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43)
243화 41. 오늘, 교수님을 묻었다 (3)
베르샤 아카데미의 새로운 대기록이 완성되었다.
총학생회장-라일라 라인하르트.
연말을 알리는 첫 이벤트.
학생회장 선거.
예상대로 이변 없이 총학생회장 자리에 라일라가 당선되었지만.
라일라 라인하르트(만장일치).
“굳이 저걸 넣어야 해?”
아무리 형식적인 투표라고 하나, 만장일치가 나오는 것은 힘들다.
그걸 라일라가 해냈다!
데일드조차 이루어 내지 못한 일을 당당히 해낸 것이다!
“왜 난 행복할 수가 없는 건데?”
문제는 그것에 본인의 의사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
“그렇게 싫었으면 자기한테 투표 안 했으면 됐잖아.”
“후보가 나밖에 없잖아!”
“그렇긴 하지.”
학생회장이라는 자리에 이전과 같은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있다고 한들 라일라와 비교가 되는 인물은 없었다.
가문, 실력, 실적, 학생들의 인망 등등.
본의 아니게 쌓아 놓은 철옹성을 쓰러트릴 만한 후보는 베르샤 아카데미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총학생회장 자리보다 각 교육 과정의 학생회장 자리가 더 치열한 웃지못할 상황이 나왔을 정도.
“왜 전대 학생회장은 자동으로 입후보가 되는 건데…….”
“좋은 노예가 탈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지.”
그렇게 이변 없는 아카데미 회장 선거가 끝날 무렵.
학생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파벌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불의 교단이 최고지. 인류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 뭐냐? 불이잖아. 불이 없었으면 인류는 아직도 생고기 뜯어 먹고 있었겠지.”
“생고기는 뜯어 먹을 수라도 있지, 물이 없으면 살 수 있냐? 그리고 엘프를 생각해 봐. 화식을 하지 않아도 잘 살잖아.”
“레이카 교수님은 매일같이 스테이크 썰고 계시던데?”
“말이 그렇다는 거지!”
용사가 된 학생은 많다.
그러나 베르샤 아카데미는 신탁을 받기 이전부터 학생 수 하나만큼은 최고로 쳐주는 곳이었다.
그것은 신탁을 받은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고, 오고자 하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모자란 수준이었기에.
아직도 수많은 학생이 ‘예비 용사’ 타이틀을 지니고 있었고.
그렇기에 수많은 교단에서 그 학생들을 자신의 교단으로 데려오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선봉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이미 용사 계약을 한 이들이었다.
그들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둘 중 하나였다.
이미 뛰어난 실력을 입증한 상태에서 최상의 조건을 약속받았거나.
아니면 실력이 부족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조건이 안 좋은 계약서를 내밀어도 허겁지겁 사인할 수밖에 없었거나.
발전 가능성이 있거나,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이들은 몸값을 올리기 위해 여러 교단에 줄타기를 하는 상황이었다.
그들을 이끌기 위해 각 교단은 이미 계약한 용사에게 달콤한 제안을 내밀었다.
‘용사 계약 하나당 지원 업!’
괜찮은 인재를 하나 데려올 때마다 더 좋은 지원을 해 주겠다!
어느 교단은 금화를 약속한 곳도 있었고.
또 어느 교단은 열 명 단위로 아티팩트를 지원해 주겠다는 곳도 있었다.
심지어 거물급 인사를 영입할 경우, 드워프제 무구까지 약속한 교단까지 있을 정도다.
“치료의 교단 들어 봤지? 우리 교단 성직자분들은 심심하면 만드는 게 회복 포션이야.”
“어허! 우리 교단은 성녀님이 매일같이 성수를 만드신다고! 성수 바른 무기는 마족에게 추가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거 알지?”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죽음의 성기사들! 그분들과 함께 전장에 설 수 있다고!”
그리고 학생들에게 그런 일은 매우 익숙한 일이었다.
과거와 비교하면 뜸해졌다고 하나, 아카데미 입학 시기에 동아리 인원을 모집하는 활동을 다들 한 번쯤은 해 보았기 때문이었다.
“선배 믿지? 여기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이 새끼야! 동아리 후배 협박하지 말고 꺼져!”
“그 손에 들린 계약서는 치워 놓고 말씀하시지?”
