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27)
227화 39. 원만한 합의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고객님 (2)
성전이 있을 것이라는 신탁이 내려오고, 용사가 등장한다는 신탁까지 내려왔다.
수많은 사람이 그다음 신탁을 기다렸다.
용사가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탄생하리라는 것을 예고했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이미 용사로 선택이 된 존재가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륙의 시선이 용사가 탄생할 베르샤 아카데미와 용사 탄생의 이유가 되는 마족들에게 나뉘게 되었다.
그러나 거의 5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용사가 탄생하는 일도, 마족이 침공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간의 전쟁에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낀 여신께서 미리 전쟁을 준비하라고 더 빠르게 신탁을 내렸다는 의견과,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용사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지 아직 용사가 입학했다는 뜻은 아니라는 등 여러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건가!”
“인간적으로 9번을 부려 먹었으면 되었지, 더 부려 먹는다고? 너무하다는 말의 의미는 알고 쓰는 거냐?”
수많은 신학자는 물론, 각 국가의 인재라는 사람들이 골머리를 앓고 끙끙대는 이유.
그냥 용사 예정자와 여신과의 의견 합의가 되지 않아서일 뿐이라는 것을 그 누가 알까.
전설을 넘어 신화 속 존재들이 이런 시답지 않은 대화로 4년을 소비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신앙을 대표하는 창조의 여신 라헬이 가장 아끼는 성녀를 베르샤 아카데미에 파견시키기까지 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아니, 모르는 게 약이었다.
“옛날만 하더라도, 여신님 여신님 하면서 시키는 건 다 해 줬는데…….”
“그쪽도 아이야, 아이야, 부르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 주던 시절이면서 무슨.”
“그때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을 때였으니까! 마왕 녀석에게 지지 않으려면 다 챙겨 줬어야 했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냐!”
라헬은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마신의 밑천을 탈탈 털고 마왕의 격조차 벗어났던 괴물이 등장하는 모습을.
마족의 영역은 자신의 권능으로도 볼 수 없었기에, 말 그대로 가슴속으로 비수가 날아와 꽂힌 기분이었다.
“그런 대마왕을 넌 쓰러트렸다. 이제 한 번만 더 쓰러트리면 된다!”
‘저건 반칙이잖아.’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괴물이었다.
인류는 그것을 마왕을 뛰어넘은 존재이기에 대마왕이라는 이름으로 불렀으나.
그 근본을 볼 수 있었던 라헬은 그것이 대마왕 같은 유치한 이름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반신이었다.
단순한 힘으로는 신격을 잃고, 괴물의 전설을 토대로 지상에 남아 있는 드래곤들조차 위협할 수 있는 존재.
그것을 인간의 몸으로 쓰러트린 것이 눈앞의 용사였다.
“무조건 이긴 싸움이다! 마신의 제단은 고작 천 년이 조금 넘는 시간으로 회복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라헬은 대마왕이 죽는 순간, 자신의 승리를 예감했다.
비록 지금은 무승부라고 할지라도, 마족은 이번 전쟁에 모든 것을 걸고 도전했다.
마신의 뜻은 아닐 것이다.
그런 반칙에 가까운, 위험한 도박수를 걸었다가 실패하면 다음 기회는 없으니까.
슬슬 때가 되었음에도 마족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즉, 승리가 눈앞에 있었다.
마신이 숨겨 둔 비자금까지 몰래 빼돌려 탕진한 마족과.
그와 정반대로 자기가 알아서 알뜰살뜰 모아 비자금을 만들어 두고, 그것을 다 털어 쓴 결과 고작 열여섯의 나이에 마력량만 따지면 9회 차 용사보다 더 위라고 할 수 있는 인생 10회 차 용사!
길고도 긴 마신과의 전쟁이 끝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인류의 피가 좀 흐를 각오를 하면, 마대륙으로 원정을 간다고 하더라도 성공할 수도 있는 상태였으니까.
그만큼 용사는 강했고, 이 시대의 인류는 강했다.
“그런데 왜!”
전생도 아니고, 전전생도 아니다.
전전전생의 연인이 바람 좀 피운 것이 스노우볼이 되어서 여기까지 굴러오고 말았다.
차라리 8회 차에 바로 터졌으면 그나마 괜찮았을 것이다.
