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20)
220화 37. 인생 10회 차의 유익한 여름방학 (10)
“이게 무슨 개소리지?”
마지막 창고까지 털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카데미로 복귀한 르윈이었으나, 곧이어 들려오는 소식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전쟁 나는 거야?”
“설마.”
“용사님이 나타난다는 건 마족의 왕이 탄생했다는 의미잖아.”
“아직 나온 건 아니잖아?”
베르샤 아카데미, 아니 대륙 전체에 퍼진 소문.
창조의 교단의 교황이 성전의 준비를 선포했다.
“타이밍이 절묘하네?”
“우연이겠어?”
우연히 자신이 챙길 걸 다 챙기니 성전을 준비한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다 보고 있는데, 시킨다?’
이렇게 온몸을 비틀어 용사 하기 싫다고 시위를 하고 있는데, 딱 알맞게 무르익으니 바로 성전 준비를 선포하였다.
“일단 간만 보는 느낌이기는 한데.”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 용사로 선출되지 않았다는 것.
만약 성전 준비를 선포한 이후 자신을 용사로 선포했다면 마대륙을 넘는 한이 있더라도 도망칠 생각인 르윈이었다.
여신 또한 그러한 것을 알았는지 아직 용사가 선택되었다는 소식은 없었다.
“놓아줄 생각이 없는 게 문제지.”
놓아줄 생각이 있었다면 새로운 용사가 탄생했다는 사실을 알렸으리라.
성전을 준비하는 구심점으로 용사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매우 크니까.
그런데도 용사를 알리지 않은 것은 자신이 용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르윈은 확신했다.
“일단 확인을 좀 해야 하긴 할 텐데.”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았는데, 해야 할 일이 더 생겨 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이전이라면 귀찮게 돌아다녀야 할 테지만.
“돈 주고 해결하지, 뭐.”
엘리가 주장하길 횡령, 르윈이 주장하길 미래를 위한 투자금을 모조리 챙겨 온 상태였다.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보다는 무기나 아티팩트 같은 물건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 값어치만 따지자면 베르샤 아카데미 정도는 일시금으로 구매하고도 여유가 넘칠 정도.
그리고 그중 가장 많은 내용물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돈 주고도 구할 수 없는 광석들.
“…이걸 다 준다고요?”
원래라면 전쟁 시 드워프들에게 맡겨 동료들의 무장을 만들었어야 할 최고급 광석들의 모습에 타니야가 탐욕이 가득한 눈으로 광석들을 바라보았다.
“공짜는 아니고.”
“개처럼 일하겠습니다!”
아이리처럼 수인족이었으면 이미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을 정도로 타니야는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각자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것이 있는 마녀의 사회에서 하나의 가문은 작은 마탑이나 마찬가지였다.
즉, 마녀 사회란 수백 개가 넘는 마탑이 존재하는 곳.
즉, 이런 귀한 물건에 대한 입찰은 상상을 초월하는 경쟁을 해야 간신히 얻을 수 있는 물건이었다.
“일단 저번의 골렘 말인데.”
“몇 개 더 필요하세요?”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 줄 것 같은 타니야의 모습에 르윈은 만족스럽게 웃었고.
희귀 광석들을 대가로 타니야에게 여러 계약서를 작성하게 만들 수 있었다.
“…나아빴다.”
“본인도 좋아했잖아.”
“오늘 밤 계약서 내용을 떠올리고 이불 걷어찬다는 것에 마력석 조각 다섯 개 건다.”
“그리고 막상 장치 만들면서 실실 웃는다는 것에 마력석 원석 다섯 개 건다.”
“…와오.”
그렇게 엘리와 잡담을 나누며 기숙사에 도착한 르윈은 자신의 방문을 열고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과, 그 옆을 지키고 있는 데이지를 볼 수 있었다.
“…응?”
“…응?”
르윈과 데이지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동시에 고개를 돌려 침대 위의 르윈, 정확하게는 르윈 1호기를 바라보았다.
“…….”
“…….”
“방을 착각했네요.”
쿵.
그렇게 말하고 문을 닫은 르윈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철수 안 시켰었네.”
“망했네?”
“그런 듯.”
엘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르윈은 뒤도 안 돌아보며 도망쳤고.
“도련니이이이임!”
