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39. 원만한 합의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고객님 (5)
라일라에 대한 학생들의 지지도가 전설의 금속 아만다티움에 버금가게 단단해진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발견된 용사의 유적이 9번째 용사, 데르덴의 유적이라는 것이었다.
9번째 용사 데르덴.
첫 번째 용사 빌과 함께 최강의 용사로 손꼽히는 용사 중 하나지만.
사실 첫 번째 용사는 상징성이 크기에 고평가를 받고 있었고.
또한 너무나 오래전의 인물이기에 정확한 정보가 많이 부족하기도 했다.
9명의 용사 모두가 현실에 존재했던 실존 인물이라고 하나.
첫 번째 용사 빌은 역사적 인물이라기보다는 신화에 등장하는 옛 존재들과 비슷한 취급을 받는 것이다.
그에 비해 데르덴은 역대 용사 중에서 가장 최근에 존재했던 용사였다.
바벨리안이라는 제국의 역사의 초창기에 등장했던 존재였고.
기록의 중요성과 관련 마법 도구들이 활성화가 되었던 시기에 등장했던 용사이기에.
그의 업적은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아 있었고, 그렇기에 용사 데르덴의 평가는 어떤 용사보다도 정확하다고 인류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데르덴의 유적을 파괴해야 한다.”
그건 말 그대로 인류의 기준일 뿐이었다.
마왕 아펠리오스가 역대 마왕 중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 주었고.
그렇기에 유치할 수도 있지만, 직관적으로 그 격을 표현하기 위해 대마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만큼의 존재였지만.
마족의 시점으로 보았을 때 대마왕이라는 표현조차도 그 격을 표현할 수 없는 존재였다.
반신.
신의 문턱에 이른 존재.
수많은 표현 중 그를 빗댈 수 있는 표현은 오로지 신이었다.
그런 존재가 죽었다.
그것도 인간의 손에 죽었다.
신을 죽일 수 있는 자를 인간으로 보아야 할까?
그렇다. 마족들에게 있어서 아펠리오스가 신과 비슷한 존재로 인식되는 것처럼, 용사 데르덴 또한 마족들에게 신에 근접한 반신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것도 아펠리오스조차 스스로 도달하지 못하고, 마신의 제단을 털어서 달성한 반신의 경지를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도달한 괴물이었다.
“마왕님은 약하시다.”
그에 비해 현재의 마왕은 약했다.
마족 중 최강이라 불리는 마왕에게 약하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지만.
안타깝게도 역대 마신의 선택을 받은 마왕들 중에서 역대 최약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전대 마왕, 아펠리오스가 인류와의 싸움을 종지부 찍겠다는 선언을 하며 마신의 제단을 털었고.
그로 인하여 마족의 역사와 함께했던 마신의 제단의 모든 기운을 아펠리오스가 가져갔다.
그것을 살아 있는 몸으로 모두 받아 내었다는 것에서부터 아펠리오스의 경이로운 힘을 알 수 있었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마족은 패배하였고.
마신의 제단에서 가져간 모든 힘은 아펠리오스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기에 차기 마왕으로 선출된 현 마왕은 마왕으로 선택을 받았음에도, 마신의 가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인류는 반신의 경지에 이르렀던 용사의 유적이 발견되었다.
단순히 후손들을 위해 남긴 유적인지, 아니면 진짜 자신의 모든 것을 남긴 유적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주 일부라도 미래의 용사에게 그 흔적이 넘어간다면 현 마왕의 승률은 더욱더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비록 원래의 목적이 용사의 유적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고는 하나, 용사 데르덴의 유적이 발견된 이상 목숨을 걸 필요가 있었다.
“모든 것은 위대하신 마신과 그분의 종인 마왕님을 위하여.”
그렇기에 곧 탄생할 예정인 용사를 위해 잠입하였던 마족들은 자신의 목숨을 불태워 데르덴의 유적이 있다는 곳을 습격하였고.
그중 몇몇은 목표를 파괴하는 것에 성공할 수 있었다.
***
과거 마족이라는 종족은 수인족보다도 무식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약육강식의 세계. 약한 자는 모든 것을 빼앗기고, 강한 자는 모든 것을 취할 수 있는 곳이 마대륙의 삶이었으니까.
그러나 인간과의 대전쟁이 계속되고 마족은 바뀌었다.