화도 나고, 인류에 대한 믿음도 좀 사라졌겠지만.
그래도 인생 9회 차에서 마왕의 격을 뛰어넘은 존재를 쓰러트렸으니, 10회 차에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미련을 버렸을 테니까.
문제는 그 8회 차에 의심이 가는 정황을 발견했음에도, 오히려 자신을 자책하며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 때문에 더 불탔지.’
그렇게까지 하면서 속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 정황이 사실이라는 것을 넘어 빙산의 일각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말았다.
‘물론 그 때문에 이긴 걸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 배신 사실을 알았기에 대마왕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일 수도 있었다.
그때의 용사는 진짜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상태였으니까.
기세등등하던 대마왕도, 막상 용사를 만나니 기세를 꺾고 세상을 반씩 나누자고 협상했을 정도니까.
그 협상마저 결렬되자 오히려 영토를 더 줄 수도 있다는 말을 했던 것을 떠올리면, 그 녀석도 정말 무서웠던 것이리라.
‘그럴 만하기도 하고.’
인생 10회 차.
그것은 용사의 전유물이 아니다.
마왕의 영혼 또한 10번의 윤회를 거듭해 현세에 살고 있었다.
그 사실을 오직 신들만이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더 무섭겠지.’
그동안 있었던 9번의 인생 중 9번 모두 용사와 마왕으로서 대면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크고 작은 일에 두 존재는 몇 번이나 싸웠고, 죽음에 관여해 왔다.
용사의 시선에서 보면 마족의 왕이라는 대단한 존재이기에 동귀어진 하는 것이 당연하겠으나.
마왕의 시선으로 보면 얼마 살지도 않은 인간이 칼 하나 들고 달려들어서 자기 목을 베는 것이다.
강대한 마족 사회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마왕의 자리를 차지한 존재로서는 억울하고도 무서울 것이다.
그러니 용사보다 먼저 마음이 꺾여서 마신의 제단까지 털었겠지.
“대타도 구했으니까, 그 녀석 시키세요.”
“용사가 대타가 되겠냐?”
그런데 가장 중요한 용사가 이 모양 이 꼴이다.
르윈이 말한 대타가 누군지는 라헬도 잘 알고 있다.
빌이라는 녀석을 중심으로, 몇 놈 호구 잡아서 준비를 시켰고.
또 그 녀석들이 제법 괜찮은 실력을 보여 준 것 또한 사실이나.
용사와 마왕은 라헬과 마신을 포함한 두 진영의 신성을 받은 유일한 존재였다.
인생 1회 차나 2회 차였다면 모를까.
10회 차가 될 때까지 쌓이고 쌓인 영혼의 격은 이제 와서 바꿀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 싫으면 말고.”
마치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 배짱을 부리는 르윈을 보며 라헬은 이를 갈았다.
마치 네가 화를 내 봤자 뭘 할 수 있냐는 듯한 모습이지 않은가!
‘진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자신의 격이 오른 만큼 용사의 격 또한 올랐기에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이 녀석을 용사로 선택했다는 신탁을 내리는 순간, 진짜로 도망치면 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강하게 협박도 해 보고, 울면서 애원해 보기도 하고.
온갖 방법으로 설득을 시도한 것이 벌써 몇 년.
“하암! 더 이상 할 말 없으면 갑니다.”
늦은 밤, 하품하며 자러 간다는 르윈의 발걸음을 라헬은 이번에도 막지 못하고 말았다.
***
“졸려.”
“밤에 뭐 하세요?”
도대체 얼마나 처자야 졸리다는 소리를 안 할 거냐.
그런 의미가 담긴 듯한 데이지의 시선에 르윈은 하품을 하며 생각했다.
‘솔직하게 말할 수도 없고.’
밤마다 창조의 여신이랑 면담하고 온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랬다가 드라이르프 가문의 삼남이 용사라는 소문이라도 퍼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귀찮아 죽겠네.’
신탁을 내린 이후, 꿈으로 찾아오던 라헬은 몇 년이 지나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성녀까지 아카데미로 보내고 직접 강림까지 했다.
강림할 때마다 자신의 신격을 사용하는 것이기에 그리 많이 사용할 수 없는 기적이지만, 라헬은 그것을 주에 한 번꼴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 정도라면 아마 신성국에서 행해지던 기적들을 전부 멈추고 찾아오고 있는 것일 터.