데이지의 절규와 작은 폭발이 일어났고.
그날, 르윈 1호기는 안타깝게도 고철 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
성전 준비가 선포되었다고 하나, 아카데미에는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아직 성전이 아니라 그저 준비를 선언했을 뿐이고, 딱히 용사가 선발된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애초에 학생들까지 영향이 갈 정도면 나라가 뒤흔들릴 정도는 되어야 했다.
그렇기에 아카데미는 평소와 같이 방학을 즐기는 학생들이 가득한 환경이었다.
르윈 역시 한 명의 아카데미의 학생으로서 평화로운 아카데미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분명 그랬었다.
“새싹이네?”
“새싹이죠.”
“진짜로 씨가… 발아했어?”
“발음 주의해 주세요, 선배.”
“미안.”
미약하지만, 씨앗에서 새싹이 돋아나 바람에 흔들렸다.
식물의 씨앗이 발아한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매우 정상적인 자연 현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하죠?”
그것이 세계수의 씨앗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말이다.
“그러게?”
세계수의 씨앗을 발아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으나, 이렇게 빨리 성공할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르윈은 아카데미를 졸업하기 전까지 약간의 성과 정도만 있어도 성공으로 생각했고.
타일러의 경우에는 졸업할 때까지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뭐 한 거 없지?”
“몇 가지 실험을 제외하고는 계속 영양제 안에 담갔을 뿐인데요.”
“세계수의 씨앗이 영양제 좀 준다고 열리고 그런 거였어?”
그럴 리가 없었다.
그랬다면 옛날 옛적에 세계수의 묘목들이 세계에 퍼졌을 것이 분명했고.
애초에 엘프들이 씨앗을 전 세계에 뿌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도대체 저 영양제 정체가 뭐야?”
그러니 세계수의 씨앗을 발아하게 만든 원인은 저 영양제밖에 없다.
그렇게 확신한 세렐이 비명을 내뱉듯 소리치자, 르윈은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타니야 교수님이 만드신 건데요?”
전설적인 흑마법사이자 리치가 만든 물건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기에, 르윈은 가장 만만한 타니야를 팔아넘겼다.
***
“…내가 뭘 만들었다고요?”
세계수의 씨앗은 마녀들도 몇 개 가지고 있었다.
아예 기존의 연구 분야를 바꾸어, 세계수의 씨앗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가문이 있을 정도.
그러나 오랜 시간을 연구했음에도 밝혀진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세계수의 씨앗은 미지의 학문이었고.
그렇기에 세계수에 관심이 없는 마녀들조차 세계수의 씨앗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 정도였다.
“세계수의 씨앗을 발아시킬 수 있는 영양제.”
“…나랑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인데요?”
타니야는 어이가 없었다.
타니야가 마녀치고는 다양한 분야와 기술을 익히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전부 드림 월드를 위한 기술이었다.
기본적으로 마법 계통은 정신계에 취중이 되어 있었고, 기술은 야금학을 기본으로 한 기계 공학에 치중되어 있었다.
여러 물건을 직접 만드는 타입이기에 연금술 실력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제약 쪽이나 생명공학에 대해서는 그냥 초보라고 보는 게 맞았다.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말도 있잖아?”
“행운도 정도가 있지!”
그런 초보가 만든 물건이 세계수의 씨앗을 발아시키다니.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개연성이 없다고 욕을 처먹을 이야기였다.
“원래 현실은 소설보다도 더 개연성이 없어.”
“그렇다고 저를 소설 주인공으로 만들어요? 이건 못해요!”
아무리 그래도 내가 만들지 않은 물건을 만들었다고 할 수는 없다.
한 명의 장인으로서 어떻게 남의 업적을 빼앗겠는가!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르윈 또한 그것을 인정해 주는 것인지,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을 철회하려는 모습이었다.
“…잠깐만요. 그런데 그건 왜 담아요?”
작업 중이던 미스릴을 포대기에 다시 집어넣는 르윈을 보며 타니야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쩐지 르윈의 대답이 자연스럽게 머리에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아니, 뭐 필요 없다고 하니까.”
“…….”
말 안 들으면 다시 가져갈 거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르윈의 모습에 타니야는 울상을 지었다.
“줬다가 뺏는 게 제일 치사한 거라고 했는데.”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미스릴을 품에 안으며 타니야가 소리쳤다.
