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40)
240화 40. 누가 용사인가? (10)
문지기.
말 그대로 문을 지키는 존재다.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대사 한마디 치고 쓰러지는 존재.
그러나 문지기는 강한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문이라는 것은 어느 공간을 지나가기 위한 입구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그곳을 통하지 않고 들어올 수 없는 것이고.
즉, 그곳만 지킬 수 있다면 자신의 공간이 안전해진다는 말이었다.
괜히 전쟁에서 공성 측이 소드마스터나 마법사들로 성문을 부수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고.
수성 측이 그것을 지키기 위해 비슷한 전력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중요한 곳이었고, 꼭 지켜야 하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옛이야기에서 문지기가 쉽게 패배하는 이유는 단 하나.
이미 문지기 앞에 도달했다는 것은 모든 시련을 뚫고 왔다는 의미였고.
그중에서도 회자가 된다는 것은 거대한 업적을 남긴 존재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
즉 어떠한 사건의 주인공이기에 회자가 되는 것이고, 그렇기에 문지기 정도는 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약하다.”
“어떻게 여기까지 도착했지?”
“이런 허접한 놈이 마왕성 앞까지 당도하다니. 최강 마족도 다 옛말이 되었구나.”
안타깝게도 베르샤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주인공이 아니었던 걸까.
수많은 학생이 마왕성 정문의 문지기를 쓰러트리고자 했으나, 시험 3일이 되었음에도 문지기를 넘은 학생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거 이기라고 만든 게 아닌 건 아닐까?”
그렇기에 어떤 학생들은 눈앞의 현실을 부정했다.
쓰러트릴 수 없게 만든 기믹형 몬스터이기에 자신들의 힘으로는 쓰러트릴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거 밸런스 망했잖아!”
어떤 학생들은 순수하게 눈앞의 현실을 인정했다.
다만 문지기와 자신의 차이가 너무 컸기에 밸런스 문제를 운운하며 시험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판 더.”
그러나 그런 이들보다도 더 별종인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끊임없이 죽음에도 문지기에게 도전하는 이들이었다.
“마족검형 1식. 그냥 베기.”
학생들에게서 불만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인 기술이었다.
이름부터 성의가 없는 마족검형.
그것도 첫 기술이라고 1식.
심지어 이름은 그냥 베기다.
그러나 학생들과 달리, 영상을 통해 학생들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는 교단의 인물들은 전혀 다른 평가를 하고 있었다.
“마족검형이 나올 줄이야.”
“심지어 그냥 베기의 자세가 제대로 되어 있는데?”
대충 지은 것 같은 이름과 달리, 마족검형은 마왕이 만들어 마족들에게 퍼트린 검법이었다.
창조의 교단을 제외하면 전투에 특화된 교단들만 알아볼 정도로 특수한 검법이나, 그 위력만큼은 출중하다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기술이었다.
“그것보다 저 마왕성을 보게. 옛 기록에 나오는 마왕성을 그대로 만든 듯한 모습이지 않은가.”
“본 교단에서도 용사학이나 마족학을 전문적으로 배운 이들이 아니라면 모르는 것들인데.”
교단에서도 손에 꼽히는 이들이 참석했기에 나오는 발언이었다.
만약 어중간하게 높은 이들이 보았다면 학생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터.
실제로 몇몇 교단에서는 다른 교단의 발언에 놀라는 이들도 있을 정도.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학생들로서는 이번 시험에 악의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걸 진짜 이기라고 만든 건가?”
그것은 중등 교육 과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등 교육 과정보다는 난도가 떨어진다고 하나, 그 수준이 절대 낮지 않았다.
아니, 애당초 시험을 보고 있는 당사자인 하인스는 본래 고등 교육을 다니고 있어야 할 나이였다.
르윈을 모시기 위해 나이보다 낮은 교과 과정을 진행하고 있었고.
또한 제대로 된 나이로 진행한 건국제 대회에서 본선 준우승을 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인재였다.
그런 하인스조차 중등 교육 시험에서 벽에 가로막혔다.
