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13)
213화 37. 인생 10회 차의 유익한 여름방학 (3)
-드라이르프 공작가인 내가?
“퍄! 대사 진짜 찰지네!”
혼자서 말하고, 혼자서 감탄하는 르윈을 보며 타니야와 베렐스는 어이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저기.”
“뭐 하세요?”
촌극도 이런 촌극이 없었다.
무슨 옛날 연극에서나 나올 법한 거만한 대귀족 같은 말들만 연신 내뱉고 있지 않은가!
“여기서 뭐라고 말해야 더 악당 같을까.”
심지어 자신들의 예상이 맞았던 모양이었다.
격렬하게 반응하는 빌을 상대로 르윈은 실실 웃으며 다음 대사의 후보들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했는지 아는 것이냐?
“딜레이도 슬슬 익숙해지고 있고.”
-알고 있습니다! 선배의 말이 옳지 않다는 것도!
-하찮은 남작가 주제에. 감히 내게 그런 말을 내뱉는 것인가?
“크으으! 죽인다!”
“…미친 건가?”
“원래 미쳐 있던 것 같기도 하고.”
언젠가 한 번 해 보고 싶었던 망나니의 삶은 아니나, 오만한 귀족을 연기하는 것도 제법 재미가 있었다.
“느낌 알았다.”
이제는 딜레이를 오히려 이용하여 대화를 자연스럽게 만드는 법을 깨우친 르윈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더 오만하고, 싹수도 없으며, 가문의 자만과 허영에 빠진 귀족을 연기할 수 있었다.
-아카데미에서 신분은 상관이 없다고 배웠습니다!
-그따위 명분을 믿는 놈이 아직도 있을 줄이야……. 어리석구나.
“마법으로 목소리를 직접 보낼 수는 없나? 말투가 너무 일정한데.”
“그러면 말할 때마다 마력이 퍼져서 이상할 텐데요.”
“이건 어떻게 말하는데?”
“골렘 내부의 장치로 출력하는 느낌인데…….”
설명은 제법 길었지만, 요컨대 기술적 한계로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아쉽네.”
이 말투는 어떻게 할 수 없나.
그렇게 입맛을 다시고 있는 이들과 달리, 르윈 1호를 상대하는 두 사람은 숨이 턱턱 막히고 있었다.
-그게 무슨!
“얘가 참 순진해.”
저런 반응을 의도하고 말한 것이기는 하나, 실제로 아카데미에서 신분을 따지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명분에 가까웠다.
그것을 믿고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학생이 아직 있다니.
“시골 촌놈이라서 그런가?”
“그건 좀 심한 말인 것 같은데…….”
“그냥 순수한 학생이어서 그런 건 아닐까?”
순수하다.
참으로 좋은 말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좋게 말해서 순진한 거지, 나쁘게 말하면 멍청한 거다.
그런 사람을 주변은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 법이다.
‘나처럼.’
멍청한 시골 촌놈에게 용사라는 감투를 씌워, 여신은 9번의 인생을 부려 먹었다.
그러니 나도 한 번쯤은 이용하여도 괜찮지 않을까.
‘나는 여신처럼 죽게 할 생각도 없으니까.’
그러니 악역을 연기한다.
상대가 얼마나 호구인지, 아니 착한지를 알기 위해.
-말 그대로다. 현실을 모르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빌 데인.
첫 번째 용사처럼 살라며 부모가 지어 준 이름.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뜻에 걸맞게 용사가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테니까.
***
“어리석구나.”
자신의 말을 부정받으면서도, 빌은 꺾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활활 불타올랐다.
“어리석어도 좋습니다. 그게 맞는 길이라면!”
이미 르윈에 대한 존경과 환상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지금은 그저 뼛속까지 귀족 의식이 가득한 저 사람에게 자신의 의지를 전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사과하세요.”
“비, 빌!”
당황하는 마를렌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빌의 의지는 굳건했다.
당신은 틀렸다.
마를렌은 잘못한 것이 없다.
그것이 세상을 모르는 것이라고 한다면, 영원히 모르는 채로 살면 되는 것이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건가?”
“압니다. 잘 알죠.”
르윈 디 드라이르프.
