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39. 원만한 합의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고객님 (4)
현재 아카데미에서 가장 크게 고통받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갑작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절벽 밑으로 떨어졌다가 간신히 살아남은 당사자들?
아니면 그 사건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그들을 감시하는 르윈?
둘 다 아니었다.
“도대체 왜?”
라일라는 대책 본부에서 머리를 부여잡으며 절망했다.
“멀쩡하던 절벽이 그대로 무너져 내리는 건데?”
실종된 인원이 절벽 부분에서 전투를 벌였으면 모를까.
마치 누군가가 미리 작업해 둔 것처럼 절벽 위에 사람이 모이자 우르르 붕괴해 버렸다.
그것도 아카데미에서 한가락 한다는 인간들만 모인 상태에서.
“테러 아니지? 진짜 아니지?”
베르샤 아카데미는 이전에 마신회의 테러를 정면에서 처맞은 전적이 있었다.
물론 잠자는 사자를 제대로 건드린 대가로 제국 내부의 마신회는 물론, 그와 연관된 자들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고.
전 세계에 퍼져 있던 마신회 또한 창조의 교단을 비롯한 여러 교단들의 자존심을 짓밟은 대가를 받긴 했다.
그러나 그때는 단순하게 용사의 추모제를 진행했을 뿐이었다.
그에 비해 지금의 베르샤 아카데미는 창조의 여신이 공인한 미래의 용사가 탄생할 장소.
마신에게 있어서는 베르샤 아카데미의 모든 것을 불태워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말이었다.
그걸 알기에 창조의 교단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도 베르샤 아카데미를 집중해서 관리하고 있고, 은근히 많은 인력이 파견되어 신분을 감춘 채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니 마족과 연관된 이들의 테러라고 생각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교단 측 인원들이 가장 먼저 확인을 했는데, 마기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이전에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붕괴 당시 수상한 인원은 없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 또한 자연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부정당했다.
이거 그냥 사고 맞다.
재수 없게 얻어 걸린 거다.
“…왜 내가 총학생회장일 때?”
처음 기초 교육 과정의 학생회장이 되었을 때, 그래도 조금은 위안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도 데일드 총학생회장보다는 괜찮으니까.
내가 하나를 고생하면 열을 고생하고 있고, 내가 열을 고생하면 백만큼 고생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러나 그 사람은 이제 없다.
졸업한 지 오래다.
‘복수할 거야.’
라일라는 아직도 그날을 잊을 수 없었다.
데일드 차일스의 졸업식 날,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떠나던 그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라일라의 어깨를 두들기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앞으로 베르샤 아카데미를 잘 부탁드립니다.’
일명 왕위 양도라는 별명이 붙었던 그 사건이 있은 후.
차기 총학생회장의 자리는 사실상 라일라에게 예정된 것이라는 의견이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주류 의견이 되고 말았고.
라일라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혁명파 잔당마저도 ‘데일드 회장이 양위했으면 어쩔 수 없지.’라며 포기하고 말았다.
그렇게 그 사건은 데일드를 초월한, 아니 전 세계의 아카데미를 찾아봐도 유례를 찾기 힘든 최연소 총학생회장이 탄생하는 시발점이 되었고.
그로 인하여 라일라는 아직도 학생회장 자리에서 도망치지 못하고 있었다.
“수색대에서 도착한 연락은 없죠?”
“그렇습니다.”
데일드에 대한 원한은 뒤로하고, 일단 눈앞의 일부터 처리해야 한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아직 시체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아직 사망자는 없다는 의미였다.
‘정말 최악의 경우도 고려는 해야겠지만.’
다르게 말하면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라는 결말이 남아 있지만, 그건 정말 최악의 결말이다.
실종자 중에는 오랜 친구들 또한 있었기에, 라일라 개인으로서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
“모두 생존했다는 가정하에 수색을 진행하세요. 인력은 얼마든지 더 투입해도 됩니다.”
“네!”
