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41)
241화 41. 오늘, 교수님을 묻었다 (1)
“해, 해치웠나?”
누군가 마법의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었으나, 다행히도 문지기가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이, 이겼다…….”
두 다리가 풀린 쿠셀렌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며 중얼거렸다.
초원의 전사, 북방의 늑대.
한때 제국조차 위협했던 위대한 기마 민족의 후예.
그것이 제국민들이 북방에 가진 환상이며, 북방의 귀족들은 그 환상을 충족해 주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 북방 가문 중 최고이자, 한때 제국을 위협했던 지도자 가문.
그것이 데르칸 가문이었고, 그 핏줄이 쿠셀렌이다.
그런 그조차 두 다리가 풀려 버릴 정도로 마왕성의 문지기는 강했다.
“진짜 이 정도 수준인가?”
한 명의 마족을 때려잡기 위해 몇 명이 모였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패배라는 글자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심지어 이곳에서는 죽을 걱정이 없었기에 무리한 도박수를 여러 번 던지지 않았던가?
“시험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
“오히려 시험이어서 더 쉬운 것일 수도 있어. 생각해 봐. 학생 수준으로 황성의 문지기에게 싸움을 걸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미친 짓은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이해가 되었다.
황성의 문지기에게 싸움을 걸어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대륙 하나를 지배하는 곳이니까.”
바벨리안이 아무리 강성하다고 하나, 대륙에는 수십 개의 국가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마족들은 마왕이라는 하나의 구심점 아래 수많은 부족의 형태로 살아가고 있었고.
따지고 보면 마왕성은 하나의 대륙을 지배하는 자의 성.
심지어 투쟁을 위해 살아간다는 마족의 왕이 기거하는 성이니, 그곳을 지키는 자들이 약한 게 이상할 것이다.
“그래도 이겼지만.”
이미 대자로 뻗어 있던 하인스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되었든 이것은 시험이었고, 그들은 이 시험에 통과했다.
“…한 건가?”
“…….”
“…….”
“…….”
예리엘의 중얼거림에 모두가 움찔했다.
그저 마왕성 문지기가 시험의 끝이길 바랄 뿐, 시험 내용 어디에도 문지기를 잡으면 시험이 끝난다고 공지가 되어 있지 않았다.
“…….”
자신의 한마디에 분위기가 싸해진 것을 느낀 예리엘이었으나,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거기에 문지기가 쓰러져 있는 곳 뒤에는 어서 빨리 열어 보라는 듯 거대한 문도 있지 않은가?
“…열릴까.”
“안 열려. 열지 마. 힘들어!”
바닥에 누운 하인스가 열심히 소리쳤지만, 예리엘의 손은 거대한 성문에 닿았다.
“아.”
그리고 거대한 크기와 달리 너무나도 쉽게 밀리는 성문에 당황하는 찰나.
“적이다!”
“침입자가 나타났다!”
“죽여!”
문이 열리자마자 눈을 부릅뜨는 마족들을 보며, 예리엘은 그대로 성문을 닫았다.
“미안.”
아무래도 열지 말아야 할 것을 열어 버린 것 같다.
하지만 그로 인해 알게 된 것도 있지 않은가!
“안쪽도 들어가야 하는 것 같은데?”
마왕성 문지기는 시험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한 예리엘의 귓가에 들리면 안 되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끼이익.
“아, 아니지?”
대답 대신 도망치는 파티원들을 보며, 예리엘 역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기 시작했다.
***
-왜 이런 것에 쓸데없이 현실성이 있는 건데?
울상을 지으며 소리치는 예리엘의 모습을 보며, 르윈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발견되면 쫓아가야지.”
적을 보았는데, 성문을 닫았다고 쫓아오지 않는다니.
가만히 있는 허수아비를 때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행동이다.
현실성의 일들을 가정하고 훈련하는 드림 월드의 목표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스템!
“그렇지만 추격자들의 실력이 조금 아쉽네.”
“…이것도 어렵게 만든 건데.”
