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15)
215화 37. 인생 10회 차의 유익한 여름방학 (5)
“여기는 진행이 잘 안 되어 있네요?”
“되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무링신 연구 동아리를 찾은 다음 날.
르윈이 마지막으로 확인한 곳은 바로 세계수의 씨앗 연구회였다.
세계수의 씨앗을 발아한다.
줄여서 씨. 발. 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세계수의 씨앗 연구회는 놀랍게도 그 연구를 인정받아 정식으로 지원금까지 타 내는 위업을 달성하였다.
“오셨네요, 선배님.”
울상을 지으며 항변하는 세렐을 무시한 채, 지원금을 타 낸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타일러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르윈에게 인사를 해 왔다.
“오랜만이네. 작업에 어려운 것이 있어?”
“솔직히 말하자면 모든 것이 어렵죠. 세계수의 씨앗은 수많은 천재가 도전했지만 실패한 학문이니까요.”
고작 씨앗 하나지만, 하나의 학문으로 인정을 받는다.
그것만으로도 세계수가 가진 위엄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제가 아카데미를 졸업할 때까지 씨앗을 발아시키는 것은커녕, 조금의 단서라도 얻을 수 있을까 싶지만.”
아무리 제국에서 마법 명가로 이름 높은 데일리드 후작가의 직계 혈족이라고 하더라도, 세계수의 씨앗은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으로 보였다.
그렇기에 자신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타일러였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열의를 불태웠다.
“그래도 도전하는 게 마법사죠.”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자들.
그것이 마법사다.
그렇게 주장하는 타일러의 모습에 르윈은 세렐을 보며 타일렀다.
“선배, 후배가 이렇게 노력을 하는데…….”
“나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네. 회장님도 정말 열심히 도와주고 계십니다.”
도움이 그다지 안 돼서 문제지.
아주 작게 중얼거리는 것이었지만, 그 목소리를 르윈과 세렐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미, 미안하게 됐다!”
까마득한 후배들한테 이런 말을 듣게 되다니.
어쩌다 자신이 이런 신세가 된 것일까.
‘애초에 우리 동아리, 그냥 놀고먹는 동아리였는데!’
타일러가 말한 것처럼, 세계수의 씨앗은 하나의 학문으로 인정을 받을 정도로 수많은 천재가 도전했다가 실패한 연구였다.
그런 연구를 아카데미에서, 그것도 교수급이 주도하는 연구가 아닌 동아리 활동으로 진행할 리가 있겠는가?
당연히 아니다.
그렇기에 세계수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교수가 담당인 몇몇 아카데미를 제외하고는 세계수의 씨앗 연구는 그냥 노는 곳이었다.
작년까진 그랬다.
“선배도 레피스 회장님을 본받으세요. 레피스 선배는 요즘 엄청 열심히 동아리 활동 하시는데.”
제가 뭘 할 필요도 없는걸요.
그런 르윈의 말에 세렐은 할 말을 잃었다.
‘걔는 진짜 왜 그러지?’
오래전부터 레피스와 알던 세렐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최근 부모님한테서 ‘레피스 있잖니. 옛날부터 친했던 걔.’라는 편지가 올 정도로 레피스는 제국 사교회에서 알음알음 퍼져 나가고 있을 정도였다.
세상에, 그 레피스가!
다른 친구들은 제국 공무원이 되어서 그냥 따박따박 공무원 봉급 받고 살고 싶다는 현실적인 소원을 빌 때, 돈 많은 상인이나 귀족 가문에 시집가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이야기를 내뱉었던 적도 있는 그 레피스가 제국 사교회에 소문이 돌 정도로 열심히 살다니!
심지어 신흥 종교의 수장이라니!
‘빙의라도 당했나?’
옛날이야기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면 말이 된다.
사악한 흑마법사에게 당하여, 사이비 종교의 수장이 레피스의 영혼에 빙의했다면 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런 가설마저 부정당하는 것이, 레피스는 창조 동아리의 회장과 자주 만나고 있었다.
사악한 흑마법에 당했다면 옛날 옛적에 퇴치당했을 터!
즉, 레피스는 제정신으로 지금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노, 노력할게.”
그렇기에 세렐은 울상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카데미는 졸업하면 끝나지만, 공작가와 후작가에 밉보이면 자신의 인생에 영원히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회장님도 노력은 하고 계시니까요. 그리고 사무적인 것은 오히려 제가 배워야 할 것도 많습니다.”
