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53)
253화 42. 용사가 나타났다! (6)
사천왕이 사라지자, 그 이후의 일은 빠르게 처리가 되었다.
“마신이시여!”
마족과 발레푸스 후작에게 버려진 마신회는 기세를 잃고 도주하기 시작했으나.
이전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겪었던 치욕을 잊지 않은 창조의 교단은 이미 몇 겹으로 포위망을 구축한 상태였고.
그렇기에 이곳에서 빠져나간 존재는 리제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시…….”
그렇게 하나둘 쓰러지는 마신회의 잔당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발레푸스 후작은 눈앞의 데이지를 바라볼 뿐이었다.
“누, 누구?”
“데이지 델 시르덴. 기억 못하나?”
“…….”
기억 못했다.
그만큼 발레푸스 후작이 이런저런 이유로 집어삼킨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였다.
그에 데이지는 아쉬움과 안도감이 동시에 들었다.
‘기억해도 바뀌는 것은 없으니까.’
오히려 그림으로 그린 듯한 악인이기에, 마지막 남은 양심조차 쉽게 버릴 수 있었다.
“기사단장님.”
“네, 용사님.”
베르샤 아카데미에는 수많은 용사가 있다고 하나, 창조의 교단이 선택한 용사는 몇 없었다.
용사의 위세를 빌려 교세를 확장하려는 다른 교단들과 달리 이미 대륙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또 용사라는 존재를 유일하게 배출했던 경력이 있는 곳이기에 다른 교단의 용사가 부족한 것은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창조의 교단의 용사가 부족한 것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대중이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창조의 교단이 이해하지 못한다.
“준비한 증거가 필요 없을 정도로 확실한 증거가 나왔습니다.”
“그렇습니까.”
데이지는 그런 창조의 교단의 용사였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분명 라헬이 르윈과 관련이 있는 데이지를 점찍은 것도 있으나.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데이지의 능력은 창조의 교단에서 최소한의 합격점을 줄 정도의 실력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고.
이곳에 있는 수많은 사람은 물론 데이지 본인조차도 알지는 못하지만.
조금 전 리제의 일방적인 연극을 통해 데이지는 무려 마왕군(총군사) 사천왕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준 것을 보여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데이지는 자신을 입증한 것이다.
우연(아님)이라고 하나, 배교도들의 비밀 기지를 찾았고.
그곳에서 인생의 원수가 배교도들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더 확실한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며.
배교도와의 전투에서 물러서지 않고 싸웠으며, 마지막에는 기습이라고 하나 마왕군 사천왕 중 하나를 퇴각시키게 만들었다.
현 용사와 용사 후보들 중에서 가히 압도적인 전공이었다.
용사 등급제에서 가장 선두에 이름을 올리더라도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인류의 배신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처형이죠.”
“이, 인류의 배신자라뇨! 저는 정말로 억울합니다!”
성기사의 단호한 말에 발레푸스 후작은 무릎을 꿇고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이미 발레푸스 후작은 마족으로부터 고평가를 받은 특급 배신자였다.
진짜 억울한 자의 집 지하에 마신회의 본거지가 있고.
심지어 그 안에서 마족이 튀어나왔으며, 그 마족이 집주인을 칭찬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억울합니다!”
그 기적의 확률을 모두 충족시킨 발레푸스 후작을 처형시키는 데 반대할 사람이 있을까.
“처형할 필요가 있을까요.”
놀랍게도 있었다.
그것도 이번 사건의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용사가.
“데이지 님?”
“역시 용사님이십니다!”
그에 성기사는 의문을 표하고, 발레푸스 후작은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눈물을 흘렸으나.
“이번 사건의 가장 핵심 인물입니다. 죽이기보다는 전문가들에게 맡겨 모르는 것도 다 말하게 해야죠.”
“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정도로 발레푸스 후작은 멍청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주모자니까 고문해서 다 불게 만든다는 소리였다.
“다행히도 이곳에는 전문가분들이 많으니까요.”
“그렇군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 전문가가 이단 심문관들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의 고문 기술에 대해서는 이 대륙의 모든 이들이 알고 있을 정도로 정평이 나 있으니까!
“그들이라면 확실히 아는 것도, 모르는 것도 다 말하게 만들 수 있겠지요.”
