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35. 인생 10회 차는 시도한다 (2)
“…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련님.”
오늘 아침, 매점 앞에서 있었던 일을 르윈에게 들려주는 데이지였다.
제발 이걸로 깨닫는 것이 있기를.
그런 마음을 담았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다른 의미로 예상대로였다.
“고난과 시련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 주지.”
“…….”
“거기에 힘이 있어야 평화가 있는 것을 깨닫다니. 역시 평화의 신과 함께할 자격이 있어.”
“…….”
사람이 망가졌다.
그런데 가장 큰 원인 제공자가 망가진 것이 아니라 강화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게 맞나?’
고난과 시련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고난과 시련을 경험할 필요가 있을까?
‘절대 아니야.’
데이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자신에게 다가왔을 때 그것을 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걸 위해 고난과 시련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름난 검사 중 실력 향상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간혹 존재하지만.
‘이거랑 비교하면 뭔가 미안해지는 기분이니까.’
하지만 이걸 말하면 검사와 종교인의 차이일 뿐, 강해지는 것은 똑같은 거 아니냐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그동안의 경험이 그 미래를 또렷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그래도 의외긴 의외네.”
“뭐가요.”
“레피스 선배는 조금 더 오래 걸릴 줄 알았거든.”
르윈이 보기에 레피스라는 존재는 좋게 말해도, 나쁘게 말해도 평범한 존재였다.
본인 또한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조용히 살아가는 것을 원했고.
‘그렇기에 바뀌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적어도 올해 연말, 길게는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도 그대로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테러 때문인가?’
비록 인질이 되거나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가치관이 바뀔 수 있었다.
그러니 갑작스러운 변화가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이건 좀 변수인데.’
확실히, 이번 일은 큰 변수였다.
평범했던 사람이 더는 평범하게 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괜찮으려나?’
옛말에 고기는 먹어 본 놈이 잘 알고, 돈은 써 본 놈이 잘 쓴다는 말이 있듯, 선을 넘는 것도 자주 넘어 본 사람들이 잘 넘는 법이다.
‘그냥 막 들이박지 않으면 좋겠는데.’
종교와 권력.
그것들은 선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지 않은 것들이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더 상위 작위를 가진 이들이 힘이 강할 것 같지만.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하여 백작의 작위를 가진 자가 남작위를 가진 자에게 고개를 숙여야 할 때가 있는 것이 권력이라는 것이었고.
한 교단의 주교가 여신의 변덕으로 천민 고아에게 무릎을 꿇을 수 있는 곳이 종교라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라헬이 우리를 밀어주고 있어서 그렇지.’
여신은 아직도 르윈을 호구로 생각하는 것 같지만, 르윈은 여신을 명확하게 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언제든지 사이가 틀어질 수 있었고, 그때부터가 진짜 무링교의 시작이기도 했다.
‘그동안 경험 좀 쌓아 두려고 했는데.’
그때까지 레피스를 창조의 교단과 붙여 두어 여러 경험을 하게 만들 생각이었고.
레피스의 성격을 고려하여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무슨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고.
또 실제로 그러했으니까.
‘자동 성장은 이제 끝인가?’
방치해도 알아서 성장하는 맛이 있었는데.
“데이지.”
“네, 도련님.”
“동아리 활동 정지 풀렸지?”
테러 이후 한동안 동아리 활동도 정지가 되었으나, 많은 학생들의 요청으로 인하여 아카데미 내부에서 활동하는 동아리는 활동 제한이 풀렸다.
“…네.”
그렇게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데이지를 보며.
“오늘부터 다시 가야겠네.”
르윈은 오랜만에 마음의 고향으로 향하기로 했다.
***
“와! 처음 오는 곳 같네.”
확실히, 오랜만에 찾아온 동아리는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벌써 1년을 넘게 드나들었던 장소였으나, 무언가 많이 바뀌었다.
동아리실은 그대로였으나, 그 안의 물건들이 제법 많이 바뀌었고, 또 사람도 많이 바뀌었다.
“…도련님.”
“왜?”
“그냥 다른 동아리 같은데요?”