그냥 어렵다 수준이 아니라, 도저히 이길 방법이 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제대로 막힌 것이다.
“타니야 교수님 욕 좀 많이 먹을 것 같은데.”
시험 기간마다 욕을 먹는 것이 교수들의 일상이라고 하나, 이건 좀 도가 지나치다.
한 번의 검격을 받아 내는 것도 운이 좋을 정도라니.
“저 너머에 뭐가 있긴 할까?”
어쩌면 이번 시험의 최종 목표는 저 문지기를 이기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 이기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실력을 보여 주는 것이 목적일 수도 있었다.
“후.”
열세 번째 패배를 뒤로하고, 하인스는 다시 한번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호흡을 가다듬고, 자신의 기운을 지운다.
기사로서 당당하게 싸우는 것이 목표였으나 상대는 마족이었다.
아무리 꿈속을 통해 만들어진 적이라고 하더라도 마족은 마족.
‘용사님은 말씀하셨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용사의 이야기를 듣고 꿈을 키운 하인스다.
그렇기에 하인스는 용사가 내뱉은 말들을 잊지 않았다.
‘자고로 마족은 상종할 수 없는 적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겨야 한다.’
‘기사도는 인류와 인류 사이에 지켜야 한다. 마족은 인류가 아니기에 기사도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냥 마족은 보이면 죽여라.’
“후우.”
용사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하인스는 주변에 자신을 동화시켰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하여 정면 승부를 펼쳤으나 모두 패배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정면에서 싸우지 않는 것.’
본의 아니게 배운, 숨 쉬기 운동을 바탕으로 한 은신술을 펼쳐 조심스럽게 문지기에게 다가간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조차 억제하며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고.
마지막으로 살의를 담지 않고 검을 천천히 문지기의 목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그 순간.
“제법 괜찮은 쥐새끼가 들어왔구나!”
검이 문지기의 목에 닿기 직전, 마지막 순간 어쩔 수 없이 흘러나온 살기에 문지기가 움직였고.
그렇게 열네 번째 패배를 경험하게 되었다.
***
곳곳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오고 있는 회의실.
어떤 이들은 완벽한 고증에, 또 어떠한 이들은 마왕성마저 구현한 드림 월드의 기술력에.
또 어떤 이들은 제법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감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 학생들에게는 ‘개쓰레기 시험’이라는 평가를, 그것을 관람하신 이들에게는 ‘완벽한 시험’이라는 평가를 받아 낸 타니야는 화면 속 영상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망했다!’
높으신 분들 입장에서는 예비 용사들이 이길 수 없는 싸움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볼 수 있는 좋은 시험일 수 있으나.
아카데미 교수인 타니야가 보기에는 학생들의 개쓰레기 시험이라는 평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했으면서!’
마왕성에 대한 옛 사료들을 가져다주며, 이 정도는 되어야 마왕성 문지기라고 할 수 있다고 르윈은 말했고.
타니야는 그 말을 받아들이며 마왕성 1차 관문인 문지기를 설정했다.
‘미친 새끼.’
심지어 원래는 문지기가 여덟이나, 시험이니 둘로 줄이자는 르윈의 설정이 있었고.
만들고 보니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타니야가 독단적으로 한 명으로 줄인 것이 지금의 난이도였다.
만약 르윈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 문지기가 둘이었다면.
‘학생들이 단체로 달려들어도 못 이겼겠지.’
누가 시험을 이따위로 만들었냐고 쳐들어올 학생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명한 타니야였다.
솔직히 타니야 본인조차 저 마왕성 문지기 하나를 이길 자신이 없는데 학생에게 둘을 상대하라고 했어 봐라.
그냥 시험을 빙자한 자살 체험이 되었을 것이다.
“저 학생은 제법 버티는군.”
“성벽을 기어오르는 방법을 선택할 줄이야. 저러면 시험이 진행되나?”
그러한 사실을 모른 채 각 교단에서 나온 인물들은 자신들의 교단에 걸맞은 인재를 찾기 위해 수십 개의 영상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그나마 걸러진 영상들이어서 다행이네.’
