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46)
246화 41. 오늘, 교수님을 묻었다 (6)
작년에 있었던 용사 양산 계획 덕분일까.
올해도 역대 입학 경쟁률을 또다시 갱신한 베르샤 아카데미는 이제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는 물론, 이종족들까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들기는 아카데미가 되었다.
“여기는 신입생들 줄입니다. 보호자분은 저쪽으로…….”
“저 신입생 맞는데요?”
“…네?”
그로 인하여 100살이 넘는 엘프가, 인간의 나이로 따지면 10대라 주장하며 입학하는 일도 있었고.
“음! 여기가 아카데미라는 곳인가! 그럼 일단 서열 정리다!”
“으아악!”
“뭐야, 이 미친놈은?”
무리가 모이는 곳에 서열을 정하려는 습성을 보여 준 수인 하나가 학생들 사이에서 난동을 부려 바로 입학식이 끝나기도 전 퇴학의 위기를 겪기도 했으며.
“…저기, 나이가?”
“10수생입니다.”
“…나보다 많잖아?”
“배움에 나이는 상관없습니다, 선배님!”
“빨리 졸업하고 싶어…….”
인간 중에서는 기어코 10수생을 주장하는 성인이 신입생으로 입학을 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말았다.
“…개판이네.”
그 광경을 보며 라일라는 절망했다.
그래도 내가 입학할 때는 정상이었는데.
이제는 입학식조차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우리 때도 정상은 아니지 않았나? 건물이 불타고, 루테스 선배가 나 때렸잖아.”
“그건 입학식 전이었으니까, 아무튼 아니야! 반박 시 차기 학생회장!”
“죄송합니다!”
“진심을 담아 사과하지 말라고!”
오랫동안 아는 사이였음에도, 진심을 담은 말을 내뱉은 적이 거의 없는 인간이 이런 말에만 진심을 담는다.
심지어 왜 그러는지 알고 있기에 더욱더 눈물이 흘러나오는 라일라였다.
“그래도 올해 아카데미 신입생들은 역대 최고라고 하잖아.”
“나 입학하고 그 소리 매번 들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사실이잖아.”
“그렇긴 하지.”
르윈의 입학 전에는 제국의 황자가 들어왔다고 하고.
그다음 해에는 르윈과 라일라가 동시에 입학했다고 하나.
총학생회장으로서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는 라일라와 달리, 르윈은 아카데미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물론 아는 사람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오히려 사건·사고의 중심에 있는 인간이었지만.
일반 학생들 사이에서는 ‘드라이르프’라는 성을 가진 사람치고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게 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원래 목적은 그게 아니었는데.’
과거부터 작성해 온 버킷 리스트의 망나니로 살아 보기를 실행하려고 했으나, 아쉽게 시기가 맞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고려하면 그것이 오히려 이득이 되었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으니까.’
베르샤 아카데미는 이제 용사가 쏟아져 나오는 곳이 되었다.
그로 인하여 용사에 대한 가치가 점점 하락하고 있다고 하나, 르윈이 지금까지 쌓아 온 ‘용사’라는 브랜드는 ‘드라이르프’라는 브랜드보다도 더 강력했다.
실제로 평민이나 하급 귀족 출신 중 용사로 뽑힌 이들이 백작위 이상의 고위 귀족 출신보다 높은 대우를 받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신분보다는 능력이 우선이 되는 아카데미!
원래 아카데미의 기본 철학이 그러했으나, 암암리에 지켜지지 않고 있던 규칙을 베르샤 아카데미는 완벽하게 깨트린 것이다.
‘그래서 평민이 더 들어오기 어려운 것이 우습지만.’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시도해 보지 않는다면 재능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
천재적인 검술의 재능을 가진 이가 도끼로 나무를 내려찍고 있을 수 있었고.
천재적인 마법의 재능을 가진 아이가 주점 종업원으로 가게 매출 계산에 활약하고 있을 수 있다.
그에 비해 귀족 출신은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을 다 배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어 보이는 것이 발견되면 그것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안 그래도 신탁 이후 사교육 열풍이 일어났다고 하던데.’
