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18)
218화 37. 인생 10회 차의 유익한 여름방학 (8)
자고로 예로부터 사람이 강해지는 전통적인 방법이 존재했다.
“바로 탈주지.”
“…왜?”
탈주와 강함이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에 엘리는 의문을 가득 담아 물었지만, 이어지는 르윈의 대답에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탈주에 실패한 사람은 다 죽었기 때문이지!”
“…그렇구나.”
르윈의 말은 한 귀로 흘려듣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그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엘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괜찮은 거 맞지?”
“당연하지. 누가 만든 곳인데?”
잠깐 놀다 온다는 편지 한 장을 남긴 채 아카데미를 탈주한 르윈은 과거 자신의 유산을 챙기기 위한 여행을 떠났다.
물론 여행이라고 해 봤자 드래곤이 만든 포탈을 사용하였기에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나, 문제는 도착한 장소에 매우 이상한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저건 뭐야?”
“가고일형 골렘. 다섯 발자국 정도만 더 가면 일어나서 공격해.”
“저 무식하게 큰 석상은?”
“수호형 골렘이지. 가고일이 다 파손되면 움직이게 설계되어 있어.”
“그게 전부야?”
“당연히 아니지. 중간중간 화살이나 마법 함정은 필수 아니야?”
“…….”
하나같이 사람 때려잡기 좋은 물건들이었다.
이것이 진정 용사가 맞단 말인가.
‘아닌 것 같은데…….’
차라리 마왕의 환생이라고 했으면 의문도 들지 않았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엘리는 전투를 준비했으나.
“뭐 해?”
“암호 입력.”
“…안 싸워?”
“넌 집주인이 자기 집 들어가는데 보안 장치랑 싸우는 거 봤어?”
이곳을 만든 당사자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자연스럽게 암호를 입력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엘리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였는지 이곳에 왜 이런 함정들이 설치되었는지 설명해 주었다.
“용사의 유적 하면 뭔가 신성한 곳 같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뭔가 있을 것 같은 곳이잖아?”
자고로 공동묘지에 묻힌 평민 무덤보다 왕가의 무덤이 도굴꾼에게 더 털리는 법이다.
평민 무덤은 털면 운이 좋아야 금붙이 한두 개 얻는 것이 고작이고, 재수가 없으면 역병을 얻어 갈 수도 있지만 왕가의 무덤은 털면 3대는 놀고먹을 수 있는 재화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걸리면 사형은 기본이고 관련된 인원들이 줄줄이 잡혀가겠으나, 도굴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그런 각오도 하지 않을 리는 없었다.
“심지어 귀족이나 왕족의 묘처럼 관리하는 사람도 없지.”
세상을 구한 용사라는 타이틀은 분명 인류의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는 타이틀이 맞았으나.
그러한 것보다 눈앞의 욕망에 솔직한 인간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내 무덤 찾겠다고 대도굴의 시대가 몇 번 열렸거든.”
공식적인 용사의 무덤이자 신성국이 관리하는 무덤조차 도굴꾼이 등장할 정도로 용사의 무덤은 도굴꾼들 사이에서 핫한 장소였다.
그런데 공식적인 용사의 무덤보다 비공식적인 용사의 무덤이 많으니, 그야말로 대도굴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나도 이렇게 귀찮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엘리가 잠들어 있던 곳처럼 특별한 물건이 없는 곳이라면 모를까.
미래에 마족과의 싸움에서 필요한 물건을 숨겨 둔 장소가 털릴 경우에는 큰 타격이 있다.
“여기처럼.”
물론 애초에 안 들키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혹시 모를 만약의 사태까지 대비해야 했기에 당대의 유명 골렘 제작자들을 불러 만들었다.
“갑자기 용사가 이런 거 만들어 달라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나?”
“마족하고 싸울 전투 골렘 만들 거라고 하면 다들 그러려니 하던 시대였으니까.”
얼마 전 하인스가 착용한 기갑 갑주 같은 것이 자주 사용되었던 시기이다.
태생적으로 압도적인 전투력을 지닌 마족을 상대하기 위해 전투형 골렘을 제작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
“그때 몇 개 빼 오는 건 일도 아니지.”
“용사가 그래도 돼?”
“다 미래를 위해서였으니까.”
