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40. 누가 용사인가? (6)
르윈이 어느 순간부터 가지게 된 의문이 있었다.
왜 용사는 하나일까?
이유야 많을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용사라는 존재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권한을 여럿이 가지고 있으면 생기는 변수가 있으니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용사를 지원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나라나 종족이 생길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그 권한 때문에 용사끼리 부딪칠 수도 있었다.
그러니 그러한 충돌을 없애기 위해 용사라는 포지션을 하나 두고, 그 아래에 동료라는 포지션을 두어 한 명에게 모든 것을 몰아주려는 여신의 큰 그림이 아닐까!
라헬을 믿고 있던 시절의 르윈은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이제는 안다.
‘그냥 그럴 능력이 없던 거지.’
지난 인생까지는 의심이었으나, 지금은 확신이 되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래도 인류의 최고신이라는 작자가 저런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을 테니까!
“마족이 또 왔다니까? 너도 알고 있잖아. 그 더러운 놈들이 인류에 몰래 숨어 있다니!”
이를 갈며 씩씩대는 성녀가 보인다.
평소의 성녀와는 전혀 다른 모습.
라헬이 그 몸을 차지한 상태이기 때문이기는 하나, 그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르윈이었다.
‘어떻게 신이 인간보다 더 체통이 없을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저런 모습을 보여 준다면 성녀 또한 치를 떨며 개종할 텐데.
“쯧.”
아직도 공석인 무링교의 성녀 자리를 떠올리며, 르윈은 아쉬운 마음에 혀를 찼다.
아카데미에 거주하는 성녀는 놀리는 맛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매우 성실하고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사람이 저런 여신을 모시다니, 참으로 비극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이 기회라니까? 싹 다 잡아 죽일 수 있다니까? 용사 선포할 준비도 다 되었다니까?”
그런 르윈의 생각을 알지 못한 채 성녀의 몸에 강신한 라헬은 르윈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거의 울먹이면서 다리를 붙잡고 제발 용사 일 한 번만 더 하자고 애원하는 게 인류의 최고신으로 떠받들어지고 있는 신이라니.
‘옛날에는 이러지 않았던 것 같았었는데.’
어째서 창조의 교단의 세력이 가장 약했던 인생 1, 2회 차의 라헬이 가장 여신다웠던 것일까.
잃을 것이 많아져서 두려운 것이 많아진 건가.
아니면 원래 이런 여신이었는데 무게를 잡고 있던 것뿐일까.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겠으나, 분명한 게 하나 있긴 했다.
“싫은데?”
“왜?”
저런다고 용사가 되겠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는 것.
오히려 용사가 되는 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주도권이 약해질 것이다.
“싫으니까.”
9번을 받아들였으니, 10번째도 그냥 해 줘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그냥 안 한다고 한 것도 아니었다.
“쓸 만한 애들, 여럿 만들어 뒀다니까?”
잘만 사용하면 괜찮게 굴릴 수 있는 애들이 여럿이다.
심지어 전생부터 준비해 둔 영약과 물건들도 넘겨주었다.
직접 인수인계를 한 것은 아니나, 이 정도면 도리는 다 했다고 봐도 되었다.
“다 모아도 너 하나보다 약하잖아!”
그건 맞는 말이나, 그게 르윈이 또 용사를 해야 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마족도 그만큼 약해졌다며. 다 용사로 뽑아서 물량 공세 하면 되지.”
마왕이 약해졌다. 마족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 라헬이었으니, 르윈도 할 말은 많았다.
“그게 그냥 되는 게 아니니까 문제지!”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원래의 성녀와 비슷하나,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이 여신이라고 하니 왠지 모르게 열이 받는 르윈이었다.
성녀가 저럴 때는 그래도 귀엽게 보였는데, 안에 들어 있는 정신이 다르니 이렇게 다를 줄이야!
‘참아야 한다.’
마족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르윈에게 있어서도 좋은 소식은 아니다.