“고맙다…….”
까마득한 후배에게 위로의 말을 듣는 것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정말로 고맙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 신세가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그렇게 신세를 한탄하는 세렐의 귓가로 들리면 안 되는 대화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세계수의 씨앗은 정말로 마법에 내성이 강하더라고요. 제 수준으로는 흠집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내성만 따지면 우리 아카데미 마법관 이상일 테니까. 몇몇 방어 마법이 세계수 씨앗에 마법을 쏟아붓다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지.”
“그렇죠. 그건 배워서 알고 있었는데. 물리 내성까지 강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괜히 엘프가 세계수를 신처럼 모시고, 창조의 교단을 비롯한 여러 교단에서 세계수를 성목으로 인정하는 게 아니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같이 연구해 줄 교수님이 없더군요.”
“대부분 자기 분야가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추천해 주고 싶은 교수가 있기는 한데.”
“어떤 분이십니까?”
“베렐스 교수라고, 이번에 아카데미에 들어온…….”
“베렐스 교수님이요? 그분은 폭발 계열 전문이지 않으십니까?”
“정확하게는 화염계의 스페셜리스트라고 자부하고 있기는 한데…….”
“…….”
베렐스 교수가 누구더라.
내가 알고 있는 베렐스 교수는 한 명밖에 없는데.
‘그 마녀 교수님 아니지?’
현실을 부정하며 머리를 쥐어짜 내는 세렐이었지만, 그녀의 머릿속에 베렐스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 교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마녀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건 가주님도 못해 본 업적이니, 저야 당연히 찬성이지만…….”
심지어 부정도 못하게 마녀라는 언급이 나오고야 말았다.
“저기, 베렐스 교수님은 수업으로 엄청 바쁘시지 않아?”
올해 신입생들의 경쟁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에 대해 여러 의견이 많으나, 그중 가장 유력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신비에 싸인 마녀가 교수로 온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마녀라는 상징성은 컸고, 베렐스 교수의 수업은 많은 마법사 지망생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이고.
특별 수업도 추가해 달라는 요청이 아카데미에 수시로 올라가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바쁜 사람을 이런 동아리 활동에 데려와도 되는가!
“별로 안 바쁜데요?”
“…그래?”
그렇게 주장하는 세렐의 의견을 르윈은 가볍게 진압하였다.
실제로 베렐스는 상당히 한가한 편에 속하기 때문이었다.
“테러 사건으로 귀찮은 일이 많았기는 했지만, 그것도 슬슬 끝나 가잖아요. 지금 당장은 어려워도 방학 이후에는 한가할걸요?”
방학은 마녀의 땅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언급을 받았기에 확실하게 말할 수 없으나.
적어도 2학기 때부터는 시간에 여유가 있을 것이라는 르윈의 설명에 세렐은 할 말을 잃고 말았고.
“그럼 타니야 교수님도 가능할까요?”
이전에 있었던 두 번의 시험에서 드림 월드를 체험하고 감탄했던 타일러는 타니야도 데려올 수 있는지 물었지만.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 그쪽은 엄청 바쁘거든.”
기존에 받았던 드림 월드의 설계도와 해석본을 교차 검증하여 해석.
그리고 그것을 통하여 기존의 드림 월드를 발전시키는 것.
거기에 다른 기술적인 연구와 신기술을 배우는 개인적인 연구는 기본.
기초, 중등, 고등 교육에서의 시험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고쳐 더 발전시키려는 것은 물론, 2학기 시험까지 계획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뿐인가? 해석본을 분할하여 뿌리는 르윈의 만행으로 인해, 해석본을 얻으려고 르윈에게 받은 일거리도 처리해야 하는 신세.
사실상 지금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가장 바쁜 사람을 뽑으라면 타니야가 1, 2등을 다투는 상황일 것이다.
“그렇군요.”
아쉬움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타일러였으나, 나중에 또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럼 베렐스 교수님이라도…….”
“아니, 잠깐만!”
동아리 회장인 자신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진행되는 하극상에 세렐은 다급히 나섰다.
솔직히 세계수의 씨앗을 연구하는 실질적인 일은 타일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으나.
‘그래도 이건 아니지!’
동아리 회장의 권위?
그런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차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1인 1동아리 의무 가입 원칙으로 인하여, 의무를 지키려고 가입한 곳이었으니까.
