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32)
232화 40. 누가 용사인가? (2)
보통 근처에서 무슨 사건이 일어났으면 피하려고 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하물며 그 일이 마족과 관련된 일이라면 도망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하지만 현 베르샤 아카데미는 르윈이 입학했던 당시와 전혀 달랐다.
수도의 끝자락에 있으면서, 황금 공의 막대한 투자로 인해 한 손에 꼽히는 명문 아카데미.
그러나 그 위로 올라가는 것은 한동안 무리인 아카데미.
그랬던 베르샤 아카데미는…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창조의 여신의 신탁을 받고, 용사가 탄생할 곳이라는 이야기가 퍼진 이후.
베르샤 아카데미는 다른 4대 아카데미를 뛰어넘어 황실 아카데미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만큼 경쟁률이 올라갔고, 학생들의 수준 또한 높아졌다.
‘혹시 내가 그 용사는 아닐까!’라는 희망을 품으며 입학한 이도 있었고.
본인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으나, ‘내 아들이면 용사가 될 수도 있지!’라는 부모님의 기대감에 재능이 있다 하면 다 베르샤 아카데미의 문을 두들겼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마족이 튀어나왔다는 소문에도 아카데미를 쉬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방학 때 아카데미에 마족 안 쳐들어왔대?”
“대기하고 있던 기사 동아리 선배님들이 그러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던데?”
“그 소문 들었어? 하인스 선배님이 도서관 사서들에게 도전장을 던졌다던데…….”
“그 선배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은 아니잖아.”
“지식 대결 아니야?”
“그럼 본인이 약자긴 하지.”
오히려 마족을 기다리고 있었을 정도로 베르샤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자신감에 차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 수군거림을 들으며 르윈은 생각했다.
‘미친놈들.’
아무리 마족의 마인드가 나약해졌다고 하더라도, 마족은 마족이다.
인류와 비교해서 비옥한 토지가 적고,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부족들이 싸우는 세상이다.
약자는 강해지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하고, 강자는 끝없는 도전자들을 상대로 싸워 이겨야 하는 곳.
기본적으로 수인과 비슷한 방식이나, 그러한 마인드가 대륙 전체에 퍼져 있는 곳이 바로 마족들의 대륙이었다.
그뿐인가? 이 대륙과 마대륙을 이동하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것을 뚫고 대륙에 침입한 것은 물론이요.
그중에서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제국의 심장부까지 잠입한다?
마족 중에서도 정예 중의 정예나 가능한 일이다.
그뿐인가? 마기에 민감한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가득한 곳에 잠입할 실력 또한 갖추고 있었다.
목적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버렸을 뿐, 그런 놈들이 작정하고 마음만 먹었다면 몇 명으로도 충분히 베르샤 아카데미를 뒤흔들었을 터.
‘그걸 학생 수준에서 잡겠다고 말하고 있다니.’
평화가 너무 길었다.
마족의 위험성을 아이들이 너무 모르고 있었다.
‘나 때는 마족 하면 손발이 덜덜 떨려서 무기를 못 잡는 병사들이 많았는데 말이야.’
너무 두려워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이렇게 위기감이 없는 것도 큰 문제였다.
‘우리 예비 호구들도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작정하고 키웠는데, 방심했다가 마족의 일격에 목이 날아가면 얼마나 억울할까.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다행히 이 아카데미에는 이런 일의 전문가가 존재했다.
“또 왜?”
이제는 르윈이 들이닥칠 때마다 기겁하는 타니야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뭐? 왜? 또 뭘 해 달라고!”
마치 담벼락을 넘는 도둑을 본 사냥개처럼 타니야가 거칠게 으르렁거렸다.
그가 올 때마다 온갖 일들을 처리해야 했던 타니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모습이었다.
“중간고사 아직 준비 중이지?”
“당연하지.”
중간고사라는 말에 타니야는 울컥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드림 월드.
꿈을 이용한 가상공간을 조작하는 드림 일족의 비기.
그것을 이용하여 실전 훈련을 할 수 있는 베르샤 아카데미의 시험은 매우 획기적이었으며.
오직 베르샤 아카데미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이었기에 많은 신입생을 끌어모으는 최신 기술이었다.
“또 비슷한 거라고 투덜대는 새끼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나 베르샤 아카데미에서만 체험할 수 있기에 황실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들도 부러워하는 드림 월드라고 하나, 그것도 한두 번 경험해야 신기한 법이다.
