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17)
217화 37. 인생 10회 차의 유익한 여름방학 (7)
엘리의 침이 많이 함유된 듯한 영양제를 구해 온 르윈이 곧바로 찾아간 곳은 바로 세계수의 씨앗 연구회였다.
“이게 뭔데?”
물론 난데없이 찾아온 불청객을 회장인 세렐은 매우 떨떠름한 표정으로 노려보았으나.
그녀가 노려본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력이 담겨 있네요.”
세계수의 씨앗 연구회의 회장은 아직도 세렐이었지만, 이미 실권이 넘어간 지 오래였기 때문이었다.
‘그냥 회장 하라고!’
하루라도 빨리 회장 자리를 넘기고 다른 동아리로 도망치고 싶었으나, 르윈도 타일러도 그것을 허락해 주지 않고 있었다.
억울하다.
도망도 못 치게 하고, 귀찮은 일거리만 주고, 그로 인하여 엄청난 관심을 받게 만들고!
‘막는 것도 슬슬 한계야.’
제국에서 손꼽히는 마법 명가인 데일리드 가문이다.
비록 올해 아카데미에 교수로 들어온 마녀들 덕분에 관심이 분산되었다고 하나, 그 이름값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뿐인가?
마녀와 달리 데일리드 가문에는 제국의 열두 개만 존재하는 후작가라는 작위가 붙어 있었다.
마법에 관심이 없고, 명예나 인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동아리 신청 기간이 끝났기에 추가로 들어오는 인원은 없다고 하나, 마법과 관련된 동아리 측에서 지속적으로 협업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니, 관심이 필요 없는 세렐로서는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난 레피스가 아니라고!’
최근 인싸 수준을 넘어 한 분야의 핵심으로 변한 레피스와 달리, 세렐은 사람들의 관심을 원하지 않았다.
물론 레피스 또한 그러한 과정을 다 밟고 흑화, 아니 진화했다는 사실을 세렐은 아직 알지 못했다.
“마력석을 갈아 넣은 건가요?”
“그건 아니고. 아는 지인한테 받아 온 건데, 식물 영양제래.”
“식물 영양제요?”
분야는 다르겠다만, 최상급 마력 회복 포션에도 저 정도의 고순도 마력이 담겨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타일러는 확신했다.
“응. 아직 시제품이라고는 하는데.”
“효과는 확신할 수 없지만, 효능만큼은 확실하겠네요.”
어떤 결과값이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저 정도 마력이라면 평범한 식물의 성장에 확실한 영향을 줄 수는 있을 터였다.
“문제는 세계수의 씨앗에도 통할 수 있냐겠지만.”
“그래서 가져왔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럼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하겠지만.
“당장 써 보죠.”
자고로 마법사란 그런 상황에서 타일러처럼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아니, 잠깐만! 마력이 가득 들어 있는 영양제라며! 잘못될 수도 있다는 것 아니야?”
그에 마법사도, 비정상인도 아닌 세렐이 급하게 제동을 걸었으나.
“반대로 말하면 잘될 수도 있다는 말이죠.”
“뭐, 잘못되어 봤자 과잉 마력을 받은 식물이 급성장하여 폭주하는 일 정도밖에…….”
별일 아니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뻔하였지만, 말을 잘 들어 보니 별일이 맞았다.
“폭주하면 큰일이잖아!”
“괜찮아요.”
“불 질러 버리면 되겠죠.”
그에 다시 한번 항변하였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여전히 대수롭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불나면 물로 끄면 된다는 거랑 뭐가 달라?’
식물이 폭주하면 불 질러서 태워 버리면 그만이라고 주장하기에, 또다시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니 그럴듯한 말이 아니었다.
“세계수의 씨앗이 발아했는데, 그걸 불태워?”
소문에 의하면 세계수는 자체적으로 어마어마한 물리 내성과 마법 내성이 있다고 하고, 보유한 마력 또한 엄청나다고 한다.
그런 세계수에 불을 지른다고 과연 쉽게 타오를까.
아니, 만에 하나 불에 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진짜 그래도 되는 거야?”
엘프가 우호의 상징으로 준 세계수의 씨앗을 불태운다니.
제국으로 따지면 황궁 앞에서 황제의 초상화를 불태우는 격이고, 창조의 교단으로 따지면 신성국의 여신 조각상에 폭발 마법을 날리는 격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선전포고!
