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47)
247화 41. 오늘, 교수님을 묻었다 (7)
인류와 마족은 공존할 수 없다.
그것이 인류와 마족 사회에 뿌리 깊게 내린 보편적인 사고였다.
르윈 또한 마찬가지였다.
창조의 여신을 믿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창조의 여신에 대한 믿음을 잃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왜?
아무리 내가 마음을 열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열 리가 없었으니까.
인류와 마족과의 싸움이 사실은 라헬과 마신과의 싸움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다고 하나, 그 역사가 너무 오래되어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으니까.
첫 시작에서 바로잡았다면 모를까, 이제는 인류와 마족 사이의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졌다.
라헬과 마신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서로 죽이려고 들 만큼.
그러나 르윈은 포기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땅!
“아, 실수.”
맑은 소리가 유적 안을 울린다.
식사에나 사용할 법한 작은 나이프가 떨어진 결과였다.
“미안. 내가 이런 일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말이야.”
멀리서 본 경험은 많으나, 이런 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인생 10회 차에게도 처음 있는 작업!
그만큼 마족과 대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아쉽네.’
막상 대화하려고 하니,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계속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럴수록 전생의 아펠리오스가 대화를 시도한 것이 얼마나 큰 노력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거기에 세계 절반씩 나누어 갖자고 설득까지 해 줬는데!
전생도 아니고, 전전생의 일 때문에 화나서 그걸 차다니!
‘미안하다.’
그 대신 너의 그 노력, 나도 이제부터 해 볼게.
대신 살짝 도구를 곁들인.
“그럼 오른팔부터 해 볼까?”
르윈은 몰래 빼돌린 이단 심문관 고문 키트에서 1번 장비를 꺼내며 마족에게 내밀었다.
“돕겠습니다!”
그 모습에 땅속에 얼굴만 튀어나온 마족이 소리쳤다.
“그러지 말고, 팔 대.”
“돕겠습니다! 살려 주세요!”
“거짓말하지 마. 마족이 어떤 놈들인데. 긍지 높은 전사잖아. 죽으면 죽었지, 배신 같은 거 안 하잖아.”
“저는 그런 마족과 다릅니다!”
“다들 그렇게 말하고 뒤통수치더라. 하긴, 그렇게라도 머리를 사용해야 아깝지 않지.”
그러니까 팔 대.
그렇게 말하는 르윈의 모습에 마족은 공포에 몸을 떨었다.
‘역시 군사님 말이 맞았어!’
겉모습으로 적을 판단하면 안 된다.
인간 놈들은 괴물이다.
언제 어디서든 너희들을 죽이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자신을 이곳에 보내며, 마왕군 총군사 데르마치는 몇 번이고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자신 있었다.
마족에서도 최상위권의 전투 능력을 가졌고.
더불어 대부분의 마족은 갖추지 못한 인류의 상식까지 갖추고 있는 마족이 자신이었다.
그러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총군사님이 자신을 아껴 과보호를 한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인류에게 있어 강자의 기준이 되는 소드마스터나 대마법사들 중에서도 자신의 적수는 몇 없을 터였고.
또한 다른 무식한 마족과 달리 불리해지면 도망칠 지능이 자신에게는 있었으니까!
‘살려 주세요! 총군사님!’
그러나 순수한 전투 능력으로 압도를 당했다.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기절을 하고 말았고, 눈을 뜨니 땅속에 머리만 내밀고 있는 신세가 되어 있었다.
그뿐인가?
평범한 인간이라면 모를까, 자신 정도 되는 마족이라면 땅속에 묻힌 상태에서도 자력으로 탈출을 할 수 있어야 정상일 터였는데.
아무리 몸을 움직이려고 하더라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었다.
“자, 오른팔 내밀어.”
“일하자며!”
“괜찮아. 팔 하나쯤 없어도 되는 일이야. 아니, 오히려 하나 없으면 더 하기 쉬우려나?”
도대체 나한테 무슨 일을 시키려고 하는 것인가!
마족은 공포의 손길이 자신의 목을 옥죄는 느낌이었다.
‘리제야,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 줄 아느냐.’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불경한 말이지만 마신과 마왕보다도 더 믿고 따르는 총군사 데르마치는 말했다.
‘싸움?’
‘아니다. 싸움은 필요 없는 것이다.’
‘투쟁?’