드넓은 땅과 수많은 민족을 통치하는 바벨리안 제국에서도 단둘뿐인 공작 가문.
그곳의 삼남이 바로 르윈이었다.
비슷한 또래지만, 그 격은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그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황족이나 같은 공작 가문인 라인하르트 가문.
그리고 열두 개의 후작 가문의 직계 혈통, 타국의 왕족과 각 교단의 성자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변하는 것이 있습니까?”
그러나 아무리 고귀한 신분의 말이라고 하더라도,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빌은 그것을 믿었다.
“있지. 내가 원하는 것만으로도. 네 아카데미 생활은. 쉽게 바뀔 것이다.”
“그렇겠죠. 하지만 제 의지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래?”
툭툭 끊어지는 말에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욱 무서웠지만, 빌은 주먹을 움켜쥐며 각오를 다졌다.
“그렇다면. 증명해라.”
얼음보다도 차가운, 마치 기계라고 해도 믿을 수 있는 시선을 마지막으로 자리를 떠나는 르윈의 뒷모습을 빌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다음 날.
“네가 빌 데인이냐?”
르윈의 경고대로 빌의 앞에 그가 보낸 자가 나타났다.
바로 현재 아카데미에서 가장 유명한 선배 중 하나.
“바니남 선배?”
“…넌 죽었다.”
바니남, 하인스.
기사 동아리의 선배이기도 한 그는 살기를 내뿜으며, 조용히 읊조렸다.
“검을 들어라.”
그리고 르윈의 경고대로.
“죽어라!”
“으아악!”
지옥 같은 나날이 시작되었다.
***
보통 르윈과 그 시종들이 만나는 곳은 아카데미 광장이라거나 식당 같은 공용 공간이었으나, 외출을 강력하게 거부하는 하인스의 요청으로 하인스의 기숙사에 모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고난과 역경은 사람을 더욱더 강하게 만들어 주지.”
르윈은 이들을 이곳에 부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운을 떼었고.
“하아압!”
그 첫 구절을 듣자마자 예리엘은 하인스의 방 창문을 몸으로 부수며 그대로 뛰어내렸다.
“야!”
덕분에 오늘 밤은 차가운 밤바람을 맞고 자게 생긴 하인스가 소리쳤지만, 예리엘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나구나!’
비록 예리엘이 두뇌파가 아닌 육체파라고 하나, 그렇다고 눈치까지 말아먹은 것은 아니었다.
안쓰럽게 자신을 보는 데이지와 하인스의 시선으로, 다음 타깃이 자신이 된다는 것쯤은 이미 예상을 한 상태.
‘고난과 역경은 사람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준다.’
그렇기에 그 대사의 뒷부분이 자연스럽게 완성되었다.
‘그러니 고난과 역경을 경험하고 더욱 강해져라, 예리엘!’
“…라고 말하겠지!”
예리엘은 이를 악물고 달렸다.
공작가의 흑막으로 타국에 알려진 데이지와 바니남으로 아카데미 전역에 이름을 떨친 하인스를 보았을 때, 자신에게 찾아올 고난과 역경은 아주 엄청난 것일 테니까.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면 더욱 엄청난 일이 될 것이니까!
“끅!”
그러나 그 도주는 얼마 지나지 않아 르윈의 기습을 받고 끝나고 말았다.
‘이게 언니가 말한 그건가!’
온몸은 물론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제압법.
몸속의 마력을 이용하여 강제로 풀려고 해도 풀리지 않는 기술에 예리엘은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차라리 죽여 주세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질질 끌려간 예리엘은 하인스의 침대에 짐짝처럼 던져졌다.
“아오.”
신기하게도 침대와 부딪치는 순간 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마치 몇 분 전으로 돌아온 듯한 기분에 예리엘은 바람이 불어오는 창문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곳에는 이것이 꿈이나 환상이 아니라는 듯, 자신이 몸으로 부수고 나간 텅 빈 창틀이 가득했다.
“귀찮으니까 그만 도망치고. 나랑 일 하나만 하자.”
“…맞선은 싫어요!”
“맞선 아니야.”
“바니남도 싫습니다!”
“그것도 아니고.”
터무니없는 소리를 내뱉는 두 시종을 보며 르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나마 정상이라고 볼 수 있는 데이지에게 이번 기회에 소원 하나를 물어보기로 했다.
