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42)
242화 41. 오늘, 교수님을 묻었다 (2)
학생들의 원성이 가득한 베르샤 아카데미의 시험이 끝날 무렵.
“제국에 침입한 부대들이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았습니다.”
“지휘관 판단으로 지원이 없다면 철수를 하는 것이 옳다고 합니다. 지원군을 보냅니까?”
“제국을 제외하더라도, 다수의 왕국에서 마왕군을 색출하려는 시도가 보입니다.”
“창조의 교단의 이단 심문관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베르샤 아카데미의 학생 중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5층.
마왕군 소속 중에서도 선택받은 자들만 도달할 수 있는 공간이자, 총 7층으로 구성된 마왕성의 실질적인 최고층에서는 연일 인류 측으로 파견된 보고가 날아오고 있었다.
“제국에서 부대 단위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 철수하고, 개인으로 움직이고 있는 이들은 몸을 사리되 버티라고 하라. 제국은 우리의 가장 큰 적이 될 곳. 위험이 있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예!”
“다른 왕국에 파견된 이들은 그대로 활동하나, 제국과 같은 유의미한 피해가 생기면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왕국으로 피하라고 하라.”
“명을 받듭니다!”
중요 안건들을 처리하고 한숨을 돌리는 마왕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생각했다.
‘인간 놈들이 너무 강하다.’
개개인의 전투력만 따지고 보면 마족이 아직도 우위였으나, 척박한 마대륙과 달리 인류가 사는 지역은 너무나도 풍족했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물량은 마족들도 부담스러울 정도.
심지어 과거와 달리 인간과 마족의 전투력 차이 또한 세대가 지날수록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그뿐인가?
“마왕님!”
“또 뭐냐.”
다급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부하의 모습에 마왕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모습을 한두 번 보았어야지, 매일같이 보고 있으니 무슨 말을 내뱉을지 알 수밖에 없었다.
“제274회 데르덴의 유적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새끼는 밥 먹고 유적만 만들었냐?”
또 용사의 유적이 발견되었다는 소리에 마왕은 허탈한 표정으로 옥좌에 쓰러지듯 몸을 기대었다.
‘선조 차이가 너무 심하잖아.’
역대 마왕 중 후대 마왕을 위해 무언가를 남긴 마왕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더 나아가서 전대 마왕이라는 놈은 그나마 후대를 위해 남겨진 마신의 힘, 마신의 제단을 탈탈 털어 갔다가 그대로 뒤지고 말았다.
‘개새끼.’
인류에게는 두려움의 상징이었고, 마족들에게는 신적인 존재인 마왕 아펠리오스였으나.
현 마왕에게 있어서는 용사보다도 철천지원수로 느껴지는 자가 아펠리오스라는 존재였다.
그가 마신의 제단의 모든 힘과 권능, 마기를 털어 갔기에.
현 마왕은 마왕이 되었음에도 마신으로부터 힘을 제대로 이어 받을 수가 없었다.
“…막을 수 있겠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상황이었다.
한때, 그냥 쳐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인류의 숨통을 위협했던 마왕군은 이제는 정보전 단계도 어려울 정도로 쇠퇴하고 말았다.
용사의 유적이 나타났다고 할 때마다 제발 데르덴의 유적만은 아니길 바라야 했고.
그 유적이 데르덴의 유적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포기한다.”
하나 그런 반응조차 이제는 과거의 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유적이 한두 개여야 목숨을 걸고 파괴하라는 지시를 내리지.
역대 모든 용사의 유적도 아니고, 데르덴 하나만 274개를 남겨 뒀는데 그걸 어떻게 막으라고 지시하겠는가?
“그냥 일기장 같은 것이나 남아 있는 별 볼 일 없는 유적이었으면 좋겠구나.”
“…….”
“…….”
마왕의 넋두리에 그 안의 모든 마족이 침묵했다.
위대한 마족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가.
그 답은 간단했다.
“그래서 새로운 용사에 대한 소식은 어떻게 되었지?”
“아직 탄생했다는 소식은 없었습니다.”
용사.
그 하나의 존재가 마족의 계획을 일그러트렸고.
