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35. 인생 10회 차는 시도한다 (3)
어수선했던 아카데미가 진정이 되는 데 한 달의 시간이 더 걸렸다.
창조의 교단과 제국의 인원이 서서히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테러로 인하여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하던 학생들도 복귀하고.
대륙에서 전방위적으로 마신교 토벌이 진행될 무렵.
“이제 곧 시험이네.”
학생들에게는 또다시 위기가 찾아오고 말았다.
르윈의 말에 두 명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그런 둘을 보며 르윈은 생각했다.
‘이것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연애질만 하고 있으니 그렇지.
절로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그게 르윈이 노린 것이기도 했다.
‘얼굴이라는 개연성이 있으니, 당연히 예상했던 일이었는데.’
데이지에게 소식을 듣고, 종종 두 사람의 뒤를 미행한 르윈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실제로 인기가 많다는 것도 확인했고.
실제로 마녀의 후계자와 후작가의 도련님이 꼬인 것도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다.
이러려고 얼굴 믿고 뽑은 것이 맞았다.
그러나.
‘열받네.’
누구는 인생 10회 차를 살면서 손에 꼽을 정도로 경험했던 일을, 누군가는 인생 1회 차부터 쉽게 얻는다는 것에 열받았다.
심지어 안 그래도 없는 경험 중 하나는 통수의 역사이지 않는가!
“이번 시험 못 보기만 해 봐.”
“네, 네?”
“도련님?”
“죽었어.”
깍지를 낀 손에 턱을 기대며, 르윈은 예리엘과 하인스에게 사형선고를 날렸고.
그에 두 사람은 당황하며 도움을 요청했으나.
“요즘 두 사람이 공부를 소홀히 한 것은 맞으니까요.”
“누, 누나!”
“언니!”
르윈과 달리 믿었던 데이지에게 배신을 당한 두 사람은 큰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었으나.
“너희가 공부할 수 있게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오히려 배신당했다고 느낀 사람은 예리엘과 하인스가 아닌 데이지였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린 동생들이었기에, 어린 시절부터 꿈이 있다고 말하던 아이들이었기에.
그렇기에 그 꿈을 이루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혼자서 르윈을 따라다니면서 고통받았는데.
그런데 르윈을 따라 두 사람을 관찰한 데이지는 두 사람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행복한 아카데미 생활을 보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되길 원했는데.’
그래도 그렇게까지 즐거운 아카데미 생활을 하리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데.
데이지는 자신의 아카데미 생활을 떠올리며 순간적으로 울컥했다.
알고 싶지도 않았던 도서관 지하의 비밀을 알게 되고.
거기서 던전 탐험을 하고.
난데없이 아카데미 혁명의 주체가 되기도 하였으며.
역모에 피난을 온 타국의 왕자에게 흑막으로 기억되지를 않나.
역사와 전통의 테러리스트 집단, 마신교의 테러 현장 한복판에서 손가락 까딱할 수 없는 상태로 방치가 되기도 하였다.
“…….”
아카데미 생활 1년하고 고작 몇 달.
지금의 4배를 더 해야 졸업이라는 것이 다가온다.
그 사실을 깨닫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데이지는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꾹 참고 예리엘과 하인스를 노려보았다.
“잘해야 해.”
“…….”
“…….”
많은 것이 압축된 그 한마디에, 예리엘과 하인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아악!”
“왜 또 발작이야.”
“뭔가 될 것 같은데!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 같은데!”
시험 기간.
말로만 들으면 학생들이 가장 고생하는 기간으로 보이나, 사실 문제를 푸는 사람보다 더 고통을 받는 사람은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학생들이 배운 과정 이후의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나 점검하고.
또 문제에 오류가 있는지, 복수의 정답이 존재할 가능성은 없는지를 몇 번이고 확인해야 한다.
그뿐인가? 아주 특이한 경우지만 새롭게 나타난 논문으로 기존의 이론에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 그것을 문제 삼아 문제가 틀렸다고 하는 학생이 있을 수도 있기에 시험 문제와 관련된 최근 논문들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아무리 교수라고 하더라도 사람이었다.