모르는 것을 어떻게 말하냐 싶겠으나, 이단 심문관의 손에 넘어가면 가능한 일이었다.
아는 것은 물론, 몰랐던 일들조차 신의 기적을 통해 알게 되는 곳이었으니까!
“아, 악마…….”
한마디로 곱게 죽을 생각 하지 말라는 데이지의 선언에 발레푸스 후작이 덜덜 몸을 떨었으나.
그것은 자신이 오래전부터 했던 일이었다.
그것을 똑같이 되돌려 주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데이지가 할 일은 단 하나.
“그래도 너무 억울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조금이라도 발레푸스 후작이 억울하지 않도록.
“너와 함께한 이들을 모두 잡아넣어 줄 테니까.”
공범들을 모두 엮어 발레푸스 후작의 곁으로 보내 주는 것이었다.
***
미래의 용사들을 접대하는 데 총력전을 다하고 있던 델피러스 왕국은 그대로 뒤집히고 말았다.
“마족? 발레푸스 후작이 마족하고 내통하고 있었다고?”
마신의 유혹에 넘어간 인류의 배신자들, 흔히 마신회라 불리는 이들은 국가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아무리 국가가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일탈까지 모두 막을 수는 없었으니까.
천하의 제국조차 어찌하지 못하는 일을 델피러스 왕국 같은 작은 국가가 해낼 수 있겠는가?
그러나 마족과 직접 내통을 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개인의 일탈이 아닌,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다.
마족, 그것도 보고에 따르면 마왕군 사천왕 정도 되는 거물이 움직였다고 한다.
그런 거물이 움직이다니.
도대체 얼마나 엄청난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발레푸스 후작가 지하 공간에 수백 명의 마신회가 있었다는데?”
“이미 수백 명의 인간을 바친 듯한 피의 제단이 나왔다는데.”
“발레푸스 인근 영지의 실종 사고의 피해자들이 모두 그것 때문에 죽었다며?”
“그 썩을 놈이 마족들에게 델피러스 왕국을 받아 내는 대가로 아주 오래전부터 협력했다고 했다지?”
“나도 들었다네. 제법 긴 시간 동안 몇몇 가문이 마족과 연관이 되었다고 멸문하였는데, 사실 그것도 다 발레푸스 후작이 마족하고 짜고 친 음모였다고 하더구만.”
델피러스 같은 작은 왕국은 소문이 빠르게 퍼질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그것이 델피러스 왕국의 가장 큰 권력자 중 하나인 발레푸스 후작에 대한 소문이었다.
누군가가 꼭꼭 숨기더라도 죽을힘을 다해 알아내야 할 정보인데.
거기에 마족 같은 자극적인 내용까지 덧붙이니 소문은 날개가 달린 듯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충 챙기고 떠야 한다!”
그 소식을 들은 대다수의 귀족들이 발레푸스 후작을 욕했으나, 모든 귀족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소식을 듣자마자 안색이 하얗게 물들고 곧바로 도주를 준비하는 귀족들도 있었으니, 바로 발레푸스 후작의 최측근 귀족들이었다.
“잡아넣어!”
“으아악!”
“여, 영주님! 큰일 났습니다!”
“저항하는 자는 죽여도 좋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성기사들과 이단 심문관들에 의해 델피러스 왕국의 수많은 귀족 가문이 풍비박산이 나기 시작했다.
자신은 죄가 없다며 순순히 잡히는 이들도 있었고, 울며 애원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고.
또한 사병을 이용하여 저항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그들은 모두 똑같은 결과를 맞이할 뿐이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으아아악!”
방긋 웃으며 전문 기구를 만지작거리는 이단 심문관들과의 몸으로 하는 대화.
물론 이단 심문관들의 일방적인 대화였고, 그 결과 모두가 신을 찾게 된다는 것은 같았다.
“어허! 나는 이 왕국을 담당하는 주교! 어디! 컥!”
“여신님의 이름을 더럽힌 자들이다. 억울한 신도가 있을 수도 있으나, 그들도 이해를 해 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귀족들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었다.
발레푸스 후작에게 뇌물을 받고, 그를 도왔던 부패한 성직자들.
