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50)
250화 42. 용사가 나타났다! (3)
본래 아카데미의 소풍은 빠르게 진행되는 편이었다.
말 그대로 간단하게 놀러 갔다 오는 느낌이기에, 고작해야 1박 2일 정도만 다녀오는 편이었고.
그렇기에 아카데미 바로 옆에 있는 마탑을 이용하여 빠르게 공간을 이동.
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베르샤 아카데미의 학생 수를 생각한다면 말도 안 되는 방식이나.
아카데미 옆에 있는 황탑이 반쯤 베르샤 아카데미의 마탑이었고.
더 나아가 이사장이 황금 공이라 불리는 대머리, 아니 부자였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번 소풍은 달랐다.
“마차 여행이라니, 얼마 만이냐.”
“그러게. 평소면 시간 아까웠을 텐데, 이번에는 소풍 기간이 열흘이라며?”
“근데 열흘 동안 가면 소풍이 맞냐? 그냥 여행이잖아.”
“여신님이 시켰는데, 어쩌겠어.”
바로 다 신탁 때문이었다.
‘…이번 여정은 미래의 용사들을 위한 것이니, 일정을 열흘 정도로 잡을 수 있도록 하여라.’
뭔가 기존의 신탁과 달리 고민이 많은 듯한 식탁이었다고 하나.
어쨌든 신은 목소리를 내었고, 인간은 그에 따를 뿐이었다.
“그래도 국경까지는 마법으로 이동을 했으니까.”
“국경 밖으로 나가는 건 처음인데. 진짜 위험하려나?”
“공식적으로 제국과 창조의 교단의 비호를 받고 있는데, 누가 건드릴 수 있겠냐?”
“있지. 예전에 마신회에서 아카데미 내부까지 쳐들어왔다며.”
“근데 그때 이후 박살 났잖아.”
“그렇긴 한데. 복수하려면 딱 지금이 타이밍 아니냐?”
“눈치 좀 챙겨라. 여행 첫날부터 불길한 소리 하면 좋냐?”
“아니, 용사 되려면 마신회 정도는 때려잡아야지. 솔직히 마신회보다 마왕성 문지기가 더 셀 것 같지 않냐?”
“그건 그렇네.”
아카데미 밖을, 그것도 국경을 넘는다는 사실에 긴장하는 학생들도 많았으나, 이것 또한 용사로서 이겨 내야 하는 일이며.
그걸 위해 여신께서 우리를 다른 왕국으로 보낸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제법 많았다.
‘나도 옛날에는 저랬지.’
그런 학생들을 보며 르윈은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여신의 의도가 있을 것이며, 자신에게 닥친 고난과 역경은 모두 여신이 뜻한 일이니, 그것을 이겨 내고 성장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었다.
‘라헬은 그냥 무능력한 것뿐인데.’
기껏해야 능력 있고,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성자나 성녀에게 신성력을 내려 주어 기적을 주는 게 전부였다.
심지어 그것조차 인생 1회 차 시절에는 신도들이 적어 효과도 별로였다.
지금이야 죽지만 않으면 살려 내는 수준이라고 하나, 그 당시만 하더라도 포션이 더 효과가 있을 정도.
연금술과 포션학 또한 발전하였기에 지금과 비교하면 가성비가 정말 안 나오는 포션이었으나, 그 포션조차 이기지 못했던 것이 그 시절의 신성력이었다.
그런 신의 뭘 믿고 그렇게 따랐던 것일까.
‘진짜 뭐에 씌었던 거지.’
지금도 간혹 그때의 꿈을 꿀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불을 걷어차며 일어날 정도로, 그때의 기억은 르윈에게 있어서 흑역사로 남은 일들이었다.
그러한 사실도 모른 채 당당하게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학생들을 보니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
또 죄 없는 학생들을 용사로 만든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에 자괴감이 드는 것도 잠시.
‘어차피 공무원에서 용사로 목표가 바뀐 것뿐이니까.’
용사를 공무원 비슷한 무언가로 만들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걸 위해서는 자기가 잘난 줄 아는 라헬과 옆 동네 미친년 마신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큰 문제가 존재하지만.
