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33)
233화 40. 누가 용사인가? (3)
제국 학생들에게 2학기는 매우 바쁘게 돌아간다.
2학기의 시작과 동시에 제국의 건국제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후우.”
올해 베르샤 아카데미의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로 손꼽히는 하인스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
‘무조건 이겨야 해.’
하인스는 검을 내려놓으며 다짐했다.
올해에는 우승을 해야 한다.
작년처럼 마지막 순간에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살아야 한다.’
누군가는 2등도 잘한 것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2등이 아니라, 순위권 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는 것이었고.
그것이 베르샤 아카데미처럼 이름 있는 곳이라면 동년배 중에서는 적수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었으니까.
1등이라는 자리는 실력은 물론 운과 타이밍 등 여러 요소가 완벽하게 어울려야 가능한 일.
정말 압도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1등을 할 수도 있으나, 어설픈 아카데미도 아니고 현재 가장 핫한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말할 수 있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아니, 몇몇 떠오르는 사람이 있기는 한데.
‘나서는 사람이 없지.’
진짜 괴물 같은 인간들은 건국제 같은 행사에 관심이 없었다.
아니, 그중 하나는 관심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남의 우승에 관심이 있으니.
“망할.”
이번에도 우승 못하면 진짜 칼 들고 협박할 거라고 선전포고한 르윈을 떠올리며 하인스는 검을 휘둘렀다.
백 번을 휘둘러도, 천 번을 휘둘러도 그다지 변화는 없다.
그냥 검을 휘둘러서 성과를 얻는 경지는 옛날 옛적에 넘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계속 검을 휘두르는 것은 하나의 습관이었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할 때 무의식적으로 검을 휘두른다.
검에 집중하지 않고 있음에도, 그 자세가 무너지는 일은 없다.
일이 년 해서는 이룰 수 없는 모습이었으나, 하인스에게는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만큼 검을 휘둘렀고, 이제는 어느 정도 검과 하나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거기에.
‘성과는 있어.’
아주 우연한 계기였지만, 무려 용사의 유적에서 얻은 것이 있었다.
그것도 역대 최강의 용사라고 불리는 그 데르덴 님의 기술을!
“해 볼 만해.”
비록 그리 오랜 시간을 수련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여름방학의 전부를 이 기술 하나에 쏟아부었다.
그뿐인가?
‘도련님이 전수하신 숨 쉬기 운동이라는 것하고도 잘 어울리니까.’
이제는 자신과 완벽하게 한 몸이 된 숨 쉬기 운동의 호흡법과 용사 데르덴 님의 기술은 놀라울 만큼 일체감이 있었다.
‘마치 원래 하나로 만들어진 기술처럼!’
검끝에 자연스럽게 맺히는 마력을 보며 하인스는 눈을 빛냈다.
이 기술만 있다면 해 볼 만하다.
망할 도련님의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어쩌면 진짜로 이루어 낼지 모른다.
‘이걸 익히고도 패배하면 용사님의 얼굴에 먹칠하는 거니까!’
그렇게 연신 검을 휘두르며 용사의 기술을 갈고닦는 하인스는 분명 이번 건국제의 우승 후보라고 볼 수 있었지만.
그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용사의 유적에 간 것은 하인스 하나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예비 용사들을 비롯한 쓸 만한 인재들에게 필요한 기술들을 배포한 르윈 덕분에, 하인스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은근히 많았다.
그리고.
“용사님의 유적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또?”
“심지어 이번에는 데르덴 님이 아니라 다른 용사님의 유적이라는데?”
“우리 아카데미, 터가 그렇게 좋았어?”
새로운 용사의 유적 발견.
하인스를 비롯하여 수많은 우승 후보들의 새로운 경쟁자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
마족.
모든 것의 끝을 관장한다는, 파멸 혹은 파괴의 여신이라 불리는 존재를 최고신으로 모시는 이들이었다.
인류에게는 마신으로 불리며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지지만.
힘을 숭상하는 존재인 마족들에게는 이보다 더 어울리는 신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
그렇기에 마족의 상식은 매우 간단했다.
‘힘이 곧 정의다.’
강자지존의 세계.
강한 자는 모든 것을 얻고, 약한 자는 모든 것을 잃는다.
그렇기에 인류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마족들은 매우 단순하게 싸움을 걸었고, 그대로 승리하기 직전까지 다가가기도 했다.
그러나.
“함정이 분명합니다.”
