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38)
238화 40. 누가 용사인가? (8)
제국의 가장 큰 축제, 건국제가 끝이 났다.
보통 건국제가 끝이 나면 건국제 기간에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거나, 그 뒷정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한 달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지만.
이번에는 건국제가 묻힐 만한 소식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진짜 전쟁이 시작되는 건가?”
“황제 폐하께서 말씀하신 것이니 당연하겠지.”
하나는 건국제의 끝을 알리는 연설 당시, 황제가 내뱉은 한마디였다.
‘마지막으로, 천명을 짊어진 제국의 황제로서 말한다.’
천명은 곧 하늘의 뜻이요.
세상을 만든 신의 뜻을 대변한다는 말이었다.
아무리 제국의 황제라고 하더라도, 천명을 입에 담는 일은 극히 드문 것이 보통이었고.
그것을 입에 담는다는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었다.
‘우리의 심장에 사악한 자들이 침범하였다.’
그리고 그 말은 소문으로만 돌던 마족을 인정하는 말이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민중은 마족이 제국의 수도까지 침범하였다는 소식을 믿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명을 짊어진 제국으로서, 더 나아가 새로운 용사가 태어나는 나라로서 이 사태를 그저 지켜만 볼 수 없다. 바벨리안의 이름을 걸고, 이 땅에 마족을 없앨 것을 선언한다.’
바벨리안의 이름을 건다.
그것은 작게는 이 일에 황실이 총력을 다할 것이라는 말이며, 크게는 제국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바벨리안이라는 이름은 황실의 이름이기도 했으나, 제국 그 자체의 이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바벨리안은 황실을 의미하는 것이니, 우리는 마족과 싸우지 않겠다는 눈치 없는 귀족이 있다면 바로 감찰부와 이단 심문관을 만나게 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영지를 비롯한 재산은 미래의 인재들을 위해 기꺼이 사용될 것이다.
아무리 제국이 영토가 넓다고 하더라도, 결국 땅이라는 자원은 한정된 법.
매년 공무원을 지망하는 이들이 수두룩하고, 그중 일부는 성공하여 작위를 얻는다.
물론 영지까지 딸린 작위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공적을 쌓아야 하지만.
매년 공무원이 되는 이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하사할 땅은 언제나 부족한 법이다.
그러니 기쁜 마음으로 국가에 재산과 영지를 환수할 생각이 없다면 알아서 마족을 잡겠다고 나서야 할 터.
실제로 먼저 마족을 잡겠다고 나서는 귀족 가문이 한둘이 아니었다.
“각 교단에서도 이번에 제국을 지지하고 나섰다던데?”
“그래서 다른 왕국들도 마족 척결을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대륙의 눈치 싸움에서 제국이 신호탄을 쏘았다.
그에 다른 왕국들도 하나둘 마족과의 전쟁을 선언하기 시작하는 상황!
그리고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창조의 교단은 하나의 소식을 대륙에 전하였으니.
“그런데 용사 선발 테스트는 뭐냐.”
“용사님은 여신님이 지명하는 거 아니었어?”
바로 여태까지와 달리 용사를 각 교단에서 선발한다는 기상천외한 소식이었다.
그것도 창조의 교단만이 아니라 모든 교단에서!
“레, 레피스 선배, 그게 무슨 말이세요…….”
“들은 그대로인데?”
“그렇긴 하지만!”
무링교 또한 하나의 종교로 이미 인정을 받은 상태.
그렇기에 용사를 선발하라는 창조의 교단의 명령을 이행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용사 후보가 열이 넘는다니!”
“…용사를 뽑으라고 했지, 몇 명을 뽑으라고는 안 했거든.”
예리엘은 거칠게 떨리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기에는 이번 건국제에서 성적 좀 낸 베르샤 아카데미 학생들이 자신과 비슷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게 맞나?’
다들 그런 생각을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야 당연할 것이다.
갑작스럽게 용사가 되어 달라는 요청은 매우 당황스러운 것이었지만.
베르샤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들의 마음속에는 작게나마 ‘혹시?’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혹시 만약에 내가, 그 용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이 현실이 되었는데 기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무려 그 용사니까.
아주 어릴 때부터 들었던, 세상을 구했던 구세주가 내가 된다는 소리니까!