학생들보다 조금 먼저 태어나서, 조금 더 많이 배웠을 뿐인 사람이다.
학생의 진화체인 대학원생에서 조금 더 진화한 존재.
실수도 하고, 모르는 것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비난을 이해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시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시험 기간이 되면 교수들 역시 예민해진다.
“그냥 지난 시험이랑 비슷하게 만들면 되잖아.”
“그럼 독창성이 없잖아!”
그런 의미에서 베르샤 아카데미의 교수들은 시험 기간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드림 월드를 이용한 시험.
그것에 대부분의 평가를 맡겼기에, 이론 부분에 대한 테스트 정도만 시험으로 준비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협동성을 중요하게 보면 될까? 아니야. 고등부라면 모를까. 기초부 애들은 아직…….”
반대로 말하면, 모든 부담은 드림 월드를 제작하는 타니야에게 떠넘겨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타니야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머리를 싸매며 끙끙거리고 있었다.
거기에.
“그냥 대충 하지.”
“몰랐을 때면 모를까. 이미 개안을 한 상태에서 대충 하라고? 그게 마녀가 할 말이야?”
마신교 테러 사건 이후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그것을 활용할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맴도는 타니야였기에 더욱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 페이지만 있었더라도!”
한 발짝이었다.
딱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무언가가 보일 것 같은데.
르윈이 준 드림 월드 설계도의 해석본은 딱 그 한 걸음을 보여 주지 않고 있었다.
“이 새끼, 노렸어.”
“그건 공감.”
무덤덤하게 악우의 한탄을 듣고 있던 베렐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르윈에게 마법서를 받았기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중요한 순간 끊는 게 보통이 아니었어. 다음 페이지를 내밀면서 무언가를 요구하면 영혼까지 팔 자신이 있을 정도야.”
처음 분할하여 준다고 하였을 때, 베렐스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아무것도 모르는 마법사라면 모를까. 관련 분야에 일생을 바치는 종족이 마녀인데.
심지어 그것을 가문이 대대로 이어받아 연구하는데.
힌트만 주면 그 뒷부분은 자력으로 깨달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것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윽! 이러면 수준이 너무 올라가서 제대로 평가가 안 되고. 그렇다고 빼면 수준이 너무 낮아서 또 평가가 안 되고.”
“그냥 대충 하라니까.”
“옆에서 잔소리나 할 거면 신경 쓰지 말고 공주님이나 보러 가. 요즘 너무 방치하는 거 아니야?”
창작의 고통을 알지 못하고, 그저 무언가를 터트리는, 파괴만 아는 녀석이 뭘 아냐.
그렇게 생각하며 베렐스에게 저리 꺼지라고 손짓을 하는 타니야였으나, 이어지는 말에 그대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플라나 님이 꺼지래.”
“…응?”
“안 그래도 경쟁자가 많아서 힘든데, 자기 시간까지 빼앗냐고 한 소리 하더라.”
“…무슨 경쟁자?”
“공주님이 반한 남자애가 인기가 참 많더라.”
그럴 만하지. 나이만 조금 많았으면 노려 볼 정도는 되었으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는 베렐스를 보며, 타니야는 진행 중이던 마력 회로 작업을 잠시 중단시켰다.
“아, 아직도야?”
“응.”
“그냥 소녀의 풋풋한 첫사랑 같은 거라며! 시간이 해결해 준다며!”
“그렇지. 그럴 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해.”
말하는 것과 달리 얼굴은 무언가를 내려놓은 듯한 표정의 베렐스는 타니야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알려 주었다.
“그런데 말이야.”
“뭐, 뭔데.”
“플라나 님은 말이야. 어리셔.”
“그, 그렇지.”
“많이 어리셔.”
“…….”
“소녀로 불릴 기간이 아직도 한참 남았단다.”
“…….”
그 말에 타니야의 눈이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울 만했다. 그러나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눈동자의 흔들림이 예상보다도 훨씬 강했다.
“왜, 왜 그래?”
그렇기에 베렐스는 역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주에 편지가 왔는데.”
“편지? 누구한테. 너 친구 없잖아.”
“…이년이.”