“…그렇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학생들을 보며, 르윈은 조용히 동아리실의 문을 닫았다.
“…….”
그리고 문 위쪽에 달리 동아리 이름을 확인했다.
[현악기 동아리>“어쩐지. 나는 또 창조의 교단에서 악기 연주자 필요하다고 요청한 줄 알았네.”
다들 한 손에 악기를 들고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동아리실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왜 현악기 동아리가 우리 동아리실을 차지했어?”
“…저도 모르죠.”
“우리 동아리 망했나?”
작년이면 그럴 만했지만, 올해에는 신입생도 많이 데려왔는데.
거기에 대부분 레피스가 한 일이지만, 동아리 성과도 제법 내었는데!
“…이번 테러와 관련해서 해산 조치를 받았다거나.”
“창조의 교단에서 책임을 떠넘겼나? 거기면 그럴 만한데.”
하지만 제국이 노리는 것은 무링신 연구 동아리라는 신생 사이비.
아니, 동아리가 아니라 창조의 교단일 것이다.
그러니 떠넘긴다고 하더라도, 제국이 그것을 내버려 두지는 않을 터.
“저, 저기.”
그때 동아리실의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그 안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푸른 머리의 남학생 하나가 르윈을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무링신 연구 동아리 부원이신가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르윈을 보며, 남학생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와오!”
르윈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고난과 시련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자신이 말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강해질 줄은 몰랐는데.”
한 단계 성장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2~3단계를 한 번에 건너뛰어서 성장해 버렸다.
“진짜 몰랐어?”
“…네.”
입을 작게 벌린 채 멍하니 동아리 부실을 보는 데이지의 모습을 보니 사실인 모양이었다.
“하루도 안 되어서 동아리실을 강탈할 줄이야…….”
말을 걸었던 남학생, 현악기 동아리의 회장이었고.
그의 설명은 길었으나, 짧게 요약하면 이러했다.
‘무링신 연구 동아리가 우리 동아리 부실을 강탈했다.’
과거 제법 큰 규모의 동아리였고, 또한 피아노 등 제법 큰 악기들도 많이 보유하였기에.
지금은 적은 부원 숫자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제법 큰 동아리실을 사용하고 있던 현악기 동아리였다.
“피아노 때문에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지금 현악기 동아리에 피아노 치는 사람도 없잖아요. 그리고 피아노는 타악기로도 분류되지 않나?”
그러나 레피스는 현악기 연구 동아리가 지금의 규모와 걸맞지 않은 곳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피아노 또한 치는 사람이 없기에 타악기 동아리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일리가 있네.”
이미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데일드의 허락을 받고, 점심시간에 동아리실 교환을 성사시켰다.
“부실이 커지니까 여유 공간이 많이 생기네. 저기에 다과 시설 좀 보강하고. 인원수도 늘었으니 책상도 바꾸고. 의자도 추가하고. 중앙에는 작게 석상이라도…….”
아직 정리가 다 안 되었는지, 동아리 부원들을 부리며 레피스는 동아리실을 꾸미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제 막 들어온 어린 신입생들이 아닌, 기존의 중등, 고등부 부원들을 부려 먹고 있다는 점일까.
“안 되겠다. 총학생회 쳐들어가서 동아리 활동비 뜯어 올게.”
저게 그 무해한 소동물 같았던 레피스가 맞단 말인가.
당당하게 데일드에게 돈을 뜯어 오겠다고 선언하는 레피스를 보며, 데이지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어?”
그렇게 동아리실을 박차고 나오던 레피스는 르윈을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직 동아리실 이전은 공지 안 했는데…….”
어떻게 알았냐는 시선에 르윈은 솔직히 대답해 주었다.
“오랜만에 동아리실 가 보니까 다른 동아리가 있더라고요. 거기서 알려 주던데요?”
“그, 그렇네.”
생각보다 빠르게 동아리실을 찾아온 르윈으로 인하여 레피스는 많이 당황했으나, 과거와 달리 지금의 레피스는 성장한 상태였다.
‘이건 기회야.’
지금 자신이 하려던 일이 무엇이었는가.
바로 동아리 비용을 뜯어내려던 것 아니었던가!
