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16)
216화 37. 인생 10회 차의 유익한 여름방학 (6)
“올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말을 증명하듯, 이전보다 더 초췌해 보이는 이사장의 말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짙게 내려온 다크서클, 오늘따라 더 숱이 적어 보이는 옆머리와 탁한 동공은 누가 봐도 많은 일이 있었던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카데미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것에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리며, 실수를 기회 삼아 더욱 발전하는…….”
그 이후로 여러 말이 있었으나, 학생들이 가장 기다리는 말은 마지막에 나왔다.
“…그럼 여러분도 이번 방학을 잘 보내시고.”
방학.
어른들에게 휴가가 존재한다면, 학생들에게는 방학이 존재한다.
보통은 가장 더운 시기, 그리고 가장 추운 시기에 집에서 편히 쉴 기회.
물론 대다수의 학생은 쉬지 않고 밖으로 나도는 일이 많다고 하지만.
“우리는 다르지.”
그것도 여유가 되는 학생이나 가능한 일.
주변에 잘난 아카데미가 너무 많고, 역사와 전통 같은 게 적을 뿐 베르샤 아카데미는 이름 높은 아카데미였고, 그렇기에 아카데미를 위해 머나먼 여행을 떠나온 이들도 많았다.
르윈처럼 마탑을 이용하여 이동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 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운 학생들은 방학에도 기숙사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저희는 달라도 되잖아요.”
“저번에도 그랬으면서.”
아카데미 잔류를 선언하는 르윈을 보며 하인스가 울상을 지었고, 예리엘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이럴 것 같았는데…….”
어느 정도 예상을 한 데이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이번뿐이냐는 건데.’
매우 높은 확률로 겨울방학도, 그리고 어쩌면 내년, 내후년에도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가문에서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리 쌍둥이가 태어나 막내 타이틀은 빼앗겼다고 하나, 르윈 역시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런 아들이자 동생이 아카데미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하면, 강제로 끌어낼 힘이 드라이르프 가문에는 충분히 있겠으나.
‘그걸 막을 것 같아서 문제지.’
솔직히 말해, 르윈이 가문에 있든 아카데미에 있든 큰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가문이든 아카데미든 대부분 시간을 침대 위에서 뒹굴고 있을 테니까.
문제는 아카데미에 있으면 가문에 있을 때보다 더 높은 확률로 사고를 칠 수 있다는 것뿐이다.
‘그게 제일 문제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고 할까.
아카데미에서 일어난 사건 이후, 베르샤 아카데미는 외부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고.
또 그와 연관되어서 제국의 여러 기관이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리 막 나가는 도련님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무언가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아.”
그런 생각을 잠시 했던 시절이 데이지에게도 있었다.
물론 데이지의 잘못은 아니었다.
“으하하하! 잘 봐 둬라. 그리고 기사 동아리에 말하지 마라!”
“누나, 이게 뭐야?”
“사람 살려!”
쿵!
거대한 돌덩이와 검이 부딪친다.
나름 대비를 했다고 하나, 하인스의 육체가 위력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 나갔다.
“이것이 도서관 지하다!”
데이지의 실수라면, 이 미친 아카데미 지하에는 던전이 있다는 것을 잠시 잊었다는 것.
굳이 외부로 나가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버렸다는 것 말고는 없을 것이다.
“왜 아카데미 지하에 골렘이 돌아다니는 건데요?”
“맨드레이크도 있는데?”
“그런 소리가 아니잖아요!”
처음으로 던전에 출입한 예리엘과 하인스가 울상을 지으며 검을 휘둘렀다.
두 사람 다 기사 동아리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하나, 비슷한 체급의 사람을 상대하는 것과 거대한 골렘을 상대하는 것은 전혀 달랐기에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후우.”
이미 몇 차례 온 데이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마력을 가다듬었다.
“겉모습에 현혹되지 마. 크기만 클 뿐, 속도 자체는 느려.”
가벼운 바람이 두 사람의 몸을 휘감는다.
지하 던전이라는 특성상 너무 강력한 위력을 가진 마법을 사용했다가는 오히려 압사당할 위험이 있었고.
반대로 적당한 수준의 마법을 사용하기에는 자신의 지금 실력으로는 제대로 된 타격을 넣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데이지가 선택한 것은 보조 마법이었다.