가슴 아픈 말이지만, 사실이었기에 타니야는 반론을 하지 못했다.
눈앞의 베렐스를 쫓아내지 않는 이유도, 그나마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저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니까.
“서, 설마?”
그렇게 입을 다문 타니야를 보며, 베렐스는 하나의 결론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친구도 없는 타니야에게 편지가 왔다.
그렇다면 편지를 보낼 사람은 단둘뿐.
“가문에서 설계도 좀 내놓으래?”
“아니…….”
하나는 타니야의 가문인 드림 가문에서 왔을 경우고.
그것을 제외하면.
“장로 회의에서 베르샤 아카데미 측이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마녀로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사람을 파견한다고…….”
“미친년아? 그걸 왜 바로 안 알려 주는데!”
“시험 만드냐고 까먹었다!”
“X나 당당하네!”
비상이었다.
차기 후계자가 인간 남자에게 반해 헬렐레한 모습을 보인다니.
바로 장로 회의가 열리고, 타니야와 베렐스는 파견 온 사람에게 머리채를 잡혀 끌려갈 것이다.
“야, 잠깐.”
“또 왜?”
“지난 테러에서 흔적 다 지워 뒀어?”
“…썅.”
거기에 아카데미 곳곳에 자신들이 저지른 흔적이 남아 있다.
인간 마법사라면 모를까. 감찰을 위해 파견되는 마녀가 그것을 못 알아챌 리가 없었다.
“…난 시험 준비해서 바쁘다?”
“나보고 다 치우라고?”
“사실 거의 다 네가 부순 거잖아!”
“흔적 남긴 건 대부분 네가 만든 드림 월드 변형식과 환각 마법이거든?”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카데미 시험이 뒤로 밀렸고, 그로 인하여 방학은 한 주 더 밀렸다는 것일까.
“넉넉하게 잡아서 두 달?”
“대충 그렇지.”
몰래 처리를 해야 하기에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아카데미 곳곳에 남긴 테러의 흔적을 지우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나.
“공주님은 어떻게 해?”
“그건…….”
차기 로드의 첫사랑이다.
언제 관을 준비해도 이상하지 않은 현 위치 로드를 대신하여 언젠가 위치 로드의 자리를 차지할 차기 지도자.
상식적으로 인간과의 연애를 말리는 것이 맞지만.
“…너 오래 살 생각이냐?”
“그럼. 넌 그냥 빨리 죽게?”
차기 로드의 나이는 어리고, 두 사람의 나이도 어리다.
즉, 아주 오랫동안 위치 로드로 모셔야 할 사람이라는 말이었다.
“로드의 첫사랑을 망친 주범으로 평생을 기억되겠지?”
“평생 갈굼당해도 할 말이 없기는 한데…….”
마녀의 일생은 길다.
능력이 있으면 있을수록 길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타니야와 베렐스는 제법 능력이 있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살날도 많았다.
“…그래서 날 불렀다?”
“살려 주세요!”
“플라나 님의 연애를 막아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중한 공주님이 반한 남자에게 주인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주인과 두 마녀 사이에 안면은 물론, 거래한 전적도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남의 연애 사정에는 끼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남은커녕 자신의 연애도 제대로 못한 르윈이었다.
내 코가 석 자인데, 다른 사람까지 신경을 쓰라니.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은 표정으로 두 마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들의 표정은 간절했다.
“어,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잖아요.”
신분의 차이를 생각하면 그렇긴 했다.
“거기에 제가 확인한 바로는 우리 공주님의 일방적 사랑이고!”
르윈이 보기에도 그렇게 보이기는 했다.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딱히 반한 것도 아닌 느낌.
딱 말하자면 우유부단한 주인공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미래는 모르는 일이다.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플라나의 공세에 하인스가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리고 괜히 끼어들었다가는 나도 공범이 되잖아.”
“…….”
“…….”
자신들을 지난 사건에 공범으로 만들었으면서, 자기는 공범이 싫다고 주장하는 르윈을 보며 두 마녀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역시 안 되네.’
‘그냥 해 줄 인간은 아니지.’
이건 마지막까지 아끼고 싶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타니야는 마지막 수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