얼마나 심한지, 이런 상황에서도 용사가 되라는 말도 안 하는 르윈의 부모님이 쌍둥이에게 전담 가정교사를 다섯씩 붙여 줬다는 편지를 받은 게 지난 겨울방학이었다.
이미 잘난 집안, 굳이 용사가 될 필요는 없겠으나.
두 딸이 나중에 아카데미에 입학했을 때, 괜히 다른 애들에게 밀리는 것은 보기 싫은 게 부모의 마음이었다.
물론 하루에 수업 몇 개를 들어야 하는 쌍둥이들의 마음은 또 다른 것이겠으나, 다 미래를 위한 것이니 어쩌겠는가!
‘어쨌든 인재들의 성장 원동력은 된 것이니까.’
그리고 그 좋은 예시가 되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르윈의 세 시종이었다.
‘창조의 교단이 주목하는 스무 명의 용사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슨 개소리일까 싶은 말이었으나, 지금은 스무 명 정도면 진짜로 눈여겨볼 만한 인재들이라는 소리였다.
이미 용사가 백 명이 넘은 지는 오래였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숫자는 더욱 많아질 터였다.
아마 올해 연말이 되면 천 명의 용사가 탄생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스무 명 안에 뽑힌다는 것은 대륙 전체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고.
그중 데이지와 예리엘, 하인스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매우 눈에 띄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과거를 눈여겨보는 이들도 생겼고.
그들이 모두 노예 출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몇몇 귀족들이 노예 시장에 흥미를 갖게 되기도 했다.
과거 용사가 이끄는 무리에 노예 출신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제는 노예 출신도 용사가 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렇기에 재능이 있으나 불우한 과거로 노예가 된 이들 중 몇몇이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쯤에는 노예 출신이 베르샤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할 터.
물론 드라이르프라는 거대한 뒷배가 없는 이상, 노예 출신을 차별하는 귀족 학생들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나면 분쟁이 생길 것이고.
분쟁이 생기면 학생회에서 나서야 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라일라의 일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라일라의 오래된 친구로서 그런 슬픈 일은 만들 수 없다!
“라일라, 슬슬 아카데미 소풍 시즌이잖아.”
“…그렇지. 소풍 장소 위치 선정으로 죽을 것 같아.”
아카데미의 소풍을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각 교육 과정을 분산시켜 다닌다고 하지만, 고등 교육 과정의 학생 수만 따져도 천 단위였다.
대부분이 귀족인 천 단위의 인원이 한곳에 모인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금액이 움직이는데, 하물며 베르샤 아카데미의 고등 교육 학생들이면 반쯤 용사라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수많은 영지들에서 각종 혜택을 내밀며 제발 우리 영지로 와 달라고 애원하는 상황.
제국 내의 영지만이 아닌, 타국과 각종 교단의 요청도 있을 정도였다.
“내가 괜찮은 곳 알아봤는데.”
그렇기에 르윈은 라일라의 고민을 없애 주기 위해 슬쩍 말을 내뱉었고.
“…거긴 빼고 가야겠네.”
르윈의 행동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 라일라는 고민 없이 선택지 하나를 줄여 버렸다.
“…그러기야?”
“저기요, 양심이 없으세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는 르윈에게 라일라 또한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노려보았다.
“데이지 고향인데.”
그에 정에 호소했으나.
“그럼 더욱더 안 되겠네. 데이지는 고향에 안 좋은 추억이 많다고 들었거든.”
라일라 또한 데이지에 관하여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는 건데?”
“와! 인성 봐.”
굳이 안 좋은 곳을 데려간다니.
혀를 쯧쯧 차는 라일라를 보며, 르윈은 최대한 설득했다.
“안 좋은 추억은 내버려 두면 영원히 남잖아. 그러니까 좋은 추억으로 묻어 버려야지.”
“참 좋은 말인데. 그걸로 고생하는 건 나일 것 같은데.”
절대 안 돼!
이제는 단호하게 거절하는 법을 배운 라일라는 르윈의 요청을 절대 들어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어쩔 수 없지.”
라일라답지 않은, 그 단호한 모습에 르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일으켜 주겠어.”
“…뭘?”
“아카데미 초반부터 고생 좀 하게 될 거야.”
“뭘 하려는 건데?”
