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36. 인생 10회 차는 팝콘을 씹는다 (4)
“아, 아파요오오!”
비명을 내지르는 여인을 바라보며, 르윈은 한숨을 내쉬었다.
평범한 미녀라고 부를 수 있지만, 르윈의 손에 착착 감기는 거대한 귀는 인간과 달리 머리 위에 달려 있었다.
“또 왔냐?”
용사 공인, 여신의 스토커라고 할 수 있는 종족.
그것이 바로 수인족이었다.
동물의 일부 특징을 지닌 종족으로 인간이 편의상 수인족이라고 부르고 있을 뿐, 세세하게 분류하면 수많은 종족으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이들이 살아가는 종족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으니.
늘 그렇듯, 대륙의 역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대부분 범인인 종족, 바로 인간에게 핍박을 받아 온 역사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 새끼들은.’
왜 그 인간의 최고신인 창조의 여신의 광신도일까.
르윈은 늘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마녀는 용사로서 중재했고, 또 교단의 지원으로 마녀 사냥의 역사를 끊을 수 있게 되었으니 창조의 여신인 라헬에게 호감을 느낄 만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비슷한 처지였던 수인족이 창조의 여신을 섬기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으나.
마녀와 수인족의 결정적인 차이를 르윈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새끼들은 원래 그랬으니까.’
수인족들은 마녀처럼 인간에게 핍박을 받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겉으로 보면 인간과 똑같은 마녀를 사악하다고 괴롭히고.
더 나아가서 같은 인간도 나랑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리는 종족이 인간이었다.
그런 놈들이 자신들과 완전히 다른 수인족을 내버려 두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간이라는 종족은 늘 상식을 뛰어넘는 종족.
타 종족의 핍박도 상식을 초월해서, 수인족은 아예 종족 취급을 해 주지 않았다.
동물 취급, 혹은 마수 취급.
미지의 영역이었던 마대륙에서 마족이 넘어오고, 그들 중 수인족과 비슷한 놈들이 있는 것을 보고 난 이후에는 마족 취급은 덤이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들을 하나의 종족 취급도 하지 않은 인간들의 최고신에게,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것처럼 행동했다.
핍박을 받던 그 시절에도 말이다.
‘그냥 변태인가?’
세상에 많고 많은 취향이 있고, 맞는 것을 좋아하는 변태적인 취향 또한 존재한다고 한다.
반대로 때리는 것을 좋아하는 취향 역시 존재한다고 하니, 인간이 그러한 성격이라서 인간들이 믿는 최고신을 맞는 것을 좋아하는 수인족들이 좋아하는 게 아닐까.
“끄앙! 아파요! 귀 떨어져요!”
아무리 용사님이라도 이건 토끼 학대예요!
그렇게 선언한 아이리는 무릎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이러면 잡아당기지 못하죠! 제가 더 크죠!”
작은 편이지만 아이리는 르윈과 달리 성인이었고, 그렇기에 일어서면 귀를 위로 잡아당기지 못한다.
“바보냐?”
“끄앙!”
귀가 잡혀 있기에 고개를 숙인 아이리를 한심하다는 듯 내려다보며 르윈은 귀를 잡아당겼다.
위아래로 못 잡아당기면 옆으로 잡아당기면 그만.
“요, 용사님! 너무해요!”
“누가 용사야.”
그거 은퇴했는데.
사직서를 제출할 겸, 대마왕 소리 듣던 놈도 같이 넣었으니.
아무리 블랙 기업의 수장 라헬이라고 해도 은퇴를 허락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여신님께서 말씀하셨는데! 용사님 맞이하라고 했는데!”
“…….”
신이라서 그런가, 아무래도 라헬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아니면 그냥 라헬이 X년이든가.’
개인적으로는 후자 쪽이 더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며, 르윈은 두 발에 마력을 담으며 말했다.
“토끼 수인의 자랑은 그 큰 귀와 가벼운 발걸음이지?”
“넹!”
“나도 그거 잘하거든.”
“넹?”
토끼의 발걸음.
마력을 담은 발이 바닥을 딛고, 허공도 딛는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허공으로 뛰어오르는 르윈을 아이리는 멍하니 지켜보았다.
‘손은 그대로인데?’
더 정확하게는 르윈의 손에 들린 자신의 귀를.
“끄아아아앙!”
르윈의 발걸음에 따라 같이 끌려가게 된 아이리가 울상을 지었다.
