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41. 오늘, 교수님을 묻었다 (5)
아카데미를 하얗게 물들이던 눈들이 어느덧 녹아내릴 무렵.
대륙 전체에서는 천 번째 용사의 유적이 튀어나오는 기념비적인 일이 일어났고.
또한 베르샤 아카데미의 첫 용사 기수들이 졸업하고 교단으로 끌려가는 일이 있었으나.
“진짜?”
르윈에게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그보다 중요한 진실을 이제는 인정해야 했으니까.
“진짜로?”
마족이 공격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이 정도로 가만히 있는 거라면… ‘네가 와.’ 하면서 기다리고 있다는 소리밖에 안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알던 마족은 이런 겁쟁이들이 아니었는데!”
적이지만, 어떤 함정을 준비해도 당당하게 뚫어 버리는 기개가 있는 놈들이었다.
때로는 마족에게 있어 머리는 장식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는 했으나, 막상 머리를 쓰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망했는데?’
자고로 전쟁이란 공격보다 수비가 편할 수밖에 없다.
물론 상황에 따라 공격이 수비보다 유리할 때도 있으나, 공격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꼭 필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보급이었다.
“그동안 아공간 주머니 좀 많이 만들어 놨으려나?”
사람은 살기 위해 먹고 마셔야 한다.
아니, 사람뿐 아니라 생명체라면 모두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성안에 미리 물자를 쌓아 두고 버티는 수비와 달리, 공격이 물자를 보급할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자급자족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약탈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 두 가지 또한 수비 측이 미리 준비를 해 두면 물자를 얻기 매우 어려워진다.
진짜 독하게 마음을 먹고 청야전술을 펼친다면 주변에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것은 물론.
호수나 우물에 독을 풀어 중독을 일으키는 일도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간혹 전쟁상인들이 물자를 파는 경우도 있으나, 전쟁 특수를 노려 매우 비싼 값을 받기 때문에 말 그대로 임시 처방용이었다.
그렇기에 안전하게 물자를 얻으려면 본국에서 보내 주는 보급을 받는 수밖에 없다.
그 물자가 없으면 아무리 많은 병력이라도 전쟁 수행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진짜 망했는데?”
같은 대륙에 있어도 어려운 것이 보급이다.
하물며 대륙을 넘는 보급은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것을 잘 준비한다고 쳐도, 소수의 강자가 넘치는 마족들이었기에 마음만 먹으면 보급로를 차단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내가 잘 써먹었으니까.’
그렇다. 기본적으로 마족의 전술이란 다 자신들이 당한 것들이었다.
머리가 있는지 의심이 되는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으나, 몸으로 기억하는 것은 잘해서 자신들이 당한 함정을 그대로 되돌려 주는 것 정도는 할 줄 알았던 것이다!
그뿐인가? 인류보다 더욱 강력한 스펙을 가진 마족이기에 똑같은 수법을 써도 더 효율적인 일을 할 수도 있었다.
‘계획을 전부 백지로 돌려야겠는데?’
하나 그보다 더 문제가 큰 것은 바로 지형의 차이다.
마족의 땅, 흔히 마대륙이라 불리는 곳은 기본적으로 대부분 땅이 척박하다.
그렇기에 농사가 되는 땅이 거의 없으며, 부족 형태로 수렵 채집하는 삶이 보통.
그러나 수렵과 채집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마수들은 인류가 사는 지역의 마수와는 차원이 다른 흉포함과 자기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길가에 돌아다니는 새에 기본적으로 극독이 탑재되어 있고.
돼지 같아 보여서 잡았더니, 피에 부식 독이 가득한 어처구니가 없는 동네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오히려 마족이 인류의 온갖 방해 속에서도 인류의 땅을 침범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보급이 끊긴다? 상관없다.
청야전술? 그것도 상관없다!
애초에 이 새끼들은 밥을 잘 먹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수천수만 년을 그런 거지 같은 땅에서 버틴, 아니 버티지 못한 놈들은 다 죽는 환경에서 살아남은 놈들이 마족이란 놈들이었다.
원래 잘 못 먹어서 좀 오래 굶어도 멀쩡했고.
또한 인간이 눈물을 흘리며 농작지를 불태운 보람도 없이 길가에 있는 잡초를 맛있다고 뜯어 먹는 놈들이 마족이었다.