르윈의 말에 타니야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도대체 이 인간의 눈에 만족스럽게 만들려면 마족의 스펙을 얼마나 올려야 하는 걸까.
“다 소드마스터는 되어야 만족하는 건가.”
“마족하고 싸우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지.”
“…….”
소드마스터가 누구 집 애 이름도 아니고.
달성만 하면 제국에서도 단승이지만 백작위가 확실시되는 것이 바로 소드마스터였다.
말이 단승이지, 웬만하면 적당한 가문에서 낚아채 작위를 이어 갈 수 있으니 신분 상승의 필승 카드이자 그만큼 희귀한 존재.
그걸 아카데미 학생 시절에 달성한 이는 대륙을 뒤져 보아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아니, 역사에 기록될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용사면 그 정도는 해야지.”
그러나 이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용사와 용사 지망생이라는 말을 듣자 타니야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일리가… 있어!’
아카데미 학생을 소드마스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개소리처럼 들리지만.
용사가 소드마스터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들으니 당연한 소리로 들리게 된다.
당연한 일이었다.
용사라는 존재는 인류에게 있어 매우 큰 상징을 가진 존재였다.
승리의 화신.
함께 싸운다면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 존재.
수많은 인류의 멸망 위기에서 인류를 구원한 구원자.
그런 존재가 소드마스터도 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 그래도 학생인데.”
“마족이 언제 쳐들어온다고 예고라도 하고 오나? 아카데미 다니다가 마족 쳐들어오면 교단에서 데려갈 텐데. 그때 마족한테 학생이니까 봐주세요, 하려고?”
“그렇긴 한데.”
“그걸 대비해서 만든 것이 드림 월드잖아.”
다 맞는 말이긴 했다.
그러나 화면 안에서 전력을 다해 도망치는 데이지 파티를 보면 르윈의 말을 긍정할 수는 없었다.
‘나만 보는 것도 아닐 텐데.’
첫 문지기 토벌 파티.
아카데미는 물론 제국, 각 교단의 인원들 사이에서도 가장 화제가 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이들이 저렇게 망가진 모습으로 도망치는 것만 보여 준다니.
“다음에는 더 어렵게 만들자.”
“…노력해 볼게.”
그러나 안타까운 감정만으로는 르윈의 강요를 멈출 수 없었고.
그렇기에 타니야는 르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하나둘 문지기를 격파하는 파티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들은 마왕성의 문지기가 지키고 있는 문 너머, 즉 마왕성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목표는 1층 탐사다!”
“죽어서 다시 만나자!”
학생들은 목숨을 포기하며 마왕성 탐사를 시작했다.
“크아아악!”
마왕성 문지기는 강하다.
그것을 증명하듯, 마왕성 내부의 마족들은 문지기와 비교하면 그리 강하지 않은 수준이었으나.
단 한 명뿐인 문지기와 달리 마왕성에는 수많은 마족들이 존재했고.
필연적으로 학생 하나당 여러 마족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마왕성 병사 1]“뭔 병사가 이렇게 강해?”
어떤 이는 마왕성 병사 둘을 상대하다 장렬하게 산화했고.
[마왕성 메이드]“메이드가 상위 마법을 날린다고?”
또 어떤 이는 지나가던 메이드의 마법에 맞고 폭사했으며.
[지나가던 사천왕]“사천왕이 왜 지나가는데?”
재수 없는 학생은 장군급 마족이나 사천왕과 조우하여 반장난감이 되기까지 했다.
그렇게 문지기를 쓰러트리는 학생이 많아질수록 이번 시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점점 하나로 일치되기 시작했다.
‘이게 시험이냐?’
불합리적인 난이도였다.
첫 번째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마왕성의 문지기만 하더라도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클리어가 가능했던 마왕성 문지기와 달리, 두 번째 관문인 마왕성 잠입은 도저히 클리어할 수 있는 난이도가 아니었다.
“1층 지도는 대충 다 완성을 했는데…….”
그건 가장 성공적인 공략을 진행하고 있는 데이지 파티도 마찬가지였다.