과거였다면 도망쳤겠지만, 지금의 레피스는 달랐다.
“무링신 연구 동아리는 작년과 비교해서 100퍼센트가 넘는 성장을 하였으며, 활동 내용 또한 창조의 교단 및 여러 교단에서 인정한 활동이며!”
“옳소, 옳소!”
그대로 르윈을 데리고, 데일드가 있는 총학생회실로 쳐들어간 것이었다.
“…….”
그렇게 왜 무링신 연구 동아리에 지원이 필요한지를 성토하는 레피스와 그 옆에서 추임새를 넣는 르윈을 보며 데일드는 생각했다.
‘뭐지?’
지옥인가?
분명 오전에 찾아왔을 때만 하더라도 사이가 좋았던 것 같은데.
그래서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현악기 동아리의 부실과 무링신 연구 동아리의 부실을 교환할 수 있게 해 주었는데.
이제 볼일 다 봤다고, 쳐들어와서 돈을 내놓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것들아.’
좀 도와달라고 다른 학생회 임원들에게 시선을 보내었지만, 다들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공작가 도련님이신 르윈과 최근 주기적으로 감찰부에 불려 가는 레피스를 건드리는 것은 총학생회라고 하더라도 힘든 일이었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하지만 레피스가 성장한 만큼 데일드 또한 성장했다.
거기에 그는 연말까지만 하면 더 이상 학생도 아니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네.”
그뿐인가? 이미 출세가 확정된 공무원 확정자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는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킬을 사용하였다.
“무링신 연구 동아리는 확실히 인원도 늘었고, 성과도 인정받았지. 동아리 활동비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야. 그렇지만 예산 관련해서 내가 최종 결정자는 맞지만.”
그는 힐끔 다른 곳으로 시선을 주며 말했다.
“말 그대로 마지막에 도장을 찍어 주는 역할이고. 중간 과정은 내가 아니라 저쪽이 맡았거든.”
“야!”
벌떡 일어서서 삿대질하는 총학생회의 회계, 테라를 보며 데일드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
“자세한 금액은 저쪽 담당자와 상의를 하고 오세요.”
“아악!”
그 말에 머리를 부여잡으며 책상에 박는 테라였으나, 데일드는 그쪽으로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렇구나.”
“회계 선배!”
“…개새끼. 죽여 버릴 거야.”
어디선가 살기가 가득 담긴 중얼거림이 들린 것 같지만, 데일드는 전혀 찔리지 않았다.
‘내 업무 아닌 건 맞잖아?’
벌써부터 떠넘기기를 배운 데일드는 확실히 훌륭한 공무원으로서의 자질을 갖춘 인재가 맞았다.
***
‘생각보다 좋은데?’
일주일 후.
동아리 활동 비용을 든든하게 뜯어내어 공사를 진행한 결과, 무링신 연구 동아리의 부실은 제법 그럴듯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조각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하는데. 르윈 후배는 어떻게 생각해?”
뿌듯한 얼굴로 자신이 만들어 낸 장소를 둘러보던 레피스는 조심스럽게 르윈에게 의견을 물었다.
“어떤 거요?”
“무링신 조각. 일단 신비롭게 만들어 달라고는 했는데. 남신인지, 여신인지 조각사가 계속 알려 달라고 해서.”
신의 형상을 그대로 만드는 곳은 없다고 하지만 남신이냐, 여신이냐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주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많이 바뀌니 당연한 일.
그리고 대부분의 신은 명확한 성별이 존재했으나, 존재 자체가 불분명한 신인 무링신의 성별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일단 중성으로 가죠.”
“…응?”
그렇기에 르윈은 그 부분도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 두기로 했다.
“나중에 무링교가 더 커지면 인기투표해서 정하면 되죠.”
“…….”
아무리 그래도 신인데.
사이비 종교라고 하더라도, 그것보다는 신경을 더 써 줄 텐데.
‘이래도 되나?’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을 한 레피스였으나.
“그럼 뭐…….”
괜히 이런 것으로 신경을 써 봤자 자신만 피곤하다는 것을 레피스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알았기에, 그냥 르윈의 뜻대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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