덕분에 동아리 내에서 선배가 후배를 자신의 교단으로 끌고 가려는 일도 일어나곤 했으나.
총학생회와 창조의 교단이 나서서 그러한 계약은 무효로 할 것임을 선언하기도 하였다.
“…그런 상황인데, 우리는 뭐 안 해도 돼요?”
“우리의 신이 어떤 신인데요. 평화의 신이잖아요. 평화롭게 가야지.”
그런 와중에 용사 확보에 열을 올리지 않는 교단도 있으니, 그중 하나가 바로 무링교였다.
“일단 데려온 애들이나 잘 키우도록 노력해야죠.”
“그렇긴 한데…….”
황도 주변에서만 영향력이 있다고 하나, 무링교의 탄생지는 따지고 보면 베르샤 아카데미였다.
그렇기에 베르샤 아카데미 내에서만큼은 무링교를 아는 학생들이 많았고.
어차피 용사는 창조의 여신의 신탁으로 베르샤 아카데미 한정으로 선발이 가능했으니, 무링교에게 불리한 일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링교는 첫 용사들을 뽑은 이후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았다.
물론 이유를 말하자면 많은 이유가 존재했다.
일단 교주인 레피스를 제외하고 제대로 된 인력이 없다는 것.
신생 종교인 탓도 있고, 아직 신이 존재하는지조차 불명인 곳이기에.
교주인 레피스조차 신성력을 사용할 수 없는 교단이 무링교였다.
‘애초에 무링교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도 창조의 교단의 밑도 끝도 없는 호의 덕분이니까.’
창조의 교단이 돕지 않았다면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기형적인 종교였다.
그러니 지금 당장이라도 용사의 숫자를 늘려야 할 텐데.
평소라면 가장 난리를 쳤을 사람이 왜 조용한 것일까.
“어차피 양보다는 질이야.”
그건 르윈이 용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숫자가 많은 건 오히려 안 좋지.’
지금이야 몇십 용사가 선택한 교단이라고 홍보하고 있으나.
결국 중요한 것은 마족을 상대로 얼마나 승리를 할 수 있느냐이다.
용사란 절대 패배하지 않는 신뢰의 아이콘이었으니까.
‘패배하는 순간, 용사의 가치는 급격히 떨어지지.’
지금이야 마족이 활동을 거의 안 해서 그렇지.
본격적으로 붙는다면 시작하자마자 절반 이상의 용사가 첫 전투에서 패배할 것이다.
‘안 죽으면 다행이지.’
아마 각 교단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최대한 많은 용사를 확보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어차피 진짜 뛰어난 인재들은 창조의 교단에 들어갈 테니, 어중이떠중이라도 최대한 모아 교세를 확장하려는 수작일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마족이 언제 쳐들어오냐인데.’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떠올리면 슬슬 움직임이 있어야 하나, 이상할 정도로 마족의 움직임이 소극적이다.
이제는 용사의 유적이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테러나 파괴 행위를 하지 않을 정도로.
‘무슨 생각일까.’
늘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던 숙적, 마왕들을 떠올리며 르윈은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
마족들의 왕, 마왕.
마신의 선택을 받은 자로서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
그런 마왕 밑에는 힘을 상징하는 네 명의 마족 사천왕이 존재했고.
그 아래로 마왕과 사천왕에 비하면 약하나, 강력한 전투력과 병력 통솔이 가능한 스무 명의 대장군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권력을 지닌 각 마족의 지도자인 족장들이 마계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이번 마왕군에는 특별한 직위를 가진 존재가 하나 더 있었다.
“용사가 수백이래? 이거 어떻게 이겨, 군사!”
마왕의 칭얼거림에 군사라 불린 인물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마왕님.”
“뭐가 괜찮아?”
마왕군 총군사, 데르마치.
무력을 최우선으로 했던 마족이었으나, 수많은 인대륙 정벌 실패 이후 그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가리는 장식이 아니구나.
그냥 날리면 되는 약점인 줄 알았는데, 생각이라는 것을 해야 하기도 하는구나!
그러나 수천수만 년 동안 몸과 영혼에 각인된 마족의 습성이 쉽게 바뀌진 않는다.
그것을 대표하는 자리가 바로 마왕의 심복이라고 할 수 있는 사천왕들.
한 명 한 명이 인류에게 있어서 재해와도 마찬가지인 존재들이었으나.
