖의 변수에 르윈은 인상을 찌푸렸다.
“여긴 지금 감옥이잖아.”
지금 베르샤 아카데미는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용사의 추모식을 거하게 말아먹은 창조의 교단은 책임을 지고 대강당을 비롯한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고 있었고.
창조의 교단과 더불어 학생들을 위협에 빠트린 아카데미 측은 제국 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동시에 아직 잔당이 남아 있을 수도 있기에 아카데미 인력 하나하나를 검문하고 있는 것은 덤이었다.
덕분에 수업은 물론 모든 아카데미 활동이 정지.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가만히 대기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보호입니다, 보호.”
“사건 다 터지고 보호한다고 하면 뭐 해. 오히려 심심할 뿐이지.”
“세상은 도련님처럼 비정상적인 사람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인질이 되어 풀려난 학생 중에는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고요.”
“고학년쯤 되면 던전 탐사 수업 나갔다가 사람 죽는 거 보고 그런다잖아. 미리 경험해서 정신적인 성숙을 이루어 내는 게 좋은 거 아닐까?”
“…사람이 죽는 걸 안 보는 게 가장 좋은 거죠.”
남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는데, 가장 호소해야 할 인간 중 하나가 저렇다니.
데이지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한숨을 토했다.
“올해 들어온 마를렌 영애 같은 경우에는, 창조의 교단에서 전문가까지 파견해 줄 만큼 힘들어한다던데.”
“음……. 직접 사람을 베서 그런 거 아닐까?”
“올해 들어온 기초 교육 1학년 신입생이, 마신회 신도를 상대로 이겼다는 게 진짜라고요?”
거짓말하지 마라.
네가 한 짓인 거 다 안다.
그렇게 노려보는 데이지였으나, 르윈은 떳떳했다.
“수사 기관에서도 아렐리드 가문의 검술이라는 게 확인되었잖아?”
“…….”
그 자신감은 데이지조차 반박을 못할 만큼 완벽한 증거를 남겨 뒀다는 것에 있었다.
아무리 르윈이라고 하더라도 머나먼 타국의 검술을 어떻게 알겠는가?
‘어설픈 가문도 아니고, 아렐리드 가문 정도의 검술이 밖으로 유출되었을 리도 없고.’
그렇기에 데이지 역시 수상하다는 시선을 보낼 뿐, 르윈의 말을 반박하지는 못했다.
“그나저나 다른 애들은?”
“방에서 대기 중입니다.”
“걔들 성격에?”
“좀이 쑤셔 죽겠다는 표정이기는 했습니다.”
“그렇지? 보통 다 그렇다니까.”
“그런가요?”
그런 르윈의 모습에 데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심심하지 않게 일이나 좀 하시죠.”
“일? 무슨 일?”
“뒷정리요.”
그리 말하며 데이지는 방을 나가더니, 잠시 후 누군가를 데리고 왔다.
“하, 하하.”
“…….”
들켰구나.
어색하게 웃으며 들어오는 타니야와 베렐스를 보며 르윈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
“미안. 얘가 바보라서.”
“나는 속았을 뿐인데!”
억울하다고 항변하는 타니야였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어떻게 알았어?”
“일의 진행도가 어느 정도 되었냐고 물어보니 다 알려 주던데요.”
“시켜서 왔다며!”
“당연히 거짓말이죠.”
“으…….”
뻔뻔하게 대답하는 데이지의 모습에 타니야는 울상을 지었다.
“어린 게 사람 속이기나 하고.”
“다 도련님에게 배웠습니다.”
“…어.”
단호한 데이지의 말에 타니야는 왠지 모르게 설득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설득되지 마, 이것아.”
“아니, 그래도.”
타니야 역시 르윈에게 몇 번 당한 피해자라고 할 수 있었기에 데이지의 말이 이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도련님, 하실 말씀은요.”
“응. 맞아.”
어서 자백하라는 듯한 데이지의 모습에, 르윈은 범행을 인정하는 범인처럼 자신의 죄를 인정…….
“내가 아카데미를 구했지.”
“…네?”
하지 않았다.
“교단과 아카데미가 눈치채지 못한 마신회를 먼저 눈치채서 알리고.”
이건 사실이었다. 가장 먼저 마신회의 암호를 보고, 교단에 알린 사람은 르윈이었으니까.
다만 그 방식이 조금 특이했을 뿐.
