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37. 인생 10회 차의 유익한 여름방학 (2)
“오!”
골렘에 각인을 끝낸 르윈은 자신의 모습과 흡사해진 골렘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별론데?”
그러나 막상 완성된 모습을 보니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흡사한 모습이나, 너무나도 어설펐다.
뭐라고 해야 하나.
“기분 나빠.”
차라리 아예 다른 모습이라면 이런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매우 비슷한데. 90퍼센트 정도는 똑같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10퍼센트 정도가 어색한 느낌이니 더 기분 나빠.’
그 차이에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는 르윈을 보며 타니야가 한숨을 내쉬며 말하였다.
“여전히 신랄한 평가네요.”
“체형이나 모습은 어설프지만, 제대로 작동하면 환영 마법을 기본으로 깔고 가니까.”
요컨대, 골렘 기술만으로 완벽하게 따라 하는 건 한계가 있기에 마법의 힘도 빌린다는 말이었다.
“그럼 마력이 민감한 사람은 의심할 수도 있다는 말인데.”
“사람처럼 심장 부분에 설치된 마력석으로 마력을 사용해서 생각보다 눈에 안 띄니 괜찮아요.”
“뭐, 알고 있는 상태에서 보면 눈치를 챌 수밖에 없지만.”
“비밀이 중요하겠네.”
역시 플라나와 거래를 하지 않았던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럼 시운전이나 해 볼까?”
“마력석에 마력이 얼마나 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저 정도면 한두 시간 정도는 움직이겠지?”
“아마도?”
고개를 끄덕이는 베렐스를 보며 타니야는 기본적인 조작 방법을 르윈에게 알려 주었다.
“쉽네.”
몇몇 세밀한 조작이 추가되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일반 골렘의 조작과 다르지 않았다.
“그럼 어디.”
각인된 마력을 이용하여 팔을 움직여 본다.
“…….”
고개를 살짝 갸웃거린 르윈이 이번에는 다리를 움직이며 방 이곳저곳을 걷게 했다.
“…음.”
다시 고개를 갸웃거린 르윈이 이번에는 골렘에 각인된 기능 중 하나인 소리 전달을 사용해 보았다.
“아아. 하나, 둘, 셋, 넷.”
“…아아. …하나, 둘, 셋… 넷.”
“이거 자꾸 한 박자씩 늦는데?”
“기술적 한계로 인하여 딜레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그건 나도 아는데…….”
르윈이 이 골렘을 사용하려는 것은 곧 찾아올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올해도 르윈의 바른 생활을 위해 고군분투할 예정인 데이지를 속일 필요가 있었다.
“안 되겠다.”
뭔가 될 것 같으면서도 안 될 것 같기도 한 완성도에 르윈은 과감한 판단을 내렸다.
“써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나가 보면 알겠지.”
“…진짜로요?”
“어쩔 수 없잖아. 설마 멀어진다고 조종도 안 되고, 폭주하는 건 아니지?”
“마녀의 기술력이 그렇게 허접할 것 같아요?”
타니야의 장담대로 시험 운전을 하는 르윈 1호는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아카데미를 활보하였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사람들이 피하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일까요?”
“르윈 학생, 혹시 왕따야?”
본인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으나.
그래도 베렐스는 아카데미의 교수로서 학생들의 따돌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기에 르윈에게 물어보았고.
“아닌데?”
“…….”
“…….”
그럴 리가 있겠냐는 르윈의 대답에 두 마녀는 그저 입을 다물 뿐이었다.
“대화를 나누어 봐야 어느 정도 느낌이 올 텐데.”
제법 조종에 익숙해졌기에 딜레이가 생기는 것까지 고려하여 움직이는 르윈이었으나, 동작보다도 중요한 것이 바로 대화였다.
“응?”
그런 르윈의 시선 끝에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괜찮겠지.”
당사자와 익숙하다기보다는 그 조상과 익숙한 사이였지만, 아무려면 어떠한가.
-르윈 선배님?