이제는 그것도 옛말이 된 지 오래.
수차례 용사를 주축으로 한 인류에게 패배한 마족은 싸움과 전쟁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인류에게 전쟁을 배우게 되었다.
“그렇습니다. 용사의 무덤이 한 장소에서 계속 나오다니,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랬다면 진작 성지로 선택되어 창조의 교단 손에 넘어갔겠죠.”
마족 정보 부대.
마족의 옛 선조들이 들었다면 그딴 부대가 왜 존재하냐고 열변을 토했을 테지만.
이제는 마왕군의 수많은 부대 중에서도 엘리트 중의 엘리트만 들어갈 수 있는 최고의 부대였다.
일단 마대륙에서 인대륙으로 넘어가는 것부터가 목숨을 건 위험한 일이었고.
또 그것에 성공했더라도 창조의 교단을 비롯한 인류의 신을 모시는 신도들로부터 모습을 숨길 수 있을 정도로 마기를 제어하는 데 익숙해야 하며.
인류의 속으로 들어가 정보를 모으기까지 해야 했다.
그야말로 생명의 위기를 몇 번을 넘나드는 것을 넘어, 하루하루가 목숨을 위협받는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마족의 정보 부대였다.
“어떻게 합니까?”
불행 중 다행으로 데르덴의 흔적이 남은 곳은 아니라고 하나, 마족의 입장에서 용사라는 존재는 모두가 괴물과 같은 존재였다.
그저 데르덴이라는 존재가 규격 외의 괴물이었을 뿐.
역대 마왕 모두가 용사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
“…….”
“…….”
그렇기에 인대륙에 잠입한 마족들은 한동안 침묵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이게 함정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
“데르덴의 유적에 저희가 과민반응을 한 것을 생각하면…….”
“그 데르덴이다. 그게 과민반응이라고 생각하나?”
“…저희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용사의 흔적을 없애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한다면, 50퍼센트의 확률로 함정을 만들었을 겁니다.”
“50퍼센트라.”
솔직히 모르겠다고 대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보통이라면 그딴 걸 정보라고 가져왔냐고 욕을 내뱉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도 부하를 뭐라 할 수가 없었다.
“답이 없네.”
솔직히 말해, 자신이 부하의 자리에 있었더라도 똑같은 말을 했을 테니까.
용사라는 존재는 그런 존재였다.
모든 것을 변수로 만드는 존재.
이길 것이 분명한 상황인데, 용사가 개입함으로써 이상하게 승률이 50 대 50으로 바뀐 역사가 몇 번이었던가?
바로 지난 역사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마왕 아펠리오스.
역대 마왕 중,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최강이었으며.
수많은 마족들이 목숨을 걸고 막았음에도 끝끝내 마신의 제단을 털어 내고 만 최악의 존재였다.
모두가 신의 힘을 지상의 존재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 했을 때.
아펠리오스가 웃으며 남긴 말은 아직도 마족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였다.
‘이 정도가 아니면, 용사를 이길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마신의 힘을 받아들인 아펠리오스조차 용사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분명 마족의 승률이 99퍼센트라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용사는 1퍼센트의 확률을 손에 쥐고 만 것이다.
“아직 용사에 대한 소문은 없나?”
“그렇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 용사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
어쩌면 창조의 교단이 숨기고 있을 수도 있으나, 인류에게 있어서도 용사라는 존재는 희망 그 자체였다.
너무나도 나약한 상태가 아닌 이상, 전면에 내세워 미리미리 그 위엄을 인류에 퍼트릴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용사는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래야만 했다.
“용사의 흔적은 후대에 이어지지 않는 게 맞다.”
과거의 유산이 현대의 용사에게 이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 말을 부정하는 마족은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위타천, 부하 셋을 이끌고 마왕성으로 향해 마왕님과 대신께 전해라. 지금의 인원으로는 제대로 된 활동이 불가하다고.”
“알겠습니다.”
“추가로 내 자리가 공석이 될 확률이 높으니, 차기 정보부장을 미리 정하라고 전해라.”
“…부장!”
목숨을 걸었다는 소리다.
이곳에 온 이상 언제나 목숨을 걸고 있지만, 용사의 의지가 미래로 전달되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이렇게 빨리 목숨을 걸 줄은 생각 못했는데.”
이번 용사가 탄생했다고 하면, 어떻게든 그와 함께 죽으려고 생각했던 그였으나.