‘여기서 경험을 쌓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굳이 자신이 주인공이 될 필요는 없었다.
데이지는 그렇게 생각하며 예리엘과 하인스에게 보조 마법을 걸어 주면서 그간 겪었던 골렘의 특징들을 설명해 주었다.
“…날 다 상했네.”
“손 아파.”
그렇게 골렘 하나를 간신히 쓰러트린 예리엘과 하인스였으나, 그게 전부였다.
후반에 마력을 무리하게 쓴 탓에 출력이 일정하지 않았고, 그로 인하여 검의 날 부분 곳곳이 파손되었고.
하인스 역시 비슷한 느낌이었다.
“…단련실에 있는 목제 인형하고는 비교도 안 되네.”
“이건 돌이잖아.”
“그렇긴 하지.”
기사 동아리의 훈련용 목제 인형 또한 마법으로 처리가 되어 있어 평범한 돌보다 단단했으나.
몸속에 마력석이 박혀 있어 자연스럽게 강화되는 골렘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검 손잡이를 붙잡은 손아귀에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동아리에서도 이런 건 안 하는데.”
“고학년 되면 동아리 차원에서 이것저것 한다고는 하던데?”
“그때쯤이면 일반 수업에서도 과제로 진행한다며.”
왜 기사 동아리에서도 잘하는 짓거리를 사서들이 하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선배들보다도 더 잘 싸우는 느낌인데.’
‘이게 맞나?’
조용히 책이나 정리하는 줄 알았던 사서들의 전투력에 두 사람이 질려 하고 있을 무렵.
진짜 안색이 하얗게 된 사람은 따로 있었으니.
“…또 어디 가셨어.”
동생들을 도와주는 사이, 르윈이 모습을 감추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데이지였다.
***
“…으아아!”
“왜 저래?”
남몰래 지하 던전, 매드 온즈의 공간을 이용하여 아인헤르츠의 던전을 찾아온 르윈은 마치 약에 취한 듯한 모습의 엘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약이라도 했어?”
헤벌쭉한 모습으로 힘없이 늘어져 있는 것이 위험한 약을 사용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에 아인헤르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약이라면 약이지.”
“…진짜?”
아무리 자발적인 의지로 진행하는 실험이라고 하나, 인체 실험까지 진행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냐.
그런 시선에 아인헤르츠는 병 하나를 꺼내 르윈에게 내밀었다.
“심심해서 만들어 본 건데.”
“…식물 영양제?”
병에 라벨까지 붙어 있는 시판 영양제였다.
기숙사에서 작은 화초를 키우는 학생들이 자주 사용할 정도로, 효과가 좋으면서 값싼 시제품.
“저번에 베아트리체 녀석이 일하다 주머니에 넣고 까먹어서 가져왔는데, 이 녀석도 영물이라고 하나 근원은 식물인 게 생각났지.”
식물에 영양제를 듬뿍 준다고 하더라도 영물이 될 수 없겠으나, 반대로 영물에 영양제를 듬뿍 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흥미가 동한 아인헤르츠는 당장 실행해 보았고, 그 결과는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잘 자라더구나.”
“이게?”
르윈은 침까지 줄줄 흘리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 엘리를 내려다보았다.
비록 겉모습은 사람처럼 변신한 상태라고 하나, 그 근원이 되는 크기는 비슷할 터.
“변한 게 없는데?”
그런 의미로 엘리의 크기는 이전과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단순하게 사이즈가 커지면 문제지. 식물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야.”
“그건 의견이 좀 갈리겠는데.”
아카데미 지하에서 맨드레이크를 사냥해 파는 도서관 사서들은 크면 클수록 비싸게 팔린다고 좋아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는 르윈에게 아인헤르츠는 작게 혀를 찼다.
“쯧! 자고로 자연에서 크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은 강한 개체밖에 없다.”
눈에 쉽게 띄면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강하다는 증거였다.
“원래 체급이 높으면 강한 게 보통이잖아?”
“그렇지. 그리고 그런 놈들을 보면 수집하거나 박제하는 인간 새끼들이 꼭 존재하고.”
“그렇긴 하네.”
야생에서 강해 봤자 인간의 손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에 르윈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도서관 지하의 맨드레이크들도 특별한 이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진작에 멸종했을 터.