그로 인하여 인류를 압도했던 마족의 전력은 인류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그렇기에 새로운 용사의 탄생은 마족들에게 있어서 최고로 중요한 소식이었다.
자신들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이자, 마왕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칼날이 탄생한다는 소리였으니까!
“마왕님!”
“…왜 또.”
익숙한 패턴이라고 하나, 하루에 두 번 일어나는 일은 잘 없었는데.
마왕은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고.
“제290회 데르덴의 유적이 발견되었습니다!”
“…그사이 16개가 더 발견되었구나!”
인류가 사는 인대륙과 마족들이 사는 마대륙 사이는 아주 멀다.
심지어 그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했으며, 마법으로 소식을 전하기에는 도청 및 가짜 정보가 전해질 가능성이 넘쳤다.
그렇기에 첩자들이 보내는 정보와 인대륙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제법 큰 시차를 두고 있었고.
“그, 그리고!”
“다른 용사 유적이라도 나왔어?”
“요, 용사가 나타났습니다!”
“뭐?”
제법 오래전에 용사가 선택되었다는 소식을, 마왕은 이제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수백 명이나!”
“…뭐?”
자신의 목을 노리는 칼날이 유일하지 않다는 것은커녕, 계속 양산되고 있다는 소식에 마왕은 진지하게 양위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
아카데미의 시험이 끝났다.
수많은 학생들이 칼을 갈았고, 그 칼날이 처참하게 부러지는 것을 겪었다.
그에 학생들은 잔혹한 현실을 수긍할…….
“아카데미는 재시험을 진행하라!”
“이게 시험이냐?”
“제작자 타니야 교수는 해명해라!”
…하지 않고, 시험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러다 제가 단두대로 끌려갈 기세인데요?”
“괜찮아. 우리 아카데미에 그런 흉흉한 물건은 없어.”
매일같이 불타오르고 있는 흉흉한 건물은 있어도, 단두대는 없다.
그렇게 주장하는 르윈의 말에 타니야는 울상을 지었다.
“다른 건 다 제쳐 두더라도. 심지어 플라나 님이 매일같이 문을 두들기다 가는데, 이것 좀 어떻게 해 줄 수 없을까요?”
마왕성 2층 보스를 격파하고 3층에 도달하기 직전.
문 앞에서 히든 보스에게 끔살당한 데이지 파티였다.
유일하게 2층을 클리어하고, 최초(아님)로 3층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죽음을 경험하는 것은 아무리 가상의 공간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더라도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그에 매일같이 찾아와 항의하는 플라나에게 없는 척하는 것이 타니야의 하루 일상이 되었을 정도.
“요즘 매일같이 공방에 방어 마법을 까는 게 일상이라고! 학생들 사이에서 날 땅속에 묻어도 무죄라는 분위기라고!”
타니야 교수는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말이었다.
타니야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인간이 시키는 대로 만들었을 뿐인데.
심지어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부분을 다 쳐 내기까지 했는데.
‘나 아니었으면 다 문지기 선에서 막혔을 텐데!’
안타까운 것은 그 사실을 아는 학생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고, 오히려 시험에 대한 원한만 다 자기가 가져간다는 것이다.
그에 타니야가 울먹이며 항의하였으나, 르윈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그렇지만 마왕성 2층에는 히든 보스가 있는 게 사실이잖아.”
“…그냥 적혀 있는 것뿐이잖아요.”
“어허! 용사가 남긴 기록인데, 그냥 기록이라고 무시할 거야? 너 마왕성 가 봤어?”
“…….”
왜냐하면 이번 시험 내용에 참고한 것은 전부 용사의 기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용사가 남긴 자료가 그렇다는데, 어쩌겠는가!
“그것까지 파악해서 돌파를 해야 3층에 도달한 거지.”
“…그렇지만 그냥 무시하고 넘어간 사람도 있잖아요.”
“그건 걔가 이상한 거야.”
전생의 르윈조차 마왕성 2층을 넘어가다가 들켰다.
‘사천왕급이니까.’
마왕군 최대 전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네 명의 마족.