좋게 말하면 미래를 위한 준비지만, 다르게 말하면 용사가 군사 물품을 횡령했다는 말이다.
이런 용사가 세상을 지켜도 괜찮은 걸까 싶지만.
‘결과만 보면 맞긴 했지.’
절대 이길 수 없으리라 판단되었던 전력 차에서도 결국 승리를 가져왔으니 또 뭐라 할 수가 없었다.
“다 됐다.”
그렇게 르윈이 마력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숨겨진 장치에 암호를 입력한 이후.
당당한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서는 것을 보며, 엘리는 르윈의 어깨 위에 올라탔고.
이렇게까지 방비를 해 둔 용사의 보물 창고가 얼마나 대단한지 구경 좀 하자고 생각했으나.
“으아악! 암호 입력하면 안 싸워도 된다며!”
“미안. 다른 곳 암호였나 보네!”
“암호 통일 좀!”
그보다 먼저 옛 골렘 장인들의 실력을 구경하게 되어 버렸다.
***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는 법이야.”
모든 골렘이 정지된 상태의 한복판에서 르윈은 당당하게 자신의 뜻을 주장했다.
“…시끄러.”
물론 골렘들에 의하여 천국의 문 앞까지 갔다 온 엘리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는 주장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실수할 가능성까지 고려해서 준비하면 되지.”
“…애초에 실수하지 말라고!”
비상 상황을 대비하여 골렘을 일시 정지시키는 준비를 하였기에 망정이었지.
잘못했으면 자신의 인생, 아니 식생이 끝날 뻔했다.
“도대체 골렘이 눈에서 빔을 왜 쏘는 건데!”
하늘을 날아다니며 눈에서 빔을 쏘는 가고일 골렘에 맨드레이크 구이가 될 뻔했다.
“멋지잖아.”
“수호형 골렘이라는 건 입에서 파괴 광선을 쏘지 않나!”
모든 가고일형 골렘을 정지시켰을 때, 입에서 마력을 모아 파괴 광선을 쏘는 수호형 골렘을 보는 순간.
‘아, 여기서 난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도 했었다.
“멋지잖아?”
“…….”
그런 위험한 물건들을 만들어 놓고 나오는 대답이 멋지잖아라니.
‘여신은 뭘 보고 이걸 용사로 선택한 거지?’
여신도 제정신이라면 용사를 취소시켜야 하지 않을까.
사실 취소시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 시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엘리의 머릿속에 떠오를 때였다.
“참고로 골렘이 움직였다는 건 뒤에 함정도 해제가 안 되었다는 말이니까, 준비해야 해.”
“또?”
“괜찮아. 그 뒤에 함정은 대부분 통일을 시켜 놨으니까.”
“그럼 암호도 좀 통일하라고!”
“그랬다가 하나 털리면 나머지도 다 털리잖아.”
“함정 패턴은 괜찮고?”
어차피 통일시킬 거면 그냥 다 통일시키는 게 낫지 않나.
“으아아악!”
그런 생각이 사라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친놈. 미친놈. 미친놈. 미친놈!”
“여기서 점프하면서 마법을 발사하면 위에서 돌덩어리가 떨어지지. 앞에 있는 석궁을 제거한 다음 다시 점프. 그 후 눈앞의 화염구를 준비하는 석상을 제거하고. 동시에 마법을 캐스팅하면서 전진하면 마법포 세 개가 발사되는데 직선이라 점프하면서…….”
“끄아악! 입 닥치고 그냥 빨리 나가!”
르윈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으며 비명을 내지르는 엘리는 왜 패턴이 통일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걸 안다고 또 돌파 시도하는 미친놈이 어디 있겠어!’
오히려 알면 시도를 하려 하지 않겠지.
그만큼 날아드는 함정은 무시무시한 수준이었고, 그 속을 빠르지는 않지만 정확하게 돌파하는 르윈의 몸놀림은 신기에 달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죽는다아아아아!”
“안 죽어!”
물론 스쳐 지나가는 화살이나 마법, 기타 위협 도구를 실시간으로 보는 엘리로서는 저승의 문을 노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말이다.
***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
심각한 표정을 지은 데이지의 모습에 예리엘과 하인스가 마른침을 삼켰다.
