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44)
244화 41. 오늘, 교수님을 묻었다 (4)
신탁 이후, 베르샤 아카데미에 대한 시선이 많이 바뀌었고.
창조의 여신이 용사 양산을 허락한 이후로는 아예 용사 양성소가 된 느낌이지만.
그래도 베르샤 아카데미의 근본은 아카데미다.
아무리 신탁이 있고, 용사 양산이 인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베르샤 아카데미의 시스템이 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수업 내용은.”
그러나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의 마인드는 바뀔 수밖에 없다.
공부 잘하면 뭐 하냐!
용사 되면 인생 역전이 가능한데!
물론 요즘 용사는 옛날과 달리 아카데미 성적도 확인하는 것 같으나, 용사의 특성상 실전 능력을 더 높게 쳐주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또 자냐.’
매일 새벽같이 검을 휘두르거나 마법을 연구하고, 아카데미에 등교 후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교수들 입장에서는 그럴 만하다 생각하면서도, 막상 열심히 준비한 강의 시간에 처자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울화가 터질 수밖에 없었다.
‘교권이 이렇게 바닥으로 떨어질 줄이야…….’
마음 같아서는 다 깨워 한 소리 내뱉고 싶으나.
신탁 이후 베르샤 아카데미는 제국 수도권 아카데미 중 손가락 안에 들지만, 그 손가락 중에서는 최약체인 애매한 아카데미가 아니었다.
무려 용사가 탄생할 아카데미!
그뿐인가? 신탁 이전에도 제국의 황족은 물론 공작가, 그 밖에 수많은 후작가에서도 입학을 한 아카데미였다.
신탁은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늘린 시발점이었을 뿐, 그 이전에도 베르샤 아카데미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어 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즉, 수업 시간에 꿀잠을 자는 이들 중에는 거물 중의 거물도 여럿 존재할 정도로 베르샤 아카데미는 커지고 말았다.
그뿐인가? 이사장의 말에 의하면 신분을 숨기고 입학을 한 거물도 여럿 존재한다고 한다.
예전처럼 조는 녀석에게 몰래 꿀밤을 때려 주었는데, 그게 타국의 왕자나 교단에서 몰래 입학시킨 고위 성직자라면 어떻겠는가!
“하아.”
물론 수업 시간에 자다 혼난 것이니 본인이 그냥 넘어갈 수 있으나.
개중에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려고 하지 않는 미친놈들도 많았고.
또 본인은 그냥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교수로서는 찝찝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는 ‘아니, 이런 아카데미에 이런 유능한 교수가!’ 같은 소리를 들었다면.
지금은 ‘아니, 이런 교수 밑에 이런 유능한 학생이!’ 같은 소리를 듣고 있을 정도니까.
그렇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베르샤 아카데미의 교수들은 자신들의 직장이 철밥통이라고 생각했으나.
엄청난 권위를 가진 이들과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입학하고.
거기에 타니야나 아이리, 레이카와 같은 이종족 교수들까지 합류하면서 기존 교수들의 권위가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뿐인가?
미래의 용사를 키우겠다고 자발적으로 교수가 되고자 하는 이들 또한 넘쳐 나고 있었다.
즉 정말 대형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그냥 넘어가 주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언제든지 대체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교수들로서는 조금의 건덕지라도 잡히지 않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이다음은.”
그렇기에 수업에 방해될 정도로 잠꼬대를 하거나, 코를 골지 않는 이상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모든 교수들이 이런 상황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과거보다 더 위상이 올라간 교수도 몇몇 있었다.
“오늘은 검에 담기는 기를 강화하는 수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베르샤 아카데미, 최고 인기 수업 중 하나인 엘프 기사 레이카의 수업이 그중 하나였다.
“일단 검에 마력을 담는다!”
그녀의 수업은 매우 간단했다.
엘프로서 수백 년의 시간 동안 그녀가 체득한 검의 모든 것.
“그리고 그 기를 가다듬는다!”
