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49)
249화 42. 용사가 나타났다! (2)
-베르샤 아카데미 고등 교육의 예비 용사들은 델피러스 왕국으로…….
“이, 이게 된다고?”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신탁에 라일라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이게 진짜 되다니.
‘나도 열심히 기도했는데!’
총학생회장 그만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그렇게 열심히 기도했는데.
용돈도 아끼고 아껴서 헌금도 열심히 냈는데!
“내가 된다고 했잖아. 다 당사자랑 기도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여신님은 어째서 나 같은 사람의 기도는 들어주지 않고, 저런 놈의 기도는 들어주는 것인가!
라일라는 조금, 솔직히 아주 많이 실망했다.
“명분은 생겼고, 이제 일정만 잘 짜 주면 되는데.”
“…고등부 일정은 고등부 학생회에서 짜는 게 보통이야. 나는 최종 검토만 하는 거고.”
“고등부 학생회 쪽이랑은 이미 사전에 합의했거든.”
“고등부 올라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내가 원래 친한 선배가 많잖아?”
그 친하다고 주장하는 선배들은 다 르윈을 보면 얼굴을 하얗게 물들이는 것 같지만.
어찌 되었든 약속은 약속이다.
‘꼭 지켜야 하는 약속인가 싶기는 하지만.’
벌써 피곤한 느낌에 눈 근처를 손가락으로 마사지하던 라일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해 주기는 할 텐데.”
“역시 내 친구야!”
“…에휴.”
어째서 이런 녀석과 친구가 되어 가지고 이 고생일까.
‘내가 먼저 접근했지.’
지금과 달리 존재감이 밑바닥이던 시절 자신을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러니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합리화를 하면서도 연신 튀어나오는 한숨만은 어찌하지 못하는 라일라였다.
***
“베르샤 아카데미? 그 용사 양성소 맞나?”
“맞습니다, 전하.”
“그런 곳에서 왜 여기에?”
델피러스 왕국.
나라의 형태를 간신히 유지한 작은 왕국으로, 작은 땅에는 그다지 특별한 특징이 없었다.
농사가 잘 지어지는 곡창지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자원이 나오는 광산 등도 없는 그런 곳.
하지만 그렇기에 살아남은 곳이기도 했다.
굳이 공격해서 얻어 낼 것이 없었기에 살아남은 곳.
그렇기에 지나친 관심은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아는 왕국.
“도대체 왜?”
“신탁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신탁? 무슨 신탁!”
“창조의 여신께서 용사들에게 저희 왕국을 방문하라고.”
“…그걸 왜 우리한테는 말 안 해 주는데?”
그렇기에 세상사에도 그다지 관심을 주지 않은 결과.
정신을 차려 보니 제국의 학생들이, 그것도 용사 타이틀을 달고 있는 학생들이 곧 왕국에 찾아온다고 통보했다.
“거절할 방법은?”
“전하, 신탁입니다.”
“제국 측에서도 이미 사절단을 보내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하.”
거절도 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델피러스 왕국 수준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제국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다.
그뿐인가? 명분마저 저쪽에 있는 상황이었다.
천지를 창조했다고 알려진 여신이, 인류의 대다수가 믿는 창조의 여신이 가라고 했는데, 막는다니!
“…국가 비상사태다! 대신들 다 불러 모아!”
평화로운 델피러스 왕국에 폭탄이 떨어진 것과 같은 상황이었으나, 진짜 폭탄은 실시간으로 왕국 어딘가에서 제조 중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저게 뭐라고?”
엘리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어항을 가리켰다.
그에 엘리의 절반만 한 크기의 아이가 소리쳤다.
“침대!”
“그렇지! 그럼 저건?”
엘리가 어항 옆, 잠시 빼 둔 거대한 마력석을 가리켰다.
“맛난 거!”
“맞아. 그럼 저건?”
마지막으로 엘리는 방에 들어오는 르윈을 가리켰다.
“지지!”
“맞아! 지지야. 저런 건 닮으면 안 되는 거 알지?”
“응!”
“애한테 뭘 가르치는 거냐?”
세상의 기준과 많이 다른 교육에 르윈이 한마디를 했으나, 엘리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세상 교육!”