사라지는 임원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하나의 생각이 떠오른 라일라는 정보 담당 인원을 불러 세운 후,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이사장님은요?”
교수들은 대부분 실종자 수색으로 빠졌다고 쳐도, 이사장이 대책 본부를 지키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아카데미를 책임지는 자로서 이미 한참 전에 도착해야 정상이지 않은가!
“아, 그것이.”
라일라의 의문을 깨달은 정보 담당은 누가 들을까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라일라에게 이사장의 행방을 알려 주었다.
“또 사고가 났냐며, 제국에 끌려가셨습니다.”
“…그렇구나.”
안 온 게 아니라 못 온 거다.
심지어 며칠은 얼굴도 보기 힘들 것이다.
수많은 귀족에게 둘러싸여 이번 일을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며 얻어터지고 있겠지.
아마 한동안은 얼굴을 보는 것조차 힘들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라일라는 한숨을 내쉬며,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으나.
“…아니, 그게 무슨 소리세요.”
3일 후, 모두가 무사히 생환했다는 사실에 안심할 새도 없이 과거 용사의 유적 여럿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에 라일라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본래 고대의 유적 등에서 나온 물건은 찾은 당사자가 모두 갖는 것이 원칙이었다.
목숨을 걸고 모험을 하는 자들을 활성화하려는 방안이기도 했고.
또 규칙을 만들어 놓으면 여러 귀찮은 일들이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말이 그렇다는 거지. 보통 발견자가 모두 갖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개인이 하나의 던전을 모두 뒤지는 것은 어렵고, 위험한 일이기에.
적당히 챙기고 나면 국가 기관이나 해당 영지에 신고하여 보상금을 받는 게 보통이었다.
그렇게 되면 전문 기관이나 영지에서 전문가를 파견하여 해당 유적을 세세하게 찾고.
그곳에서 나온 유물 등을 연구하여 학계에 보고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늘 예외라는 단어가 존재하였으니.
“용사와 연관된 것은 창조의 교단이 우선권을 갖는다.”
물론 첫 발견자가 찾은 보상까지 뺏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에는 발견자의 것까지 빼앗으려는 시도가 있었다고는 하나.
그 우연조차 신의 뜻이라는 역대 용사들의 말이 있었기에 찾은 물건들은 발견자들이 가져가게 되었으나.
그 이후의 모든 것은 창조의 교단이 털어 간다.
문제는 말 그대로 털어 간다는 것에 있었다.
“그것 때문에 창조의 교단에서 사람을 보낸다고 듣기는 했는데!”
라일라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모여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건장한 성기사를 비롯하여, 철검 하나 제대로 들어 올리지 못할 것 같은 연약한 사제.
거기에 학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거 아카데미로 도착했다.
거기까지는 라일라 역시 이해하는 상태였다.
“왜 이렇게 많이 오는데!”
그에 총학생회장실에 구비된 쿠키를 털고 있던 르윈이 대답해 주었다.
“용사와 연관된 던전이 8개가 동시에 튀어나왔잖아. 심지어 더 있을 수도 있고.”
거기만 하더라도 창조의 교단이 군침을 흘리며 달려올 일이었다.
그들은 용사의 유적에서 파낸 물건들과 복제품들을 교단에서 팔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우리 아카데미를 반성지로 인정까지 한 상태잖아.”
이번 기회에 이미지 메이킹을 할 기회까지 생겼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절벽 중간에 있어서 마법사 인력까지 엄청나게 구하고 왔다던데?”
평범한 유적과 달리 절벽 중간에 자리 잡고 있기에 내려가고 올라가는 과정에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아카데미에 거주 시설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고, 뒷산에 천막 치고 알아서 산다잖아.”
“아, 그렇구나. 그냥 내버려 두면 알아서 잘하겠구나……. 그렇겠냐?”
으득! 이를 갈며 라일라가 날카롭게 소리 질렀다.
“그냥 교단이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귀찮다고! 거기에 저렇게 대놓고 용사 무덤이 있다고 하면 뭔가 올 것 같잖아!”
