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40. 누가 용사인가? (5)
제국은 세계의 중심이라 불린다.
그만한 영토와 인재들을 보유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나라와 민족을 하나로 통합했다.
드넓은 토지를 바탕으로, 비옥한 땅에서는 엄청난 식량을 생산하고.
또 여러 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곳을 개발하여 지속해서 물자를 생산한다.
거기에 공무원 제도를 개편하여 그냥 주어진 일만 하는 이들에서 황제의 손발이 되게 만들었고, 그에 걸맞게 그들에게 강력한 권한과 보상을 지급하였다.
대표적인 인물이 현 감찰부장인 헤직스 아르리스와 재무부장 니하엘 엘레름.
바벨리안 제국 이전의 시절에는 소드마스터와 그에 비견되는 실력자를 군부에서 가만히 놔두지 않았을 터.
그런 인재들을 군부에 빼앗기지 않을 정도로 현 제국 공무원들의 위세는 막강했다.
그러나.
“마족이 들어왔다?”
“…….”
“또 들어왔다?”
그러나 강력한 권한과 보상이 있다는 것은 반대로 강력한 책임과 처벌이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다른 왕국에도 털려. 마신회에게도 털려. 마족에게는 두 번 털려. 내 모가지도 털리겠다?”
그렇기에 아무 일도 없으면 최고의 직장이나, 요즘 같은 시기에는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직장이었다.
“그건가? 밑에 있는 놈이 내 자리를 노리고 있어서 계획적으로 문 열어 주는 건가?”
“아, 아닙니다.”
“아니긴, 이것들아! 국경도 아니고 수도가 이렇게 쉽게 뚫리는 게 말이 되냐?”
아무리 베르샤 아카데미가 수도 끝자락에 있는 아카데미고, 그렇기에 관리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은 제국의 수도에 있는 아카데미다.
베르샤 아카데미가 뚫린다는 것은 결국 제국의 수도가 뚫렸다는 말이나 마찬가지.
“국경 수비대도 이 정도로 뚫리지는 않아!”
거기가 뚫려야 여기까지 오는 건데요.
여기서 눈치 없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리 자리가 위태롭다고 하나, 상대는 황도를 수호하는 임무를 맡은 총책임자 중 하나.
비록 황실 수호 기사단에 비하면 한 단계 아래 취급을 받지만, 수도 전체를 지키는 기사단의 총책임자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전방으로 보내 달라고 할까.”
분명 전임 수도 방위 기사단장이 자리를 맡길 때만 해도,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진급할 수 있는 꿀보직이라고 했는데.
왜 자기가 수도 방위 기사단을 맡자마자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얼굴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리는 기사단장의 모습에 모두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기사단장이 되지 않았다면 최소 군부의 장군급 인사는 되었을 인물.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라고 하나, 소드마스터가 내뿜는 기운은 단련된 기사라고 하더라도 버티기 버거운 수준이었다.
“…….”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폐하께서 말씀하셨다.”
그 한마디에 모든 이들이 숨을 죽였다.
그들이 이곳에 불려온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바로 단장이 황제와 독대를 하고 왔기 때문이었다.
“그간 해 온 일이 있으니, 마지막 믿음을 주겠다고 하시더구나.”
다음은 없다는 통보이나, 이미 기회를 여러 번 날린 상태였다.
그럼에도 기회를 줄 정도이니, 내가 그동안 잘 살아왔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그 이후 이어지는 황제의 말에 단장은 그대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족과의 전쟁을 선포하셨다.”
마족은 인류의 적이다.
아주 먼 옛날부터 그래 왔고, 창조의 교단이 대륙의 중심 종교가 된 이후에는 더욱더 그러했다.
그렇기에 마족은 인류의 불구대천의 원수였으며, 보이는 즉시 사살해야 할 적이었다.
굳이 전쟁을 선포할 필요도 없는 존재.
그런 존재들에게 전쟁을, 그것도 대륙의 가장 고귀한 자라고 불리는 황제가 선포한 것이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한마디만 하지.”
그것에 담긴 의미는 정말로 많으나, 단장은 그것을 한마디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당분간 집에 못 들어간다.”
야근이 많다 수준이 아니다.