식물에는 식물만의 교육이 있는 법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엘리의 모습에 식물로 살아 본 경험이 없는 르윈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네가 좀 해 줘야 할 일이 생겼는데.”
“또 무슨 일을 저지르려고.”
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일 좀 도와달라고 하면 또 무슨 일을 저지르냐고 하는 것일까.
‘진짜긴 하지만.’
자신이 그럴 때만 말을 꺼내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르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마신회 지부 하나 만들려고.”
“드디어 인류를 배신했구나, 인류의 배신자!”
“배신자!”
“모녀가 쌍으로…….”
그러나 생각해 보면 마족과 손을 잡고 인간의 뒤통수를 치는 것이니, 어떤 의미로 맞는 말이기는 했다.
“그리고 하루 이틀 일이야?”
“하긴 전에도 한 번 했었지?”
마신회가 아카데미에서 난동을 부릴 때, 흑마법사를 사칭한 전적이 이미 있었다.
지금 와서 마신회 좀 사칭한다고 해서 무엇이 다를까.
“영감님 도움이 필요한 거야?”
“그렇지.”
“그 영감님, 조금 그런데.”
“왜?”
“자꾸 내 딸을 탐내.”
하긴 인생 10회 차인 르윈도 세계수의 씨앗이 발아한 것은 물론, 저렇게 멀쩡하게 자라난 것은 처음 보았다.
그건 아인헤르츠 역시 마찬가지.
리치가 세계수를 조사하려면 엘프와 전쟁을 벌여 승리해야 할 터이기에 천하의 아인헤르츠도 세계수에 관한 연구는 진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눈앞에 나타난 세계수 2세는 매우 맛있는 먹잇감일 터.
“납치 안 당하게 조심해라.”
“당연하지! 엄마가 수상한 사람을 보면 뭐라고 했지?”
“안 돼요, 싫어요, 저리 꺼져요!”
“응, 그렇게 보내 버리는 거야.”
“응, 응!”
자그마한 것과 그보다 더 작은 것이 서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얼핏 보면 귀엽게 보일 수 있으나, 그 주변에 퍼져 있는 마력은 그렇지 못하다.
‘안 돼요.’에 웬만한 기사급은 일격에 절명할 것이고.
‘싫어요.’에 기사단 하나쯤은 날아갈 것이며, ‘저리 꺼져요.’에는 소드마스터도 각오를 해야 할 수준!
영물급 맨드레이크인 그녀와 세계수의 마력을 물려받은 세계수 2세의 마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무식한 마력의 소유자 르윈도 질색할 만큼!
“애 교육 잘해라.”
그 무식한 마력량에도, 아직 정신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였기에 자칫 잘못하면 진짜 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잘 시키고 있잖아?”
“지지!”
“봐 봐!”
“에휴!”
까르륵 웃는 모녀를 보며 르윈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겠는가. 저 엘리 2세가 탄생한 가장 큰 원인이 자신인 것을.
“데이지가 해 달라는 일이니까, 좀 잘 부탁한다.”
“우리 데이지 일이면 귀찮아도 해 줘야지!”
레이카가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의 관리를 해 주던 사람이 데이지였다.
르윈의 일이라면 모를까, 그런 데이지의 일이라면 엘리 또한 힘을 낼 생각이 있었다.
“…왜 내 주변은 나보다 더 데이지를 챙기는 걸까.”
“그야 너 때문에 고통받는 데이지의 모습을 매일같이 보았기 때문이지.”
“나 같은 주인이 어디 있다고.”
“더 있으면 세계의 위기니까, 다행인 일이네.”
“다행이네!”
다시 까르륵 웃는 모녀였으나, 일단 세 번째 협력자도 무사히 구한 르윈이었다.
***
그렇게 네 번째, 다섯 번째 협력자도 무사히 구한 르윈은 델피러스 왕국으로의 여행 3일 전에 첫 번째 조건이 충족되었다는 편지를 받게 되었다.
[근처 마족들 다 끌어모아서 준비 끝냈음.>첫 번째 협력자가 된 리제의 편지였다.
무사히 제국을 빠져나가 숨어 있던 마족들을 이끌고 델피러스 왕국에 잠입.
열심히 남의 영지 지하에 마신의 제단을 완성했다는 편지였다.
