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52)
252화 42. 용사가 나타났다! (5)
눈앞의 이익을 위해, 위대한 창조의 여신을 배신하고 마신에게 붙은 더러운 배교도들.
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바닥 중의 바닥이었고.
설령 그것이 고위 귀족이더라도, 더 나아가 왕족이나 황족이더라도 명백한 증거만 있으면 즉결 처형이 가능할 정도로 인류는 배교도들에 대해 강한 적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인류의 배신자들이 벌인 일들이 많고, 그로 인하여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마신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도록 강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기도 했으나.
그런데도 매번 마족의 유혹에 넘어가는 배교도들이 존재할 만큼 마신의 유혹은 강력한 것이었다.
“이, 이건 마기?”
“진짜였다고?”
그렇게 유혹에 넘어간 사람은 많고, 그들에 대해 대중들에게 알려진 사실은 적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마기의 흔적만 발견되어도 마신을 연관시킨다는 점이다.
“아,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설마 발레푸스 후작이 마족과 손을 잡고 우리 가문을!”
그렇기에 데이지의 발연기에도 학생들은 대부분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선명하게 느끼는 마기가 있는데, 다른 증거가 필요하겠는가!
“이렇게 선명한 마기라면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라는 거야.”
“나도 담당 사제님에게 들었어. 작정하고 남긴 마기가 아닌 평범한 마기라면 대충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사라진다고.”
리제가 열심히 뿌리고 다닌 마기에 학생들은 이성을 잃듯 분노했다.
예비 용사로서 마기의 흔적을 찾았는데 어찌 가만있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우연일 수도 있으니 정확한 증거를 찾아야 해.”
그러나 데이지는 달랐다.
나 같은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원수라고 할 수 있는 발레푸스 후작이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
이곳에 마기가 있는 것은 우연일 수도 있다.
그렇게 말하는 데이지의 행동에 다른 학생들은 감동했으나.
‘도련님이 이쯤 뒤지면 나온다고 했었는데.’
데이지는 이미 이곳에 다른 증거들이 넘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적당한 연기와 함께 마신회의 비밀 기지를 털고.
그 안에서 진짜라 해도 믿을 만한 증거들을 모으고.
“누구냐!”
그곳에서 빠져나오려는 찰나 진짜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마신회 인원들과 마주쳐 전투가 일어나고.
비등비등한 전투가 이어질 무렵, 갑작스럽게 마기를 내뿜으며 전투력이 급증한 적들을 상대로 고전하고.
그러나 그 마기를 느끼고, 데이지 일행의 뒤를 봐주고 있던 아카데미와 각 교단에서 보낸 호위들이 난입하여 마기를 내뿜던 이들이 후퇴하는 상황을 겪으며.
“…뭐지?”
데이지는 자신의 손에 들린 증거물들을 보며 생각했다.
‘가짜 맞죠, 도련님?’
아무리 데이지라고 하더라도, 르윈이 마족과 손을 잡았다는 상상까지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
그렇게 최전선에서 발레푸스 후작의 뒤를 캐던 데이지는 한 가지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발레푸스 후작은 원래부터 마족과 내통했던 거야.’
그렇게 믿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을 르윈이 설계한 것이라면 진짜로 무서웠으니까.
“이 정도 증거라면 본 교단의 한 나라의 국왕이라고 해도 잡아넣을 수 있습니다.”
그 정도로 완벽한 증거물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왔고.
사로잡은 마신회 인원 중 몇몇이 입을 연 결과, 발레푸스 후작과 내통 중인 마족이 있다는 증언까지 확보한 상태였다.
“여신님이 이 땅으로 우리를 인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성호를 그으며 여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사제를 무시하고, 데이지는 자신이 얻어 낸 증거물들을 하나로 엮어 보았다.
‘…수상할 정도로 복수할 대상과 일치하지만, 원래 악인들이었으니까!’
원래부터 가진 게 없는 나라였다.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갖겠다고 자신의 가문을 비롯한 여러 가문을 마족과 내통했다, 혹은 마신의 힘을 이어받았다는 혐의를 씌우고 모든 것을 빼앗은 이들이었다.
그렇게 얻은 것이라고는 한 줌의 땅과 재산들.
델피러스라는 나라 안에서는 풍족해졌을 뿐이겠으나, 그 밖을 빠져나오면 정말 보잘것없는 것들이었다.
그것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옥으로 만들었으니.
발푸레스 후작을 비롯한 그의 협력자들은 악인이 맞았다.