‘아니다. 투쟁은 무식한 놈들이 싸움의 이유를 붙이는 것뿐이다.’
‘승리?’
‘그건 좀 괜찮지. 싸움은 필요 없는 짓이고, 투쟁은 무식한 놈들이 싸움질하려고 가져다 붙이는 것이지만. 지는 X신보다는 이기는 X신이 그나마 더 괜찮으니까.’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데르마치는 마족, 리제에게 그렇게 가르쳤다.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다.’
강함이란 상대적인 것이다.
더 나아가서, 그 상대적인 강함이 앞서더라도 질 수 있다.
‘역대 마왕들을 보아라.’
마왕.
마족의 정점에 선 무력의 화신들.
하루라도 싸우지 않으면 안 되고,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한 마족의 최강자.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자는 없다.
인정하지 않는 자는 마왕에게 도전하여 마왕의 자리를 빼앗거나, 혹은 패배하여 죽었으니까.
‘그 마왕 중 용사를 이긴 존재가 있었느냐?’
용사에게 패배하였는가.
그렇게 본다면 애매하기는 했다.
마왕의 말로가 죽음이었다면, 용사의 말로 또한 죽음이었으니까.
말하자면 무승부.
그러나 절대적 승리를 확신했던 마족은 그 무승부조차 패배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살아남아라.’
최강이라 불리는 마왕조차 결국 패배하여 죽음을 맞이했다.
무식한 놈들은 그것조차 로망이라며 따라 하지만, 우리까지 그것을 따라 할 필요는 없었다.
살아남아라.
구차하고 비루하게 살아남더라도.
그렇게 계속 살아남다 보면 언젠가 다시 웃을 날이 올 것이다.
‘그래, 필요하다면.’
리제는 웃으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던 데르마치의 말을 떠올리며 르윈에게 소리쳤다.
“마왕군 총군사, 직속 사천왕 리제라고 합니다!”
“…뭐?”
“알고 있는 거 다 말하겠습니다! 시키는 것도 다 하겠습니다! 살려만 주세요!”
“…….”
그 망설임 없는 외침에 르윈은 잠시 한숨을 쉬더니 들고 있던 은빛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살았다!’
그리고 그 모습에 리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역시 마족이야. 순순히 불 생각이 없어.”
“…어?”
자그마한 나이프가 아닌, 딱 보기에도 흉흉한 물건들을 하나둘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 아닌데! 진짜인데?”
“거짓말도 그럴듯해야지. 마왕군 총군사? 그 대가리가 장식인 놈들이 군사?”
맞는 말이긴 했다.
과거 마왕군의 시스템은 ‘그나마’ 통솔이 가능한 대장군들의 중심으로 이루어진 개별 조직이었고, 그조차 인류의 기준에서는 형편이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총군사라는 것을 맡을 만한 인재는 마족에 없었다.
“거기에 총군사 직속 사천왕? 사천왕이 애들 장난이야?”
그 또한 맞는 말이긴 했다.
본래 사천왕이라는 자리는 마왕의 밑에 단 넷.
마신의 전승에 유래하여 만들어진 자리이며, 오직 무력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그래도 발전했네. 기만책을 사용할 정도의 마족이 있다니.”
“…진짠데!”
리제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참으로 반박하기 어려운 말들이었으나, 자신은 진실만을 말했기 때문이다.
“대단해. 팔 하나로만 끝내려고 했는데. 아직도 안 꺼내면서 기만을 하다니.”
팔 하나로 끝내지 않겠다는 듯한 말에 리제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미친놈아! 네가 팔도 묻었잖아!”
“그 정신에 경의를 표하며, 나도 진심으로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노력을 할게.”
“마음의 문 맞아? 가슴을 열고 심장을 꺼내려는 장비 같은데?”
이제는 마족의 기준으로도 ‘저건 좀…….’ 싶은 물건을 꺼내는 르윈을 보며 리제는 극심한 공포감에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
***
“…진짜라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르윈의 모습에도 리제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눈물 젖은 빵을 우걱우걱 씹으며, 리제는 망설임도 없이 마족의 상황을 이어 말하였다.
“현 마왕군은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에요. 마왕님이 최강인 건 맞지만, 그래도 다른 부족장들을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니까요.”
마족의 성격을 고려하면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아펠리오스처럼 압도적인 마왕이라면 모를까, ‘해볼 만한데?’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강자에게도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것이 마족이었으니까.