아무리 같은 창조의 교단이라도 사건을 덮어 주는 일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같은 창조의 교단의 사람들이었기에, 진실을 알았든 몰랐든 결과적으로는 더러운 마신과 마족,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더러운 배교도들을 도운 이들을 용서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델피러스 왕국은 발레푸스 후작을 비롯한 열이 넘는 귀족 가문이 하루아침에 박살이 났고.
종교적으로 목소리를 내던 몇몇 주교와 신부가 물갈이되었으며.
그 여파는 델피러스 왕실에까지 닿게 되었으니.
델피러스 왕실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야 말았다.
자국의 귀족을 보호하기 위해 발레푸스 후작을 옹호하고, 창조의 교단에 항의하든지.
아니면 백기를 들고 창조의 교단의 말에 따를 것인지.
그리고 당연하게도.
“시르덴 가문도 복권되었네.”
“애초에 누명이었으니까요.”
왕국은 바짝 엎드리며 백기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억울한 누명이더라도 발레푸스 후작을 지키기 어려운데, 목격자들의 말에 따르면 누가 봐도 발레푸스 후작이 마족과 내통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왕실이 발레푸스 후작의 편을 드는 순간, 의심의 칼날은 델피러스 왕실에까지 닿을 터.
그러니 바짝 엎드리는 것을 넘어 왕실이 앞장서서 발레푸스 후작을 조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발레푸스 후작이랑 연관이 없습니다!
이 새끼 혼자의 잘못입니다!
우리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주장해야 하는 델피러스 왕국은 총력을 다하여 발레푸스 후작의 죄를 찾기 시작했고.
거기에 이단 심문관들의 활약으로, 그동안 발레푸스 후작을 비롯한 몇몇 귀족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그곳의 귀족들에게 마족과 내통한다는 누명을 씌우기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니.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 전에 지워진 이름들이 다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걸로 만족해?”
“아니요.”
르윈의 질문에 데이지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왕실이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인정하고, 발레푸스 후작이 씌운 누명을 벗겨 주었다고 하나.
그렇다고 억울하게 죽은 자들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노예로 팔린 이들 중 살아남은 자들이 있다면 노예에서 해방될 수도 있겠으나, 모두가 해방되는 것 또한 아닐 터였다.
아니, 해방된다고 하더라도 노예로 산 기간을 보상받을 수는 없으리라.
고작 왕실에서 주는 위로금 몇 푼으로는 그 긴 시간에 대한 보상이 될 리가 없었다.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데이지처럼 타국으로 팔려 간 사람들은 델피러스 왕국 같은 소국으로서는 어찌할 방도조차 없을 것이다.
“만족할 수 있을 리 없죠.”
완벽한 복수를 한다고 하더라도 돌아오는 것은 없다.
얻는 것도 그리 많지 않다.
약간의 만족? 통쾌함? 인생의 목적을 이루었다는 성취감?
고작해야 그 정도가 전부였다.
자신의 인생을 어긋나게 만든 이에게 복수를 성공한 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은.
“…….”
데이지의 모습에 자신의 미래를 겹쳐 본 르윈은 말없이 데이지를 지켜보았다.
자신 또한 인생을 어긋나게 만든, 복수하고 싶은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련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원수를 직접 찢어 죽일 수는 없었으나, 차라리 곱게 죽는 게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려 줄 수는 있었다.
돌아올 사람은 없겠으나, 그래도 시르덴이라는 가문의 명예는 되찾을 수 있었다.
“해도 손해, 안 해도 손해면 그냥 일단 저지르라고.”
만족은 못하더라도 괜한 미련은 갖지 않을 수 있으니까.
과거를 잊고, 미래를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러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르윈은 데이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확실히 이 정도로 저질렀으면 마왕군에게 찍혔을 테니까.”
“…네?”
갑작스러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데이지였으나, 이어지는 르윈의 말에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마족이 오랫동안 준비한 계획을 부수고, 사천왕에게 일격을 먹인 최초의 용사님!”
“…….”
“수많은 용사 중 유일하게 마왕군이 눈여겨보고, 창조의 교단의 인정을 받다니! 드라이르프 가문의 흑막이자 최종 병기다운 활약이구나!”
복수에 눈이 멀어 자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렀는지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