“도련님이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해지기를.”
“소원 성취되었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없으니까.”
“…….”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데이지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 내며 르윈은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아까도 말했지만, 고난과 역경은 사람을 강하게 해 주지. 그런 표정 짓지 말고. 서로 보지도 말고. 너네한테 시킨다는 소리가 아니야.”
“…그럼요?”
“너희 동아리에 빌이라는 녀석이 있거든.”
“빌이요?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빌은 르윈의 인생 1회 차 이전부터 흔한 이름이었고, 최초의 용사가 전설로 남겨진 이후에 그 이름은 더욱 널리 퍼지게 되어 한 마을에 빌이라는 이름이 열댓 명 있을 정도였다.
“이름은 빌 데인. 나이는 너희보다 한 살 어려.”
이제 햇병아리인 예리엘과 하인스였다.
그런 둘보다도 어리다니.
“신입생이군요.”
“그런데 왜요?”
고개가 절로 갸웃거려지는 상황이었다.
갑자기 찾아와서는 이름도 잘 모르는 후배에게 고난과 역경을 주어야 한다니.
“너희가 대신 할래?”
“원래 신입생은 좀 혼나면서 배우는 거죠.”
“당연하지!”
‘싫으면 너희가 뭘 할 수 있는데. 대신 해 볼래?’라는 듯한 르윈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격하게 저으며 르윈이 원하는 대답을 해 주었다.
“그래. 너무 무리하게 할 필요는 없고. 그 녀석도 기사 동아리라고 했으니까 대충 대련 느낌으로…….”
빌 데인.
자신의 1회 차의 이름을 가진 그에게서 르윈은 재능을 보았다.
호구의… 아니, 용사의 재능을!
“한계까지 쥐어짜. 마른 걸레에서 물이 안 나올 정도로!”
걸레가 마르면 원래 물이 안 나온다.
그렇게 지적하려던 세 사람이었지만, 괜히 시끄러워지지 않게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
첫날, 예리엘과 하인스는 빌 데인이라는 소년을 찾을 수 있었다.
확인은 간단했다.
“너 르윈 디 드라이르프라고 알고 있냐?”
“…그 사람은 왜요.”
적의를 숨기지 않으며 르윈이라는 단어 하나에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는 빌의 모습에 예리엘과 하인스는 긴급회의를 가졌다.
“그래서 누가 키울래?”
“돌아가면서 적당히 키우는 게 좋지 않을까?”
“괜히 그러다가…….”
티격태격하던 둘은 결국 가위바위보를 하였고, 그로 인하여 첫 번째 타자는 하인스로 당첨이 되고 말았다.
“운도 지지리도 없지.”
그렇게 선택된 하인스는 빌을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개인실에 불러내고는 검 하나를 던져 주었다.
“실력 좀 보자.”
“네, 네?”
갑자기요?
빌이 당황을 하든 말든 하인스의 검격은 빌에게 향했고, 빌은 이를 악물며 그것을 피해 내었다.
“…….”
그렇게 한동안 공방이 계속 이어졌고, 그 결과 하인스는 빌 데인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었다.
‘너무 평범한데?’
검술도, 보법도 너무나 평범한 수준이었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아주 오랜 시간, 눈앞의 벽을 묵묵히 두들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실력이었으니까.
좋게 말하면 노력가고, 나쁘게 말하자면 그다지 재능이 없다는 것일까?
“으아악!”
열 합도 채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빌을 보며, 하인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녀석을 왜?’
이 불쌍한 녀석이 르윈의 눈에 든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는 하인스였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도 곧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번 건국제 전까지 작년 너희들 수준 정도는 만들어라.’
실패하면 아주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르윈의 미소는 지금 생각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러니 지금은 실패하면 안 된다.
바니남 2탄은 죽어도 성사시키면 안 되었으니까!
“이 정도가 끝이냐? 도련님의 말처럼 별 볼 일 없기는 하지만…….”
르윈의 이름을 듣자 이를 악물고 일어난 빌은 크게 소리쳤다.
“아직 할 수 있습니다!”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하인스에게 달라붙었지만.
“…….”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빌을 보며, 하인스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