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14)
214화 37. 인생 10회 차의 유익한 여름방학 (4)
할 일 없는 예리엘과 하인스에게 미래의 호구, 아니 용사 후보 1의 자동 성장을 맡긴 르윈은 다음으로 관리해야 할 대상을 찾았다.
“잘 있네?”
“…진짜로 일해야 해요?”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내용이 나이 서른 먹고도 취직 활동을 하지 않는 백수 귀족 같았으나, 대상의 종족을 생각하면 내뱉을 만한 말이긴 했다.
“여긴 수인 사회가 아니라 인간 사회거든.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유명한 말인데 몰라?”
“…….”
모르는데요.
아이리는 순간적으로 그렇게 대답할 뻔하였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또 귀가 잡히리라는 것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수인이라는 종족은 그냥 야생에서 풀 뜯어 먹고, 사냥도 가끔 하고, 그렇게 사는 건 알지만. 여기서는 자연에 있는 것도 다 주인이 있다, 이 말이야.”
겁을 주기 위해서 지어낸 말이 아니었다.
제국의 모든 영지는 그것을 관리하는 귀족이 존재하고, 그 귀족들에게 영지를 하사한 것은 공식적으로 황제였다.
“그러니 돈 주고도 못 사는 거지.”
상인들이 괜히 돈을 주고 작위를 사는 것이 아니었다.
귀족이 되면 세금을 더 뜯기는 대신 여러 혜택이 존재하고, 또 상인 중 영지 없이 작위만 받는 이들이 대다수라고 하나.
영지를 얻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작위를 얻는 상인들 또한 존재하였고.
그 대표적인 예가 베르샤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골드워 가문이었다.
“뭐, 상업의 도시인 말레드 같은 특별한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정말 특이한 경우고, 나머지는 아니라는 거지.”
“그, 그렇군요.”
“그래! 이 땅도 다 아카데미 이사장인 골드워 가문 소유! 즉, 이곳에서 나오는 풀 한 포기조차 이사장에게 권한이 있는 거지!”
“그, 그렇지만! 뒷산에서 학생들이 막 풀 뜯고 그러던데!”
“…그건 학생들은 이 아카데미 소속이라서 가능한 거지.”
“그, 그런가.”
순간적으로 말이 멈추었지만, 딱히 변명이 생각나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미친 건가?’
분위기상 지난 사건의 여파가 다 끝난 것처럼 보이나, 공식적으로는 아직 진행 중인 사건으로 취급받고 있었다.
지금도 종종 이사장을 비롯한 교수들이 제국 공무원들과 협조를 하고 있었고.
외부 인원을 철저히 단속하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학생들의 외부 외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비록 뒷산이라고 불리는 곳이 아카데미 내부에 존재한다고 하나, 지금 같은 시기에 출입이 허가되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의 경우, 살아남은 마신회 잔당들이 숨어 있을 만한 곳이 딱 뒷산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아카데미 교수로서, 여기서 일해서 먹고살아야 하는 법. 특별히 마녀의 협조까지 얻어서 추천받은 자리니까 잘해.”
“…네.”
아이리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으나, 아카데미에서 그녀에게 내건 조건은 최고 대우였다.
안 그래도 ‘세계 최초 마녀가 수업하는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물 들어올 때 노를 열심히 젓고 있는 베르샤 아카데미였는데.
마신회라는 암초를 만나 기세가 꺾이는 것은 물론 배가 그대로 수장되게 생긴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때 제 발로 찾아온 수인 교수라!
‘수인족 교수가 있는 아카데미!’라는 좋은 타이틀을 가질 좋은 기회였다.
‘어디서 엘프랑 드워프만 데려오면 다종족 아카데미 타이틀 걸어도 될 텐데.’
드워프는 미끼가 있다고 해도, 엘프를 데려올 만한 미끼는 없었다.
그러니 아쉽지만 다종족 아카데미는 나중의 일로 생각하고.
“2학기부터 수업에 투입이지?”
“네. 그것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뭔데?”
“무슨 수업을 하죠?”
아카데미에서 처음으로 요청한 자리는 전투 관련 교수였지만, 아이리는 다른 수인처럼 전투력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수업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할 줄 아는 게 없어?”
“…네.”
두 귀를 축 늘어트리며 아이리는 고개를 숙였다.
수인 세계에서는 나름 잘나가는 무녀이자 제사장 일족이지만, 그건 말 그대로 수인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위였다.