그에 비해 인간은 너무 배부른 삶을 살았다.
조금만 굶어도 배가 고프고 힘이 나지 않고.
잡초만 뜯어 먹고 살 수도 없으며,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면 맹독이 있는 마수를 잡아먹으면 죽을 수 있었다.
인간의 기준으로는 당연한 소리를 하는 것이지만, 마족의 기준에서는 당연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 사실을 단 한 번의 침공으로 알았기에 인류는 마대륙을 두 번 다시 넘지 않았던 것이기도 했다.
‘거기에 가라고?’
르윈도 세 번은 못할 짓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일이었다.
그걸 이제 용사 타이틀을 단 애들에게 시키는 것은 너무 무리한 일이었다.
아마 매우 높은 확률로 마족과 만나기 전에 절반은 죽어 나가지 않을까.
그 정도로 마대륙은 처참한 동네였고, 그런 대륙을 장거리 원정을 하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어떻게든 마족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렇게 며칠을 고민했으나,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마대륙으로 넘어가는 것에 승산은 없다.
그러니 여태까지처럼 마족이 인류를 쳐들어오게 해야 한다.
“…근데 어떻게 하지?”
문제는 아무리 르윈이라고 하더라도, 가만히 있는 마족이 오게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
마왕군 책사, 데르마치는 마왕군 총회의를 끝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힘들다.”
오늘도 마신의 명령에 따라 인류를 쳐야 한다는 부족장 놈들을 막느냐 진땀을 뺀 데르마치다.
“우리도 인간 놈들처럼 정치질 잘하는 놈을 족장으로 뽑아야 하는데.”
순수 무력으로만 족장을 뽑으니, 대다수의 족장들이 머리가 장식인 놈들이었다.
“아니, 장식은 아니지.”
아마 박치기용 도구가 아닐까.
실제로 머리를 쓰는 것보다 머리로 상대를 공격한 적이 많을 것이 분명하다고 데르마치는 생각했다.
“전성기의 마족도 인류를 못 이겼는데, 전성기의 인류를 지금의 마족이 어떻게 이긴다고.”
태생적으로 마족은 인대륙의 생명체보다 강력했으나, 지리적으로 마대륙은 인대륙에 비해 생명체가 살아가기 어려운 동네였다.
그 두 가지가 모두 합쳐져 대전쟁 초반에는 마족이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마족이 불리해지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숫자는 비슷한데.”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
거기에 기본적으로 마족들의 의식에 깔려 있는 약자 멸시의 풍조.
그로 인하여 마족의 숫자는 전성기나 지금이나 비슷했다.
약한 놈들은 다 비슷하게 죽고, 살아남는 놈들은 다 비슷하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족이 강해질 수 있는 것이었으나, 시간이 흐른다고 그 수준이 눈에 띌 정도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기술이나 문명이 발전하여 후대에 전해지는 것보다는, 태생적으로 강함을 타고난 천재가 수많은 실전을 통해 연마되는 것이 마족의 시스템이었으니까.
그에 비해 인류는 풍족한 땅에서 배부른 생활을 하였다.
거기에 태생적으로 마족에 비해 약한 신체 능력을 갖추고 태어나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인간은 약했고, 심지어 마족처럼 강해질 이유 또한 없었기에 약자와 강자가 상관없이 살아남을 수 있었고.
살아남은 이들이 후대에 계속 무언가를 남겼기에 인류는 그 지식을 습득하며 강해질 수 있었다.
그것을 눈치채고 기껏 마족검형과 마왕검형을 만들어 수많은 마족들에게 뿌렸으나.
“…칼 만드는 게 뭐 그렇게 귀찮다고!”
놀랍게도 전대 마왕들의 노력 산물들은 후대로 잘 이어지지 않았다.
마족의 경우 무기를 사용하기보다는 종족의 특성에 맞는 특징을 활용해서 싸우는 편이고.
또 무기를 만드는 대장장이 같은 이들이 마왕성 같은 특수한 곳을 제외하면 그다지 없기 때문이라고 하나.
그래도 마왕이 머리를 굴려 가며 최대한 무식한 놈들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퍼트린 마족검형과 마왕검형이 마왕성 정규군을 제외하면 아무도 익히지 않는 실전 기술이 되어 버릴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그래, 마족 잘못은 아니지.”