1년에 두 번, 중간고사 기간에 매번 경험하는 것은 기본이요.
몇몇 실험적인 시도가 있을 때도 사전 점검차 드림 월드를 이용해서 진행하기도 했다.
그뿐인가? 원래는 기말고사에서도 드림 월드를 사용했으나, 너무 가상의 공간에서만 시험을 보는 것은 오히려 실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었기에 중간고사에서만 사용하게 되었다.
지금도 실전에 위험이 있는 기초 교육 과정은 기말고사까지 드림 월드로 보고 있는 실정.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매번 새롭게 출제해야 하는 타니야는 시험마다 고통받고 있었다.
무엇을 숨길까, 애초에 너무 가상에서만 연습하면 실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 사람이 바로 타니야였다!
“진짜 억울하다니까? 채집형 시험도 만들었어, 던전형 시험도 만들었어, 몬스터 퇴치 시험도 만들었어. 그 밖에 내가 만든 게 몇 개인데!”
덕분에 드림 월드의 조작이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업그레이드되는 타니야였으나, 그 구성은 거기서 거기였다.
그렇기에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구성이 뻔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애초에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뻔한데. 심지어 해당 학년 진도에 맞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나 원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뻔한 것이다.
학생들이나 교직원들이 원하는 것처럼 뻔하지 않은 것을 만들려면 제정신인가 싶은 내용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진짜 미친 척하고, 마녀 사냥의 역사나 세계수 침략전을 베이스 삼아서 이종족 전쟁 한복판에 집어넣어?”
문득 말을 내뱉은 타니야는 잠깐 멈칫했다.
‘그건 좀 많이 미쳤는데?’
타니야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책상을 바라보았다.
사람 대여섯 정도는 누울 수 있는 거대한 책상 위에는 빈 병 여러 개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둘, 넷, 여섯, 여덟.’
아홉 병.
비록 독한 술은 아니라고 하나, 평범한 사람은 한두 병으로 얼굴이 붉어질 정도의 도수는 가지고 있는 술이었다.
그리고 그 내용물은 저 작은 병에서 아주 큰 술통으로 옮겨졌다.
‘타니야라고 하는 술통에.’
그녀는 살짝 튀어나온 자신의 배를 두어 번 두들기고는, 그 손을 머리로 가져다 댔다.
“해독.”
술의 알코올을 분해하여 배출하는 마법을 사용하여 취기를 날려 보낸다.
아카데미 입학 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막상 배우고 나니 정말 잘 써먹게 된 마법.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인간 세상에서 고작 몇 년 있었을 뿐인데, 술을 달고 살게 되다니.
타니야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을 주당으로 만드는 데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르윈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왜 왔는데.”
“시험 문제 추천해 드리려고.”
“…문제를?”
르윈은 현 대륙의 상황과 마족들의 움직임, 그리고 그것을 너무나도 우습게 보는 학생들의 태도에 열변을 토해 내었다.
“이러다 다 죽겠어.”
“아니…….”
타니야 또한 르윈의 말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마족과의 전쟁을 경험했던 인원이 다 관짝으로 들어간 인간과 달리, 엘프나 마녀, 그리고 몇몇 수인과 요정은 지난 대전쟁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들조차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어린 시절의 이야기였으나.
그 시대 특유의 분위기나 사건 등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그것을 후대에게 직접 전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로드가 말씀하는 걸 들어서 알고 있기는 한데.”
마족의 병사 하나는 기사와 맞먹는 전투력을 지녔다던가.
그 병사 하나를 잡기 위해서는 정규군으로는 하나의 중대가, 임시로 모집한 병사들로는 시간을 버는 것이 고작이라는 말을 듣기는 했다.
그러나.
“설마 또 오겠어?”
이번에 마족이 온 이유는 용사 데르덴의 유적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대마왕 아펠리오스를 죽인 인류 최강의 영웅.
반대로 말하자면 마족에게는 악몽 그 자체인 존재.
그런 존재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무리한 것이지.
아무리 강한 마족이라고 하더라도 소수의 인원으로 대륙을 넘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 올걸?”
그러나 르윈은 확신할 수 있었다.
“왜?”
“아직 공개가 안 된 유적도 있다고 들었거든.”
“진짜?”
사실이었다. 아카데미 근처에는 숨겨진 용사의 유적이 몇 군데 더 존재했다.
‘아직 다 안 썼으니까.’