지금 시험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은 천이 넘었고.
그 모든 영상을 다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아카데미와 교단에서 파견된 수백 명의 인원이 수천 개의 영상을 고르고 골라 엄선한 영상을 보낸 것이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영상들이었다.
즉, 눈앞에 처참하게 깨지고 박살 나고 있는 학생들은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학생들이라는 말이었다.
‘무슨 수를 써야 하긴 하는데.’
이대로 모두 문지기에게 패배하면 문제가 많았다.
작게는 고생고생하여 만들어 둔 마왕성 내부를 보여 주지도 못한다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마왕성 문지기 선에서 학생들이 모두 패배하는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 준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러니 무슨 수를 써야 했다.
적당한 이유로, 학생들이 마왕성에 들어갈 수 있게!
***
‘흔히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생명체라고 말을 합니다.’
‘그것은 용사님 또한 다르지 않았습니다. 용사님들은 말씀하셨습니다. 혼자만의 힘만으로 세상을 구할 수 없다고. 모두의 힘을 합치지 않으면 세상을 구할 수 없다고.’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세상이 창조된 이후 처음으로 수많은 용사가 선택된 시대. 일명 용사의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 여러분은 더욱더 힘을 뭉쳐야 합니다.’
이런저런 사족이 많았으나,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런 내용이었다.
‘어떻게 마왕성 문지기 하나 이기는 놈이 없냐.’
‘못 이기면 다굴이라도 해라.’
‘개인 시험에서 조별 시험으로 바꾼다.’
‘인맥도 곧 능력이다. 팀원은 알아서 구해라.’
그것을 확인한 학생들 몇몇이 타니야를 찾아와 물었다.
“교수님! 인원 제한이 몇 명인지 안 나와 있는데요?”
“응, 제한이 없거든.”
“…네?”
인원수 제한 없이 능력껏 파티를 짜서 마왕성을 통과해라.
갑작스럽게 바뀐 시험 내용이었으나, 르윈에게 단련된 타니야의 뻔뻔함은 상상 이상이었고.
그렇기에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과 아카데미 임직원, 거기에 각 교단에서 나온 스카우터들 역시 이 모든 것이 계획된 시험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잠시 시험을 멈추고, 현실에 나와 파티를 구하기 시작했고.
“끄아아악!”
“네 명이서 덤벼도 못 이기냐?”
가장 먼저 소꿉친구로 이루어진 네 명의 파티가 도전을 했으나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일단 문지기만 쓰러트려 봐!”
그다음으로 도전한 이들은 고등 교육 과정의 다섯 개의 반이 연합을 이룬 대인원.
무려 백 명의 인원이 참가한, 파티라고 부르기보다는 군세라고 부르는 것이 더 걸맞은 인원수가 마왕성의 문을 두들겼지만.
“야, 야! 그거 아니야!”
“으악! 아군이 맞잖아!”
“부상자 퇴각 중이야! 다음 조 조금만 더 기다려!”
“이걸 진다고?”
합이 전혀 안 맞고, 지휘 체계도 박살이 난 이들은 문지기보다 아군의 공격에 탈락하는 이들이 많았다.
“후퇴!”
결국 숫자만 모은 오합지졸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
심지어 이것이 단순한 시험이 아닌, 자신의 가치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한 시험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렇게 수많은 사람 중 하나가 되어서는 눈에 띄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마왕성의 문지기를 이길 수 있는 최소한의 전략을 짜야 한다.
그것도 얼마 남지 않은 시험 기간 안에.
당연히 학생들의 시선은 평소 최상위 성적을 내던 이들에게 향할 수밖에 없었으나.
그들로서도 통나무를 들고 싸우는 것보다는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끼리 힘을 합치는 것이 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이겼다!”
베르샤 아카데미 최초로 클리어한 이들은 여덟 명으로 이루어진 중등 교육 과정 파티.
아카데미에서도 가장 황금 세대라 불리는 이들 중에서 최상위권 인원만 모인 데이지 파티가 이루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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