정확하게는 인간을 닮아 가기 시작한 것이다.
“양동 작전이라.”
작전.
초기, 마족들에게는 그런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인간의 숫자를 비교하여 대충 머릿수를 맞추고, 그대로 밀어붙인다.
그 머릿수조차 일대일이 아닌, 한 명이 기본적으로 열 명에서 백 명 정도를 상대한다고 가정하고 보냈다.
병과를 나눈다든지, 보급을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는 개념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럴 필요 자체가 없었다.
그만큼 마족은 강했고, 한 명의 마족 전사가 기사 열 명은 가볍게 무너트렸으니까.
마족에게 있어서 삶이란 투쟁의 역사였고.
살아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본인의 강함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초반에는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인간이 밀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인간과 마족과의 전쟁은 마족의 압승으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인간은 마족에게는 없는 경험이 있었다.
마족이 자신의 힘을 증명하기 위해 투쟁의 역사를 살아왔다면, 인간은 오로지 욕망을 위해 전쟁을 하였다.
다른 종족에게 전쟁을 걸고.
더 나아가 같은 종족에게 전쟁을 걸고.
가끔은 왕위를 계승하기 위해 아들이 아버지에게 전쟁을 걸었다.
인류사에서 ‘무슨 문제가 있으면 이 새끼들이다!’ 하는 것은 대부분 인간에게서 나왔고.
그렇게 축적된 전쟁 방식은 순진한 마족들에게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으로는 마족을 이길 수 없었다.
인류가 쌓아 온 전략과 전술은 마왕이라는 압도적인 힘에게는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마왕을 앞세워 인간을 무너트리던 마족의 앞에 용사가 나타났고, 그대로 마왕과 함께 죽었다.
압도적인 존재인 마왕이 사라지자 인간의 전략과 전술이라는 것이 마족에게 먹히기 시작했고.
마족들은 결국 적에게 등을 보이고 도망치는 수치를 겪게 되었으나.
그 일을 겪고도 마족들은 자신들의 힘이 부족했다고 생각할 뿐, 싸움의 방식을 바꾸지는 않았다.
또 털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잠입에 테러에, 아주 사람하고 싸우는 기분이네.”
그렇게 몇 번의 실패를 반복한 결과 마족은 바뀌게 되었다.
아무리 힘을 숭상하는 미치광이 종족이라고 하더라도, 계속 패배하다 보면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마족은 조금씩 인간이 자신들에게 써먹은 방법을 학습했고, 이제는 아주 인간처럼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그나마 라일라 덕분에 아카데미에 피해가 없긴 했지만.”
과거의 마족들이라면 자신이 만든 던전에 무식하게 돌진했겠으나.
이번에는 아카데미 근처 상가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인 테러를 저질러 시선을 모았고.
갑작스러운 마기에 사람들이 당황한 틈을 노려 르윈이 만든 던전에 테러를 일으켰다.
“아티팩트를 사용한 건 좀 큰 문제인데.”
그것도 마법 도구를 사용해서 말이다.
“당연한 거 아니야?”
“마족은 원래 도구 같은 거 안 써.”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하는 엘리에게 르윈은 마족의 특성 몇 가지를 추가로 알려 주었다.
“마족의 무기는 드워프제 무기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아.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
“뭔데?”
“무기의 순수한 목적에 맞게 제작이 되기 때문이야.”
“원래 무기라는 게 다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아?”
무기가 순수한 목적에 만들어진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에 엘리가 인상을 찌푸렸다.
“기준이 조금 달라.”
그러나 마족과 몇 번을 싸운 르윈은 인간과 마족의 무기의 차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쪽 기준으로 좋은 검이란 마검이야.”
검을 휘두를 때마다 화염을 내뿜거나 번개를 내려치고.
베어 낸 것의 상처를 얼어붙게 만드는 것은 기본이요.
검을 더 가볍게 하는 마법이나, 절삭력을 높이는 마법 등은 굳이 드워프를 찾지 않아도 쉽게 제작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여러 마법이 부여된 마법의 검.
그것이 현재 인류의 이름 높은 명검들의 기준이었으나, 마족은 달랐다.
“순수한 검. 순수한 활. 순수한 도끼. 그런 게 마족들의 기준으로 좋은 무기거든.”