앞으로 퇴근하는 날보다 퇴근하지 않은 날이 더 많을 것이다.
“기숙사나 관사 사용하는 놈들은 상관없을 테지만, 가족과 함께 사는 놈들은 미리 말을 해라.”
그나마 이해하기 쉬운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은 아니라는 것.
“장관급 인사 몇이 창조의 교단 측과 교섭에 들어갔고, 앞으로 협력이 있을 예정이라고 하니.”
단장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충 계산을 하자면.’
정확하지는 않으나 대략적인 수치는 낼 수 있었다.
“마신회 사건 때의 3배 정도만 고생하면 된다고.”
“…….”
“…….”
“…….”
그 말에 모여 있는 모두가 침묵을 유지했다.
대부분이 마신회의 아카데미 테러 이후 개같이 구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간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업무 강도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중 한 기사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질문했다.
기간이 3배여도 지옥이 분명했고.
업무 강도가 3배여도 지옥이 분명했으나.
“둘 다다.”
단장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가장 최악의 말이었기에 모두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
“사람이 늘었네.”
“건국제 기간이니 당연한 것 아닙니까?”
르윈의 말에 조용히 옆을 지키고 있던 데이지가 반문했다.
신탁 이후, 학생들의 수준은 자연스럽게 올라갔고.
자연스럽게 건국제의 관광객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황실 아카데미와 비교해도 우위일 정도.
물론 황실과 가까운 위치상 황실 아카데미는 규모가 제한되었고.
그에 비해 끝자락에 드넓은 토지를 가진 베르샤 아카데미라 수용 인원이 몇 배는 차이가 나나.
여태까지 제국, 아니 대륙 아카데미의 모든 기준이 되었던 황실 아카데미를 뛰어넘었다는 것은 기념할 만한 일이긴 했다.
“그렇긴 하지.”
그러나 르윈이 말한 것은 그런 관광객의 숫자가 아니다.
그 안에 숨어 있는 수상한 이들의 숫자였다.
‘원래도 많긴 했는데.’
제국에서 일하는 자들은 물론 타국의 스파이, 각 교단에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파견한 성직자들.
그 밖에 마녀와 엘프 같은 이종족들이 들어온 이후, 관심을 가진 마탑이나 헌터, 모험가 협회 같은 곳에서도 사람을 파견했으나.
이 정도로 많은 숫자가 돌아다닌 것은 처음이었다.
‘슬슬 입질이 오나?’
용사의 무덤이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누군가는 제국이 만든 함정이다, 창조의 교단에서 베르샤 아카데미를 성지로 만들기 위한 밑 작업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으나.
그 안에서 나오는 유물들은 대다수 용사와 관련이 있는 것이 맞았고.
용사와 연관이 없더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과거의 물건들이었기에.
제국과 창조의 교단은 물론, 수많은 보물 사냥꾼이 베르샤 아카데미 주변에서 용사의 유적을 찾아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족들이 보증도 서 줬고.’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이 바로 마족의 등장.
아무리 바벨리안 제국의 기세가 대륙을 뒤흔들고, 창조의 교단의 교세가 대륙 전체에 퍼져 있다고 하더라도.
마족이라는 존재는 본래부터 이 대륙의 존재가 아니었고, 애초에 제국과 창조의 교단은 마족들에게 있어 가장 큰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즉, 마족의 등장은 용사의 유적에 대한 신뢰도를 올려 주는 행동.
그들이 목숨을 걸어서라도 막으려는 물건을 탐내는 이들은 생각보다도 더 많았다.
‘그런 것치고는 많지만.’
하긴 이 정도로 사건 사고가 일어났는데 제국이 가만히 있으면 이상한 일이다.
최고라는 것은, 늘 그 자리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이들이 가득한 법.
개인도 그러한데, 국가 차원이면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흔하게 발생할 정도다.
‘마족에게 두 번이나 수도가 뚫린 제국.’
권위와 체면을 세워야 하는 제국으로서는 한동안 꼬리표처럼 달릴 이 호칭을 내버려 둘 수 없을 터.
가장 쉬운 해결법은 무력을 보여 주는 것이지만, 마족과의 성전이 예고된 이상 같은 인간끼리 싸우는 것은 전 세계의 공적이 될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었다.