그리고 따지고 보면 지금도 도서관 사서들에게 일방적으로 잡히고 있는 게 현실이었다.
“내가 말하는 성장은 내면의 성장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것치고 방에서 하는 말들은 여전히 실없던데.”
“마력을 말하는 거다, 마력!”
“음…….”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투덜거리는 아인헤르츠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르윈은 엘리의 마력량을 확인하기 위해 집중했다.
“…큰 변화가 있나?”
그러나 엘리의 마력은 마력에 민감한 르윈조차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조금 줄어든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건 또 이유가 있지.”
아인헤르츠는 텅 빈 동공으로 무언가를 회상하듯 던전 천장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건 아주 슬픈 이야기란다.”
“뭔데 그래?”
“그건…….”
제법 긴 이야기였으나, 짧게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그러니까 적기는 하지만 받아들이는 마력량이 늘어난 건 확실하다?”
“그렇지.”
“그러다 일반 상인들이 파는 제품도 이런데, 내가 하면 조금 더 좋은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겠냔 생각을 했고?”
“그렇지. 나는 아인헤르츠니까.”
“겸사겸사 마석도 갈아 넣으면 효과가 더 좋겠다 싶어서 최상급 마력석도 하나 갈아 넣어 주고.”
“엘리 이 녀석은 받은 만큼 해 주는 아이니까. 실수로 수액을 많이 뽑아도, 마력석 좀 더 넣어 주면 용서해 주거든.”
“결과는 성공이었다?”
“결과만 보면 대성공이었지…….”
“문제는 너무 대성공이라서 이 녀석이 마력 폭주를 일으켰고?”
“그거 진압시키느냐 꽤 고생했다. 덕분에 에드윈, 이 녀석이 성불할 뻔했지.”
던전 구석에 있는 뼈 무덤 하나를 가리키며 아인헤르츠가 끌끌거렸다.
어쩐지 베아트리체의 오빠가 안 보인다 싶었는데, 폭주하는 엘리를 막다가 장렬히 산화한 모양이었다.
“죽은 거 아니야?”
“멍청한 녀석. 언데드는 죽어서 언데드라 불리는 거다.”
“그건 그렇네. 그래서 저거 안 고쳐? 베아트리체 보면 오열할 텐데.”
“아직 좀 시간이 남아서 괜찮다. 정기 휴가 때만 와서, 대충 오는 시기는 알고 있으니까.”
달그락.
어디서 빨리 고쳐 달라는 듯한 울부짖음이 들린 듯싶었으나, 르윈도 아인헤르츠도 가볍게 무시했다.
인생 10회 차와 영생을 살아가는 리치에게 있어서 며칠 정도는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아쉽게도 에드윈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마력을 억지로 뽑아내고 있어서 저 상태다?”
“그렇지. 정신이 들 때까지는 지속해서 마력을 뽑아내야 해.”
덕분에 맨드레이크의 영양분이 듬뿍 들어간 영양소가 추출되고.
그것으로 다시 영양제가 만들어지는 순환 구조가 완성되었다.
“생각했던 결과는 아니지만, 나쁘지 않지. 이제 이 영양제를 일반 풀들에 사용해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실험할 예정이거든. 그래서 말인데.”
“뭔데?”
“이곳으로 올 때 사용하는 던전에 맨드레이크가 많다고 했지?”
“크기만 놓고 보면 돌연변이로 보이기는 하는데, 맨드레이크는 맨드레이크지.”
“그것 좀 몇 개 가져와 봐라. 일반적인 식물들도 좋지만, 역시 맨드레이크에 사용하는 게 제일 효과가 좋겠지.”
어찌 보면 한 방울 한 방울이 영약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었으나, 그것을 고작 식물 영양제로 사용하다니.
제정신이라면 할 수 없는 짓이나, 그랬다면 자신의 몸을 리치로 만들어 살아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인생 10회 차, 그중 9번을 용사로 사는 것도 제정신으로 할 일은 아니었다.
“그건 좋은데, 대가는 있어야지.”
“뭔데?”
“나도 그 영양제 좀 줘 봐요.”
“영양제를? 어디다 쓰려고?”
르윈의 성격상 식물을 키울 리는 없다고 생각한 아인헤르츠의 물음에 르윈은 웃으며 대답했다.
“귀한 식물 키우는 곳이 있어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