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4)
24화 6. 인생 10회 차는 탐험을 한다 (1)
“귀찮아도 팔찌는 꼭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위급 상황에서는…….”
마법 각인이 된 팔찌를 내밀며 대도서관의 사서는 도서관 이용 시 주의 사항을 알려 주었다.
“와.”
그 주의 사항을 다 들은 르윈은 팔찌를 손목에 차며 감탄했다.
“도서관에 들어가는데 비상용품을 지급하네.”
“원래 다 이런 거 아니야?”
“바보냐?”
“누가 바보야!”
르윈을 향해 발차기를 날리는 라일라와 그것을 가볍게 피하며 라일라를 놀리는 르윈을 보며 데이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위험하지 않나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도서관 사서들의 일을 줄여 주기 위해 제작된 물건이니까요.”
그저 미아 방지용이라는 설명에도 데이지는 찜찜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미아가 많나요?”
“겉에서 볼 때는 건물 규모가 크기 때문에 눈치채기 힘들지만, 지형 구조가 조금 특별합니다.”
수도 외곽에 지어진 탓에 여러 규제를 맞았다는 설명에 데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네. 그러니 일반적인 도서관 활동을 한다면 위험한 일은 없을 겁니다. 아마도.”
“…….”
그럼 일반적인 도서관 활동이 아니라면 위험할 수 있다는 건가.
아니, 그 전에 마지막의 아마도는 도대체 왜 붙이는 건가.
“왜 그러시죠?”
묻고 싶은 말이 참 많았으나, 방긋 웃는 베리엘의 모습에 데이지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뭐지?’
기묘한 느낌이었다.
그녀와 그다지 오래된 인연이 아님에도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래, 마치…….’
아주 제멋대로인, 아주 귀한 집 도련님 같은.
“안 좋은데.”
등줄기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느끼며, 데이지는 르윈과 베리엘을 번갈아 보았다.
“왜 그러시죠?”
“아무것도 아닙니다.”
차마 두 사람이 닮았다는 말은 하지 못하는 데이지였다.
‘그저 기분 탓이었으면 좋겠는데.’
르윈 디 드라이르프 같은 인간이 둘이나 된다니.
데이지는 그것을 감당할 자신이 전혀 없었다.
“저기.”
“네, 말씀하세요.”
“저건 뭘까요.”
최악의 경우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던 데이지의 시선이 르윈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책장을 밀어내고 문을 발견한 르윈이 있었다.
“아, 벌써 찾으셨네요.”
“저기요?”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데이지가 원했던 것과 조금 매우 달랐다.
‘왜 그 부분에서 감탄하는 거지?’
갑자기 책장 사이에서 문이 튀어나오는 것부터 설명해야 정상이 아닌가!
“왜 그러시죠?”
“책장 사이에서 문이 나왔습니다.”
“그런데요?”
“…….”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듯한 모습에 데이지는 자신의 상식을 떠올려 보았다.
‘도서관 책장 사이에 문이 있는 것은 상식인 게 당연한… 것일 리가 없지!’
세상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상식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게 확신한 데이지는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르윈과 라일라를 가리키며 말했다.
“도련님이랑 아가씨가 들어가려고 합니다. 위험한 것은 아닌가요?”
“괜찮습니다. 저 문은 도서관 사서들이 이동 시에 사용하는 비밀 통로와 연결된 곳으로, 그렇게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도서관 사서들이 왜 비밀 통로로 이동하는 거죠?”
“뛰어다니면 시끄럽기 때문이죠.”
“…….”
뭘 그런 당연한 것을 물어보냐는 듯한 모습에 데이지는 할 말을 잃었다.
“길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복잡한 곳입니다. 빨리 따라가죠.”
“네.”
묻고 싶은 것이 한가득했지만, 지금은 르윈과 라일라를 따라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렇기에 데이지 역시 빠른 발걸음으로 책장 사이에서 튀어나온 문으로 들어갔고.
“이건.”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보인다.
책장 뒤의 공간이라고 하기에 그리 큰 공간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뒤통수를 몇 번 얻어맞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동시에 등골이 오싹했다.