그 덕에 창조의 교단에서 더 많은 병력과 다른 교단의 지원까지 요청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막지 못한 창조의 교단을 대신하여 더는 테러를 진행하지 못하게 막았고.”
이 또한 사실이었다.
다만 그 방식이 자신이 대신 테러를 저질렀을 뿐이지만.
크게 보면, 그 덕에 부상자는 있을지언정 사망자가 나오지 않을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있었다.
“다른 학생들을 대신해서 인질이 되기까지 했지.”
이것 또한 르윈의 의도만 제외하면 맞는 말이었다.
“…….”
그러나 설명을 하나하나 듣고 있는 데이지로서는 기가 찰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다 사실이긴 하네.”
“이걸 이렇게 해석한다고?”
공범으로서 일을 진행하던 타니야와 베렐스조차 어이가 없을 정도.
“도련님, 그 말이 다 사실이라고 쳐도. 아니, 사실이겠죠.”
한참을 말이 없던 데이지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르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근데 그걸 도련님이 왜 하세요?”
“…세계 평화를 위해?”
데이지의 차가운 눈빛에 눈을 데구루루 굴리던 르윈은 자신이 한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호구 기질이 남아 있었나.’
창조의 여신이 들었다면 손뼉을 치며 환호했을 대사였다.
그래, 우리 세계 평화를 위해서 한 번만 더 노력하자.
그렇게 속삭이는 라헬의 음성이 들리는 기분이었다.
“공작가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도 지키고 싶으셨나요? 도련님이 언제부터 그런 거 따지셨다고. 그렇게 아카데미를 위해서 일하고 싶으면, 라일라 아가씨가 많이 힘들어하니 같이 학생회나 들어가세요.”
“그건 좀.”
“그럼 그냥 가만히 계시든가요.”
차가운 목소리로 르윈의 말을 끊은 데이지는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마녀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두 분도 문제세요. 아카데미 교수분들이, 학생이 위험한 일을 하면 막으셔야죠.”
“응?”
“그건 다 사연이 있는데…….”
갑자기 화살이 자신들에게 향하자 타니야와 베렐스가 어색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뭐라고 좀 해 봐.’
‘뭐라고 하는데. 얘가 넘기기로 한 물건이 너무 좋아 보여서 거절을 할 수 없었다고 말할까?’
솔직히 말하는 것도 애매했고, 딱히 변명거리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조용히 입을 다무는 두 마녀를 보며, 데이지는 한숨을 토해 내었다.
“하아! 도련님이 또 무슨 말로 설득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알고 싶지도 않고요.”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냐.
특히 타니야는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모임도 하고 있지 않냐.
“그건 처음 듣는데?”
“도련님은 몰라도 됩니다.”
설명을 요구하는 르윈의 말을 묵살하며, 데이지는 타니야와 베렐스에게 앞으로의 협력을 요구했다.
“이번 일은 어쩔 수 없죠. 이미 지나간 일을 들추는 것보다는 앞으로 신경 쓸 일이 더 많을 테니까요.”
“으응.”
“그렇지?”
슬슬 잔소리가 끝나는 것을 눈치챈 두 마녀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미 주인을 잘못 만나 인간 불신에 빠진 시종은 말만으로 사람을 믿지 않았다.
말이라는 것은 너무 가벼워서, 내뱉는 그 순간 사라지는 법이니까.
‘그러니까.’
“이게…….”
“뭐니……?”
데이지는 더는 말뿐인 약속을 믿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어길 수 없는 약속.
더 정확하게는.
“계약서요.”
실체가 존재하는 것은 물론, 법적인 효력은 물론, 마법적인 효력까지 갖춘 계약서만 믿을 뿐이었다.
“…응?”
“뭐라고?”
“강요는 아니에요. 그냥 제가 너무 억울해서. 길 가는 제국 감찰관이나 아카데미의 높으신 분들에게 모든 걸 다 털어놓을까 봐 걱정돼서요.”
너희만 사인하는 거 아니다.
나도 한다.
그렇게 주장인지 협박인지 모를 말을 하는 데이지를 보며, 르윈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대단하네.”
또 한 단계 성장했구나.
그런 시선을 보내는 르윈을 보며, 데이지는 밝은 미소로 화답해 주었다.
“다 좋은 본보기가 있으셔서요.”
다 너한테 배운 거다.
그렇게 말하는 주종을 보며, 두 마녀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의 내용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