“계약서 썼잖아! 이제 내 거잖아!”
“갑은 언제든지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는 조항 못 봤어?”
“이거 갑질이야!”
“응, 맞아.”
르윈은 순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갑질을 인정했다.
“그러니까 너도 인정해.”
“제조법도 모르는데!”
“원작자가 가지래.”
“…이거 그냥 줘도 되는 거예요?”
툭 내던진 종이 뭉치를 타니야는 기겁하며 바라보았다.
무려 세계수의 씨앗을 발아시킨 물건의 제조법이다.
아직 싹이 튼 세계수의 새싹이 대수림이라고도 불리는 엘프 왕국 수르크에 존재하는 원본 세계수와 얼마나 비슷한지 알 수 없고.
어쩌면 그냥 세계수의 씨앗은 좀 튼튼한 나무로 자랄 수도 있으나.
‘만약 진짜 세계수와 똑같이 자랄 수만 있다면.’
이 영양제의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물건이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제조법 하나만으로도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그런 물건!
“괜찮다는데?”
그걸 그냥 준단다.
‘이게 맞아?’
덜덜 떨리는 손으로 타니야는 제조법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괜히 내 이름 걸었다가 엘프에게 암살당하는 건 아닐까?’
세계수를 신성시하는 엘프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여기선 거절해야 한다.
아무리 미스릴을 가득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밖에 희귀 금속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건 독이 든 성배다.
가지는 순간, 제명에 살기 어려운 물건이다.
“아, 그리고 이건 덤인데.”
툭.
얇지만, 그래도 두께감은 있어 보이는 종이 덩어리가 바닥에 놓인다.
“…설계도?”
가장 앞 페이지에 대충 끄적인 제목을 읽고 타니야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개고생을 해서 받은 설계도를 다 합쳐도 저것에 절반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도.”
그 옆에는 제법 큰 주머니에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순도 높은 마력석과 세공하기에 따라서 질 좋은 아티팩트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보석 원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보안 마법 잘 설치하면 안전하지 않을까.’
대가가 부족하다면 더 준다.
인생 10회 차를 살아가며 쌓은 적금을 모두 깨고 돌아온 르윈의 앞에, 타니야는 결국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
“흐흐흥~”
콧노래를 부르며 여인은 허공을 걷고 있었다.
물기가 있는 천으로 조심스럽게 나무의 잎사귀 하나하나를 닦아 낸다.
평범한 사람이 본다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마치 하나의 탑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나무였다.
지상에서 본다면 가지로 하늘을 가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가지에는 수많은 잎사귀가 존재했고.
그것을 하나하나 닦는다는 것은 정말로 쓸데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행동을 보며 잠시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다.
“어떠세요?”
그렇게 나뭇잎을 한 장 한 장 닦던 그녀가 나무에게 물었다.
역시나 제정신으로 할 행동은 아니었다.
의지가 없는 나무에게 말을 건다니.
-좋구나.
그러나 그 나무가 세계수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감사합니다.”
세계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며 잎사귀를 닦는 당사자 또한 평범한 존재는 아니었다.
엘프의 왕족이자 신관인 하이 엘프.
천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간다는 엘프와 비교해도 차원이 다른 수명을 가졌으며.
인간에게는 영생을 살아간다고 알려진 그들은 시간이 남아돈다는 것을 증명하듯, 세계수의 나뭇잎을 하나하나 닦는 정신 나간 짓을 벌이며 세계수와 소통하고 있었다.
-으음, 528번 나뭇가지에 있는 친구가 나를 갉아먹는구나.
몸이 갉아먹힌다는 소리는 얼핏 들으면 호러지만, 벌레가 나무를 갉아먹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퇴치하겠습니다.”
그에 어르신 등을 긁어 주겠다는 듯한 말투로 하이 엘프는 참새 형태의 정령을 불러 벌레를 떼어 내었다.
참으로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들이었으나, 이것이 하이 엘프가 평소에 하는 행동의 전부.
오직 세계수만을 위해 살아가고, 그렇기에 변화가 거의 없는 삶이었다.
분명 그러했다.
-…아이다.
“네?”
-…나에게 아이가 생겼다.
“…네?”
오늘까지는, 그러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