마신을 보좌한다는 네 명의 악신들을 상징하는 존재인 만큼, 무력 하나만 놓고 보면 마족의 대장군들조차 몇 수 아래로 평가될 만한 괴물들이다.
그런 괴물과 비견되는 존재가 마왕성 2층을 지킨다.
그에 과거의 르윈도 제법 당황하기도 했으나.
‘3층부터는 사무 공간이니까.’
마왕성 병사들이 흔하게 돌아다니는 1층과 침입자들을 염두에 두고 병력을 퍼트린 2층과 달리.
3층과 4층은 마왕성 관리들이 일하는 공간이자 주요 전력의 주거 공간이었다.
즉, 애초에 적의 침입을 예상하고 만든 공간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 어떻게든 2층 아래에서 적을 막아야 했고, 그 마지막 관문에 마왕의 심복을 배치해 둔 것이었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도달한 것만으로도 만족해도 될 텐데.”
그렇기에 르윈은 데이지 파티의 성과에 높은 평가를 하였다.
비록 전체적인 스펙이 고등 교육보다 낮았고, 전체적으로 시험의 난이도가 타니야 때문에 낮아졌다고 하나.
3층에 도달한다는 것은 마왕군의 심장부에 검을 찌르기 직전까지는 되었다는 말이었다.
즉, 순수한 스펙만 올려 주면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
그리고 그 스펙을 올려 줄 방법은 르윈에게 얼마든지 있었다.
‘대충 영약 때려 박고, 잘 휘저어 주면 되니까.’
보통 사람이라면 버티지 못하고 몸이 터지는 미친 방법이었으나, 그 미친 방법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것은 용사의 특기였다.
검에 대한 깨달음이 없어도 소드마스터를 만들고.
마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도 대마법사가 가능하다.
물론 비슷한 수준의 적과 싸울 경우, 스스로 벽을 깨고 나온 이들과 싸운다면 필패겠으나.
위에서 올려다보는 것보다는 아래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편한 것은 당연한 일.
강제로라도 경지를 올려 두면 어떻게든 깨닫게 된다.
‘숨 쉬기 운동을 안 배운 녀석들은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일단 데이지와 예리엘, 하인스는 훌륭한 용사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아쉬움을 없애 주면 되겠네.”
하지만 그걸 준비하기 위해서는 르윈에게도 시간이 필요했다.
어차피 이후 있을 일이라고는 학생회 선거 정도.
어차피 총학생회장은 라일라였고, 나머지는 용사가 될 능력이 없는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알아서 들어갈 테니 예전과 같은 경쟁은 없을 터.
“이사장한테 예산 뜯어내서 드림 월드 몇 개 설치하고. 그거 자율적으로 쓸 수 있게 만들죠?”
애초에 이번 시험도 정해진 시간에 자율적으로 참가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니 모든 학생에게 자신의 한계에 도달할 수 있도록 계속 도전할 수 있게 만든다면, 학생들도 조금은 너그럽게 넘어가지 않을까.
“성적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그럴까요.”
“어차피 성적보다는 교단에 높은 점수를 받는 게 목적이니까.”
“그렇긴 한데…….”
타니야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유지 보수를 하는 것이 조금 귀찮겠으나, 매일 아침 파괴되고 회수되는 보안 마법 장비들을 떠올리면 오히려 이득이다.
문제라고 한다면.
“문제는 기계 훔쳐가려는 첩자들이 많다는 건데.”
드림 월드라는 시스템을 노리는 이들은 매우 많았다.
다른 곳도 아니고 제국은 물론, 베르샤 아카데미의 임직원 중에서도 훔치려는 이들이 있을 정도.
물론 기계를 훔쳐 간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나.
마녀의 땅을 제외하고는 독점적으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타니야로서는 조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방법이 있지.”
그러나 그 걱정조차 르윈의 말에 해소될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서 하라고요?”
과거, 마신회가 테러를 일으키고.
지금은 창조의 교단에서 베르샤 아카데미 대성장 지부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 안.
수많은 교단 관계자가 강당을 둘러싸고 있는 곳에서, 미래의 용사님들이 사용하는 장치를 훔칠 간 큰 도둑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