“아파요오오오!”
가볍게 나뭇가지 위에 착지한 르윈이 토기 귀를 잡아당기며 고개를 내렸고.
그의 시선에는 끄아앙! 하며 울부짖는 토끼 수인이 허공에서 발을 휘젓고 있었다.
“음.”
“끄앙! 찢어진다! 찢어져! 진짜 찢어져요오오오!”
기다란 귀를 잡은 손을 몇 번 튕기니 요란한 비명을 내뱉는다.
그러나 르윈은 수인의 신체가 얼마나 강인한지 알고 있다.
종족에 따라 그 차이가 있다고는 하나, 이 정도로 찢어질 만큼 이 토끼의 귀는 약하지 않다.
‘조류 수인 중에는 깃털 하나만으로도 버티는 놈도 있었으니까.’
괜히 인간의 핍박을 맨몸으로 버텨 온 종족이 아니었다.
수인족은 강하다. 강하지 않았으면 옛날 옛적에 인간의 손에 멸종했을 터였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강함을 증명하는 이들.
반대로 말하자면, 인간이라는 놈들은 옛날부터 미친 짓거리를 많이 해 왔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 생각하면 용사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마왕을 쓰러트린 것도, 마왕군을 막아 낸 것도 아닌 인간이라는 종족이 사고 친 것을 뒷수습한 게 아닐까.
“끄아아앙!”
아이리의 토끼 귀를 잡아당기며 르윈은 그렇게 생각했다.
“살려 주세요, 용사님.”
“죽어.”
“히익!”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다 나오는 일들이었다.
숲에 들어오면 일단 쏘고 보는 엘프나 사람 모습만 보여도 마법을 날리던 마녀들.
마왕을 쓰러트릴 무기를 받으러 가면 머리를 향해 던져 주는 드워프를 말리고, 보자마자 가운데 있는 손가락을 내미는 요정들을 설득하는 데 얼마나 고생했던가.
괜히 평화의 상징이 비둘기에서 용사가 된 것이 아니었다.
그만큼 인류의 평화를 위해 평생을 개같이 굴렀고.
그로 인하여 얻은 평화를 누리지도 못하고 대부분 요절했다.
그런데 그걸 또 하라니.
안 한다고 거부하는데 귀찮은 스토커를 보내서 갈구다니!
“너는 내가 어떻게 보여.”
“그야 완전무결한 용사님으로,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빛이!”
“빛이 말하는 것 봤냐?”
“끄앙!”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이 조금은 안쓰러워 보일 만도 하나, 르윈은 자비 없이 손을 털었고.
그때마다 중력의 영향을 받는 아이리의 눈가에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너, 너무해.”
용사님을 만난다기에 기대했는데.
이렇게 너무하다니.
‘아니야. 이건.’
“이건 다 고난과 시련을 이겨 낼 수 있는지 시험하는 거다. …같은 생각 하면 진짜 찢어 버린다.”
“헉! 어떻게!”
“죽어라, 진짜.”
“끄앙!”
어째서 수인이라는 것들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는 게 없을까.
인간도 상황에 따라 라헬을 팔아먹는데, 이것들은 왜 변하지를 않을까.
“따라 해 봐. 라헬 바보.”
“어, 어떻게 그렇게 불경한 말을!”
“라헬 병신.”
“절대 못해요!”
귀를 잡아당길 때마다 끄앙끄앙! 하면서도, 절대 여신을 욕하는 것만은 할 수 없다고 한다.
‘사실 즐기는 게 아닐까.’
진짜 수인 마조히스트설이 맞을 것 같다고 느껴질 정도다.
‘마음만 먹으면 날 제압하는 것도 가능할 텐데.’
아무리 토끼 수인이 전투력으로 수인 중 최약체에 속하는 종족이라고 하더라도, 수인은 수인이다.
귀만으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도 멀쩡한 것만 보아도, 그 내구성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데.
그런 그녀가 고작 귀가 잡혔다고 무력화될 리가 없다.
그저 르윈이 용사니까.
창조의 여신인 라헬에게 선택받은 유일한 자이니까 불경하게 대할 수 없을 뿐.
“진짜. 마음에. 안 드네.”
“끄앙! 깡! 끄아앙!”
그런 사실이 더 마음에 안 들었기에 르윈은 손을 튕겼고, 아이리는 그 박자에 맞추어 비명을 질렀다.
“됐다.”
