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
2화 1. 인생 10회 차는 세상을 구할 생각이 없다 (2)
평범한 시골 소년이었던 빌은 고아였지만 주변의 사랑을 받고 자랐다.
고아인 그를 거두어서 키워 준 수녀는 그에게 있어 부모였고, 같은 처지인 다른 아이들은 그의 형제였다.
풍족한 삶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궁핍한 삶도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은 선한 이들이었고, 그들의 일손을 돕는 정도로 끼니를 굶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가던 그의 인생을 바꾸는 일이 있었으니.
-아이야, 세상을 구할 아이야.
바로 세상을 창조했다고 일컬어지는, 창조의 여신에게 신탁을 받은 일이었다.
그렇게 빌은 평범한 시골 소년에서 여신에게 선택받은 용사가 되었다.
모든 것은 인류를 위해.
모든 것은 세상을 위해.
모든 것은 창조의 여신을 위해.
용사 빌은, 용사로서의 사명을 지키기 위해 살았고.
용사 빌은 세상을 위해 살았고.
역사에 기록된 마족의 첫 침공에, 자신의 목숨을 불태워 마왕과 동귀어진하는 것으로 그는 세상을 구하였다.
그런 그를 여신은 안타깝게 생각했던 것일까?
빌은 기억을 간직한 채, 데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데인 배그르드.
약소국, 그것도 힘없는 남작가의 출신으로 태어났지만, 고아로 자랐던 인생 1회 차를 생각한다면 매우 사치스러운 삶이었다.
물론 다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가난하기에 서로서로 돕던 이전 삶과 달리 인생 2회 차의 형제들은 매우 탐욕스러웠다.
장남인 형은 욕심이 많았고, 장녀인 누나는 형보다 조금 더 욕심이 많았으며, 동생은 욕심을 넘어 욕망이 철철 흘러넘칠 정도.
그런데도 빌은, 아니 데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야, 세상을 구한 아이야.
지난 생에 들었던 목소리.
내용은 조금 바뀌었으나, 그것이 여신의 목소리라는 것을 데인은 알고 있었다.
신탁.
다시 한번 세상에 위기가 찾아온 것이었다.
마족의 꼬임에 넘어간 인류의 배신자들은 제국의 심장부까지 이미 침입한 상태였고, 제국의 황제조차 그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있었다.
마족이 아닌, 인간과의 싸움.
같은 인간과의 싸움이 혼란스러웠지만,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된 싸움은 그의 정신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인간 세상에 침투한 마족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흑마법사들로 인하여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모르는 싸움이 계속되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각오를 다진 데인은 제국과의 전쟁에서 우세를 점치는 순간을 노려, 단신으로 제국의 심장을 노렸다.
그렇게 제국의 황제를 조종하던 흑마법사의 수장과 그를 조종하던 마족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흑마법사의 수장이 자신의 목숨을 제물로 삼아 만든 저주에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렇게 두 번째 인생마저 허무하게 끝나는가 싶었을 때.
‘응?’
인생 3회 차가 시작되었다.
‘어라?’
여신님께서 나를 불쌍히 여겨 다시 살아갈 기회를 주신 걸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세상은 또다시 위험에 빠지고. 다시 용사로 선택을 받고.
그리고 세상을 위해 싸우다가, 적과 함께 죽었다.
“응애?”
인생 4회 차.
슬슬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말았다.
또 세상에 위기가 찾아오는 것일까.
나는 또 용사가 되어야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았지만, 이번 삶은 평화로웠다.
그렇기에 아카데미라는 곳도 가 보고, 즐거운 학창 생활을 보내며, 자신을 좋게 봐 주신 교수에게 인정을 받아 대학원생이 되었다.
“응?”
뭔가 이상하다.
그것을 깨달은 것은 늘 인자하던 교수님의 본모습을 본 이후였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 버리고 말았다.
학생과 대학원생.
몇 글자 차이가 안 나는데, 즐거웠던 학창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일들이 가득했다.
그렇게 노예, 아니 대학원생 생활 2년 차.
차라리 용사로 사는 것이 편할 것 같다고 생각할 무렵.
-세상을 구한 아이야.