“당연히 비밀이지. 하지만 작년 연말의 업무 수준을, 달마다 하게 만들 자신은 있다고 자신한다!”
“자신하지 마, 이 새끼야!”
자신감 가득한 외침에 라일라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그 라일라의 입에서 욕설을 나오게 한 업적을 달성했으나, 르윈은 멈추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단 다음 달까지 작년 업무의 4분의 1만큼의 일이 생기게 만든 다음!”
“구체적으로 말하지 마! 진짜 같잖아?”
“그다음 도서관 사서들과 합의해서 도서관 지하를 용사들을 위한 던전으로 개방하고!”
“미친 새끼야!”
구체적인 사건까지 나오니 라일라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가면 되잖아!”
결국 백기를 든 라일라의 모습을 보며 르윈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 데이지랑 너를 위한 일이야.”
“…나를 위하면 총학생회장 하라고.”
“정말 죄송합니다!”
“…왜 그것만 진심이 가득 담겨 있는데!”
정수리를 보이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르윈을 보며, 라일라는 결국 울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
쿵!
무거운 돌이 가루가 되며 사라지고, 그 안에 숨겨진 공간이 드러났다.
“데르덴 이 미친 새끼.”
그 안에 새겨진 표식을 확인한 마족의 입에서 욕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 한 개씩 만들어도 일 년은 더 걸렸겠다!”
역대 최강이라고 불리는 용사, 데르덴의 유적.
하나만 발견되어도 세상이 뒤집힐 만한 곳이었으나,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너무나도 많이 발견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유적을 만들지 못하면 죽는 병이라도 걸린 건가?”
강함의 대가로 그런 저주를 받았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지 않다면 그 강함도, 그리고 데르덴표 유적의 숫자도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미치겠네.”
시험을 위한 것일까.
설치되어 있는 간단한 함정들을 돌파한 마족은 데르덴이 남긴 유물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었으나, 확실히 인간에게 도움이 될 만한 영약과 드워프가 만든 것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명검 소리는 들을 만한 날카로운 검 한 자루가 남겨져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보다도 더욱 가치가 있는 것은 아마 저것이겠지.
“…데르덴이 남긴 검술이라니.”
그 또한 한 사람의 전사이기에, 비록 검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검을 휘두르는 궤적을 머릿속으로 떠올릴 수는 있었다.
대가리가 장식이라는 마족들이라고 하나, 인류에 침입한 첩자를 그런 멍청이들로 보낼 수는 없는 법.
무력과 지성을 겸비한, 마족에게 있어서는 가장 귀한 인재들이 바로 인대륙에 퍼져 있는 첩자들인 것이다!
“꿀꺽.”
그렇게 몇 번을 머릿속으로 데르덴의 검술을 떠올린 마족이 마른침을 삼켰다.
비록 인간이 사용하는 마력과 마족이 사용하는 마기가 다르기에 완벽하게 구현할 수는 없다고 하나.
어느 정도 경지를 이룬 검사가 저대로 검을 휘두른다면 제법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게 수백 개.’
이미 발견된 것이 그 정도고, 앞으로 더 발견될 수도 있었다.
‘이길 수 있나?’
마족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생각이나, 인대륙에서 활동하면 할수록 마족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 폐쇄시켜야지.”
그러나 자신은 마족이다.
위대한 마신의 뜻을 위해 싸우는 마족.
그렇기에 하나의 던전이라도 더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이었고,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며 제국에 남아 있는 것이었다.
“드디어 하나 찾았네.”
그리고 마족은 알지 못했다.
“누구냐!”
“그걸 말해 주겠냐.”
이 던전이 자신과 같은 마족을 잡기 위한 함정이었음을.
“그래. 어차피 죽을 놈이니!”
빠르고 강력한 일격이었다.
고작 생물의 손톱이라고 말하기에는 소드마스터의 검격과 비교가 될 정도의 날카로움을 가지고 있었다.
“무슨?”
그런 평범한 인간이, 그것도 그리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는 이가 그것을 맨손으로 잡아내었다.
그 사실에 경악하는 마족에게 르윈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
“너, 나랑 일 하나만 같이 하자.”
“인간이 마족이랑?”
마족으로서는 더욱 충격적인 말일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