모든 교단에서 용사를 선발하는 것?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세상을 구하는 무서운 일에 함께하는 이들이 생긴 것이니까.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짐을 같이 들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니까.
‘그런데 이건 좀 많잖아?’
무링교가 근래에 들어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신흥 종교치고일 뿐이었다.
당장 제국 수도를 벗어나면 아는 사람이 극히 줄어들며, 제국이 아닌 다른 왕국으로 나아가면 사이비 취급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종교였다.
그런데 그런 종교에서 열 명의 용사를 선발하다니.
대형 종교의 경우에는 그보다 더 많은 용사를 선발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이러다 베르샤 아카데미가 아니라 용사 아카데미가 될 수도.’
지금까지 나온 용사의 조건이라고는 베르샤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이라는 것뿐이었다.
즉, 다르게 말하면 베르샤 아카데미 학생들을 모두 용사라고 하고 마족과의 전쟁에 투입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되지 않는가!
“이게 용사가 맞아요?”
용사라기보다는 합법적인 징병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느낀 것이 예리엘만은 아니었는지 다른 사람들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일단 정식적으로 용사로 인정받는 것도 맞고, 지원을 받는 것도 맞는데.”
그에 레피스는 창조의 교단에서 보내온 서류를 확인하며 몇 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일단 용사가 되면 혜택이 드워프제 최고급 무기 제공, 전 대륙 종교 관계자가 운영하는 시설 이용 무료. 필요하면 대륙 주요 상단에 물자를 지원받을 수 있으며, 모든 나라에 최소 백작위 이상의 직위를 인정받으며…….”
이어지는 말들은 정말 전설 속 용사의 행보와 비교하면 부족하나, 과연 용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놀라운 혜택이 많이 존재했다.
다만.
“단, 마족이 침공해 왔을 때 최우선으로 싸워야 함.”
마지막 문장 하나가 매우 거슬린다.
용사가 마족과 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러기 위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용사로 뽑는다니.
‘해, 해야 하나?’
용사로 선발이 된다는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선택을 받는다면 용사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 열 명을 데려와 앉혀 놓고 ‘너희들이 용사다!’라고 말하니, 과거의 각오가 다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용사는 한 시대에 단 한 명만 존재한다는 것이 상식이었고.
그렇기에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저기, 조금 고민을 해 봐도 괜찮을까요?”
그에 한 학생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올리며 조금 더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하긴 인생이 걸린 일인데, 당연한 일이지.”
레피스 또한 예상했던 일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무리 그래도 목숨을 건 일이기도 하고, 또 용사 후보를 관두면 아카데미도 퇴학이니 생각을 많이 해야겠지?”
“그렇… 네?”
중요한 일이라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던 학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보를 관두면 퇴학이라니?
“혀, 협박하는 겁니까?”
다른 학생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레피스의 말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퇴학 처리 해 버린다는 협박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협박? 뭐가?”
“말을 듣지 않으면 퇴학을 시켜 버린다고!”
“아니, 그거 베르샤 아카데미 규칙에 있는 거잖아.”
“…그게 무슨!”
“나 재학 중일 때 신설된 항목인데. 확인 안 했어?”
무려 그 데일드 학생회장 시절에 만들어진 교칙인데.
그렇게 중얼거리는 레피스의 말에 일어선 학생이 다른 학생들과 시선을 마주했다.
‘님들, 그거 앎?’이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에 모두가 고개를 저었으나.
“너네도 있었을 텐데. 왜 갑자기 학생 수첩 다 걷어 가서 새것으로 바꿔 주었을 때 있잖아.”
레피스가 베르샤 아카데미를 졸업한 지 몇 년이 지나지 않았다.
그녀도 양심이 있었기에 고등 교육 학생들로 용사 후보를 뽑았고.
그렇기에 이들 대부분은 레피스와 같은 아카데미 생활을 공유했다.
“…그랬던 기억이 있기는 한데!”
“그거 교칙 바뀐 것들 수정하느라 그런 거라고 데일드 회장한테 들었거든. 학생 수첩 안 들고 다녀?”
“…….”
원래는 학생 수첩을 들고 다니는 것이 맞았으나, 그런 귀찮은 일을 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한 명, 고지식하게 교칙을 지키는 이가 있었던 것일까.