그러니까 이들은 마신의 유혹을 거절하지 못하고, 충분히 마족의 편이 될 수 있는 이들이었다.
그래야만 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후작 가문 밑에 준비해 둔 마신회의 거점을 털면 완벽하게 체크메이트야!”
그러나 기대하라는 듯한 르윈의 설명에 데이지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거… 원래부터 있던 거 맞죠, 도련님?”
“…….”
“도련님이 만드신 거 아니죠?”
“…….”
“진짜 아니죠?”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데이지는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각오를 다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이건 복수야.’
지금은 복수만을 생각하자.
그것을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렇게 창조의 교단에서 부른 이단 심문관들과 성기사들이 도착한 순간을 노려, 데이지와 그녀의 협력자들은 발레푸스 후작가를 습격했다.
“이건 음모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창조의 교단의 기사단에 발레푸스 후작이 거칠게 저항했으나.
“으아악!”
“거머리 같은 이단 심문관 새끼들!”
“발레푸스 후작! 어떻게 합니까!”
“…누구세요?”
거대한 폭음과 함께 지하에서 튀어나오는 마신회 인원들을 보며, 발레푸스 후작의 두 눈이 크게 떠질 수밖에 없었다.
“젠장! 벌써 꼬리 자르기인가!”
“자기만 살겠다고!”
“아, 아니! 언제 봤다고!”
발레푸스 후작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집 지하에서 마기를 풀풀 풍기는 배교도들이 튀어나오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다는 듯 배신감을 보이다니!
“마신님을 배신한 죄, 죽음으로 갚아라!”
심지어 그중에서는 배신감을 이겨 내지 못해 마기를 폭발시키며 발레푸스 후작을 죽이려 하는 자도 있었다.
‘왜?’
다행히 대기하고 있던 이단 심문관들의 손에 사살당하여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발레푸스 후작이나, 머릿속에 드는 의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도대체 왜 저들은 내 영주성 지하에서 튀어나온 것이고.
목숨을 버릴 정도로 배신감을 느낀 것이며.
자신은 왜 창조의 교단에 잡혀 끌려가는 것인가!
“뭔가 잘못되었습니다. 저는 창조의 교단에서 명예 사제직도 받은 신실한 신도입니다! 여신님을 진심으로 따르는 제가 마신 따위와 협력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발레푸스 후작이 발악하듯 소리쳤으나, 그것을 들어 주는 이는 없었다.
“이건 음모입니다! 저를 음해하려는 자들이 꾸민 일일 뿐입니다!”
그에 더욱 난동을 부리는 발레푸스 후작의 모습에 그를 끌고 가던 성기사 하나가 코웃음을 치며 거대한 구덩이를 가리켰다.
“저걸 보고도 그 말이 나오냐?”
“…….”
평범한 사람의 눈에도 명확하게 느껴질 정도로 불길한 기운.
그것이 연신 뿜어지는 구덩이 안에서 치열한 전투음과 더불어 비명이 계속해서 들려온다.
그뿐인가?
간혹 구덩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사람이나 시신은 대부분 마기를 내뿜고 있으니.
전문가들이 보지 않더라도 저들이 마족과 연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저렇게 큰 시설을 모르고 있었다.”
“그, 그렇습니다.”
자신이 듣기에도 어설픈 변명이었으나, 동시에 진실이기도 했다.
저런 게 왜 자신이 사는 곳 지하에 있는지 발레푸스 후작은 진심으로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크아악!”
“성진을 발동시켜라!”
그때 다수의 비명이 들리더니 구덩이 밖으로 성스러운 힘이 폭발하듯 내뿜어졌다.
강렬히 흘러나오는 마기를 모두 몰아낼 정도로 압도적인 신성력.
수많은 사제들이 힘을 모은 대규모 신성 마법의 흔적에 성기사들이 당황하는 찰나.
그 신성한 빛 사이에서 걸어 나오는 사악한 기운에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아쉽게 되었구나, 발레푸스 후작.”
“네, 네?”
압도적인 마기를 내뿜으며 허공에 떠 있는 형태는 사람과 비슷했으나.
머리에 달린 두 개의 뿔과 검은 날개는 그녀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마, 마족이다!”
마족, 그것도 느껴지는 마기의 양을 생각하면 최소 상위 마족이었다.
하나의 마족이 기사단 하나를 능히 상대할 수 있다는 상위 마족!
“그래. 이 몸은 마왕군… 총… 사천왕 리제라고 한다!”
중간중간 말이 끊긴 느낌이었으나, 무려 자신은 사천왕이라고 밝힌 마족의 등장이었다.
사천왕.
