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35. 인생 10회 차는 시도한다 (5)
이기지 못할 싸움은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때까지 도망쳐야 한다.
그것이 플라나의 결론이었고, 괜찮은 선택이기도 했다.
“찾았네요.”
“헉!”
상대가 데이지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어, 어떻게 여기를?”
플라나는 마녀들 사이에서도 천재성을 인정받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어린 나이임에도 수많은 마법을 배웠고, 또 그것을 활용하는 것에 능숙했다.
거기에 베르샤 아카데미가 어떤 곳인가?
땅덩어리만 놓고 보면 제국 수도에 있는 아카데미 중 최고이며, 지방과 비교해도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플라나는 자신이 있었다.
대책을 세우기 전까지 데이지에게 도망쳐 다닐 자신이.
이 드넓은 아카데미에서 자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사람 한 명 정도는 따돌릴 자신이 있었다.
“드라이르프 가문의 시종이라면 기본적으로 추격술과 은신술 정도는 배워야 하거든요.”
그러나 그 자신감은 하루도 되지 않아 박살이 났다.
전력을 다한 은신 마법은 너무나도 쉽게 간파되었고.
온갖 마법을 사용하여 거리를 벌렸으나, 잠시 숨을 고르면 바로 옆에 다가와 있었다.
그렇기에 순간적으로 데이지의 말에 순응할 뻔하였지만.
“거짓말!”
아무리 대귀족이라고 하더라도, 시종들이 그런 것을 배울 리가 있겠는가!
아무리 인간 세상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아닌 건 아니었다.
“저도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네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하는 데이지의 모습에서 진심을 읽은 플라나는 혼란에 빠졌으나.
‘일단 도망쳐야 해.’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렇기에 타니야는 은밀하게 마력을 운용하려 했으나.
“또 도망치려는 거군요.”
“어떻게?”
이미 숨 쉬기 운동으로 단련이 된 데이지는 플라나가 마법을 사용하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또래는 물론 나이가 한참 많은 선배들조차 눈에 들지 않았던 플라나로서는 어디서 이런 괴물이 튀어나온 건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익!”
최악인 것은 그 괴물이 자신의 적이라는 것과 싸워서는 이길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플라나는 순간적으로 마력을 뿜어내었다.
어차피 들킨 것, 대놓고 쓰려는 생각이었다.
“이건.”
그에 데이지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도망치는 사람의 뒤를 쫓는 것도, 미약한 마력을 파악하는 것도 익숙한 일이지만.
순수한 마법 실력만 놓고 보면, 안타깝게도 데이지는 플라나보다 하수일 수밖에 없었다.
“곤란한데요.”
강렬한 바람이 몰아치는 것을 느끼며 데이지는 인상을 찌푸렸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아카데미 내부에서 이 정도 규모의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학칙 위반이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기물 파손을 우려한 학생회 임원이 달려올 것 같은 상황이었으나.
“불어라, 폭풍!”
플라나의 입장에서는 벌점을 받는 것보다 데이지에게 잡히는 것이 더 위험한 일이었다.
“조금만 갇혀 계세요!”
다행인 점은 플라나의 마력 통제가 능숙하여 마법이 폭주하는 일은 없다는 것.
그리고 데이지에게 피해를 줄 생각은 없었기에 구속을 목적으로 한 마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곤란한데.”
원한다면 마법을 뚫고 나갈 수는 있겠으나, 자칫 잘못하다가는 주변에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렇기에 플라나가 사용한 마법을 확인하며 마법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던 데이지는 폭풍이 사라지자 다시 플라나를 찾으러 움직였다.
***
“이, 이건 너무 불공평해.”
플라나는 서러움을 가득 담아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 나이에 무슨 일을 했기에 그렇게 사람을 잘 찾아내는지는 모르겠는데. 진짜 마음먹고 숨어도, 어차피 동아리에 가야 하잖아. 그럼 어차피 들키잖아!”