르윈의 말처럼 인간 사회에서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
그렇기에 밥 벌어 먹고 살려고 하면 다른 재능을 찾아야 했다.
“신체 능력은 좋잖아.”
“그렇긴 한데, 그것 가지고 남을 가르칠 수 없잖아요?”
“그렇긴 하지.”
아이리의 신체 능력은 노력이 아닌 천부적인 재능이다.
아니, 그 재능의 영역도 인간의 기준으로 따질 때 재능이지, 수인을 기준으로 하면 평균 이하라고 볼 수 있었다.
“뭐, 뭘 하죠?”
인생 경력=백수인 아이리였기에 취업의 첫 관문인 지원서조차 제대로 작성이 안 되는 게 현실이었다.
“이렇게 무능할 줄이야…….”
“흑…….”
마녀로서 반푼이 취급받던 타니야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타니야의 경우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분야에 치우친 것이었으니 아이리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였다.
“손재주가 좋다거나.”
“…안 좋아요.”
“노래를 잘한다거나.”
“노래 못 부른다고 성가도 금지당했는데…….”
“마법은?”
“조금은 할 줄 아는데, 그걸로 교수 채용이 될까요?”
“당연히 안 되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비록 수인이라는 종족에게 스토킹을 자주 당한 르윈이지만, 적어도 그들의 능력을 의심한 적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용사가 마음먹고 도망치는데도 따라오는 미친 종족이 무능할 리가 있겠는가?
“수인도 인재가 없냐……. 보통 추격자라고 하면 수인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애들을 보내는 거 아니야?”
“신탁받자마자 몰래 뛰쳐나온 거라서요…….”
“…그렇구나.”
모르는 사이 수인족이 탄압받아서 요즘 세대는 힘들게 사나 싶었으나, 아이리의 대답에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수인은 멀쩡한데, 하필이면 불량품이 온 거구나.”
“너, 너무하세요!”
“너무한 건 네 스펙이다! 이런 힘든 세상에 이런 스펙으로 취업이 될 것 같아?”
“애초에 취업할 생각이 없었는데요!”
“자랑이다!”
큰일이다.
아무리 이사장이 돈이 넘치고, 수인도 포용하는 아카데미라는 타이틀을 달고 싶어 하더라도, 이런 무능력한 수인까지 교수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누군가를 가르칠 역량이 있어야 교수 소리를 듣지, 잘못하다가는 기존 교수들까지 평가가 떨어질 뿐이지 않은가!
‘아니야. 수인이라는 것은 그것만으로 메리트가 있어.’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아이리가 일반적인 관점에서 쓸모가 없다면 일반적이지 않은, 수인만이 할 수 있는 일로 쓸모가 생기게 만들면 된다.
“…….”
그렇게 한참을 끙끙대며 고민하던 르윈의 머릿속에 한 줄기 빛이 내리꽂혔다.
“그게 있네.”
아무것도 몰라도 가르칠 수 있고, 그런데도 희소성이 있는 것.
“있어요?”
두 눈을 빛내는 아이리를 보며, 르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넌 오늘부터 역사 교수다.”
수많은 역사 중 수인의 역사를 공부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틀린 것을 지적받을 일도 없고, 또 지적을 받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인이 수인의 역사를 말하는데, 인간이 다르다고 하겠는가!
“역사도 모르지는 않지?”
“어르신분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많기는 한데…….”
“그거면 돼. 대신 누구한테 들었다가 아니라, 당당하게 수인의 역사라고 말해. 알겠어?”
“네, 용사… 끄앙!”
아파요!
울상을 지으며 귀를 놔달라고 하는 아이리를 내려다보며, 르윈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
“…와!”
그렇게 수인 전문 역사 교수를 탄생시킨 르윈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제2의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무링신 연구 동아리였다.
“엄청 바뀌었네?”
그동안 하인스의 맞선을 비롯하여 마녀들과 아이리에게 신경을 쓴 탓에 동아리 활동을 자주 하지 못하였다.
그로 인하여 동아리가 발전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한 동아리는 르윈의 예상보다도 훨씬 변화한 상태였다.
“경전 진행도는 얼마나 되었어.”
“아직 10퍼센트만 진행되었습니다.”
“창조의 교단 경전을 참고해서 그럴듯하게 만들어 보라니까.”
“…이거 진짜 문제 되는 거 아니죠, 회장님?”