마왕의 바로 아래, 최강의 무력을 담당하는 이들.
단 한 명의 마족에 의해 나라 하나가 멸망하기 직전에 이르렀다는 기록이 존재할 정도다.
그뿐인가?
마족에게 있어서도 사천왕은 마신의 전승을 따른 상징적인 존재들이었기에 절대 사칭할 수 없는 칭호였다.
“사천왕?”
“지원을 요청하라!”
“더러운 배교도 놈! 사천왕과 내통하고 있었다니!”
그렇기에 창조의 교단에서 파견 나온 인력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모인 전력이 약한 것은 아니나, 전승에 따르면 사천왕은 용사나 되어야 상대가 가능한 괴물이었다.
사천왕 최약체라고 하더라도 이곳에 있는 이들로는 막을 수 없을 터.
자신들만 순교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예비 용사들이 가득한 곳에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 인류의 미래 자체가 파괴되는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지, 진짜 괜찮겠지?’
그러나 이곳에서 가장 겁을 먹은 자는 기세등등하게 나타난 리제였다.
상상 이상의 신성 공격으로 인하여 이미 마기의 대부분이 소진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일부러 마왕군 총군사의 사천왕이라는 소개에서 총군사 부분을 작게 중얼거린 게 아니었다.
적들이 자신을 진짜 사천왕으로 알고 겁을 먹어서 그렇지, 그 아래의 총군사의 사천왕이라고 하면 그게 무슨 개소리냐며 공격을 날렸을 수도 있었다.
리제 또한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정도는 아니나, 이곳은 인대륙이다.
자신 하나를 죽이기 위해 수천수만의 군세를 동원할 수 있는 인류의 한복판!
갑작스러운 기습에 마기 대부분을 잃은 현재, 저들과 붙어서는 필패였다.
그러니.
“이 왕국을 마신님께 바치겠다는 네 의지는 좋았으나, 우리 마왕군은 실패자에게 더 기회를 주지는 않는다.”
리제는 싸늘하게, 그야말로 인류가 생각하는 마족 그 자체가 되어 발레푸스 후작을 내려다보았다.
“그, 그게 무슨!”
“아쉽구나. 수년을 함께한 동지들조차 모르는 척하는 그 철면피. 기회가 있었다면 우리 마왕군에서 크게 될 인재였을 터인데.”
딱.
리제가 손가락을 튕기자 어둠이 태양을 삼키기 시작했다.
평범한 마법사들은 감히 따라 하지 못하고.
대마법사라는 칭호를 가진 이들조차 쉽게 따라 하지 못할 최상위 마법… 처럼 보이는 위장 마법!
그러나 온전한 상태로는 실제로 최상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리제였다.
그런 그녀가 작정하고 준비한 위장 마법은 시각적으로 수많은 이들을 죽음의 공포에 몰고 갈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순식간에 낮이 밤이 되고, 더 나아가 빛이 한 점도 없는 어둠의 세상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으니까!
“하압!”
모든 것이 어둠으로 물드는 그 순간, 한 줄기 빛이 리제를 가르고 지나갔다.
“큭! 그, 무기는!”
드물게 검을 든 데이지였다.
그녀의 검에 치명상을 입은 듯한 모습의 리제가 경악하며 데이지가 든 무기를 보며 외쳤다.
“용사 데르덴의 잊힌 성검 중 하나! 그게 왜 네년의 손에!”
“…….”
리제의 외침에 데이지는 굳은 표정으로 서 있을 뿐이었다.
‘그냥 도련님이 준 건데.’
그런 무시무시한 물건이라니.
이게 왜 르윈의 주머니에서 나왔단 말인가!
“크윽!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으니 물러나지만, 마족은 다시 이 땅을 지배하러 올 것이다!”
리제 또한 데이지의 검이 진짜 데르덴의 검인지 알지 못한다.
그저 르윈이 시킨 대본대로 행동할 뿐이었다.
그렇게 전형적인 패배한 마족의 대사를 외치며 리제는 도망쳤고.
“…….”
압도적인 임팩트만을 주고 사라진 리제의 뒷모습을 보며, 데이지는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으나.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곧 해야 할 일을 깨닫고, 무표정한 얼굴로 발레푸스 후작이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오랜만입니다, 발레푸스 후작.”
“…누, 누구십니까?”
자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원수의 모습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데이지는 수백 수천 번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던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었다.
“네 녀석이 멸문시킨 시르덴의 딸이 돌아왔다.”
막상 내뱉고 보니 조금, 아니 좀 많이 부끄러운 대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