-안. 녕.
상대도 자신을 알아보았기에 르윈 역시 평범하게 대화를 진행했다.
“어쩐지 아까보다도 대화가 어색한 느낌인데.”
“멀리 떨어져서 그런가?”
…라고 생각했으나,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니 아닌 것 같다.
‘동요하지 마. 비슷하게 생긴 다른 사람이야.’
상대도 비슷하지만 다른 사람.
그리고 대화를 하는 당사자 또한 자신이 아닌 골렘이었다.
가짜와 가짜의 대화.
여기서 긴장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마음을 다독이며 시답지 않은 대화가 몇 번 오갈 때였다.
-마를렌!
다급히 뛰어오는 학생이 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마를렌을 대하는 태도나 복장으로 볼 때, 아마 기초 교육 1학년의 신입생으로 보이는 남학생이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제법 괜찮게 단련이 되어 있는 몸.
어린 나이를 생각하면 제법 많은 노력이 필요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을 보아하니, 그다지 좋은 기억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누. 구?
그렇기에 르윈은, 아니 르윈 1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보았다.
“타이밍이 안 맞는 거 맞네.”
이번에는 제대로 된 타이밍에 말을 걸었으나, 역시나 조금은 어긋난 듯한 대답이 들려온다.
그에 투덜거리는 르윈을 모른 채, 마를렌은 열심히 새로운 인물을 소개하고 있었다.
-아, 그게…….
예상대로 같은 반 친구라는 이야기가 되돌아왔다.
지난 테러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자신을 보살펴 주고 있다는 것은 덤.
“착한 아이네.”
“우리 아카데미에도 저런 애들이 있었구나?”
마녀들 사이에서 베르샤 아카데미의 이미지가 뭔가 많이 꼬인 느낌이었으나,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트라우마?’
무슨 일이 있었던가 싶어 잠시 고민을 한 르윈은 그녀가 마신회에게 납치되었던 인물 중 하나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교육상 안 좋기는 하지.’
트라우마는커녕 인질로서 인질범들을 암살하고 다녔던 르윈이었다.
용사 생활 9회 차.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것으로 트라우마가 생기는 것은 옛적에 졸업한 르윈과 달리, 평범한 아이라면 여기서 트라우마 하나쯤 얻어 가는 것이 보통이겠지.
‘그래서 상담사라는 사람이 그렇게 질문을 많이 했나 보네.’
마지막에 ‘이게 드라이르프인가?’라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린 이유를 드디어 깨달은 르윈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빌 데인이라고 합니다. 이전에 한 번…….
“아, 입학식에 그 녀석이네.”
전생에 숨겨 두었던 보물 창고의 위치도 기억하고 있는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의 기억력이 어설프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니.
‘내가 지웠구나.’
빌 데인.
올해 초, 입학 시기에 잠시 마주쳤던 인연이었다.
‘대충 하급 귀족임에도 영지민들을 지키기 위해 용맹하게 싸우다가 돌아가신 부모님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했던가?’
이름이 자신의 첫 번째 이름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나쁘지 않을 텐데.
“어?”
그렇게 생각했던 것도 잠시, 순간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에 르윈의 두 눈이 빛났다.
***
빌은 심장이 강렬하게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르윈을 바라보았다.
‘기사의 가문, 드라이르프.’
제국에 수많은 기사 가문이 존재하나, 가장 상징적인 곳은 역시나 드라이르프 가문이었다.
아버지처럼, 스승님처럼 두려움에 굴하지 않는 기사가 목표인 빌로서는 경외해 마땅한 곳.
물론 그것만으로 심장이 이렇게 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을 증명한 분.’
르윈 디 드라이르프.
그는 자신을 증명한 사람이었다.
지난 마신회의 테러 당시, 인질로 잡힌 이들을 풀어 주는 것을 대가로 자신이 인질이 되기로 한 것이다.
이 얼마나 용맹한가!