도대체 어떤 도서관에 이런 비밀 통로가 존재한단 말인가!
“도련님.”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데이지는 가만히 서 있는 르윈에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냥 돌아가는 것이 어떻습니까? 수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도서관에 있을, 아니 아카데미에 있을 만한 시설이 절대 아니었다.
육감을 떠나, 기본적인 상식이 있다면 피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그리고.
“베르샤 아카데미에 온 건 최고의 선택이었어!”
‘상식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지.’
두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르윈의 모습을 보며 데이지는 머리가 더 아파져 오는 것을 느꼈다.
“아가씨, 도련님은 포기하시고 아가씨만이라도 나가시죠.”
데이지는 빠르게 타깃을 돌렸다.
비정상인 르윈과 대화하는 것보다는 정상인인 라일라부터 설득하기가 쉽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왜?”
“…….”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이 예상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왜라니.’
크게 배신을 당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라일라 아가씨는 도련님과 다르게 정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도련님에게 물들어 버린 것인가.
드라이르프 공작가는 라인하르트 공작가에 너무나도 큰 죄를 저지르고 만 것인가!
“원래 저 나이 때는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비밀 기지 같은 것에 로망을 가지고 있는 법입니다.”
“…로망이요?”
“네, 그렇습니다. 이런 공간을 참을 수 있는 아이들은 없지요.”
도서관에 공부하러 온 아이들이 종종 비밀의 문을 발견하고 돌아다니다 도서관 사서들에게 발견된다거나, 그 후 흥미를 갖고 도서관 탐험을 위해 사서로 지원한다는 이야기에 데이지는 할 말을 잃었다.
‘그래도 귀족들이 다니는 명문 아카데미가 아니었나?’
귀족들이 그런 이유로 도서관 사서를 자처하다니.
데이지의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었지만, 귀족도 똑같은 사람이었다.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일을 경험하면, 사람은 쉽게 빠지는 법입니다.”
마치 경험담을 말하는 듯한 말투에 데이지는 베리엘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데이지 양은 모든 일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세요.”
“모시는 분이 복잡한 사람이라.”
이제는 르윈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한숨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인 데이지였다.
그런 사람을 보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라니.
“어려운 일이네요.”
그렇지만 베리엘의 조언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학생과 사용인의 관계지만, 자신의 본질 또한 사용인이었기에.
‘경력과 실적을 놓고 보면 까마득한 선배니까.’
그런 사람의 충고라면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인생은 늘 어려우니까요.”
“그렇죠.”
그렇기에 고개를 끄덕인 데이지는 눈앞의 현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저희가 갈 곳은 어디인가요? 생각보다 복잡한 곳은 아닌 것 같은데요.”
“네. 이곳의 경우에는 역대 도서관 사서분들이 만들어 놓은 통로로서 길도 간단한 편입니다. 곳곳에 사서들이 표시한 표식도 남아 있어 길을 잃어도 쉽게 찾을 수 있죠.”
오히려 비슷비슷한 책장들이 가득한 도서관 내부가 더 길을 잃어버릴 확률이 높다는 설명에 데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네요. 하지만 도서관 탐험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네. 이런 통로를 제외하고는 아직 미지의 영역입니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말이었다.
데이지는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베르샤 아카데미의 역사는 200년이 조금 넘은 수준이라고 그랬으니까.’
오히려 2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런 규모의 시설을 만든 사서들의 노력이 더 놀라웠다.
학생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자발적으로 개척을 했다는 의미니까!
“아카데미 측에서는 따로 조사하지 않는 건가요?”
“당연히 조사단을 꾸리려고 하였지만, 학생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들었습니다.”
“학생들이요?”
“네. 위험 요소가 없다면, 자신들이 해결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아카데미와 학생 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승자는 학생이 되었다.
“아카데미가 그래도 되는 건가요?”
“당시 도서관 사서 측의 손을 들어 주었던 총학생회장이 후작가의 막내 도련님이었다고 하더군요.”