그리고 그 시발점은 매우 높은 확률로 세계수의 씨앗 연구회의 회장인 자신에게로 날아오겠지!
“저, 절대 안 돼!”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려진 세렐이 강한 어조로 영양제 투여를 부정했다.
아무리 공작가와 후작가 도련님들이라고 하나, 이곳은 아카데미다.
그래도 작년에 들어온 후배와 올해 들어온 신입생이 까마득한 고등부 선배이자 동아리 회장으로서 이렇게 강하게 말하는데, 싫다고 하겠는가!
“아, 안 되는구나.”
“어떡하죠?”
그리고 세렐의 예상처럼 두 사람은 세렐의 예상 밖의 반응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가 그래도 이 동아리 회장이야!’
해냈다.
아주 작고 사소하다고 하지만, 용기를 내어 승리를 얻어 냈다.
그렇게 생각한 세렐이 뿌듯해하는 것도 잠시.
“이미 넣어 버렸는데.”
“다시 뺄까요?”
“…응?”
뒤이어 들려오는 대화에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이미 담갔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한 세렐이었다.
***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불로 구워지던 세계수의 씨앗은 이제 맨드레이크의 영양분이 듬뿍 들어간 영양제에 담기게 되었다.
물론 이곳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 터.
“저것도 고생이 많네.”
전 세계, 다양한 종족에게 퍼져 온갖 실험을 당하고 있을 세계수의 씨앗을 생각하니 어쩐지 비슷한 동질감을 느끼는 르윈이었다.
물론 그런다고 실험을 멈출 생각은 없었지만.
“그런 의미로 앞으로도 계속 영양제를 주면 좋겠는데.”
“으헤헤!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계속해도 괜찮은 거지?”
술에 취한 듯, 약에 취한 듯 애매한 중간선에 있는 듯한 엘리의 모습에 르윈은 말없이 그녀의 볼을 쭉 잡아당겼다.
“으악! 볼살 뜯긴다!”
쭉 잡아당겨지는 사람의 볼살과 달리, 진짜 볼살이 뜯길 수 있는 맨드레이크였기에 엘리는 기겁하며 르윈과 거리를 벌렸다.
“뭐, 뭐 하는 짓이야?”
“제정신을 못 차리기에.”
“사람이 좀 취해 있으면 그냥 내버려 두면 되지!”
“사람도 아니고, 취한 것도 술이 아니라 마력이잖아?”
애초에 뭔가에 취해 있다는 것 자체가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니다.
그러니 볼때기 살 조금 정도로 제정신을 차릴 수 있으면 오히려 좋은 게 아닐까.
“절대 아니야!”
울상을 지으며 자신의 볼이 멀쩡한지 매만지던 엘리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르윈을 노려보았다.
“그래서 이제 뭐 하는데?”
“할 건 많지.”
말 그대로 할 게 많긴 하다.
용사 후보 1은 예리엘과 하인스에게 맡겨 두었고.
무링교는 레피스가 알아서 잘 성장시키고 있었으며, 세계수의 씨앗 또한 영양제를 지속해서 공급해 주고 몇 달 지켜볼 생각이었다.
“그 밖에도 몇 가지 일거리를 맡길 생각이 있기는 한데.”
그 밖에도 타니야와 아이리에게 시킬 예정이었으나, 지금 당장 급한 것은 아니었다.
“방학에만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으니까.”
“그런 게 있나?”
엘리가 보기에는 평소에도 자기 맘대로 살던 르윈이었기에, 방학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달라지는 것이 없어 보였다.
“당연히 있지.”
하지만 르윈도 학생이고, 방학을 즐길 자격이 있었다.
“방학 하면 보물찾기니까!”
***
방학이란 무엇인가?
학기 중에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조금은 쉬라는 것이다.
물론 방학이라고 무조건 쉬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원래 학업이라는 것은 공백이 생기는 순간 빠르게 퇴화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규칙적으로 계속 학습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괜히 기사 동아리 사이에서 훈련을 하루 쉬는 것을 복구하기 위해서 3일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 아니고.
마법 동아리에서 최신 트렌드를 놓치는 순간 따라잡기 위해 최소한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겠는가!