다행히도 옆 동네에도 깨어 있는 영혼의 소유자가 존재했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라도 이번 일을 잘 해결해야 하는데.
“괜찮냐?”
“괜찮습니다…….”
가장 중요한 키 카드가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였다.
“그저 마차를 타서 멀미가 났을 뿐입니다.”
“나랑 마차 타고 돌아다닌 게 몇 번인데…….”
“어느 시절의 이야깁니까. 도련님이 아카데미에 틀어박히신 지가 몇 년인데. 오랜만에 마차를 타니 몸이 어색해할 수도 있죠.”
“그런 걸로 치자.”
데이지의 마법 실력이면 멀미 정도는 쉽게 없앨 수 있겠으나, 굳이 그것까지 지적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긴장을 하는 게 나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약간의 긴장은 도움이 되기도 했으니까.
“…전혀 안 괜찮네.”
그러나 델피러스 국경에 도착하자, 마차가 진동할 정도로 몸을 떠는 데이지를 보며 르윈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
위기와 기회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베르샤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방문한 델피러스의 왕국이 그러했다.
“환영식은 준비가 끝났나?”
“최대한 자연스럽게 주변 주민들이 호응하도록 준비했습니다.”
“그래. 제국도, 창조의 교단도 일상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라고 했다! 그러니 최대한 자연스럽게, 우리 왕국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미 준비를 했다는 것부터가 부자연스러운 일이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원래 군에서도 높으신 분들이 온다고 한다면 청소도 하고, 병사들에게 교육도 하고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높으신 분들이 ‘괜찮아. 나 온다고 괜히 뭐 하지 마.’라고 말한다고 하더라도, 진짜로 가만히 있으면 큰일 난다.
높으신 분 입장에서는 그냥 하는 말일 수도 있으나, 괜히 신경 쓰이는 것이 있어서 ‘이건 좀 아쉬운데.’ 소리가 나오기라도 한다면 그 아래는 싹 다 죽을 맛일 테니까!
“국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용사님들 입국!”
“더욱 속도를 내라!”
“예!”
하물며 그 대상이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제국의 학생들이자, 세계 최대 종교인 창조의 교단이 인정한 예비 용사님들이다.
이름난 강대국에서도 한 수 접어 줘야 하는 인물들인데, 델피러스 같은 약소국 입장에서는 상전으로 모시는 것이 당연했다.
“이번 일은 국가사업이다! 총력을 다하여라!”
그렇기에 델피러스의 국왕을 시작으로 모든 대신과 귀족들은 자연스러운 용사님들 접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델피러스가 관광으로 유명한 국가였나?”
“왜 시골 여관이 제국 수도 여관보다 더 좋아 보이지?”
“수도 물가가 비싸다, 비싸다고 말은 들었는데, 이 정도였나?”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아무리 제국 수도의 물가가 비싸고, 바가지를 씌우는 여관도 많다고 하나, 그만큼 제국 수도 여관들의 시설은 대륙에서도 상위권이었다.
고작 델피러스 왕국의 시골 여관과 비교당할 정도가 아니다.
오히려 제국 수도에 있는 평범한 여관들이 델피러스 왕국의 최상위 여관들과 비교해도 우위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도 그런데?”
“근데 이것 좀 새것 같지 않냐?”
“정비를 잘하나 보지.”
“우리가 온다고 새로 지었겠냐?”
세상 물정 모르는 귀족 학생들은 속았으나, 사회 경험이 있는 몇몇 학생들은 알 수 있었다.
이거, 진짜 새로 만들었다.
우리가 온다고, 새로 만든 것이다!
‘이것이 용사?’
도저히 국가의 지원이 없으면 완성될 수 없는 규모였다.
그것이 하나도 아니고 여럿 존재하고 있으니, 말 그대로 베르샤 아카데미를 위해 국가가 총력전을 펼친 것이다.
“이런 게 가능하구나!”
말로만 듣던 용사의 힘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때만큼 베르샤 아카데미에 입학한 자신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만 공부를 더 잘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
그 당시에야 다른 아카데미를 가지 못해서 입학했을 뿐이지만.
