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39)
239화 40. 누가 용사인가? (9)
“응?”
순간적으로 르윈은 데이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창조의 교단이 어디더라.’
라헬이 있는 그곳은 아닐 텐데.
비슷한 이름의 다른 교단이 존재라도 했던 것일까.
‘그럴 리가 없겠지?’
미치지 않고서는 자신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곳을 창조의 교단이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다.
사람들의 신앙을 주식으로 삼는 존재가 신인데.
자신의 신앙을 몰래 훔쳐 가는 거머리 같은 것들을 그냥 내버려 둘 리가 없었으니까.
“왜?”
그렇기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예리엘과 하인스라면 모를까.
데이지는 아주 오래전부터 창조의 교단과 악연이 있는 상태였고.
그렇기에 르윈 또한 데이지가 다른 교단을 선택하면 선택했지, 창조의 교단을 선택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창조의 교단이 가장 대우가 좋은 것은 물론 운용을 잘하니까요.”
당연한 일이었다.
창조의 교단은 이 대륙에 존재하는 교단 중 가장 거대한 곳이었고.
초대 용사를 시작으로 역대 모든 용사가 존재했던 유일한 교단이었다.
아주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왕국에 돈을 뜯어내는 기술을 익혔고, 또 그것을 용사에게 지원하는 것에 있어서는 도가 튼 이들이다.
이번이 다들 첫 용사인 다른 교단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당연한 일.
실제로 용사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기도 했다.
어차피 용사가 되어야 한다면 창조의 교단이 정배다.
그것은 르윈도 부정하지 않는다.
“창조의 교단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그러나 데이지는 창조의 교단에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원래 귀족이었던 그녀가 노예 시장에 팔려 르윈을 모시게 된 원인에 창조의 교단의 인물이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입니다.”
하나 다르게 생각하면, 창조의 교단의 권력을 이용하면 귀족 가문 하나쯤은 정리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아무리 작은 왕국의 작은 가문이라고 하더라도, 그 왕국의 이름 있는 귀족이 도왔다고 하더라도 작위는 그 나라의 국왕이 내린 것이다.
왕권이 박살 나지 않는 한, 귀족 몇 명만으로 쉽게 작위를 박탈하게 만들 수는 없다.
설령 가능하더라도 아주 치밀하게 계획하고, 또한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창조의 교단.
그 방법도 매우 간단했다.
“대충 마족과 관련된 물건 놓고, 이단으로 몰고 가면 되니까요.”
왕국으로 따지면 모를까, 대륙 전체로 보았을 때 그리 높지 않은 직급이었던 이도 그런 일이 가능했다.
그런데 숫자가 많다고 하지만, 무려 창조의 교단이 인정한 공식 ‘용사’가 이단으로 몰고 가면 과연 버틸 수 있을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창조의 교단을 이용할 필요가 있고요.”
언젠가 복수할 날이 찾아오리라 생각은 했으나, 그걸 자신의 손으로 할 기회가 생겼다.
그것을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도련님을 못 믿어서는 아닙니다. 그저 제 손으로 할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을 뿐입니다.”
창조의 교단과 악연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곳에 속한 이들 대부분은 선량한 이들이었다.
그러니 과거의 악연에 묶여 창조의 교단 모두를 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데이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복수는 제 손으로 하겠습니다. 그 대신.”
기회가 생긴 지금, 데이지는 각오를 다졌다.
창조의 교단의 용사가 되고, 그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용사로 이름을 떨칠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더 확실한 복수를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존재했다.
“도련님은 그들이 마족과 관련되었다는 증거만 찾아 주세요.”
“…….”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개소리에 르윈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귀를 후볐다.
‘뭐지?’
귀가 잘못되기라도 했나.
뭔가 각오가 가득한 표정인데, 들리는 내용이 이상하다.
그들이 마족과 관련된 증거를 찾아 달라니.
“그 녀석들 사실 마족 신봉자였어?”
데이지와의 약속이 있었기에 르윈은 그들에 대한 정보를 이전부터 수집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정보에는 그들이 마족 같은 존재들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정보는 없었다.
아무리 쓰레기 같은 놈들이라고 하더라도, 마족과 손을 잡는 행위는 하지 않았던 것이다.
“당연히 아니죠.”
데이지 또한 그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고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자신의 말에 오해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말하였다.
“오해가 있었네요. 마족과 관련이 되어 있다는 증거를 만들어 주세요.”
“…….”
