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51)
251화 42. 용사가 나타났다! (4)
‘이건 기회다.’
처음 베르샤 아카데미 학생들의 경로에 자신의 가문이 속해 있다는 사실을 안 발레푸스 후작은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왕실을 비롯한 겁쟁이들은 제국과 교단의 위세에 겁먹었을 뿐이지만.
‘사고만 일어나지 않으면 이득이지.’
무려 ‘용사’들이 첫 번째로 외부 활동을 하는 것이다.
저곳에 있는 모든 학생이 전설에 나오는 용사와 동일한 업적을 이루어 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그 전설적인 용사들과 비교해서일 뿐 애초에 제국을 대표하는 아카데미의 인재들이었다.
본래 재능이 있는 이들이니, 이 중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칠 용사가 분명 나타날 터이다.
그때가 되면, 그 용사를 팔아먹으면 된다.
그, 혹은 그녀가 이곳에 왔었다고.
어디에서 지냈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샀는지, 그 모든 것을 적당한 소문과 함께 판매하면 된다.
‘우리 왕국은 있는 게 없지.’
광활한 영토도 없고, 그렇다고 그것을 대체할 작지만 비옥한 토지도 없으며, 돈이 될 만한 광산 등의 풍부한 자원도 없다.
그뿐인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시의 발전 대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 남은 것은 인적 자원인데, 나라의 운명을 바꿔 줄 만한 인재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살아남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아무것도 없으니 주변국들도 놀라울 정도로 관심을 주지 않는다.
괜히 여러 위험을 감수하고 공격해도 얻는 게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왕국에 내세울 것이 하나 생기는 것이다.
아주 소수라고 하더라도, 유명한 용사의 첫 행선지라고 홍보하면 관심을 가질 사람이 있을 터.
그리고 만약에 저들 중 전설의 용사들과 같은 업적을 세운 존재가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이곳은 성지가 될 수도 있지.’
역대 존재했던 아홉 명의 용사와 관련된 곳은 모두 성지로 지정이 되었다.
탄생한 지역을 시작으로 성장한 장소.
용사의 언급이 있을 정도로 특별했던 장소나 교단이 지정한 몇몇 중요 사건 지역이 그러했다.
그러니.
“준비는 되었나?”
“예. 주교와도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용사의 업적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다.
물론 이런 시시한 왕국에 업적으로 기록될 만한 일이 발생할 리는 없었다.
그러나 사건이 없다면 만들면 그만인 것이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애초에 오래전 발레푸스 후작은 근처 창조의 교단을 담당하는 주교와 함께 여러 가문을 마족과 엮은 전적이 있었다.
이미 교단에서 공식적으로 이단으로 지정한 가문들.
이미 멸망했다고 하나, 그곳에서 마족과 연관된 이들이 튀어나오는 것은 그리 이상한 스토리는 아니었으니까!
“좋아. 진행시켜.”
적당한 소문과 함께 전문 배우들을 풀면 될 것이다.
더러운 배교도들이 나타났다.
과거, 멸문당했던 곳들과 연관이 있는 자들이.
용사들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복수를 위해 움직인 것이다.
그 소식에 용사들이 움직이고, 그것에 겁을 먹은 배교도들은 도주할 것이다.
왕국과 교단은 그 공을 치하할 것이고, 자신의 영지에서 지내는 용사들이기에 아주 높은 확률로 발레푸스 후작 본인이 대표자로서 공을 치하할 확률이 높았다.
‘성공만 한다면 용사의 첫 업적에 이름 한 줄 남길 수 있다!’
고작 한 줄이지만, 그 고작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영지에 마신교의 잔당이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발레푸스 후작은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일이 진행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아카데미의 용사 후보생들이 마신교의 뒤를 쫓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소규모 교전도 몇 번 이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조금 놀랐으나, 역시 전문 배우들이라서 그런지 용사들에게 꼬리를 잡히지는 않았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새로운 소식은 계속해서 들려왔다.
용사들이 더러운 배교도들이 숨어 있던 곳을 찾았다든가.
그곳에서 마신에게 제물을 바치기 위한 제단이 발견되었다든가.