몇 번의 죽음을 겪고, 다른 파티와도 정보를 교환해서 만든 마왕성 1층 지도.
100퍼센트 완벽한 것은 아니나, 이것조차 완성하지 못한 학생들이 대다수인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큰 성과였다.
“시험 끝나기 전까지 마왕 얼굴은 볼 수 있으려나.”
그러나 그 성과로 인하여 알 수 있는 것은 절망이었다.
마왕성의 1층 크기만 하더라도 베르샤 아카데미의 절반에 조금 안 되는 수준이었고.
위로 갈수록 그 크기가 조금씩 줄어든다고 하나, 최소 10층 이상의 공간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시험 기간이 언제까지더라.”
“일주일 연장해서 딱 열흘.”
“3층에 도달하면 시험 1등은 확실할 것 같은데…….”
처음에는 호기롭게 마왕의 목을 베어 내겠다고 말하던 쿠셀렌이었으나, 이제는 현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
“마법이 해제되는 자리랑 함정들도 대충 확인이 되었으니까, 1층 돌파는 시간문제라고 하지만…….”
마력이 아닌 마기를 이용한 기술에 호되게 당한 플라나는 이를 갈며 마왕성을 분석했으나, 몇 번의 죽음으로도 1층조차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풀이 죽어 있었다.
“어쩔 수 없지. 빌.”
“네, 선배님.”
그 모습에 하인스는 굳은 표정으로 빌을 바라보았고.
빌 또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 번만 더 죽고 오자.”
“넵!”
그리고 바로 시험장으로 향하는 두 바보를 보며, 데이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방법만큼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그러나 창조의 교단의 용사가 되기로 마음먹었고, 그들에게서 더 좋은 조건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번 시험에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성과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데이지는 비장의 수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
“여기.”
“…….”
“…….”
“…….”
마왕성 5층까지의 지도를 건네며 라일라는 진지한 표정으로 데이지에게 말했다.
“약속한 거야? 연말에 학생회 업무 도와줘야 해. 안 도와주면 나 진짜로 아카데미 도망칠 거야.”
진심이었다.
이제는 원망스러운 창조의 여신이 용사 양산을 선언한 이후.
베르샤 아카데미 학생들에게는 누구나 용사가 될 기회가 열렸고.
그로 인하여 새로운 업무들이 해일이 되어 라일라를 덮쳐 왔다.
급히 학생회 인원을 더 선발해 보려고 했으나, 학생회의 유일한 메리트인 공무원 취업은 이제 쓸모가 없어진 지 오래.
용사로 취업이 가능한 시대, 누가 공무원이 되겠다고 개고생을 하겠는가!
그것을 눈치챈 아카데미 측에서도 학생들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를 뒤로하고, 아카데미 인력들을 급히 파견하여 급한 불을 껐으나.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이 만들어진 지 이미 백 년이 넘었고.
그로 인하여 중요한 것은 총학생회장인 라일라가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벌써 신입생 관련으로 문의 들어오고 있어. 나 진짜 죽어.”
책임감 하나만으로 일을 하던 라일라는 오래전에 죽었다.
지금은 시간이 날 때마다 차기 총학생회장이 될 만한 인재를 찾아다니는 한 마리의 야수 그 자체였다.
“당연하죠.”
아쉽게도 데이지를 끌어들이는 것에는 실패했으나.
이번 연말의 위기를 함께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오랜만에 자신의 재능을 최대치로 활용하여 마왕성에 잠입.
르윈이 경악했던 은신술이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 라일라였다.
“마왕이 있는 곳까지는 못 찾았는데, 5층 올라가는 계단 옆에 사천왕이 거주한다고 하더라고.”
천하의 라일라조차 그 계단을 올라가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그 사실에 데이지는 마른침을 삼키며, 파티원들을 불러 모아 지도를 암기하기 시작했다.
시험 기간 마지막 3일.
시험은 원래 벼락치기라는 것을 증명하듯, 모든 것을 불태웠고.
“…망할 시험.”
결국 3층의 문을 넘지 못하고 패배하고 말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