그러나 바뀐 말도 개소리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직설적이기에 더욱더 충격적이었다.
“도련님은 하실 수 있으시잖아요.”
그 믿음이 가득한 눈빛과 목소리에 르윈은 그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
건국제가 끝나는 타이밍에 맞추어, 늘 그렇듯 2학기 중간시험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하나 베르샤 아카데미의 분위기는 여태까지의 중간시험과 전혀 달랐다.
“이번 시험은 무슨 형태이려나.”
“던전형 시험 안 나온 지 꽤 되었으니까, 던전형 아닐까?”
“던전형은 다른 학습에 자주 사용하잖아. 그래서 안 나오는 거 아니야?”
“그렇긴 하지. 최근 아카데미 분위기를 생각하면 학생들끼리 싸움 붙이지 않을까?”
“토너먼트 형식으로?”
“아니, 서바이벌로.”
아니, 건국제가 엊그제였는데 무슨 시험이냐.
보통 그런 말들이 튀어나오는 것이 2학기 중간시험이었고, 또 대다수의 아카데미가 그런 분위기였으나.
베르샤 아카데미만큼은 진지하게 시험을 분석하고, 또 높은 성적을 얻어 내려는 학생들이 많았다.
왜?
“정의의 교단에서 이번 시험에 감독관으로 추기경을 보낸다던데.”
“죽음의 교단은 성기사단장이 보러 온다던데?”
“정의나 죽음은 교세는 약해도 성기사 하나는 손에 꼽는 곳이라 그 정도지. 신도는 많아도 전력은 안 되는 바다교 같은 곳은 교주가 직접 온다고 하더라.”
누구나 용사가 될 수 있다.
그 소식이 퍼졌을 때, 학생들은 이게 맞나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재학생들이 하나둘 용사로 선택되는 것을 보며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용사가 열 명, 스무 명일 때는 저러면 왜 용사를 하냐고 생각했다.
용사가 오십 명, 백 명이 되자 저게 용사가 맞나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용사의 숫자가 그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자, 점점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지나가는 학생이 용사 후보 중 하나다.
급식실에서 우연히 같은 테이블을 사용하는 사람도 용사 후보고.
동아리 활동에서 친하게 지내던 선배와 후배도 용사 후보다.
그뿐인가?
매일 아침 인사를 하는 옆자리 짝꿍도 용사요, 아침마다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는 반장도 용사였다.
정신을 차려 보니 다 용사다.
나 빼고 다 용사.
그렇게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베르샤 아카데미의 많은 학생들이 용사가 되었고.
용사로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낙오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그렇기에 정말 미래가 확정된 몇몇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용사 타이틀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제국의 공무원이 되지 못하면 낙오되는 분위기에서, 이제는 용사가 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는 것으로 트렌드가 바뀐 것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교단 스카우터들이 학생들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중간시험에 목숨을 건 것이다.
그 덕분에 모든 중간시험을 내는 출제자, 마녀 타니야에게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베르샤 아카데미만의 특별한 시험 시스템, 드림 월드는 이사장조차 건드리지 못하는 그녀의 성역과도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시험은 수많은 교단에서 사람을 파견했을 정도로 매우 관심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원래라면 잘 참석하지 않는 타니야에게 부탁하여 교직원 회의까지 불러낸 이사장이었다.
“안 그래도 최근 불미스러운 일들로 떨어진 저희 아카데미의 이미지를 다시 끌어 올릴 기회지요.”
이리저리 돌려 말하고 있지만, 이사장의 눈빛을 타니야는 읽을 수 있었다.
‘살려 줘!’
신탁이 내려온 이후 제국 황실과 창조의 교단은 물론, 수많은 왕국과 교단의 관심을 받게 된 베르샤 아카데미다.
그렇기에 타국에서도 많은 유학생이 찾아왔다.
그런데 마족이,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찾아와 일을 저질렀다는 소문이 퍼지니 국제적인 항의와 문의가 매일같이 빗발치고 있었다.
그렇게 불안하면 귀국시키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으나.
타국에 전학 온 이들 중에서는 신분을 숨긴 왕자와 공주, 심지어 몇몇 교단의 성자까지 있었으니.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국제적인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었기에 이사장으로서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번 시험은 빈틈없이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사장은 타니야만이 볼 수 있도록 엄지와 검지를 붙여 원을 만들었다.
연구비는 얼마든지 써도 되니, 제발 부탁한다는 애원이었다.
“알겠습니다.”