마기가 담긴 위험한 물건이 발견되었다든가.
‘힘을 좀 많이 썼군.’
그러한 소문을 들을 때마다 발레푸스 후작은 협력자인 주교가 이번에 작정하고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다.
창조의 교단의 주교쯤 되면 마족의 제단을 안다거나, 교단에서 압수한 마기가 깃든 무기 등을 몰래 빼낼 수 있었을 테니까.
“발레푸스 후작이 작정을 했군.”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창조의 교단 측에서도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뭐라고?”
“마신교의 본거지가 영주성 지하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게 왜 거기서 나온 거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 버린 뒤였다.
***
시간을 조금 거슬러, 르윈이 발레푸스 후작의 영지에 막 도착한 당일.
“준비 잘했네.”
르윈은 남몰래 새벽에 빠져나와 마왕군 총군사의 사천왕, 리제를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등장한 리제의 안내에 따라 발레푸스 후작 가문 지하의 비밀 시설을 볼 수 있었고.
그 완성도에 르윈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상상 이상이야.”
순수한 감탄이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고, 또 은밀히 만들어야 했음에도 완성도가 매우 뛰어났으나, 르윈이 가장 고평가하는 것은 비밀 기지의 사용감이었다.
“모르고 보면 최소 백 년 전부터 사용한 곳 같네.”
분명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인데, 새것의 느낌이 전혀 없다.
아주 오래전부터 누군가가 이곳에서 지냈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고 있었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미약하지만 확실한 마력은 이곳에서 지낸 존재가 마족, 혹은 인류의 배반자들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했다.
“총군사님은 말씀하셨죠. 우리의 존재만으로 인류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그 일환으로 배운 겁니다. 거점이 발견되더라도, 인류에 혼돈의 씨앗을 뿌릴 수 있도록!”
“…….”
르윈의 순수한 감탄에 리제는 자랑스럽게 모든 공을 자신의 주인인 총군사에게 돌렸다.
그에 르윈은 역시 총군사라는 놈은 죽여야 하나 고민도 했으나, 그 혼란의 씨앗을 마족에게도 뿌릴 수 있다면 자신의 목적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며 넘어갔다.
“인력들은 좀 구했어?”
“네. 이곳에 오는 동안 제국은 물론 주변국들의 마신회 인원들을 모두 긁어모았습니다.”
과거의 기록들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숫자였지만, 아쉽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베르샤 아카데미의 테러 이후, 마신회는 제국과 창조의 교단을 중심으로 한 토벌군에게 제대로 털렸고.
그 덕분에 대부분의 지부는 중심점을 잃고 죽거나 흩어져서 각자도생하는 것이 전부였다.
리제가 이 정도 숫자를 모을 수 있었던 것도 마족, 그중에서 최상급의 직위를 가졌기 때문일 뿐.
평범한 수단으로는 마신회 인원 한두 명을 찾아내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 계획대로 내일부터 그 녀석들을 움직여.”
“네!”
그리고 계획은 너무나도 순탄하게 진행이 되었다.
“마기다!”
처음은 아카데미 학생들이 아닌, 따라온 교단 측 인원에게 리제가 마기를 흘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마기와는 상극인 신성력이 거칠게 반응하는 것을 느끼며 온몸에 소름이 돋은 사제는 길길이 날뛰었고.
아카데미 학생들을, 더 정확하게는 미래의 용사가 될 인재들을 보호하기 위해 데려온 성기사들을 이끌고 마기가 느껴지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리제의 명령을 따르던 마신회의 잔당들이 있었고.
“도망쳐라!”
이미 성기사들에게 쫓기는 데 이골이 난 그들은 이번에도 또 들켰구나 하고 도망쳤다.
“인류의 배신자를 척살하라!”
그에 눈이 뒤집힌 성기사들이 그 뒤를 쫓았으나, 마신회의 잔당들은 도주의 전문가들이었다.
그렇지 못한 이들은 이미 다 잡혀 각 교단의 지하실에서 고문 풀코스를 당하고 세상을 떴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변에 마신회의 잔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무렵.
