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48)
248화 42. 용사가 나타났다! (1)
꿈과 희망이 가득한 아카데미 생활을 기대했던 신입생들이 ‘이곳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구나.’, ‘그냥 평범한 아카데미구나.’라고 깨닫게 되고.
동시에 대다수의 재학생들이 대강당 겸 대신전에서 마왕성 문지기에게 처참하게 깨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델피러스 왕국?”
라일라는 끙끙거리며 세계 지도를 생각한 끝에 제국과 제법 멀리 떨어진 작은 나라를 떠올릴 수 있었다.
제국의 공작가 하나와 비교하면 크고, 두 곳을 모두 합치면 압도적으로 작은 곳이라고 해야 할까.
아마 제국에 대공이 존재했고, 그 대공이 운영하는 공국이 존재했다면 딱 델피러스 왕국 크기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작고,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곳이었다.
“데이지 고향이 거기였구나.”
데이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으나, 거기까지 파고들지는 않았다.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비밀은 있는 법이었고,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하더라도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이 있었으니까.
“역시 르윈에게는 말해 줬구나.”
그렇기에 라일라는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었으나.
“아닌데? 뒷조사해서 알아낸 거였는데?”
“…뭐?”
이어지는 르윈의 말에 두 눈을 가늘게 뜰 수밖에 없었다.
“말을 안 해 주더라고.”
“그렇다고 뒷조사를 해?”
사생활 침해도 정도가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친구의 과거를 몰래 조사하다니!
“몰래 한 것도 아닌데?”
“…응?”
“계속 물어봐도 안 알려 줘서, 그럼 뒷조사한다니까 마음대로 하라던데?”
“…….”
그 말을 내뱉는 데이지의 표정이 어째서인지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라일라였다.
마치 직접 눈앞에서 본 것처럼.
‘어차피 안 된다고 해도 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뱉는 데이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데이지를 먼저 만났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이 악독한 주인에게서 구원할 수 있었을 텐데.
친구를 구하지 못한 안타까움에 라일라가 한숨을 내쉬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게, 어릴 때부터 노예시장도 가 보고 그랬어야지.”
“미친놈아, 누가 어린 시절에 노예시장을 가…….”
원래부터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었던 베르샤 아카데미고, 신탁 이후에는 더욱더 별종들이 많아졌다고 하나, 아카데미 입학 전에 노예시장에 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자기 사람을 사겠다고 간 미친 인간은 르윈 정도뿐일 것이다.
“아무튼 그곳으로 가서 뭐 하게?”
소풍이라는 것이, 아카데미에만 갇혀 있는 학생들을 위해 잠깐 분위기 환기 겸 아카데미 밖으로 나가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하나, 그 안에는 수많은 금전적, 정치적 계약들이 들어 있었다.
애초에 수많은 아카데미의 총학생회장들이 과로로 죽어 나가고.
사건 하나라도 터지면 피눈물을 흘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총학생회장이 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일한 만큼 권력을 얻기 때문이고, 그 권력에 대한 책임을 미리 배울 수 있으므로.
작게는 예비 공무원으로서, 크게는 고위 귀족에게 눈에 띄어 출세할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데이지의 고향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좀.”
라인하르트 가문으로서 라일라에게는 모두 해당이 안 되는 일이었으나, 그렇기에 오히려 더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순수하게 학생들을 위해 봉사한다!
그 안에는 존재감 없는 자신을 바꾸려는 노력도 있었고.
그것을 달성한 지금은 솔직히 그만두고 싶기도 하였으나!
어찌 되었든 라일라는 총학생회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아무리 옛 친구의 일이라고 해도, 르윈의 협박이 있었다고 해도!
“명분은 있어야지!”
그럴듯한 명분은 있어야 한다!
그런 타협을 찾을 정도로 라일라는 현실에 익숙해지고 말았다!
“그렇긴 하지.”
안 그래도 주목을 받는 아카데미였고, 그렇기에 온갖 혜택을 쏟아 내는 곳이 많았다.
그에 비해 델피러스는 이런 곳에 제국의 아카데미가 여행을 온다는 생각조차 안 할 테니, 조건을 제시할 리가 없는 상황.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명분이 생기기는 할 거야.”
“어떻게?”
“기도하면 다 된다고 했으니까!”
자신감 넘치는 말과 그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상에 라일라는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중얼거렸다.
“…지랄한다.”