“도련님이라면 언제 탈주를 하셔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예리엘과 하인스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으나, 데이지는 늘 최악의 상황을 준비해 두었다.
“그래서 준비했었는데…….”
데이지는 말없이 책상 위에 있는 물건을 올려다보았다.
오늘을 위해 준비했던 위치 추적 마도구를 비롯한 수많은 물품이 책상에 가득하였다.
“…다 들켰어.”
“…….”
“…….”
머리를 부여잡고 책상에 고개를 숙인 데이지를 보던 예리엘과 하인스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게 맞아?’
‘이게 맞냐?’
비록 자발적이라고 하나, 얼마 전 테러 사건에 인질이 되었던 대귀족의 자제가 말도 없이 탈주하지 않나.
그 시종은 그럴 것을 대비하여 주인 몰래 위치 추적 장치들을 숨겨 두지를 않나.
심지어 그 주인은 또 그걸 예상해서 그 장치를 다 떼어 놓고 탈주를 했다고 하니 정신이 어질어질해지는 두 사람이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이게 우리 누나랑.’
‘주인 이야기라는 거지.’
옛말에 마족과 오랫동안 싸운 자 중 괴물이 된 이들이 있다고 한다.
지금 데이지가 그러했다.
“이대로는 안 돼.”
위치 추적도 안 돼. 도청도 안 돼.
이대로 르윈을 방치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주장하는 데이지는 진지했지만, 지켜보는 동생들은 멀쩡한 누나이자 언니가 점점 범죄의 길을 걷는 것으로 보일 뿐이었다.
“라일라 아가씨한테 문의한 결과, 아카데미 밖으로 나간 흔적은 없다고 하지만.”
“아카데미에는 없지?”
“없어.”
혹시나 싶어 마녀들의 공방까지 찾아보았지만, 르윈의 흔적이 나오지는 않았다.
즉, 사람들 몰래 아카데미 밖으로 외출을 했다는 뜻이었다.
“문제는 혼자 했냐는 건데.”
첫 번째 문제였다.
과연 르윈 혼자 은밀하게 외부로 나갈 수 있는가.
드라이르프 가문의 권력을 이용하면 쉽게 나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데이지는 잘 알고 있었다.
‘잘못되는 순간 자기 목도 걸어야 할 테니까.’
무려 드라이르프 가문의 자제가 실종 및 사망할 시, 외부로 나갈 수 있게 도움을 준 자는 큰 화를 입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말리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도움을 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는.
“그것보다 도련님이 밖에 나간 이유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것도 문제지.”
르윈이 아카데미 밖으로 나갈 이유가 있는가.
그래도 가장 오랫동안 르윈과 함께 있었던 인물은 데이지 본인이었다.
그런 데이지조차 르윈이 아카데미 밖으로 나갈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없어.’
생각나는 것이 전혀 없었다.
드라이르프 가문의 저택을 제외하고, 르윈이 드라이르프라는 이름을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곳은 현재 베르샤 아카데미 내부였으니까.
총학생회장인 데일드를 비롯하여, 현 기초 교육을 맡은 학생회장 라일라와도 친하고.
그 밖에 여러 동아리와 마녀와도 안면을 튼 상태이니, 이곳만큼 르윈이 활동하기에 좋은 곳은 없었다.
‘그나마 차선책이라면 황실 아카데미가 있기는 하지만.’
형제들이 권력이라는 이름의 노동력을 담당하는 황실 아카데미라면 차선책 정도로 선택할 수 있으나.
형제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면 굳이 베르샤 아카데미에 남는 것이 아닌, 가문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했으면 되는 일이었다.
‘도대체 뭐지?’
데이지의 의문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이 모시는 주인이 인생 10회 차고, 심지어 이전에 용사 생활 9회 차를 진행했다는 사실을 그녀가 어떻게 알겠는가.
평범한 사람이 전생에 숨겨 둔 보물 창고에서 물건 좀 꺼낸다는 선택지를 떠올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그걸 떠올리는 이상 더는 ‘평범한’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는 없을 터였다.
“일단 베리엘 님을 비롯한 메이드분들에게도 말은 해 뒀으니까. 도련님을 찾으면 보고하고.”
“응.”
“알았어.”
그렇게 해산한 시종들은 르윈을 찾기 위해 아카데미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 르윈을 찾을 수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