지금이야 베르샤 아카데미에 공작가가 둘이요, 황자도 하나가 존재하지만 제국의 후작이라면 황실 아카데미에서도 나름대로 큰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였다.
‘진짜 위험한데.’
즉, 이 아카데미는 후작가의 막내 도련님도 막기 어려운 곳.
공작가의 막내 도련님이 날뛰면 막을 사람이 없다는 의미였다.
“지금 총학생회장님이 자작가의 장남이었죠.”
“네. 학생은 물론 교직원과 제국의 공무원분들에게도 많은 신뢰를 받고 있는 분입니다.”
그 덕분에 3년 동안 총학생회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말에도 데이지는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한번 만나 볼 수밖에.’
나름 테라 타르테라는 총학생회 임원과의 접점이 있었기에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아니, 테라의 행동을 떠올려 보면 오히려 자신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고 데이지는 생각했다.
‘우리와 비슷한 느낌이 있었으니까.’
위험한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골칫거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이라고 해야 할까.
‘일단, 이곳을 나간 다음에 준비해야겠지.’
생각을 정리한 데이지는 라일라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벽면에 있는 문 하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아가씨, 무엇을 보고 계신…….”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해골 모양의 표지판이 걸려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들어가지 말라는 표식이었다.
그 밑에는 친절하게 제국 공용어로 ‘아직 확인되지 않은 공간이니, 상급 사서 미만은 출입을 금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니죠?”
데이지가 떨리는 눈으로 라일라를 바라볼 때였다.
“괜찮습니다, 데이지 양.”
그런 데이지를 진정시키려는 듯 베리엘은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베르샤 아카데미가 조사단을 파견하지는 않았지만, 안전 조치는 취하고 있습니다.”
입문을 시작으로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으로 나누어지는 도서관 사서들의 계급이 그 일환이었다.
“도서관 사서가 되면 여러 테스트를 거쳐 등급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 등급에 따라 탐사가 가능한 지역이 나뉘지요.”
베리엘은 그렇게 말하며 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등급에 맞는 사서증이 없는 이상, 이렇게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마법관이 챌린지를 당할 동안에도 이곳은 뚫린 적이 없다는 말에 데이지도 안심할 수 있었다.
“아닌데?”
하지만 라일라의 말에 그 안심은 빠르게 사라지고 말았다.
“여기 들어갔는데?”
“베리엘 씨?”
라일라의 한마디에 데이지의 고개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럴 리가요.”
여전히 웃고 있는 얼굴이었지만, 동공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 사람도 당황을 하는구나.
‘아니, 도련님은 이런 사람도 당황하게 만드는구나 하고 놀라야 하나?’
감탄해야 할까.
아니면 욕을 해야 할까.
아니, 그보다 먼저.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망할 도련님이 저 안에 계시는데.
어떻게 꺼내 와야 할까.
그 해답을 위해 베리엘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식은땀을 뻘뻘 흘릴 뿐이었다.
“우선, 상급 사서를 데려와야겠죠?”
한참을 생각하던 베리엘의 입에서 나온 해답에 데이지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방법이 없다는 거구나.’
사서를 부르기 위해 달려 나가는 베리엘을 바라보며, 데이지는 열리지 않는 문의 손잡이를 붙잡고 기도했다.
‘제발 사고 치지 말고 계세요.’
***
같은 시각.
“뭐지?”
남들이 들어가지 말라고 하면 들어가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
그렇기에 마법 장치를 가볍게 뚫은 르윈은 비밀의 방을 탐험하고 있었다.
“뭘까?”
그렇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돌아다니던 르윈은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익숙할까?”
공간은 미로와 같았다.
하지만 르윈의 발걸음은 너무나도 익숙하다는 듯 그 미로를 돌파하고 있었다.
“하.”
그리고 도달한 방.
거대한 석벽 위에 짧고 강렬한 글자가 남겨져 있었다.
[마족은?>짧은 글자였다.
그 글자를 본 르윈은 홀린 듯 석벽 위에 손을 대며 중얼거렸다.
“쳐 죽여야지.”
마력을 담은 그 한마디에 석벽이 흔들리며 무너져 내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