자신이 태어난 순간부터 예상하던 일이고, 또 준비도 했으나.
‘늘 그 이상으로 해 주던 놈들이니까.’
마족에게 있어 용사가 변수라면, 용사에게 있어서 마왕이라는 변수가 존재했다.
아무리 약해졌다고 하더라도 방심하면 안 된다.
단단히 준비해도 이기지 못했던 상대라는 것을 계속 의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타깝게도 저 망할 여신하고 협상할 필요가 있었다.
‘그걸 위해서 일부러 마족을 끌어들인 것이니까.’
괜히 삽 하나 들고 유적을 만들고, 용사의 애장품을 미끼로 내건 것이 아니다.
마족을 끌어내서 그들의 정예를 줄이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라헬을 안달 나게 만들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인류에게 있어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으나, 눈앞의 여신은 인류의 최고신이었으니까.
지금 당장 저것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했고, 원한다고 끌어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아무리 약해졌다고 해도, 마왕은 너만이 죽일 수 있다!”
“마왕만 없으면 해 볼 만하다?”
“그렇지!”
그러니 조금 귀찮긴 하지만, 일해야 하긴 했다.
“그럼 말이지.”
그 대신 얻을 건 얻어야겠지만 말이다.
***
“차 맛이 좋네.”
태양이 한창 중천에 걸린 오후.
대부분의 사람이 가장 열심히 일하고 있거나, 아니면 식사를 위해 잠깐의 휴식을 취할 만한 시간대였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이는 그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느긋하게 앉아, 누군가가 보낸 최고급 차를 마시며 시간을 때우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어찌 보면 취업하지 못한 백수의 삶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놀랍게도 그녀는 일하는 중이었다.
가만히 앉아 느긋하게 차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일할 수 있다니!
가히 꿈의 직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곳에 도달할 때까지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면 그렇지도 못했다.
‘아카데미 때 그 고생을 했으니, 이 정도는 괜찮지.’
친구들 대부분은 고생고생하여 제국의 공무원이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카데미에 용사가 나온다는 신탁이 내려진 이후 취업이 잘되었다는 것.
용사의 선배라는 타이틀은 제법 괜찮은 타이틀이었고, 혹시나 용사로 선택된 후배가 지인이라면 상당히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신탁 이후 베르샤 아카데미의 취업률은 올라갔고, 그로 인하여 백수로 지내는 동기가 없는 것은 다행이나.
‘나 정도로 성공한 사람은 없지.’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최상급 차가 진상이 되고.
이렇게 앉아서 차를 마시다가 사람 몇 만나면 하루 일과가 끝이라니.
막 베르샤 아카데미에 입학한 자신이 보았다면 말도 안 되는 미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평범한 남작가의 딸이, 그것도 성공하고자 하는 의지가 1도 없는 자신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후훗.”
만약 과거의 자신을 만난다면 ‘뒤에서 누가 칼 들고 협박하면 되더라.’라고 말해 줄 것이다.
그에 반박하면, 그 드라이르프 공작가의 아들놈이 칼 들고 협박한다고 하면 이해를 해 주리라.
“교주님, 베레스트 백작이 곧 도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이제는 신흥 종교가 아닌, 제국 수도에서 제법 큰 영향력을 퍼트리고 있는 무링교의 교주.
레피스 원드.
과거에는 백작가의 자제를 보는 것만으로도 덜덜 떨었던 그녀는 이제 없었다.
이제는 작위를 가지고 있는, 백작 본인을 아무렇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된 지 오래!
그렇다.
레피스는 그녀의 동기 중 가장 성공한 사람이 된 지 오래.
다른 이들이 공무원 신입으로 한창 구르고 있을 때, 그녀는 고위 귀족을 가끔 만나는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비교하려면 세렐 정도는 되어야겠지?’
그녀는 엘프의 숲으로 끌려간, 아니 팔려 간, 아니 모셔 간 소꿉친구를 떠올렸다.