“지, 진짜요?”
다급하게 품 안을 뒤지더니 학생 수첩을 꺼낸 학생 하나가 모두의 시선을 뒤로한 채 열심히 교칙 부분을 눈으로 훑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짜 있어?”
아카데미 교칙 하나.
베르샤 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학생은 모두 용사가 될 자질을 가지고 있으며, 베르샤 아카데미는 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교칙 둘.
그렇기에 베르샤 아카데미는 늘 최상의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학생들은 언제든지 용사가 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여 수업을 이행하여야 한다.
교칙 셋.
다만 만약의 경우, 스스로가 용사의 자질이 아니라고 생각할 시 아카데미를 퇴학하는 것으로 거부를 할 수 있으며…….
덜덜덜.
그 부분을 읽자 손이 자동으로 떨려 왔다.
그 떨림에 자연스럽게 손에서 학생 수첩이 떨어지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주변 학생들이 그 수첩을 다급히 들어 올려 교칙 부문을 확인했다.
그러나 바뀌는 것은 없었다.
저 녀석이 헛것을 보았다고 생각하고 싶으나, 자신의 눈에도 명확하게 적혀 있는 학칙이 보인다.
“도망치는 건 좋은데, 아카데미 퇴학이다?”
그런 이들의 귓가에 레피스의 차가운 말이 들려왔다.
용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여태까지 한 것을 모두 포기하고 아카데미를 나갈 것인가.
선택해라.
그런 레피스의 말에 거부할 수 있는 학생은 존재하지 않았다.
***
그리고 2주가 지났다.
처음에 여러 교단에서 용사가 되지 않겠냐고 스카우트가 왔을 때만 하더라도 인생이 바뀐 느낌이었고.
또 그것이 다른 이름의 노예 계약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좌절하는 학생도 많이 나왔으나.
그것도 잠시일 뿐, 몇 주가 지나자 학생들은 하나둘씩 적응하기 시작했고.
“나 이번에 불의 교단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오퍼가 왔는데.”
“하긴 번개의 교단보다는 불의 교단이 조금 더 크지.”
“이적 시 불이익 있지 않냐?”
“나 용사인데, 어쩔 건데.”
“맞긴 하지.”
이제는 반쯤 취업의 장이 되어 버렸다.
“도련님, 저도 창조의 교단에서 최고 대우해 준다는데, 가도 되나요?”
“뒤질래?”
눈앞에서 무링교를 버리고 창조의 교단으로 넘어간다는 예리엘의 말에 르윈이 눈을 부릅떴다.
다른 곳도 아니고, 창조의 교단으로 넘어간다니.
애초에 다른 곳도 보내 줄 생각은 없었지만, 그곳만큼은 절대로 안 되었다.
“…그렇지만 무링교는 아무것도 지원을 안 해 준다고요.”
“신생이라서 그래. 그래도 가족 같은 분위기잖아.”
“…내 가족은 나 팔았는데.”
“…….”
붉은 머리카락을 배배 꼬며 뱉은 한마디에 천하의 르윈마저 순간적으로 입이 다물어졌다.
“이, 이건 비밀인데. 레피스 선배가 너 준다고 용사님 유적 하나 발굴해서 물건 하나 챙겨 뒀어.”
“정말요?”
레피스가 들었다면 ‘언제요?’라고 물었을 테지만.
르윈은 그런 질문에 ‘지금요.’라고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차피 교세 확장을 위해서도 물건 좀 풀려고 했으니까.’
르윈의 주머니가 곧 용사의 유물이요, 르윈의 손이 닿는 곳이 곧 용사의 유적이었다.
그러니 거짓말은 아니다.
아무튼 그러했다!
“그나저나 도련님은 용사 하라고 요청 온 곳 없었어요?”
“응, 없어.”
“…….”
“…….”
“뭐, 왜.”
두 눈을 가늘게 뜨는 예리엘과 하인스의 시선에 르윈이 어찌할 거냐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그때.
“도련님.”
잠깐 자리를 비웠던 데이지가 다소곳이 다가와 폭탄을 떨구었다.
“오늘부로 창조의 교단 소속 용사가 되었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