인생 9회 차를 살아온 르윈이다.
물론 자신이 계속 살아날 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따지고 보면 이후의 일을 생각하며 보물 창고를 만든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라고 하나, 그 양은 무시무시했다.
고작 애들 몇 명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영약 좀 먹인다고 르윈이 모아 왔던 재화의 극히 일부만 소모가 될 뿐이었다.
그러니.
‘기왕 이렇게 된 거, 많이 좀 만들어야지.’
유적 하나에 마족 하나만 자폭한다면 이득이었다.
마대륙을 넘어 수많은 이단 심문관의 눈을 피해 이곳까지 도착한 마족의 정예가 무덤 하나 없애겠다고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던져 준다니!
이건 예비 용사를 키우는 것보다도 남는 장사였다.
유적이 없으면 더 만들어서라도 진행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미리미리 준비해야지.”
거짓말은 아니었다.
인생 9회 차를 용사로 살았으니 자신이 삽 들고 땅을 파고, 거기에 유물 좀 넣어 주면 그것이 용사의 유적이요, 무덤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마족의 무덤이 될 테지만.’
비록 용사는 때려치웠지만, 인생을 때려치운 것은 아니었으니까.
마족이 가만히 있으면 모를까, 대전쟁 같은 걸 터트려서 귀찮게 만들면 자신도 곤란했다.
“…그렇지만.”
르윈의 설득에도 타니야는 망설였다.
분명 르윈이 설계한 구조는 학생들에게 마족에 대한 위험성을 가지게 만들 수 있고.
또한 매너리즘에 빠진 시험 구조를 개편할 수 있지만.
“마왕성에 도달한 사람은 몇 명 없고, 기록은 아예 없잖아.”
전교생 참여형, 드림 월드.
일명 마왕성 침공.
마왕성에 접근하여, 최종적으로는 마왕의 목을 베는 것이 목표인 콘텐츠를 만들자는 르윈의 계획.
그것을 성사시키려면 일단 마왕성부터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그 마왕성은 인류에게 있어 미지의 공간이나 마찬가지였다.
여태까지는 말이다.
“지도가 있는데?”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마왕성에 지도가 어디 있어?”
마왕성은커녕 마대륙의 일반 동네 지도도 구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었다.
그나마 구할 수 있는 것은 대륙과 마대륙의 유일한 육로를 비롯한 초입부 정도일 터.
그것조차 각 나라의 군 수뇌부 정도만이 열람이 가능한 기밀 중의 기밀이었다.
그런데 마왕성의 지도라니.
제국 황실이 가지고 있어도 창조의 교단이 강탈할 만한 최고의 유물이 존재하다니!
“말도 안 되는…….”
불쑥 내미는 종이 뭉치에 타니야의 두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수백 년은 묵은 듯한, 잘못 만지면 그대로 바스러질 것 같은 낡은 종이가 눈앞에서 흔들린다.
‘아니야. 아닐 거야.’
아무리 르윈이라고 하더라도 이번만큼은 사기일 것이다.
마왕성 지도라니.
그딴 게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이게 왜 있는데?”
그러나 막상 눈앞에 있는 것은 정말로 마왕성의 지도처럼 보이는 물건이요.
그 구석에 들어 있는 사인은 옛 용사의 필기체랑 비슷하다.
“거짓말이지? 누가 만든 거겠지?”
“아닌데. 미공개 용사의 무덤에서 찾아온 건데.”
그러나 아쉽게도 그것은 가짜가 아니었다.
마대륙의 마왕성에 도착한 몇 안 되는 존재, 용사로서.
르윈이 직접 마왕성을 탐험한 기억을 토대로 옛날 옛적에 만든 지도가 맞았기 때문이었다!
“마, 말도 안 돼!”
가치를 판단할 수 없는 유물이 튀어나왔다.
심지어 그것을 바탕으로 마왕성을 재현하란다!
“내가 왜 술을 깼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알코올을 날려 보낸 것이 후회되는 타니야였다.
그에 그녀는 빠르게 책상 위의 병을 들고, 그대로 술 한 병을 원샷했다.
“캬!”
온몸에 퍼지는 알코올의 기운을 느끼며, 정신이 알딸딸해진 타니야는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그래, 어디까지 갈 수 있나 가 보자고!”
제정신으로 일할 수 없다.
오늘도 술에 만취한 타니야는 빈 병을 흔들며 그렇게 중간고사 제작에 돌입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