평소에도 타니야만큼은 얼마를 쓰든 상관하지 않는 이사장이었다.
그런 이사장이 저렇게까지 신경을 쓰다니.
‘오랜만에 가슴이 뛰네.’
대륙 최고의 거부 중 하나가 황금 공이라 불리는 이사장이다.
그런 이가 연구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니.
‘이 기회에 눈치 보여서 못 샀던 재료들 다 신청해야지.’
시험이라면 르윈의 요청인지 협박인지 아직도 구분이 안 가는 일로 인하여 이미 완성한 상태다.
‘타이밍도 딱 맞으니까.’
마치 노린 것처럼 모든 학생들에게 용사의 경험을 시켜 줄 수 있는 내용이기도 했다.
물론 용사라는 것은 쉽게 짊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마족이라는 존재 또한 학생 수준에서 대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들이었기에.
아마도 이번 시험의 난이도는 역대 드림 월드의 모든 시험 중에서도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할 테지만.
‘용사를 자청하려면 이 정도 시험은 통과해야지.’
아마 한동안 자신을 욕하는 학생들이 가득하겠으나, 교수로서 눈물을 머금고 감내해야 하는 일이었다.
‘용사랍시고 어중간한 실력으로 나대다가 죽으면 잠자리가 안 좋으니까.’
다 학생들을 위한 일이다.
절대 르윈에게 협박을 받아서도 아니었고, 만들다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폭주했기 때문도 아니다.
‘절대 아니지.’
그렇게 생각하는 모습이 고뇌하는 학자의 모습과도 같아서.
이사장은 타니야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꿈에도 모른 채 그저 무한한 신뢰를 보낼 뿐이었다.
***
“이게 시험 장소인가?”
처음 보는 장소에서 눈을 뜬 학생 하나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드림 월드.
몇 번을 와도 신기한 세상.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잘해 보자.”
두 손으로 얼굴을 찰싹 때리며 정신을 차린다.
물론 꿈이기에 아픔은 느껴지지 않지만, 분위기 정도는 충분히 전환시킬 수 있었다.
‘다 보고 있다고 했었지.’
평소와 같은 시험이 아니다.
무려 드림 월드와 연결된 영상 장치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험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성실의 교단의 용사가 되기로 했지만, 여기서 잘만 하면 더 높은 교단으로 갈 수 있어.’
성실의 교단.
이름처럼 성실한 이들이 많은 교단으로서 교단 자체에 대한 평가도 매우 좋은 교단 중 하나다.
그러나 용사가 활동하기 좋은 교단이냐고 묻는다면, 절대로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곳이 성실의 교단이었다.
말 그대로 교인들이 성실한 것이 전부인 교단이었으니까.
‘목표는 최소 4대 원소교!’
창조의 교단은 바라지도 않는다.
정의나 죽음처럼 전투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곳은 자신의 실력으로는 무리였다.
하지만 메이저급인 4대 원소 교단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최소한의 지원 정도는 최대치로 받을 수 있을 터.
“가 볼까?”
검을 뽑아 들고 발걸음을 옮긴다.
대낮임에도 왠지 모르게 어두컴컴한 느낌이며, 뭔가 공기도 탁한 느낌이었다.
‘대기의 마력이 무겁다.’
특별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시험인 걸까.
주변의 환경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그의 눈앞에 거대한 성이 나타났다.
“…무슨 글자지?”
대륙 공통어는커녕 주변 국가의 언어도 아니었다.
고대어라고 하기에는 현 언어들의 뼈대조차 보이지 않았으나.
계속 노려보니 이상하게도 머릿속에 그 언어가 해석되는 느낌이었다.
‘마왕성.’
“장난이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글자에 학생의 입꼬리가 부들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왕성이라니.
이건 좀 장난이 심하지 않나.
[마왕성 문지기.]“…실환가.”
그러나 성 앞을 지키고 있는 병사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정보에 학생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마왕성이라니.”
아무리 아카데미가 용사로 난리라고 해도, 이런 시험을 낼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마왕성 침공이라니…….”
작게 한숨을 내쉬며 정면을 바라보니 땅이 보인다.
“응?”
[사망하셨습니다.]어느덧 다가온 문지기의 일격에 그대로 몸이 양단된 학생은 두 눈을 깜빡였고.
정신을 차리니 처음에 도착한 장소에 부활한 상태.
“…어?”
고등부 시험, 1단계.
마왕성 문지기를 이겨라.
고등부 모두를 절망에 빠트린 최악의 시험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