“그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자신의 인생도 그랬지만, 비슷할 정도로 미래에 관심이 없던 세렐이 그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느 날 갑자기 아카데미에 엘프 교수가 하나 생기더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엘프 교수가 여럿 생겨났고.
그중 하나는 아예 세계수의 씨앗 연구회에 눌러앉더니 담당 교수 자리를 차지하고.
세렐이 졸업할 때쯤에는 엘프의 나라에서 막대한 선물을 아밀 가문으로 보내더니.
‘세렐을 데려갔었지.’
그 이후 소식이 끊겼으나, 간간이 생존 신고가 아밀 가문으로 도착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가문에서는 그 소식보다는 함께 딸려 오는 묵직한 선물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지만.
어쩌겠는가? 원드 가문이든, 아밀 가문이든 주변에 특별한 관광지도 없고, 특산물도 없는 작은 시골 영지다.
그런 곳에 엘프의 선물 같은 것이 도착하고 그러면 안 좋아할 수가 없겠지.
“뭐, 남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세렐과 달리 제도에 있다는 것만 다를 뿐.
원드 가문 역시 무링교에 관심이 있는 귀족들의 선물을 받고 싱글벙글하는 중이었다.
“효도한다고 생각해야지.”
남부럽지 않은 지원을 받은 것은 아니나, 자그마한 가문치고는 해 줄 수 있는 건 다 해 준 편이다.
그러니 자신도 열심히 일해서 보답해 주는 것이 당연한 것.
“그럼 어디.”
물론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주관적인 관점에서였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빈둥거리며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고, 또 그것이 대부분 사실이나.
“이건 연회 초대장이고. 이건 대지의 교단에서 보낸 합동 기도회 요청서고.”
다 마신 찻잔 옆, 수북이 쌓인 편지들을 하나하나 뜯으며 확인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이미 걸러져서 다 확인했기에, 나중에 확인해도 괜찮다고 판단된 편지만이 이곳에 있는 것이지만.
이렇게 손님을 기다리며 처리하기에는 이보다 좋은 일이 없었다.
“이건 아카데미 우편이네?”
그렇게 몇 개의 편지를 확인하던 레피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베르샤 아카데미의 이름으로 온, 더 정확하게는 무링신 동아리의 편지를 뜯으며 생각했다.
‘편지를 보낼 필요가 있나?’
과거 이름 없는 신 연구 동아리에서 무링신 연구 동아리로 바뀌었고.
지금은 아예 무링신 동아리가 되어 사실상 무링교의 제2지부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 무링신 동아리였다.
졸업 후 무링교에 입교, 아니 사실상 취직하는 것이 전부인 동아리였기에.
미래의 직원들인 그들과는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이렇게 편지로 무언가를 보낼 필요는 없었다.
“…설마.”
단 한 명.
사적으로도, 공적으로도 친해지고 싶지 않은 그 인간을 제외하고는.
“…맞네.”
수많은 귀족을 만나고, 심지어 황족까지 여럿 만난 레피스였다.
그런 그녀가 아직도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귀족이 존재한다.
외관만 보더라도 충분히 여심을 노릴 만한 외모기는 하나, 그 내면은 더욱더 심장에 좋지 않은 인간.
“르윈 디 드라이르프.”
다른 의미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참으며, 레피스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편지의 내용을 확인했고.
쿵!
“교주님?”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밖에 있던 신도 하나가 다급히 뛰어와 레피스의 안부를 살폈다.
“괜찮으십니까?”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 상대가 괜찮지 않아 보였기 때문일 터.
실제로 탁자에 머리를 박고 부들부들 떠는 레피스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이상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이…….”
“이?”
“이게 뭐야?”
레피스의 시야에 보이는 편지의 내용은 더 이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곧 용사 쿼터제 시작. 우리도 용사 하나 만들죠?>그녀의 상식으로는, 아니 이 세상의 상식으로는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