동시에 역대 마왕들이 ‘사천왕들의 대가리가 장식품이 아니라면 옛적에 인류를 정복했을 것이다!’라는 한탄을 내뱉었을 정도로 오직 무력만 갖춘 존재들이었다.
그렇기에 역대 마왕들은 무력만 아닌 지력도 갖춘 존재를 만들고자 노력했으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하나의 수를 내었으니.
그것이 현 마왕 체제에 만들어진 마왕군 총군사.
마왕의 무력을 담당해 줄 오른팔이 아닌, 지력을 담당해 줄 왼팔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건 쓰레기 같은 창조의 여신과 그 더러운 개, 용사의 함정입니다!”
“하, 함정?”
그러나 현 마왕에게 있어서 데르마치는 단순한 군사가 아니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소꿉친구이자 심복.
자신이 마왕이 되는 데 가장 많은 공을 세운 일등 공신이었다.
그렇기에 현 마왕인 헬리아스는 데르마치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십시오. 마왕님이 부족장 회의에 참석하셔서 ‘오늘부터 부족장의 명칭을 마왕으로 바꾼다! 이제 우리는 수천의 마왕을 보유한 최강의 마왕군이다!’라고 하면 무슨 소리를 들을 것 같습니까?”
“저 미친년이 드디어 돌았구나! 라면서 바로 탄핵당하지 않을까?”
“그렇습니다. 부족장 명칭을 마왕으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의미의 마왕이 될 수는 없습니다.”
용사 또한 마찬가지다.
용사가 백 명이든 천 명이든, 진정한 의미의 용사는 단 한 명일 수밖에 없었다.
“인간 놈들의 아카데미란 우리로 따지면 전사를 키우는 양성소와 마찬가지인 곳입니다. 매년 그곳에서 뛰어난 전사가 나온다고 하나, 그 수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양성소의 졸업생들은 전사가 아닌 마왕이라 부른다 쳐도.
그 명칭 하나만으로 1의 힘을 지닌 전사가 10의 힘을 지닐 수는 없다.
“데르덴의 기록을 보면 아카데미라는 곳을 졸업할 때쯤 이미 괴물이었는데?”
“맞습니다. 그건 괴물입니다. 인간의 기준도, 마족의 기준도 초월한 괴물. 그런 인간이 흔할 리 없죠.”
그리고 그런 괴물을 마족들은 용사라고 불렀다.
그러니 베르샤 아카데미라는 곳에서 용사를 양산한다 한들, 마족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데르마치는 연신 강조했다.
“그런데 만약 진짜라면?”
“마족 멸망이죠. 극독 준비해 놓고 자살하면 됩니다.”
“…총군사, 일 안 해?”
총군사로서 이길 생각은 안 하고, 바로 멸망에 자살할 생각을 하다니.
이건 너무 직무 유기 아닌가!
“마왕님, 생각을 해 보십시오. 데르덴 같은 새끼가 천 명이 달려들면, 마왕님이 아니라 마신님이 지상에 강림해도 못 이깁니다.”
“…그렇네?”
그러나 데르덴이 천 명이 달려든다는 소리를 들으니, 차라리 깔끔하게 자살하는 것이 괜찮은 판단이라고 생각이 드는 마왕이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족의 위협에서 용사를 숨기기 위한 술책일 뿐일 겁니다.”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양산되는 용사가 다 진짜라면 어차피 마왕이고 총군사고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비슷한 일이라면 우리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군사가 만든 사천왕 시스템?”
20개의 군단을 지휘하는 대장군에게 사천왕을 두게 한다.
그뿐인가? 총군사인 데르마치도 개인적으로 운용하는 사천왕이 존재한다.
거기에 사천왕들도 개인적인 사천왕들을 데리고 있으니.
마왕군은 무려 사천왕을 104명이나 보유한 것이다!
“저쪽이 백 명이 넘는 용사가 존재한다면, 우리는 백 명이 넘는 사천왕이 있습니다!”
그러니 전력은 호각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총군사를 보며 마왕 헬리아스는 생각했다.
‘이 새끼, 지금 잘라야 하나?’
오랜 친구만 아니었으면 고민도 하지 않았을 텐데.
그러나 이상하게도 백 명의 용사와 백 명의 사천왕 소리를 들으니 조금은 안심이 되는 마왕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