수많은 종족 중에서도 평균적으로 가장 장수하는 종족이자, 마력에 친화적인 종족.
그러나 전투는 싫어하는 종족이 바로 엘프였다.
그런 종족의 특성상 검을 배우는 이들은 매우 한정적이었고.
종족 내에서 별종 취급을 받았기에, 인간과 달리 대중적이고 체계적인 검술 훈련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의 수업은 좋게 말하면 매우 간단했고.
“그럼 이렇게 된다!”
안 좋게 말하면 매우 무식했다.
“우와…….”
“역시 엘프 기사!”
그러나 나이가 어린 학생들에게는 오래 볼수록 대단한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이론보다는, 눈앞에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강력한 마력의 칼날이 더 대단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애초에 엘프 기사쯤 되면 대단한 것이 맞다.
그런 대단한 존재가 학생들의 취향에 맞는 엄청난 기술을 눈앞에 보여 주는데, 인기가 없을 수 있겠는가!
“자, 이렇게 연습하면 된단다.”
그러나 대단한 실력자가 대단한 스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또 실력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그렇기에 본인의 무력은 낮으나, 뛰어난 제자들을 많이 만들어 내는 스승이 존재하기도 하고.
또 본인의 능력은 천하제일이나 제자들의 재능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는 스승 또한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레이카는 후자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애초에 엘프 기사라는 것들은 전부 다 압도적인 재능에 엘프의 수명이 더해져 탄생한 괴물들이다.
인간이 10년 동안 벽에 막히면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절망스러운 상황이지만.
엘프에게 10년의 벽은 조금 늦은 길로 돌아가는 기분일 뿐이기 때문이다.
즉 레이카는 인간의 마음을 모르고, 학생의 마음도 몰랐다.
검사로서는 독학으로 지금의 경지를 이룬 천재이나, 교수로서는 최악의 인물인 것이다!
“자, 해 봐라!”
그렇기에 기존의 베르샤 아카데미였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이딴 게 강의냐. 교수가 너무 성의가 없는 거 아니냐.
그런 항의가 매일같이 날아들어도 이상하지 않았겠으나.
“교수님, 이렇게 하면 됩니까?”
“아니, 조금 더 마력을 날카롭게 만들어라.”
“날카롭게요?”
“그래. 검이란 베고 찌르는 무기지 않느냐? 검에 마력을 담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다. 검의 역할을 더욱 잘 수행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 검날이 상하는 것을 막아 더욱더 전투 지속력을 높이기 위해서! 그런데 네 마력은 뭐냐. 그런 뭉툭한 마력을 담을 거면 검이 아니라 둔기로 무기를 바꾸거라!”
“죄송합니다!”
레이카의 신랄한 평가에 학생은 끙끙거리며 마력을 날카롭게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바꾸라고 말해서 바뀌는 것이라면, 수많은 기사 후보생들이 기사가 되지 못하여 좌절하지 않을 것이고.
벽을 눈앞에 둔 자가 소드마스터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했습니다!”
그러나 현 베르샤 아카데미는 고르고 고른 천재들이 입학한 아카데미가 되었다.
데일드나 레피스가 재학 중이던 시절에도 절대 실력이 낮은 아카데미는 아니었으나.
건국제 본선에서 괜찮은 성과만 내더라도 이사장이 기뻐 날뛰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베르샤 아카데미는 수백 년을 대륙 최고의 아카데미라 평가받았던 바벨리안 황실 아카데미와도 자웅을 겨루는 곳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된 기간을 생각하면 앞으로 황실 아카데미를 압도할 날이 그리 멀지는 않았다.
그런 괴물과 같은 인재들이 용사라는 미끼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입학한 것이다.
“해냈구나!”
레이카 교수는 가르치는 재능이 없는 것뿐이지, 교수로서의 인성까지 나쁜 것은 아니었다.
제자의 성공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모습에, 성공해 낸 학생은 뿌듯함을 느끼며 대답했다.