하물며 그 차이가 그리 나지 않는다면, 부족장 중에서 마왕의 자리를 노리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그렇게 마신의 선택을 받은 마왕이 죽은 경우도 있고요.”
대략적인 시기를 들으니, 마족이 쳐들어오지 않는 시기와 비슷했기에 더욱 설득력이 있는 말이었다.
‘초기에는 용사도 비슷했으니까.’
지금처럼 창조의 교단의 영향력이 없던 시기에는 용사라고 하더라도 말을 들어 주지 않는 왕국이 많았다.
그 왕국을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두들겨 패서 협조를 이끌어 내었던 르윈으로서는 현 마왕의 상황에 공감이 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현 마왕님께서는 기존의 규칙과 질서를 좀 많이 바꾸셔서… 간단하게 말하면 적이 많아요.”
본래에는 없던 총군사라는 직위를 만들어 마왕군의 2인자를 내세웠고.
대장군, 혹은 군단장이라고 불리는 이들에게 각자 4명의 직속 사천왕을 만들 수 있게 하였다.
그로 인하여 기존의 2인자 포지션을 나누어 갖고.
또한 동시에 마왕과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포지션으로 존재하던 사천왕의 권위를 떨어트렸다.
‘파벌 견제구나.’
사천왕.
그놈들과도 여러 번 싸워 본 르윈으로서 마왕의 심정을 백번 이해할 수 있었다.
무식하다는 마족들도 사천왕과 비교하면 장난 수준이었으니까.
그 대신 마족이라는 존재가 무식함과 전투력이 비례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나하나가 천재지변을 일으키는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힘을 좀 키우면 언제 마왕의 자리를 위협할지 모르지.’
아마 넷 중 둘만 손을 잡아도 마왕은 이미 사천왕의 쿠데타에 싸늘한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천왕이라는 놈들은 협력을 모른다.
알았으면 옛적에 인류가 멸망함으로써 증명했을 것이다.
“부족장 중에서는 마왕님을 앞세워 총군사님이 마족을 멸망의 길로 이끈다는 소리를 하는 마족들도 있지만!”
불이 붙었는지 열변을 토하며 총군사가 얼마나 대단하며, 부족장들이 얼마나 멍청한지 말하는 리제를 보며 르윈은 생각했다.
‘그 새끼부터 죽여야겠는데?’
들어 보니 마족의 인류 침공을 막고 있는 것도 총군사 놈이고.
이상한 시스템을 만들어 마족의 부흥을 이루려는 것도 총군사 놈이다.
총군사 놈이 평화의 상징, 무링신을 믿고 회개하여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모를까.
결국 마신의 앞잡이로서 인류를 쓰러트리기 위해 그 짓을 벌이는 것 아닌가!
“마족 앞에서는 이런 말은 못했지만, 총군사님은 마신 년만 아니었으면 마족이 이 지경까지는…….”
“…응?”
마왕성 지리가 바뀌지 않았다면 날 잡아서 몰래 대륙 횡단 암살 쇼를 준비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르윈의 귓가에 어색한 문장 하나가 들려왔다.
“지금 뭐라고 했냐?”
“네?”
“뭐라고 했냐고.”
“…어?”
갑자기 정색하는 르윈의 표정에 리제는 식은땀을 흘리며, 두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마족 앞에서 못할 말은 사람 앞에서도 못하는 건가?’
“다시 말해 봐.”
“살려 주세요! 사람 앞에서는 해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거 말고, 무슨 년?”
“마신 년… 이요?”
마족이 마신을 년이라 부른다.
이게 맞나.
순간적으로 정신이 어질어질한 기분을 느끼며, 르윈은 확신을 얻기 위해 말했다.
“지금부터 살고 싶으면 말이야.”
진심이 담긴 살기가 전해진다.
인생 10회 차, 전선의 최전선에서만 싸워 온 용사의 살기는 그것만으로도 상대를 죽일 수 있는 검이 될 수준이다.
“네, 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이미 죽었을 정도의 압박감에 리제는 안색을 새하얗게 물들였고.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마신 욕을 해 봐.”
“네, 네! 야이……!”
그리고 리제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자신이 아는, 대부분 총군사가 마신을 언급하며 중얼거렸던 욕설을 모두 내뱉었고.
“…그랬구나.”
르윈은 마족의 땅에도 평화주의자가 살고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