다행히도 세상은 위기에 빠졌고, 그는 기쁜 마음으로 용사가 되어 대학원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
그렇게 인생 5회 차, 6회 차, 7회 차, 8회 차, 9회 차를 끝낸 끝에.
이 세상을 아홉 번 구한 용사는, 작게 중얼거렸다.
“으애.”
‘이걸 또 살리네.’
르윈 디 드라이르프.
인생 10회 차에서 받은 자신의 이름을 곱씹으며 세상을 아홉 번 구한 용사는 생각했다.
‘신이란 것들은 양심이라는 것이 제거된 존재라는 내 가설이 맞았어.’
인류의 주신이라는 창조의 여신도 그렇고 마족의 주신이라는 마신도 그렇고.
자기 자식들이라면서 매번 싸움박질이나 하게 만드는 것부터가 신에게는 양심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열 번이나 살려 낼 리가 없지.’
초창기에는 ‘여신께서 나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 거구나!’라고 감탄을 했지만, 이제는 달랐다.
세상이 나약해서, 자신이 태어날 때마다 세상에 위기가 찾아온다?
말이 안 된다.
그보다는 세상이 위기에 빠질 것 같을 때 자신을 살리고 있다는 편이 더 합리적이었다.
“어어.”
망할.
그렇게 중얼거린 아이는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더럽게 크네.’
그나마 챙겨 준다고 티를 내고 싶었던 것일까.
환생할 때마다 그가 태어나는 환경은 더 좋아지고 있었다.
고아에서 남작가가 되었고, 그 이후에도 몇 번의 환생 후 자작, 백작이 되었으며 전생에서는 후작가의 장남으로까지 태어났었다.
‘이번 생은 장남은 아니지만.’
제국의 두 개의 기둥 중 하나, 드라이르프 공작가.
세계 최고의 무력을 지닌 가문의 삼남.
그것이 바로 르윈 디 드라이르프의 신분이었다.
‘나쁘진 않아.’
귀족은 위에 있으면 있을수록 해야 하는 일이 많다.
가주나 후계자가 되면, 거의 일에 치여 사는 수준이다.
전생에 용사이자 후작가의 후계자로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던 만큼 르윈은 권력을 원하지 않았다.
그저, 이번 생은 자유롭게.
남들처럼 평범하게.
‘아카데미도 다니고, 연애도 좀 해 보고, 결혼도 하고!’
인생 10회 차가 되어서 연애 경험 3회에 결혼 횟수 0회라니.
‘심지어 그중 한 번은 거하게 뒤통수를 처맞았지.’
얼얼함을 넘어 비수로 찔린 듯한 경험이었다.
가장 믿었던 연인과 친구가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니.
끝없이 타오르는 분노가 그를 잠식해 나갔고, 재수 없게 그 분노에 화풀이를 당한 대마왕 아펠리오스는 장렬하게 산화하고 말았다.
‘그런 짓까지 당하고 내가 세상을 구하면 사람 새끼인가.’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전설의 동물, 블랙 말랑 카우지.
더는 세상을 구하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신탁 한 번만 더 해 봐라.’
신전에서 용사가 깽판 치는 모습을 보여 주리라.
역대 용사들이 쌓아 왔던 업적을 무너트리는 행위이지만, 르윈은 당당했다.
어차피 그 모든 업적을 세운 사람은 자기 자신이었기에!
“어어.”
인기척을 느낀 르윈은 생각을 멈추고 응애를 내뱉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마력의 흐름이 원활하군요.”
그러자 누가 봐도 마법사처럼 보이는 노인이 인자한 웃음과 함께 말을 내뱉었다.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이 정도면 마력의 축복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웅!”
노인의 말에 화답하듯 르윈이 목소리를 내었다.
‘실제로 비슷하니까.’
앞으로 세상의 위기를 막아야 할 몸이어서일까.
인생 10회 차의 경험에서 그는 재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저 배움이 부족했던 인생 1회 차 시절, 마법을 배울 시간이 없었기에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을 뿐.
그것도 인생 2회 차에서 10년의 긴 전쟁을 통해 마법을 배울 수 있었고, 인생 3회 차에서는 마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최적의 방식까지 만들어 내었다.
‘숨쉬기 운동은 잘하고 있으니까.’
이름하여 숨쉬기 운동!
천지 만물에는 마력이 있고, 그 마력을 빌리는 것뿐이다.