***
라일라는 어떻게든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고 끙끙거렸지만, 르윈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다지 믿는 신도 아니고, 오히려 이제는 반쯤 원수인 신이지만.
그 영향력만큼은 충분히 명분이 될 수 있었고.
또 다른 사람들과 달리 기도라는 불확실한 것을 통해 대화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신탁을 내려.”
“…저기요?”
당일 밤, 오랜만에 만난 라헬을 보자마자 르윈은 델피러스로 가게 하라는 신탁을 내리라고 명령했다.
“신탁이 애들 장난인 줄 알아?”
신탁이란 곧 신이 인간에게 전하는 메시지였고, 그 신을 믿는 자들은 그것을 무조건 따른다.
그리고 라헬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창조의 교단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그 신탁은 대륙 전체에 매우 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심심하면 쓰더니만.”
“필요할 때만 쓴 거다!”
그것을 인간의 요청으로 쓴다니!
신으로서의 자존심도 있으나, 라헬이 걱정하는 것은 그보다 르윈의 속셈이 무엇이냐였다.
‘안 그래도 요즘 뭘 하고 다니는지 알 수도 없는데!’
인류 최고신으로서 원한다면 모든 대륙을 관조할 수 있는 라헬이었으나.
르윈만큼은 이렇게 직접 만나지 않으면 무엇을 하는지 알아내기 어려울 지경에 도달하고 말았다.
‘마신의 제단을 털어 온 마왕을 쓰러트릴 때부터 알았어야 했는데.’
인생 10회 차 동안 쌓아 온 것은 힘과 기술, 그리고 물질만이 아니었다.
영혼에 쌓이고 쌓인 업이, 그리고 용사로서 쌓아 올린 인류의 믿음과 마족의 좌절과 공포는 이미 르윈을 신의 자리에 앉혀 놓아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으로 만들었다.
‘그나마 용사는 신의 화신, 인간이라는 인식이 각인되어서 다행이지.’
사실 용사가 신이 아니었을까.
중요한 분기점에 그렇게 생각하는 믿음이 형성되고.
그것을 정설처럼 받아들였으면 최소 중급신 정도가 되어서 천계에 난입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랬다면…….’
아마 나를 찾아내서 두들겨 패지 않았을까.
옛날에 착했던 용사라면 모를까, 이제는 마신 다음으로 적대감을 보이는 이 녀석이면 충분히 가능했다.
“말 잘했네. 필요하니까 쓰는 거야. 그러니까 신탁 좀.”
지금도 봐라. 절대 안 된다고 말했는데도 해 달라는 모습을!
옛날에는 자신의 말에 고분고분 따라 줬는데, 뒤늦은 사춘기라도 온 듯 반항하는 모습을!
“…내가 아무것도 모를 줄 아느냐? 네 시종이라는 아이의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냐!”
“그 녀석이 너희 교단 용사잖아.”
“내 용사는 너뿐이다! 그러니 너는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고 빨리 마왕이나 잡으라고! 그렇게 약속했잖아! 그래서 용사를 양산한다는 그 미친 계획도 들어줬는데!”
성녀의 몸에 강신한 라헬이 울먹이며 소리쳤으나, 르윈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아니, 마족이 안 오는데 어떻게 마왕을 잡아요. 마왕성 쳐들어가?”
“…그건 아니다만.”
마대륙의 환경은 라헬도 잘 알고 있었다.
인류의 수준이 아무리 올라왔다고 하나, 마대륙의 자연환경을 버틸 수 있지는 않았다.
즉, 쳐들어가면 필패다.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년이 가만히 있을 년이 아닌데.’
일분일초도 참지 못하는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신이 마신이라 불리는 신이었다.
괜히 인류의 신들 사이에서 파괴의 여신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인내심을 파괴하고 세상에 나왔다는 소리가 돌겠는가!
그리고 그런 신을 따라가려는 놈들이 마족이라는 놈들이다.
무식하게 강하지만, 진짜 상상을 초월하게 무식한 놈들!
‘그런 놈들이 가만히 있는다?’
이상하긴 하다.
시기가 되면 알아서 기어 나와서 우르르 달려드는 것이 무서운 놈들이었는데.
오히려 마신이 막는다고 하더라도 인류에게 달려들 놈들인데.
“아니면 지난번에 말했던 방법을 사용해 보든가.”
“진짜 신성모독으로 재판 열어?”