“그럼 동아리를 잠시 쉬시면…….”
“그럼 본말전도지! 헤어지기 싫어서 도망치는데, 도망친다고 선배를 만나지 못한다니!”
“그럼 그냥 헤어지시는 게…….”
“뭐라고?”
도끼눈을 뜬 채 자신을 노려보는 차기 후계자의 모습에 타니야는 시선을 피했다.
‘들키면 죽는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플라나의 반응이 진심이었다.
데이지가 날뛰는 이유가 자신들의 사주였다는 것을 알면, 몇십 년 갈굼으로는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타니야는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아카데미 교수잖아. 무슨 방법이 없을까?”
간절한 목소리로 내뱉는 부탁에, 타니야는 최선의 수를 빠르게 도출해 내었다.
“저는 정식 교수라기보다는 기술직 비슷한 거라서 권한이…….”
정식 교수가 아닌 것도 맞고 기술직인 것도 맞지만, 현재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중요도만 놓고 보면 타니야의 중요도는 베렐스보다도 위였다.
분명 마녀가 마법사로서, 학자로서 뛰어난 인재인 것은 맞으나.
그렇다고 베렐스가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마법사는 아니었고.
그녀보다 마법 실력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가르치는 실력은 위인 사람들은 얼마든지 존재했다.
그에 비해 타니야의 드림 월드는 드림 일족만의 고유 마법이었고, 심지어 그것을 사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했다.
사용자가 많은 화염 계열, 그중에서도 폭발 계열 마법사하고는 비교하는 것이 우스울 정도였고.
아카데미의 평가가 그러했고.
또한 타니야 본인도 평소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가…….”
“저보다는 정식 교수로서 수업도 진행하는 베렐스가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이 위기를 벗어날 수만 있다면 베렐스를 언니라 부를 수도 있었다.
“베렐스는 언제 오는데.”
“수업이 끝나고 오겠죠?”
“바쁘구나.”
아쉽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는 플라나를 보며, 베렐스에게 조금은 미안한 감정이 생기는 타니야였으나.
‘너도 똑같은 선택을 했겠지.’
서로를 잘 알기에 알 수 있었다.
여기에 있는 것이 자신이 아니라 베렐스였다면, 그녀 또한 자신을 팔아먹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죄책감이 싹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저랑 달리 수업이 끝나면 할 일이 없으니까, 그때 이야기를 해 보는 게 어떠세요?”
“그럴까?”
“네. 동아리 활동이 끝날 때쯤이면 베렐스도 한가할 거예요.”
그렇기에 거리낌 없이 친구를 팔아먹을 수 있었다.
“…그때까지 잘 도망쳐야겠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기사 동아리에 피해가 가지 않게 동아리실 내부로 직접 들어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도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활동이 끝날 때까지 대기하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압박을 받고.
또 언제 상대가 생각을 바꿔 동아리 활동 중에 쳐들어올지 모르겠으나.
‘그때까지 어떻게든 방법을 준비해야 해.’
절대 헤어질 생각은 없으니까.
그렇게 각오를 하는 플라나였으나, 그녀는 가장 중요한 첫 관문조차 아직 통과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한 플라나였다.
***
“도련님, 오늘도 실패했습니다.”
“제대로 하는 거 맞지?”
“네.”
오늘도 플라나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데이지는 르윈에게 솔직하게 문제점을 고백하였다.
“힘으로 밀어붙이면 제가 이길 수 없습니다.”
태생적인 차이였다.
원래부터 마력이 풍부한 마녀, 그중에서도 역대 최장수 위치 로드의 직계 혈족이었다.
거기에 후계자 자리를 받을 정도로 확실한 재능, 그리고 본인의 노력까지 더해진 순간 아무리 데이지라고 하더라도 그 간격을 잡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다.
“음…….”
선배나 동급생도 아니고, 후배에게 밀린다는 것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게 부끄러울 만도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부정하면 발전할 기회를 잃어버릴 것이다.