“저. 곳. 에. 뭔. 가. 있. 어.”
“누나, 뭐 잘못 먹었어?”
“시, 시끄러워.”
매우 굳은 목소리로 한 곳을 가리킨 데이지가 하인스의 걱정이 가득한 눈빛에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이걸 진짜로 한다고?’
자신이 부탁한 일이었으나, 막상 하게 되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잘할 수 있을까.
진짜로 해도 되는 것일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선동과 날조가 아닌 진짜를 데려오면 어떻게 합니까 등등.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으나, 이미 되돌아가기에는 늦은 상황이었다.
“저기에 뭐가 있는데.”
하인스와 달리 순수하게 자신의 말에 호응하는 예리엘을 보며 잠시 양심이 아파 왔으나.
르윈의 말에 따르면 이 작전은 예리엘과 하인스의 도움이 필수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예리엘과 하인스의 추종자들의 도움이 있어야 원활한 선동이 가능하다는 것!
‘평소보다 숫자는 적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예리엘과 하인스의 추종자들은 또래나 선배보다는 후배들이 많았으나.
신탁을 받고 델피러스 왕국으로 소풍을 간 이들은 고등 교육 과정의 인원들뿐이었다.
이제 막 고등 교육에 올라왔기에 대다수의 추종자들은 오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많네.’
물론 이들이 모두 예리엘과 하인스의 추종자는 아니다.
누군가는 친구고, 또 누군가는 라이벌이었다.
평범하게 아카데미를 보내고, 열심히 동아리 활동을 한 결과물.
자신이 두 동생을 위해 홀로 르윈을 담당한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데이지는 뿌듯함을 느끼며, 그 대가를 거두는 것으로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예전에는 저런 게 없었거든.”
한 번 그런 생각이 들자, 이전과 달리 자연스럽게 말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예전에?”
“언니, 여기 온 적 있어요?”
“응. 사실 말이야.”
르윈에게 들었던 작전에 너무나도 황당했고, 또 진짜로 마신회와 관련이 있기에 긴장해서 그렇지.
눈앞의 발레푸스 후작령은 데이지에게 있어 매우 의미가 큰 장소였다.
자신을 나락으로 이끈 원수의 영지이자.
“여기가 내가 태어난 곳이거든.”
과거, 시르덴이라는 지명으로 불렸던 곳이었으니까.
“어, 어?”
“언니?”
갑작스러운 고백에 주변의 사람들이 당황했으나,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역시나 예리엘과 하인스였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구나, 라는 반응이었으나.
데이지의 과거를 아는 두 사람에게는 이곳이 다르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말이야.”
그러나 예리엘과 하인스가 보였던 반응은 곧 전염될 수밖에 없었다.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데이지는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르덴은 마족과 손을 잡은 더러운 가문으로 낙인이 찍혔고. 가주를 포함한 직계는 대부분 처형을 당하고. 가문과 연이 적은 이들이나 나처럼 너무 어린 애들은 노예로 팔리게 되었지.”
난데없이 튀어나온 무거운 이야기에 학생들은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고작 머리가 검다는 이유로 인류의 배신자로 낙인찍혀 노예로 팔리고.
우연히 르윈의 손에 거두어져 베르샤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우습게도 그렇기에 창조의 교단이 선택한 용사가 될 수 있었다니.
희극도 이런 희극이 없었다.
“그런데 우리 가문이 망할 때, 발레푸스 후작이 증거로 내밀던 배신자의 증거가 저기 떡하니 있네?”
그러나 우습게도 데이지의 과거는 전부 사실이었기에, 그 이후에 이어지는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연기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사연을 가지고 우연히 자신의 고향에 복귀했으니 떨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뿐.
“그래서 그런데, 확인하는 데 조금 도와줄 수 있을까?”
간절한 표정으로 부탁하는 데이지의 말을 거절할 수 있는 학생은 없었다.
그렇기에 계획된 대로 학생들은 데이지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준비된 마신회와 마족의 안식처를 발견할 수 있었고.
“역. 시. 나!”
조금은 어색한 데이지의 연기와 함께 용사로서의 첫 페이지를 작성할 기회를 얻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