[덤으로 마신의 힘을 받은 인간도 몇 구해 둠.>거기에 숨어 지내는 마신회 몇도 찾아냈다고 하니, 과연 마왕의 오른팔인 총군사의 사천왕다운 능력이었다.
“오랜만에 고향에 가는 기분은 어때?”
“떨리네요.”
모든 것이 준비가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데이지가 거기에 마침표를 찍는 것뿐.
그것을 위하여 데이지는 창조의 교단에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고.
제법 많은 성과를 얻어 낼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상급 용사 자격을 따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중급 용사 자체가 몇 없으니까요.”
“용사를 등급제로 나누는 세상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지금도 창조의 교단에서만 실행하고 있으니까요.”
용사 등급제.
무려 용사에게 등급을 매겨, 그에 걸맞은 권한을 주는 시스템이었다.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에 따라 권한이 천지 차이로 바뀌게 되며.
최상급 위에는 고유 등급을 주어, 사실상 역대 용사와 똑같은 권한을 주겠다는 말까지 공표한 상태였다.
‘이런 일은 잘해.’
용사의 권위는 곧 창조의 여신의 권위였다.
여태까지 르윈이 용사로서 쌓아 올린 것이 곧 창조의 여신과 교단의 권위였으니까.
그러나 그 권위가 조금씩 흔들리게 되었다.
용사가 다량으로 양산된 만큼 질적인 하락은 어쩔 수 없는 문제였고.
현 용사들로 인하여 문제가 생기면 용사라는 이름값 자체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창조의 교단은 용사의 등급을 나눈 것이다.
용사가 패배해도, 하급, 중급 용사는 패배해도 어쩔 수 없다.
그들은 아직 미성숙하니까.
고유 등급을 가진 역대 용사님들과 달리 아직 제대로 된 용사가 되지 못했으니까!
‘그렇게 변명하려는 거겠지.’
고유 등급의 권한은 역대 용사와 똑같다.
그걸 다르게 말하면, 고유 등급 아래는 역대 용사와 다르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창조의 교단을 제외한 다른 교단들은 아직 인력난이라 용사 등급제를 실행하지 않고 있으나,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다면 하나둘씩 창조의 교단을 따라 용사 등급제를 실행할 터.
그렇게 된다면 모든 용사는 더 높은 등급을 얻기 위해 또다시 경쟁하게 될 것이다.
지금 데이지만 보더라도, 더 높은 등급을 받아 인정받으려고 아득바득 노력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용케 이겼네. 마법사 혼자서 문지기 잡기 어려울 텐데.”
그리고 그 첫 단계가 마왕성 문지기를 쓰러트리는 것.
모든 용사가 베르샤 아카데미 출신이었고, 드림 월드라는 간편하면서 좋은 평가 방법이 있었기에.
창조의 교단은 가장 첫 관문인 중급 용사 시험을 마왕성 문지기를 때려잡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 악물고 도전했죠.”
덕분에 나날이 주가가 폭주하고 있는 타니야의 협력을 구하는 것에 애를 먹었던 르윈이었다.
이제는 나눠서 뿌리던 드림 월드의 설계도도 거의 다 써서 미끼도 없는 상황이라 제법 고생을 했다.
“근데 진짜로 준비를 해 놓았다고요?”
“네가 해 달라며.”
그 고생을 하여 준비를 했건만, 데이지의 표정이 애매했다.
대충 ‘진짜로 그걸 했다고?’라고 하는 표정이었다.
“믿고 있다며?”
“믿는다고 다 해 줄 줄 몰랐죠.”
내용이 내용인지라, 말을 꺼냈던 데이지도 막상 준비해 놨다고 하니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타국에 그런 짓을 진짜로 해 줄 줄이야.’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왜, 무서워?”
그러나 비웃듯 말하는 르윈의 표정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요.”
각오는 아주 오래전부터 했다.
눈앞에 기회가 찾아왔는데, 그것을 놓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다.
“해야죠.”
복수는 후회를 낳는 법이라고 하나, 어차피 안 해도 후회한다.
그럴 거면 그냥 시원하게 저지르고 보자.
여태까지 르윈을 보며 데이지가 배운 것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