아무리 드라이르프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1년을 10년처럼 보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죽어라 노력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고작 11살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마신회 같은 악명 높은 집단의 손에 무력하게 죽을 수 있다.
그걸 모르지 않을 터였다.
그런데 그는 제국 최고의 귀족으로서 의무를 다하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모든 귀족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지만, 정작 지키는 이는 거의 없다는 말.
그것을 고작 11살의 나이에, 가만히 있었어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았을 텐데도 지켜 내었다.
그야말로 제국, 아니 대륙 최고의 기사 가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드라이르프의 직계에 걸맞은 행동이었다.
그렇기에 빌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르윈을 바라보았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과연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아직도 그때의 아픔 때문에 고통받는 마를렌을 괴롭지 않게 만들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용기와 객기는 종이 한 장 차이이고, 빌은 자신이 그걸 구분할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르윈 디 드라이르프라면.
저 사람이라면.
‘어쩌면 마를렌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어렴풋한 기대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가능할 것 같다고 빌은 생각했다.
그러나 빌은 알지 못했다.
르윈에게 뭔가를 기대한 사람들은, 그 기대가 처참하게 무너진 경험이 한 번씩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번에 빌이 그 차례라는 것을 말이다.
“…어리. 석구나.”
“네?”
싸늘한 말투였다.
그에 시선을 돌리자 철혈이라 불리는 그의 아버지처럼, 찌르면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르윈의 모습이 빌의 눈에 들어왔다.
“아렐리드 가문. 으로서. 두려움을 느끼다니.”
정말로 찔러도 피가 안 나오는 상태라는 것을 모르는 빌은 르윈의 싸늘한 말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아무리 고귀한 가문의 출생이라고 하더라도, 무슨 특별한 버프 같은 것을 받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자라는 환경이 더 좋을 수 있으나, 똑같은 인간이었고.
아무리 용사의 동료였던 이들의 후손인 마를렌이라고 하더라도, 저 나이에는 어른의 보호가 필요했다.
“마를렌은 잘못이 없습니다!”
마를렌은 명백히 피해자였다.
그 누구도 그녀를 비난할 수는 없을 터였다.
“아… 니다.”
그러나 르윈은 그것을 강하게 부정하였다.
입력 오류로 인하여 어조가 바뀐 것이지만, 빌에게는 그렇게 들렸을 뿐이었다.
“귀족. 이라면. 감당해야 하는 일일 뿐이다. 너의… 부모도. 그러지 않았는가?”
“…그거랑은 다릅니다!”
죽은 부모님은 어른이었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신념에 따라 목숨을 내건 것이다.
그에 비해 마를렌은 악의에 가득 찬 불한당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것뿐이었다.
“애초에 눈앞에서 사람이 죽으면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어린아이든, 다 큰 성인이든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걸 보고 누군가를 탓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나쁜 것은 테러를 일으킨 마신회이지, 그로 인한 피해자가 아니다.
빌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정리도 하지 못한 채 쏟아 내었다.
“나, 난 괜찮아, 빌.”
“그럴 리가 없잖아!”
빌과 르윈이 싸우는 듯한 모양새가 되자 마를렌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빌을 말렸지만, 빌은 마를렌이 작게 떨고 있는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르윈 선배는 틀렸습니다!”
“내가?”
빌은 자신의 외침에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르윈을 보며 안색을 굳혔다.
기본적으로 마법 처리가 되어 있기에 표정을 바꾸는 것 정도는 가능한 일이었으나, 마력석의 마력이 얼마나 있는지 몰라 절전 모드로 골렘은 운용하고 있기에 표정이 바뀌지 않는 것뿐이지만, 빌이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빌은 르윈이 괴물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 괴물.
어떤 점에서는 그 누구보다 훌륭할 수 있으나, 어떤 점에서는 그 누구보다 악랄할 수 있는 자.
“드라이르프 공작가인 내가?”
단 한 줌의 의심도, 감정도 들어가지 않은 그 말에 빌은 숨이 턱 막히는 듯한 압박마저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