마신회를 비롯한 마족과 관련이 있는 집단은 물론이고, 용사의 유적을 탐내는 도굴꾼들 또한 아카데미에 시선을 줄 것이다.
“그리고 그걸 다 관리해야 하는 사람이 나고!”
물론 총학생회장이라고 일을 다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이 주권을 가지고 운영하는 게 아카데미의 방침이라고 하나.
이런 대규모 사건까지 학생에게 넘기는 것은 맡기는 것이 아닌 방치였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어른들의 도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거리가 늘어나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안 그래도 바쁜 시기인데!”
생에 처음으로 용사님이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그렇게 울상을 짓는 라일라를 보며, 르윈은 쿠키를 씹어 먹으며 생각했다.
‘애가 많이 쌓였네.’
아카데미에 대한 관심이 정점에 달했을 때 학생회장이 되었고, 그 이후에도 총학생회장직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라일라다.
그간 총학생회장 자리를 탈출하기 위해 몇몇 계획을 저지르기도 했으나, 그것이 역풍을 맞아 오히려 회장 자리를 굳건하게 만들었고.
그 특유의 은신 능력으로 도주도 몇 차례 저질렀으나, 이전보다 낮아진 능력과 르윈의 도움으로 그것마저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다.
이제 라일라는 도망을 못 친다.
이대로 남은 아카데미 기간을 총학생회장으로서 베르샤 아카데미를 지켜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간고사는 타니야 교수님이 알아서 해 주니까 아카데미 내부에서 끝낼 수 있는 건데.”
한동안 외부 통제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러면 반발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좋은데?”
순간 머리를 붙잡고 끙끙대던 라일라의 두 눈이 밝게 빛났다.
사적으로 총학생회장의 권력을 사용하는 것은 안 되지만, 이건 충분한 명분이 존재한다.
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우리 아카데미는 예전에 테러까지 당했었으니까.
이렇게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미리 대비하는 게 당연하지!
“일단 주말 외출 금지하고, 아카데미 면회도 횟수 제한하고!”
자유를 통제당하는 것만큼 학생들이 분노하는 일은 없었다.
테러가 일어난 이후에도 너무 과도한 통제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는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학생들의 자유를 통제하려 하다니.
이런 사람을 총학생회장으로 찍을 학생은 얼마 없을 것이다.
아무리 공작가라고 하더라도, 아카데미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은 아카데미의 교육 이념에 맞지 않으니까!
“각 학생회 회장들 모두 불러! 긴급회의야!”
“…내가?”
“남 일하는데 놀러 와서 간식이나 축내고 있잖아!”
그 정도 일은 해야지!
그렇게 주장하는 라일라를 보며, 르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난 반대인데.”
“흥! 일반 학생의 반대 따위는 총학생회장님의 의지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법이야. 억울하면 회장 하든가!”
“아니, 그 이야기가 아닌데.”
“그럼 뭔데?”
“네가 지금까지 이런 짓 해서 잘된 경우가 있었어?”
“…….”
르윈의 말에 잠시 머릿속으로 수많은 사건이 지나간 라일라였으나, 이번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사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것 같아? 이건 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니까!”
아무리 내 지지도가 단단하다고 하더라도, 이번만큼은 지지도 하락을 막을 수 없다.
막으려면 최소 마신회나 흑마법사, 마족들이 용사의 유적 발굴을 막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그럴 일은 없으니까!’
마신회는 지난 테러 이후 뿌리째 뽑혔고, 흑마법사는 아주 오래전에 멸종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마족인데.
그 먼 마대륙에서 여기까지 달려와서 용사의 무덤을 무너트린다?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그 정도면 자신을 총학생회장을 유지시키려는 세계의 의지가 작동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
『긴급 상황, 용사의 무덤 부분에서 마족 셋 발견. 무덤 하나를 무너트리고 도주 중.』
그러나 삼 일 뒤, 붉은빛을 내며 반짝이는 긴급 통신구를 보며 라일라는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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