‘그만큼 안달이 났다는 말인데.’
그만큼 이번 전쟁에서 인류의 승리가 높다는 말일 것이다.
하긴 지난 대전쟁에서 마신의 제단을 털어 온 대마왕 녀석을 떠올리면 그럴 만했다.
‘솔직히 페널티가 없으면 안 되지.’
보는 순간 이건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만약 대가리가 돌아 버린 상태가 아니었다면, 조금이라도 이성이 남아 있었다면 세계 반 땅에 콜을 했으리라.
‘그렇다고 할 생각은 없지만.’
전쟁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변수 덩어리였다.
역대 마왕들을 떠올려 보면 마왕이 자신보다 약했던 적이 있기나 했던가.
더 약했던 자신이 더 강했던 마왕을 쓰러트린 것처럼.
어떠한 변수 때문에 자신보다 약한 마왕에게 동귀어진을 당할 가능성이 0은 아니었다.
그리고 애초에 이제 누군가의 장기 말로 살 생각도 없고 말이다.
‘조금 더 신경을 긁으면서 뽑아낼 수 있는 건 더 뽑아내야 하는데.’
라헬이 전지전능하지는 않으나, 신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냥 신도 아니었다.
정말 무능력하고 쓸모없어 보여도, 인류의 최고신이자 인류를 수호한다고 입을 터는 모든 신 중에서 가장 높은 권좌에 앉은 신이었다.
그 신이 마음먹고 감시하면 자신이 하는 모든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르윈도 어린 시절부터 여러 가지 떡밥을 흘리며 라헬의 신경을 분산시키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문제는 내 예상하고도 좀 많이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세계수의 씨앗.
라헬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연막 중 하나였는데, 막상 까놓고 보니 가장 성공한 작전이 된 상태다.
비밀리에 탄생한 세계수의 딸, 태명 씨 바라.
줄여서 바라는 지금도 엘리의 수액을 쪽쪽 빨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덕분에 세계수와 엘프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엘리의 신분은 나날이 상승하고 있는 상태였다.
‘덕분에 무링교가 퍼지는 것도 좋기도 하고.’
문제는 그 밖에 다른 영역에서의 활동이 잘 안 된다는 것.
라헬도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무링교의 성장을 조금씩 억제하는 상황이고.
또한 유일한 추기경인 레피스의 노력에도 신생 종교의 한계에 부딪친 상황이었다.
‘진짜 예리엘이나 하인스 팔기라도 해야 하나?’
작년에 공개적으로 고백했다가 차였음에도 예리엘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북방의 늑대나.
아직도 하인스를 포기하지 않는 마녀의 후계자에게 두 사람을 팔아넘긴다면 무링교의 성장세를 늘릴 기회를 얻을 수는 있을 터.
‘졸업 전까지는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어찌 되었든 인생 10회 차를 모셨던 존재가 라헬이었다.
그렇기에 이 세상에서 가장 라헬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르윈은 확신할 수 있었다.
‘졸업하는 순간이 되면 설득이고 뭐고 지를 테니까.’
그 전까지 어떻게든 무링교를 더 키우고, 용사 후보 호구들도 더 성장을 시켜야 했다.
“이번에 아카데미 야외 훈련은 중등 교육 과정 전원 참석이었지?”
“그렇습니다.”
마침 딱 좋은 기회도 있다.
야외 훈련.
고등 교육 과정이라면 던전이나 몬스터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으로 출장을 가겠으나.
중등 교육은 아카데미 뒷산을 비롯한 베르샤 아카데미 근처 지역에서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모든 것이 아카데미의 계획하에 준비가 된 것이기에 위험도는 없으나, 그렇기에 얻어 갈 만한 것도 없는 이벤트.
그러나 미래에 자신을 대신하여 주인공이 될 호구들을 위해 르윈은 열심히 옛 동화들을 참고하며 준비를 해 두었다.
“재밌겠네.”
“도련님이 그 말 하면 늘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고작 아카데미 뒷산에서 하는 훈련에 무슨 일이 생기겠냐고 생각한 데이지였으나.
훈련 2일 차에 학생 몇이 절벽 밑으로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고.
그 인원 중 자신이 포함된다는 것을 이때는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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