그러나 막상 시원하게 욕설을 내뱉고 나니, 마족이란 것들은 원래 그런 놈들이라는 사실을 데르마치는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누굴 탓하냐.”
이것도 다 자신의 잘못이었다.
애초에 마족이 유리했던 초반부에 대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으면 되었다.
압도적인 전력으로도 용사에게 패배하고, 심지어 자신보다 한참 하수인 용사에게 뒤지지 않았으면 마족이 이리 처참한 꼴은 나지 않았을 것이다.
“다 내 잘못이지.”
기회는 많았다.
생각보다 마족들의 수준이 많이 올라와서 마왕의 자리를 차지하기 어려웠던 시절.
마신이 다리를 놓아 준 흑마법사라는 놈들을 좀 믿고, 지원해 주었다면 인류를 정복했을 수 있었다.
아니, 그냥 가만히 지켜보면서 마왕의 자리만 차지하더라도.
흑마법사 놈이 용사를 죽여 주고 인대륙을 반파시켰으니 쉽게 마족의 세상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때 괜히 싸움에 끼어들었다가 뒤지지만 않았어도 되었지.”
그 뒤로도 아쉬운 일은 너무나도 많이 존재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새 인류와 마족의 승률이 반반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기회는 있었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
다음 기회는 없다.
여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그러한 압박감에 수많은 부족장들은 물론 마신의 쌍욕도 무시하며 마신의 제단을 털었고.
절대 지지 않을 힘을 손에 넣었는데.
“근데 졌지.”
생각해 보면 절대 질 싸움은 아니었다.
정신만 1회 차의 정신이었어도 손쉽게 이겼을 것이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용사라는 놈이 너무나 무서웠다.
안 그래도 자신보다 한참 약했던 용사 놈들에게 무참히 패배를 했는데.
데르덴이라는 놈은 세상을 저주하는 듯한 분위기를 뿌리며 신조차 죽여 버릴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았다.
마치 부모님의 원수 겸 인생의 원수 겸 연인이라도 뺏어 간 놈을 보는 눈빛이었달까.
마왕이 어떤 자리인가?
태생적으로 미친놈들이 많은 마족의 왕이었다.
마신이 인정한 마왕 타이틀을 달고 있더라도, 네가 마왕이어도 대가리 날리면 죽는 거 아니냐고 당당히 마왕성 정문으로 찾아오고.
너를 이기면 내가 내일부터 마왕인 거 아니냐며 달려드는 부족장 놈들이 가득한 세상이 마대륙이었다.
실제로 사천왕이라는 것 중 둘이 그러다가 잡혀서 일하는 중이었고.
나머지 둘도 심심하면 눈빛을 빛내며 ‘한판 뜰까?’라고 마왕이 들리게 중얼거리는 놈들이었다.
그런 놈들이 가득한 곳에서 9번을 산 마왕 아펠리오스도 데르덴이라는 새끼처럼 미친 새끼는 처음 봤다.
그래서 졸았고, 그래서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하.”
문제는 마족이란 것들은 그러한 것들을 모른다.
지들이 제일 미친놈들이라고 생각하는 놈들이지만.
세상은 넓고, 옆 동네 인대륙에도 미친 새끼는 참으로 많았다.
심지어 그중에서도 최고라 할 수 있는 용사가 이제는 수백 수천이 되어 가고 있다지 않은가!
“집이 최고지.”
인류와 달리 옆 대륙으로 출장을 자주 떠난 데르마치는 알고 있었다.
마대륙은 살 동네가 아니다.
마족에게도 그런 동네인데, 인류에게는 가히 마굴이라고 할 수 있는 동네일 터였다.
그러니 버틴다.
인류가 마족보다 강하다?
그럼 뭐 하냐. 우리가 안 가면 너희가 뭘 할 수 있는데.
“답은 존버다.”
상대를 존중하며 버틴다.
인류? 강하다. 이제 마족이 함부로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러니 우리가 안 간다.
정 싸우고 싶으면 네가 와라.
-개새끼야!
오늘도 귓가에 들리는 마신의 말을 자장가 삼아 인생 10회 차, 전 마왕이자 현 마왕군 총군사 데르마치는 두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