조금만 더 공부를 잘했으면 벨테스나 우르콰, 아라인이나 유그라시아 같은 어중간한 아카데미를 갈 뻔했다.
그 네 곳이 어중간한 아카데미 취급을 받는 날이 올 줄은 몰랐으나.
지금의 베르샤 아카데미 학생들은 당연히 그렇게 칭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단장님, 예비 용사님들이 곧 저 마을을 지나간다고 합니다.”
“준비한 물건을 풀어라!”
전문 인력을 투입하여 학생들의 진행 경로를 확인한 델피러스 왕국의 기사단이 준비해 둔 우리의 문을 개방했다.
그러자 우리 안에 있던 오크 등의 몬스터들이 자신을 가로막고 있던 창살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앗, 오크다!”
“살려 주세요! 여기는 힘없는 마을입니다!”
그러나 마을 외곽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이 확성기를 통해 구조 신호를 보냈다.
왜 저러한 작은 마을에 마법 확성기 같은 비싼 물건이 존재할까.
“교수님!”
“다녀오겠습니다!”
“…하.”
그것에 의문을 가지는 학생들은 없었다.
교수들이야 살려 달라고 외치는 병사들이 사실 기사급 인력이고, 오크 정도는 수십 마리가 달려들어도 쉽게 썰어 버릴 수 있는 실력자들이라는 사실을 눈치챘기에 이것이 다 쇼라는 것을 알았으나.
정의감 넘치는 예비 용사님들은 그러한 사실보다는 불쌍한 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만 가득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이미 탈진 직전의 불쌍한 오크들은 정의의 이름을 내세운 예비 용사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그것이 만들어진 먹잇감이라는 것을 눈치채기도 전.
허름한 복장의 마을 병사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구원자들을 칭송했다.
“당신들이 아니었다면 저희 마을은 멸망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앗! 이 문장은 베르샤 아카데미의 학생들!”
“뭐? 그 용사님들이 가득하다는 아카데미?”
그렇게 환대를 받으며 마을로 초대를 받은 학생들은.
또 제국의 유명 여행지와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는 최고급 숙박 시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을의 멸망을 막아 준 은인들에게 돈을 받을 수 없다며, 오히려 수많은 공물을 받게 된 것은 덤이었다.
“이것이 용사의 삶?”
학생들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런 학생들을 보며 르윈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이런 게 용사의 삶이라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
‘나 때는 돈 없어서 일용직 뛰고 그랬는데.’
창조의 교단에서 긁어모은 헌금은 무기 제작에 다 사용되었다.
덕분에 돈이 없는 용사는 노숙해야 했다.
그때는 용사라는 것에 대해서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기에, 주점이나 여관에 가서 용사인데 마왕 잡으러 가야 하니 밥 좀 달라고 구걸하면 미친놈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나중에도 그리 달라지지는 않았고.’
창조의 교단이 유명해진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끼니를 거르거나 노숙을 할 정도로 열악한 지원은 아니었으나.
마족과 상대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물자를 왕국들에서 보내 주지 않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괜히 르윈이 협상을 빙자한 협박을 잘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가 멸망할 위기가 왔음에도, 자기 나라가 더 중요하다고 버티고 있는 왕국들을 털어 내며 발전한 기술일 뿐이다!
그렇다. 그 모든 것은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 나라처럼 알아서 기었으면 자신의 인성도 조금은 좋은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뭐, 지금에서야 다 옛날 일이지만.’
그리고 안타깝게도 알아서 기고 있는 이 왕국의 운명도 그리 좋지는 않을 것이다.
무려 뒷세계에서도 유명한 흑막이자, 드라이르프 가문이 비밀리에 키운 최종 병기.
대이지, 아니 데이지의 분노를 산 곳이 눈앞이었으니까!
“발레푸스 후작 가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용사님들!”
자신의 미래도 모른 채 방긋 미소 지으며 학생들을 환영하는 발레푸스 후작을 보며 르윈은 앞으로의 일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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