말로 해결이 되면 그게 광신도인가.
인간들보다도 더욱 지독한 광신도인 수인족이었기에, 르윈은 한숨을 내쉬며 붙잡고 있던 귀를 놓아주었고.
툭.
귀를 놓는 순간, 아이리의 몸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땅으로 향했고.
아이리는 그대로 발을 허공에 튕기더니 무사히 착지했다.
“아파아아.”
무사히 풀려난 귀를 매만지던 아이리가 화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르윈을 올려다보았다.
“용사님!”
“용사 아닌데요.”
“용사라고 부르면 화내면서!”
“용사가 아니니까, 용사라고 부르면 화를 내지.”
“그, 그런가?”
“…….”
라헬이 많이 급했나.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덜 떨어지는 애를 보내지는 않았는데.
‘아닌가?’
생각해 보면 수인족이라는 것들은 늘 나사 하나가 빠진 놈들이었다.
이번에는 우연히 머리 쪽의 나사가 많이 빠진 애가 왔을 가능성이 없진 않지.
“…하.”
문제는 그 나사 빠진 것들이, 라헬의 말 하나는 더럽게 잘 듣는다는 것이었고.
또 스토커로서는 최고의 재능을 가진 이들이라는 것이다.
“집에나 가라.”
“여, 여기가 이제 집인데요.”
“노숙자였구나.”
“아, 아니! 이 숲이 집이라는 말이 아니라! 노숙자도 아니고요! 이제 용사님의 옆이 제 집이라는 말이었는데요!”
“미안. 우리 집은 애완동물 금지라서.”
쌍둥이도 태어나서 토끼털이 날리면 애들 기관지에 안 좋다.
그렇게 말하는 르윈을 보며 아이리가 울먹였다.
“아무리 그래도 애완동물 취급은 너무하잖아요, 용사님!”
세상 서러운 감정이 가득 담겨 있는 말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죄책감을 느낄 것이 분명했다.
“용사 취급이 더 너무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한 말을 들은 르윈이었기에, 아이리의 말을 무시할 수 있었다.
“용사는 아무나 못해요!”
“아무도 안 하는 거겠지.”
“그럴 리가!”
“그럼 네가 하든가.”
“네? 제가요?”
용사를, 내가?
르윈의 말을 들은 아이리가 한참을 고민하더니 퍼덕거리며 소리쳤다.
“어, 어떻게요!”
“봐 봐. 너도 안 하네.”
“아, 아니, 이건 못하는 거죠!”
“나도 못하는데.”
다 큰 성인에 수인도 못하는 용사를 나 같은 연약한 아이에게 시키려고 한다니.
“…….”
얼핏 그럴듯한 말로 들을 수 있으나, 아이리는 속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요즘 연약한 어린아이는 기도하는 수인 귀를 잡아당기고, 허공을 박차고 뛰어올라 수인을 매달아요?”
약육강식 소리를 듣는 수인족의 어린아이들도 그런 짓은 안 해요.
그렇게 주장하는 아이리를 보며 르윈은 턱을 쓰다듬었다.
“안 해?”
“안 해요.”
“나도 용사 안 해.”
“네. 그럼…….”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또 속았다!
르윈의 말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던 아이리는 표정을 굳히며 선언했다.
“아무리 그래도, 용사님이 용사님인 건 어쩔 수 없어요. 다 창조의 여신 라헬 님의 의지니까.”
“누가 그러는데.”
“창조의 여신님이요!”
“나는 못 들었는데?”
“저는 들었어요!”
“그렇게 주장하겠지. 하지만 나는 못 들었잖아.”
그러니 무효다. 억울하면 삼자대면하게 라헬 데려와라.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르윈이었고, 또 진짜로 데려오면 그때는 진짜 너 죽고 나 죽자는 마음으로 싸울 생각이었다.
어차피 마왕하고 같이 죽은 게 몇 번인데, 여신이라고 못할까.
“으으……!”
그렇게 주장하는 르윈을 보며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아이리였다.
여신님을 데려오라니. 그게 가능할 리가 있겠는가!
“아무튼 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것도 다 여신님의 뜻이니까!
“마음대로 하세요. 대신 각오는 해야 할 거야.”
“각오는 되어 있어요!”
그렇게 각오를 다진 아이리는 일주일 후 르윈과 재회할 수 있었다.
“…살려 주세요.”
베르샤 아카데미에 마련된 임시 감옥 안에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