“…그렇다고 쉬지 말라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쿵!
학생회장의 인장을 찍으며 라일라는 울상을 지었다.
방학에 놀기만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학에 일만 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일을 더 하는 느낌이야!’
그래도 학기 중에는 수업을 듣는 시간이라도 있었지.
수업이 없으니 그 시간마저 업무로 바뀐 느낌이었다.
‘이래도 되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아카데미잖아.
백 보 양보해서 기초 교육이잖아!
이건 아동 학대다. 제국법 위반이 틀림없었다.
“회장님, 동아리 관련 프로젝트 신청서입니다.”
“…왜 이렇게 많아?”
서기가 가져온 서류 더미를 보며 라일라가 울상을 지었다.
자신이 처리하는 동아리 프로젝트라면 신입생 위주로 짜인 프로젝트일 것이 분명한데.
그런 것치고는 두께가 작은 소설책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보통은 이 정도는 아닙니다만.”
그리고 라일라의 의심이 맞는다는 듯, 이전에도 학생회를 맡았던 서기는 최근 일거리가 많아진 이유를 라일라에게 설명해 주었다.
“첫 번째는 총학생회 때문입니다.”
“…왜?”
“최근 동아리 관련해서 감찰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올해가 끝나면 갈 사람답지 않게 일을 많이 하고 있다는 설명에 라일라는 감탄 반, 원망 반을 담아 데일드를 떠올렸다.
“덕분에 최근에 폐부되거나 규모가 축소된 동아리가 꽤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뭔데요?”
“1학기에 있었던 테러입니다. 그것 때문에 동아리 활동이 많이 위축되었으니까요.”
“아…….”
한마디로 그동안 활동을 제대로 못했고, 겸사겸사 총학생회에서 압박이 들어오니 부랴부랴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었네요.”
“네. 보통은 분산이 되어 들어오는 일을 한 번에 하는 것뿐이니까요.”
“…후.”
설명을 들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라일라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서류를 확인했다.
“회장님께서 검토할 가치조차 없는 기획서는 모두 돌려보냈습니다.”
“…이게요?”
[연금술 동아리 신입생 기획.동아리-연금술 동아리.
프로젝트 제목-연금술의 이해와 활용 방법.>
첫 페이지에 적힌 것은 그럴듯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 뒷장의 본문은 라일라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신입생들에게 연금술을 이해시키는 방법이 마법관에 시약을 투척하여 방어력을 내리는 건데요?”
한마디로 마법관에 테러를 저지르겠다는 말이었다.
이게 검토할 가치가 있는 기획서라는 말인가!
“보통 마법 관련 동아리는 비슷한 일을 합니다만.”
“…그건 입학하면서 봤지만! 그래도 이건 좀!”
생각해 보면 라일라 역시 아카데미에 오자마자 활활 불타는 건물을 본 기억이 있기는 하다.
불에 타면서도 내부에는 피해가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감탄을 하기는 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학생회장인데!
이런 기획을 통과시켜 주는 것은 좀 아니지 않은가!
“…라고 생각하실 것 같기는 했습니다만.”
그러나 서기는 그런 라일라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다는 듯, 가볍게 시선을 주어 학생회 인원 한 명을 호출했다.
“…이게 뭐예요?”
“저희 선에서 거른 기획서 일부입니다.”
자신이 받은 기획서 더미가 그대로 쌓인 것을 보며, 라일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걸러진 기획서를 몇 페이지 들춰 보았다.
“…….”
조용히 페이지를 넘기던 라일라의 손길이 빨라졌다.
대충 보고 다음 기획서를. 그리고 또 다음 기획서를.
그렇게 열댓 개의 기획서를 빠르게 확인한 라일라는 보고 있던 기획서를 툭 던지고는 마른세수를 하였다.
“이 아카데미, 뭔가 이상해…….”
건물에 연금술 시약을 실험해 보겠다는 정신 나간 기획서가 선녀로 보이는 것은 자신의 착각일까.
라일라가 보건실에 정신과 분야를 신설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을 하던 그때.
쿵!
“라일라 님!”
문을 박차는 소리와 함께 매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이 탈주하셨습니다!”
“…진짜로 만들어야 하나?”
깊은 탄식과 함께 라일라는 그대로 책상에 얼굴을 묻고 말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