‘그래도 상대가 너무 나쁘네.’
데이지도 어디 가서 뒤처질 애가 아닌데, 매번 상대가 좋지 않다.
‘매점 주인한테 영약 좀 챙겨 달라고 해야 하나?’
수수료가 비싸긴 했으나, 과거의 자신이 숨겨 놓은 보물들을 제법 팔아 둔 상태였다.
그렇기에 상당히 많은 비자금을 조성하였고, 거래를 지속하는 조건으로 베르샤 아카데미의 1매점의 주인이 비자금 일부를 맡아 주고 있었다.
아카데미에서 매점을 하는 사람치고는 수상할 정도로 유능한 그였기에, 자신이 요청한다면 마력을 상승시키는 영약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애들도 기회를 봐서 먹일 생각이었으니까.’
그 시기를 조금 당겨도 괜찮지 않을까.
‘일단 나부터지만.’
이미 공식, 비공식 루트로 이런저런 영약을 구하고 있으니,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르윈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데이지 역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도련님, 플라나 님을 쫓으면서 진지하게 고민을 했습니다만.”
“간절한 모습을 보니 반대하기 싫어졌어?”
“그건 아닙니다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대귀족 가문에 종속되어 공식적으로는 평민 취급이나, 한때 노예였던 경력이 있는 하인스와 한 종족의 후계자인 플라나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말에 걸맞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교수로 있는 마녀들이, 그 둘이 헤어지길 원했고, 르윈 또한 그것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그랬지.”
타니야가 말한 보상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달콤했기에 부탁을 수락한 르윈이 순간적으로 움찔했으나, 데이지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생각을 해 보니…….”
그 정도로 데이지는 진지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애초에 두 사람은 사귀는 사이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
“플라나 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심지어 하인스는 그것을 알지도 못하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하인스뿐만 아니라 예리엘도 눈치 더럽게 없던데.”
흑심 가득한 데이트 요청을, 그냥 같이 수련하자는 것으로 알아듣고.
‘나 너한테 관심 있는데’를 너랑 한판 붙고 싶다고 이해하는 녀석들이었다.
그야말로 로맨스 소설의 둔감 주인공들을 현실로 끌어낸 듯한 녀석들.
부끄럽게도 그게 자신의 시종들이라고 르윈은 생각했다.
“그러니 헤어지라고 하는 말은 틀린 것 같습니다.”
“애초에 연인도 아니니까?”
“네. 마녀의 후계자와 연인 관계인 것은 매우 곤란하고, 귀찮은 일도 많이 생길 것 같지만. 친한 친구 사이, 혹은 선후배 사이는 오히려 좋은 것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
하지만 그게 말이 쉬운가.
이미 하인스에게 단단히 홀린 플라나를 그냥 친한 선후배 사이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방법이 있습니다.”
“진짜?”
“네. 그것도 매우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뭔데?”
아무리 연애 경험은 10회 차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인생 10회 차조차 생각하지 못한 방법이라니.
무슨 기상천외한 방법일까.
“정말로 간단합니다.”
살짝 기대한 르윈이었으나, 데이지의 말대로였다.
그 방법은 매우 간단하고.
“…그렇네.”
그러면서도 매우 합리적인 것이었다.
***
그날 저녁.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한 하인스는 갑작스러운 호출에 샤워만 끝낸 후 다급히 뛰쳐나왔다.
아직 말리지 못한 머리카락 끝에서 물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질 정도였지만, 하인스는 그것을 신경 쓰지 못했다.
“아니, 도련님…….”
“그렇게 되었다.”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황망한 표정으로 르윈을 바라보던 하인스의 귓가로 데이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건의한 거야.”
“아니, 누나… 그게 무슨 말이야…….”
생각지도 못한 말에 다시 한번 충격을 받은 하인스였다.
“내가… 내가… 맞선이라니.”
누나, 그게 무슨 말이야.
그 공허한 외침이 한동안 하인스의 입 안에 맴돌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