동아리 회장이라는 자리도 귀찮은 일이 생기니, 최연장자가 대충 맡아서 그동안 편하게 지냈으니 조금만 희생하는 의미였으니까!
세렐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안 그래도 후작 가문의 신입생으로 인하여 주목을 받고, 또 세계수의 씨앗이라는 뭔가 있어 보이는 주제로 어그로를 끌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 아카데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마녀까지 온다니.
‘이건 내 위장이 못 버텨!’
레피스가 작년 초반에 겪었던 루트를 그대로 밟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세렐은 현실을 부정했다.
“잘 안 오셔서 모르는데, 우리 동아리도 담당 교수님이 있으시거든!”
동아리 활동을 장려하는 만큼 여러 동아리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무나 동아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원수 미달이나 동아리 성과를 이유로 학생회가 동아리 비용을 축소, 최악의 경우에는 동아리 폐쇄를 결정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애초에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동아리 자체를 못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아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가장 첫 번째가 최소한의 인원이라면, 두 번째는 바로 그 동아리를 책임져 줄 담당 교수였다.
그러니 세렐의 주장은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 주장이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진짜로 있긴 있으니까!’
그 교수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담당 교수가 있는데 다른 교수가 와서 관여하는 것은 기존 교수의 권위에 도전하는 꼴이다.
아무리 아카데미 생활이 처음인 베렐스 교수라고 하더라도, 괜한 분쟁을 만들 생각은 없을 터!
이번만큼은 아무리 르윈과 타일러라고 하더라도 한 발 물러나리라.
세렐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아, 그거라면 문제없어요.”
“…응?”
“세계수의 씨앗 연구회 담당 교수님을 찾아봤는데요.”
르윈의 말은 길었으나,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베르샤 아카데미 초기.
막대한 지원금에 이끌려 엘프학을 전공한 교수가 세계수의 씨앗 연구회의 창설에 도움을 주었고.
겸사겸사 세계수 씨앗 연구를 진행하였으나, 세대가 바뀌면서 세계수의 씨앗을 진지하게 연구하는 사람은 없어졌다는 이야기.
그 이후로는 그저 대물림되는 식으로, 담당 동아리가 없는 교수에게 세계수의 씨앗 연구회가 맡겨졌다는 이야기.
“…그, 그렇구나.”
자신보다도 더 동아리의 역사를 잘 아는 르윈의 모습에 잠깐 당황한 세렐이었으나, 그것도 잠시.
“그래도 담당 교수님이 있으신 건 확실하니까!”
아무리 명목상이라고 하더라도 바꿀 필요는 없다!
그렇게 주장하려던 세렐의 입은 이어지는 르윈의 말에 다물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담당 교수님이 이번에 아카데미에서 잘렸거든요.”
“…응?”
담당 교수가 잘렸단다.
그 말에 세렐은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왜?”
베르샤 아카데미의 교수직은 철밥통으로도 유명했다.
비록 황실 아카데미를 비롯한 기존의 명문 아카데미의 고인물 교수들과 비교하면 부족할지 모르지만.
대륙 전역으로 보면 손에 꼽힐 만한 실력자들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사장인 황금 공은 그들의 연구 욕망을 충분히 채워 줄 만한 지원을 해 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교수들로서는 황실 아카데미 같은 곳에서 부르지 않는 이상 다른 아카데미를 갈 이유가 없었고.
아카데미 측에서도 능력만 뛰어나다면 별다른 사건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계속 아카데미의 교수직을 유지해 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우리 동아리 담당 교수가 잘렸는가!
“이번 테러 이후 감찰부가 아카데미 이곳저곳을 털었는데, 그중 여기 담당 교수가 횡령한 사실이 걸렸거든요.”
“…그래?”
“아직 공표되지 않았는데, 마신회 끄나풀보다 횡령 및 탈세에 걸린 사람이 더 많았더라고요.”
그중에서도 이 동아리 담당 교수는 해 먹어도 너무 해 먹었단다.
그래서 감찰부에 끌려가 징역이 선고되었기에, 아카데미 측에서 봐주지도 못하는 실정이란다.
“…그렇구나.”
그러니 아카데미 담당 교수를 새로 구해야 하고, 그 자리에 베렐스를 추천한다는 말에 세렐은 눈물을 흘리며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고.
세계수 씨앗 연구회의 위상은 더욱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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