그가 처음 마법을 배울 때 들었던 말로, 인생 9회 차에 이르러서도 변하지 않았던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인생 3회 차 시절, 그 말을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했고, 결국 하나의 해답을 만들었다.
호흡.
사람이 보통 마력을 모으는 방식에는 세 가지가 존재했다.
첫 번째는 본능.
숨을 쉬는 것이 당연하듯 사람이 마력을 얻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저 마력이 늘어나는 속도가 매우 느릴 뿐.
하지만 간혹 나타나는 천재들은 따로 무언가를 배우지 않아도 많은 마력을 얻거나 빠른 마력 회복이 가능했다.
두 번째는 마력석이나 영물, 영초 등을 이용하는 방법.
대표적으로는 맨드레이크라는 약초가 있으며, 그것을 가공하여 복용할 경우 빠르게 마력을 늘릴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이 마력 수련법.
기사나 마법사들을 양성하는 곳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마력을 모으는 방법들을 이르는 말이었다.
마력석 등으로 만든 공간에서 마력의 흐름을 더 자세하게 느낄 수 있게 하거나, 스승이 제자에게 직접 마력의 움직임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행위.
그중 첫 번째와 마지막 방법에 공통점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호흡이었다.
숨을 쉰다.
생물이라면 대부분이 하는 그 행동으로 세상에 있는 마력들이 조금씩 몸 안으로 축적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 행동을 최적화시킨다.
무의식적으로 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력을 빨아들이고, 그것을 몸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숨만 쉬어도 강해질 수 있도록.
말도 안 되고, 어떻게 보면 웃기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더럽게 약하고, 위험에 잘 빠지는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라고 인생 3회 차의 르윈은 생각했고.
결국 세 번의 인생을 더 살아간 끝에 진짜로 숨만 쉬어도 강해지는 방법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응애.”
지금 이 순간에도 르윈은 대기에 있는 미세한 마력을 호흡을 통해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주 미세한 마력이지만, 그것을 매 순간 하는 것으로 육체는 마력에 익숙해지고, 더 많은 마력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성장한다.
어린 시절에 할수록 효과적인 마력 수련법.
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강해지는 용사의 비기.
“검을 잡으면 쉽게 벽에 가로막히지 않을 것이고, 마법을 배운다면 상급 마법에 도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세계의 강자의 기준은 마력이다.
아무리 뛰어난 검사라도 마력이 받쳐 주지 않는다면 마스터라 불리는 곳에 이르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이해하고 있더라도 상급 마법을 발휘할 수 없다.
‘그 정도가 목표라면 이런 게 필요도 없지만.’
하지만 용사의 재능이라는 것은 고작 마스터나, 상급 마법을 발휘하는 정도는 우스운 것이었다.
숨쉬기 운동은 그보다 더 먼 경지, 자신이 죽지 않으면서도 마왕의 모가지를 날리기 위해 만든 수련법이었으니까!
“으아!”
인생 10회 차가 울부짖었다.
이제 더 세상을 구할 마음은 없지만, 용사로서 더럽고 추악한 세상에서 힘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너무나도 많이 경험해 보았다.
‘따지고 보면 걔들이 바람피운 것도 내가 죽어서 가능했던 일이었으니까!’
마왕 따위와 동귀어진만 하지 않았다면 과연 그 연놈들이 대놓고 결혼할 수 있었을까.
‘아니지.’
용사는 강했다.
인생 9회 차 동안 경험한 일들이 마족이나 그와 연관된 괴물들과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하는 것이었기에.
그렇기에 그가 눈을 치켜뜨는 것만으로도 귀족들이 아티팩트를 가져다 바쳤고, 그의 협박에 일국의 왕조차 돈과 군사를 바칠 수밖에 없었다.
‘더럽고 치사한 세상.’
이번에는 끝까지 버틴다.
여신의 수작질이든.
더럽게 성실한 마족 놈들이든.
내 인생의 앞길을 가로막는 놈들은, 무조건 다.
“아아!”
‘죽여 버릴 거야.’
살벌한 외침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발성 기관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도련님이 활기차시군요.”
“아이들이 다 그렇죠.”
아이를 지켜보던 두 사람은 르윈의 외침에도 인자하게 웃을 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