그것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듯 과거의 용사들이 자꾸 자신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래도 용사와 함께 죽을 수 있다면 영광이겠지.’
비록 이미 죽은 용사의 흔적이라고 하나, 자신의 목숨을 걸 수 있을 만큼 용사라는 이름은 값어치가 있었다.
“가라.”
“…곧 따라가겠습니다.”
그 결의를 느꼈기에 위타천은 경의를 담아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돌아올 때쯤이면 아마 정보부장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겠지.
그러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각오를 다진 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일 뿐.
“…부장님?”
그런 각오가 무색하게, 마대륙으로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났다가 돌아온 위타천은 멀쩡하게 부장실에 앉아 있는 정보부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역시 마족 최고의 엘리트란 말인가?’
용사의 무덤을 습격하고도 살아남은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았는데, 습격을 안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위타천.”
표정에서 그것이 다 드러난 것일까.
정보부장은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며, 고생한 부하의 이름을 불렀다.
“…….”
얼굴이 조금 붉어진 채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부장의 모습에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그도 깨달았다.
그렇기에 설마 싶으면서도, 그 말을 입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용사의 유적을… 그대로 버려두셨습니까?”
그 말에 한참을 머뭇거리던 정보부장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경악하는 위타천이었으나, 이어지는 말에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자네가 간 후, 용사의 유적이 128개가 더 발견되었다네.”
“…네?”
128개라니.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요, 용사는 9명인데요?”
“교단에서는 분산 투자를 했다고 하더구나.”
“…….”
“우리 조직 인원을 다 합쳐도, 절반도 못 없앤다…….”
한 명이 하나를 없애도 남은 유적이 더 많다.
허탈한 표정으로 웃는 정보부장의 모습을 보며, 위타천 또한 똑같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
“슬슬 건국제인가?”
제252번째 용사의 유적을 완공한 르윈은 주머니를 열며 곰곰이 생각했다.
“최근 유적들에 대한 임팩트가 약한 느낌이니까, 뭔가 터트릴 만한 걸 넣어야겠는데.”
공식적으로 발견된 용사의 유적이 128개요, 비공식까지 합치면 155개의 유적이 발견되었다.
덕분에 처음 발견된 유적들보다 관심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
아무리 용사의 유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숫자가 100개면 유적 취급을 해야 하나 애매할 정도였다.
“뭐가 좋으려나.”
처음에는 반응이 좋던 마족들 또한 모습을 안 보인 지 오래.
수많은 유적에 질려 버린 건지, 아니면 대륙에 남아 있는 마족들이 다 죽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
그렇기에 르윈은 큰맘 먹고 주머니에서 검 한 자루를 꺼냈다.
“데르덴 블레이드 정도면 확실히 낚이겠지!”
데르덴 델 블레이드.
인생 9회 차 시절 용사의 이름과 성.
그것을 그대로 붙였을 정도로, 데르덴에게는 소중한 검들이 존재했으니.
열 자루의 데르덴 블레이드 중 가장 유명한 성검은 대마왕 아펠리오스와의 격전에서 파괴.
용사의 사후, 창조의 신전에서 거둬 가 전시되어 있었고.
몇 개의 검 또한 대전쟁에서 분실, 혹은 검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되었다.
그러나 열 자루의 검이 모두 파괴된 것은 아니었고.
그중 세 자루는 미래를 위해 잘 숨겨 두었으니.
그중 하나를 푼다면 아무리 마족이라 하더라도 참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럼 콘셉트를 데르덴에 맞게 만들어야 하는데.”
비교적 최신 양식으로 던전을 꾸미며, 르윈은 데르덴 시절의 특징들을 벽면에 새기기 시작했다.
“대충 이때 건축양식…….”
삽을 이용하여 벽면을 긁는 것뿐인데, 천 년 전 건축의 흔적이 새겨지기 시작한다.
옛 창고에서 가져온 먼지와 물건들을 이리저리 뿌리고.
마력을 이용해서 공간에 왜곡을 주는 것만으로 이 유적이 만들어진 시대를 추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다 되었다.”
마지막으로 한가운데에 전생의 필체로 글귀를 남기고, 검을 꽂아 넣으면 완성!
[이 검을 뽑는 자, 용사의 이름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여긴 빌을 보내야지.”
마지막으로 유적을 발견한 인재까지 정하면 끝!
“뿌듯하다.”
그렇게 오늘도 노동 끝에 흐른 땀을 닦으며 보람을 느끼는 르윈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