“교수님 덕분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다 실패하면 모를까, 성공하는 학생이 존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심지어 성공한 학생의 수가 실패한 학생보다 많다면, 교수의 문제가 아닌 학생의 문제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오늘 성공하지 못한 학생들도 있지만, 원래 검의 길이라는 것이 다 그런 것이란다!”
레이카 교수의 말에도 실패한 학생들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성공하는 게 더 이상한 것인데, 분위기 때문에 자신들의 잘못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괜찮아, 괜찮아.”
레이카가 아무리 위로를 한다고 한들, 학생들 입장에서는 더욱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렇기에 아카데미 수업이 끝난 이후, 개인적인 시간에도 훈련장에 틀어박혀 기술을 연습하는 학생들이 존재했고.
성공한 이들에 비해 재능이나 감이 낮을 뿐, 그들 또한 엄청난 경쟁력을 뚫고 베르샤 아카데미에 입학한 학생들이었기에 노력을 통해 어떻게든 성공을 시켜 낸다.
물론.
“…….”
“또 자냐…….”
그 대가를 레이카가 아닌 다른 교수가 받게 되나.
그것이 이미 일상이었기에 아무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
초록 잎이 무성했던 나무들이 붉게 변하고.
그것이 또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할 무렵.
찬바람이 몸을 스치고 떠나가는 것을 느끼며 르윈은 생각했다.
‘…왜 아무 일도 없지?’
마족이든 창조의 여신이든 뭔가 반응을 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전쟁이라는 것이 매우 사소한 일로 일어날 수 있다고는 하나, 대륙과 대륙이 맞붙는 규모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여러 이유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인류와 마족의 전쟁은 라헬과 마신의 대리전이기 때문이다.
‘뭔가가 있었어도 수십 개는 있었어야 정상인데.’
그냥 신들끼리 천상에서 반반 싸움을 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늘 들지만.
무언가 규칙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지들 목숨은 소중한 것인지 그런 일을 벌이지 않았다.
그러나 두 최고신이 그냥 심심해서 싸우는 것도 아니고.
매우 중요한 일임을 증명하듯, 전쟁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개수작을 정말 많이 펼치고.
그로 인한 사건·사고들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정신 차리면 전쟁터 한복판에 서 있던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뭐지?”
못해도 마족의 선봉이 두세 번은 선제공격을 날렸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에 국경 지역을 지키는 쪽에서 각 국가에 지원군을 요청하고.
창조의 교단이 대륙의 이름난 상단들에게 돈을 뜯어 가기 시작해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마족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물론 르윈이 만들어 둔 유적에 목숨 걸고 깽판을 치기는 했으나.
마족의 성격을 아는 사람으로서 그런 소극적인 일은 마족의 움직임으로 치면 안 되는 수준이었다.
“설마 안 쳐들어오나?”
순간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기는 했으나, 르윈은 곧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마족이다.
지들 입으로 몸속에 흐르는 피에 투쟁의 본능이 흐르고 있는 전투의 종족이라고 말하는 놈들이다.
그렇기에 공격보다 수비가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로 취급되고.
심지어 대륙을 넘나드는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기에 더욱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자기들이 쳐들어온 놈들인데.
그런 놈들이 갑자기 ‘여태까지 우리가 갔으니까, 이제는 너희가 와라!’라고 할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엄청난 군세를 키우고, 일격에 인류의 숨통을 끊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옳은 판단일 터.
“얼마나 준비를 했기에.”
생각해 보면 아펠리오스가 쳐들어왔을 때도 제법 긴 시간이 걸리긴 했다.
마신의 제단을 털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아니면 그 강력한 군대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을까.
덕분에 르윈이 준비해 둔 병력으로도 반반 싸움을 가는 것이 고작이었으니.
인류의 최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지금도 안전한 것은 아니니라.
그렇게 생각한 르윈이었으나,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찾아올 때까지 마족의 움직임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