르윈이 말했던 방법을 떠올린 라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십자가에 강신한 자신을 매달고, 마족과의 국경 부분에서 흔들면 마족들이 튀어나오지 않겠냐는 웃기지도 않은 방법.
문제는 그때만큼은 르윈이 자신을 관조하는 것을 막지 않았고.
그렇기에 그것이 100퍼센트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즉, 르윈은 마족을 끌어낼 수만 있다면 진심으로 라헬을 매달아 미끼로 쓸 생각이 있다는 것!
“그것 말고 방법이 없는데.”
“조금만 더 기다려라! 마족 새끼들 성질머리는 네가 더 잘 알지 않냐!”
절대 참을 수 없다.
마왕이 막는다고 하면 반란이 일어나 마왕을 끌어내리고 인류를 침범하거나, 아니면 반대파가 모조리 죽어 힘이 더 약해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해 볼 만하겠지.’
반 토막이 난 마왕군 정도면 마대륙 정벌도 해 볼 만하다.
그것을 위해 라헬 또한 은밀히 창조의 교단을 비롯하여 몇몇 신들의 협조를 받아 성기사들의 질과 양을 올리는 중이었다.
“방법이 있으니까 하는 말이지.”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마족의 침략을 이끌어 내는 것.
그럴 방법이 있다는 말에 순간적으로 라헬의 귀가 쫑긋거렸다.
“있다고?”
“그걸 위해서 델피러스에 갈 필요가 있는데.”
“거짓말 치지 마라! 내가 속을 줄 아느냐!”
“거기에 마족과 내통하는 놈들이 있다는데. 그 녀석들 좀 뒤지면 뭐가 나올 것 같은데.”
“…정말이냐?”
창조의 여신 라헬.
그녀가 인류 최고의 신이라 불리고, 그 덕분에 인류의 모든 것들을 관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나.
그래도 종교의 자유가 있고, 여러 신에 신앙이 나누어지는 인대륙과 달리.
마족들은 파괴의 여신, 일명 마신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분위기다.
그렇기에 믿음이, 신앙이 곧 힘인 신계에서 창조의 여신보다 마신의 힘이 조금 더 강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차이가 그다지 나지 않고.
또한 절대적인 믿음의 총량은 정해져 있기에 하위 신들의 격차는 인류 쪽이 압도적으로 우위였기에.
천계에서의 균형에 영향이 없다고 하나 지상에서는 다르다.
그 약간의 차이로 인하여 마신을 받아들인 인간들을 라헬이 알 수가 없게 된다.
괜히 마신회나 흑마법사들이 라헬의 눈을 피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고.
창조의 교단과 수많은 이단 심문관들이 그들을 잡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었다.
“증거도 있는데?”
르윈이 슥 내민 것은 이제 인류가 사용하지 않는 죽간이었다.
그곳에 적힌 글자를 보며 라헬은 인상을 찌푸렸다.
“마기.”
제아무리 르윈이라고 하더라도 조작할 수 없는 증거였다.
인생 10회 차가 아니라 100회 차가 되더라도 르윈이 마기를 쓸 방법은 없을 테니까.
그만큼 마기는 마족 고유의 특성이었고, 자신만큼이나 마족을 싫어하는 르윈이 마족과 협상을 하여 이런 것을 만들어 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협상할 수 없는 놈들이니까.’
그럴 능력이 있다면 마족은 옛날 옛적에 대륙을 지배했을 것이고.
자신은 마신에게 패배해 굴욕이란 굴욕은 다 당했을 것이다.
아직 자신의 영향력이 약했던 시기에는 마족의 힘을 두려워해 항복하려던 왕국들이 제법 많았으니까.
그때 적당히 협상하였으면 르윈이 네다섯 명 있었어도 마족을 막지 못했을 터.
그러나 마족은 항복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항복한 왕국부터 쳐들어갔다.
싸우지도 않는 겁쟁이들과 같은 공기를 마시고 살 수 없다는 말과 함께.
덕분에 인류는 배수의 진을 칠 수밖에 없었고, 간신히 마족을 막아 낼 수 있었다.
‘마족은 그런 놈들이니까.’
그러니 이건 진짜다.
[발레푸스 후작가에 전초 기지를 세우기로 약속했다.>하필 데이지의 원수인 가문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은 좀 그렇지만, 라헬은 우연이라는 것을 믿으며 신탁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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