“얌마! 다 허락받은 거야. 내가 어제도, 어! 창조 동아리 회장님이랑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담소도 나누고 그랬다고!”
“그, 그렇죠?”
“당연하지! 우리 동아리는 창조의 교단의 인정을 받은 정식 종교 동아리라고! 창조의 교단 만세! 라헬 님 만만세!”
“…….”
비록 라헬을 극찬하는 부분에서는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으나, 괜히 여기서 레피스의 기를 죽일 필요는 없었다.
“경전도 만들어요?”
“종교 하면 경전이지. 그것도… 르윈 후배?”
인상을 팍 찌푸리며 고개를 돌린 레피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인사했다.
“오랜만이네!”
“요즘 너무 바빴죠?”
“아니야, 아니야. 그 데이지 동생 맞선 준비해 줬다며.”
비록 직접 챙겨 보지는 못했으나, 베르샤 아카데미 초유의 관심사였던 일이었기에 레피스도 하인스의 맞선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 덕분에 움직이기 편했으니까.’
살아생전 처음 보는 이벤트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을 때, 레피스는 그 틈을 노려 동아리의 세를 키웠다.
테러 이후 동아리 활동이 전체적으로 멈추었던 것을 노려 동아리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했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합법적으로 동아리 예산을 올려 달라고 요청하고.
또 다른 동아리에서 필요한 물건을 약탈할 수 있었다.
오른손에는 대륙 최고의 종교와 연관이 된 창조 동아리를, 왼손에는 베르샤 아카데미 역대 최고의 학생회장이라는 데일드를 손아귀에 넣고 그 두 가지를 마음껏 휘두르니, 웬만한 동아리로서는 레피스의 말을 거절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후배를 기다리며 준비 많이 해 뒀어. 석상은 부원들 사이에서 남신이다, 여신이다라는 의견이 아직도 대립 중이어서 못 만들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대략적인 종교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데, 우리 종교도 계명이나 율법 같은 거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기본적인 틀은 대충 만들었으나, 아무래도 처음 무링신을 주장했던 르윈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애초에 이 종교 동아리의 시작을 르윈이 했기 때문이다.
“그렇긴 하네요.”
“그렇지?”
르윈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며, 레피스는 준비했다는 듯 십계명이 적힌 종이를 르윈에게 내려놓았다.
“일단 여려 교단의 십계명을 참고해서 만들었는데?”
“나쁘지 않네요.”
그 내용이 제법 괜찮아서, 르윈의 입에서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1. 마신을 섬기는 자는 인류를 배반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으니 수정을 해도 될까요?”
“당연하지!”
레피스의 허락을 받은 르윈은 곧바로 첫 번째 계명부터 수정을 하였다.
1. 마신을 섬기는 자는 인류를 배반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까 사람 취급을 하지 마라.
“가, 강경파구나…….”
“평화의 신이니까요.”
평화의 신이면 평화로워야 하니 온건파가 아닌가.
레피스의 머리에 물음표가 띄워졌으나, 르윈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도. 이것도. 이것도.”
“…….”
하나하나 수정되는 계명을 보며 레피스는 입을 다물었다.
‘이게 평화신?’
참고했던 과격파 교단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평화의 신이 아니라 투쟁, 아니 분쟁의 신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
“그리고 마지막은.”
수정을 거듭하던 르윈은 가장 마지막 부분에 새로운 계명 하나를 추가했다.
11. 무링신은 쓰레기다. 그러니 의지하지 마라.
“…응?”
아무리 그래도 종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쓰레기라니.
의지하지 말라니.
“이, 이게 맞나?”
“맞죠. 애초에 이름부터가 무쓸모 잉여신이었잖아요?”
그래서 무링신이었긴 하다.
‘자, 장난 아니었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신이라면서 이런 취급은 너무하지 않은가!
“어때요?”
“조, 좋네!”
라고 하기에는 무링신은 멀리 있는 것은커녕 존재 자체가 불확실했고, 그에 비해 르윈은 확실하게 존재하며 심지어 눈앞에 있었다.
“이대로 하면 되겠네!”
그렇기에 레피스는 르윈이 건넨 십계명, 아니 이제는 십일 계명이 된 종이를 품속에 넣었다.
물론 이후 창조 동아리에 제출할 때는 열한 번째 계명은 빼 두었기에 열한 번째 계명은 오직 원본에만 있는 환상의 계명이 되었으나.
그것을 아는 사람은 오직 레피스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