그러니 매우 높은 확률로 마신교 때처럼 마족을 찾아내서 조지거나.
‘아니면 용사 예정지라는 이점을 살리겠지.’
신탁 이후, 용사와 접점이 없었다는 약점이 해결된 제국이었다.
타니야나 아이리의 말에 의하면, 신탁 이후 타국의 학생들보다는 제국 출신의 학생들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을 정도.
만에 하나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탄생한 용사가 타국의 학생일 경우, 제국은 들러리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공식적으로 배움에는 국경이 없다는 아카데미 정책을 지키고 있다고 말은 했으나.
물밑으로는 황실 아카데미의 권위가 떨어지더라도, 뛰어난 인재들을 베르샤 아카데미로 보낼 정도였다.
그렇다.
‘사실 우리 아들이 용사가 될 수 있을지도?’라고 호들갑을 떤 수많은 학부모 중 대부분은 황실의 압박으로 인한 행동이었다.
순수하게 성적으로 밀어내면 타국에서도 태클을 걸 수 없었으니까.
그렇다.
내 자식이 용사 같은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승할 수 있겠어?”
“확률로 따지면 반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카데미에서 준우승하더라도, 본 대회에서 우승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뒷사정이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베르샤 아카데미에는 많은 인재가 들어왔고.
그로 인하여 아카데미 대회의 수준도 이전과 차원이 달라졌다.
그리고 데이지는 그 차원이 달라진 대회에서, 무려 16세 이상 마법부 대회에서 결승전에 오른 상태.
예리엘과 하인스 또한 4강 대진 상대에게 우세를 점하고 있기에.
무난하게 흘러간다면 르윈의 시종 모두가 아카데미 결승에 오를 예정이었다.
“좋은 마인드네.”
설령 패배하더라도 더 큰 것을 바라보겠다는 선언에 르윈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봐줄 생각은 없지만.”
“…….”
이번에도 우승 못하면 각오해라.
건국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엄포를 해 둔 르윈이었기에, 데이지 또한 드물게 표정을 굳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솔직히 결승전 상대는 확실히 이길 자신이 없는 데이지다.
정말 비등비등한, 그날의 컨디션이나 운에 승패가 좌우될 만한 상대였으니까.
‘용사님의 유적에서 발견한 영약 덕분에 마력이 올라갔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유적이 너무나도 많이 발견되고 있었고, 상대방 또한 유적을 발견하여 성장한 인물 중 하나였다.
그나마 예리엘이나 하인스 같은 경우에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라도 했으나.
‘…난 쓰지도 못하는데.’
예리엘이나 하인스와 달리, 데이지가 용사의 유적에서 발견한 것은 용사가 독자적으로 만든 최상급 마법이었다.
하나의 마법으로 지형을 바꾸었다는 전설이 있는 그 용사의 마법!
비록 완벽하게 습득은 하지 못했고, 또 데이지의 수준으로 사용하면 그 위력의 반의반도 내지 못할 거지만.
그것만으로도 아카데미 시험장 정도는 가볍게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마법이었다.
아무리 건국제 대회가 목숨을 걸 가치가 있다고 하지만 그건 자기 목숨이고, 상대방의 목숨은 물론 관중들의 목숨까지 걸어 버리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에 비해 상대가 발견한 마법은 대회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아니 대회를 위한 것처럼 범용성이 높은 마법이니 데이지로서는 절로 한숨이 나오는 상황.
“열심히 해 봐. 누가 알아? 데이지가 용사님이 될지.”
그 와중에 우승 못하면 각오하라는 사람이 저런 농담을 하고 있다.
“제가 용사가 되면 도련님을 무조건 끌고 갈 겁니다.”
용사에게는 동료를 직접 선별할 권한이 주어진다고 한다.
왕족이나 황족은 물론 다른 종족의 고귀한 피조차 거부할 수 없는 권한.
그럴 일은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자신이 용사가 된다면.
‘여태까지의 복수를 할 수 있겠지.’
물론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무섭네.”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젓는 데이지였으나, 그녀 또한 르윈이 선택한 용사 후보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