마법을 부여하기 좋은 금속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미스릴이었다.
마법 각인이 편하고, 마력이 잘 전달되기에 각인된 마법을 쉽게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순수하게 금속으로만 따지자면 미스릴은 그렇게 완벽한 재료는 아니었다.
“검은 적을 베기 위해 존재하는 것. 그러니 마족들에게 좋은 검이란 마법 같은 것이 부여된 검이 아닌, 부러지지 않고 날이 잘 상하지 않는 검이야.”
제아무리 장인 정신으로 유명한 드워프라고 하나, 마족의 장인 또한 그에 뒤지지 않는 장인 정신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인류의 기준으로 ‘좋은’ 무기를 만드는 드워프에 비해, 금속의 순수한 위력을 극한까지 발휘하는 마족의 장인들이 단순하게 튼튼한 무기를 만드는 데는 오히려 드워프를 압도할 정도.
즉, 반대로 말하자면 마족의 장인들은 아티팩트 같은 물건을 만들 줄 몰랐다.
마족 중에는 마법사나 주술사들 또한 존재하기는 했으나, 자신의 노력으로 힘을 얻은 것과 그것을 도구에 담은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남의 힘을 빌려서 사용한다.
마족에게 있어서 그러한 것은 수치스러운 일로 간주하였고, 전사에게 있어서 불명예스러운 치욕을 안겨 주는 일이었다.
그걸 이번에는 대놓고 사용했다.
좋게 생각하면 그만큼 마족이 궁지에 몰렸다는 것이고.
나쁘게 생각하면 그만큼 더 까다로워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나저나 힘들게 만든 유적이 대부분 털렸는데,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애들이 먹을 건 다 먹었잖아?”
그 이후 창조의 교단이 털어 갈 것은 이미 예상했던 일.
괜한 물건을 남기면 바로 용사의 유물이라면서 창조의 교단에서 판매될 것을 아는 르윈이 다른 물건을 남겼을 리가 없었다.
그저 무언가 있어 보이는 느낌을 주고자 그럴듯한 개소리를 암호로 적어 놓은 것이 전부.
오히려 그걸 대가로 인류에 잠입한 마족들을 끌어내었으니 이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리의 용사 후보들도 성장시키고, 우리 애들도 성장시키고. 창조의 교단의 위세는 떨어지고, 마족들은 알아서 죽어 주고.”
일석이조, 삼조를 넘는 성과다.
데이지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새벽이슬을 맞아 가며 절벽을 열심히 파 내려간 보람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성과는 마족들의 현재 상태를 어림잡아 알 수 있었다는 것이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골치 아프기도 했다.
마족들이 르윈의 상상 이상으로 변화하였다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 이유는 아마 아펠리오스가 털었다는 마신의 제단 때문일 확률이 높을 터.
‘라헬이 안달 날 만했네.’
마족이 긍지를 버리고 도구를 이용할 정도로 떨어졌다.
인생 1회 차의 마족이 지금의 마족을 본다면 같은 마족 취급을 해 줄지 의심이 될 정도로 변했다.
한순간이나마 그냥 용사 복귀해서 전쟁을 끝내 버려도 나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럴 수는 없지.’
가슴속 깊은 곳에서 고개를 쳐드는 호구 기질을 누르며, 르윈은 고개를 저었다.
인생 7회 차쯤이라면 모를까, 이미 알 거 다 아는 인생 10회 차에서 라헬에게 좋은 일을 시켜 줄 수는 없다.
라헬이고 마신이고,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매한가지였으니까.
오히려.
‘마족도 이용해 볼 만한데?’
마족이 변화했다면 대화가 통할 수 있었다.
아니, 애초에 아펠리오스부터가 먼저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는가!
용사 데르덴에게 조금의 이성이 남아 있었다면, 어쩌면 살아남았을 수도 있었다.
인류와 마족과의 승리가 중요한 것은 라헬과 마신이지, 인류와 마족이 아니었으니까.
이미 자신은 평화의 상징인 무링신을 믿는 자였으니까!
“나쁘지 않아.”
“엄청 나빠 보이는데.”
그렇게 생각을 가다듬으며 사악한 웃음을 짓는 르윈을 보며.
엘리는 고개를 저으며, 저런 거 보면 안 된다고 딸내미의 눈을 가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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