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54)
254화 43. 용사는 강해야 한다 (1)
베르샤 아카데미의 이름만 소풍인 여행이 끝이 났다.
창조의 여신의 신탁으로 시작된 여행이었고.
또한 그 학생들이 미래의 용사가 나타난다는 상징성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았고.
그로 인하여 많은 사건 사고도 일어났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당연하게도 고등 교육 과정의 여행지였던 델피러스 왕국이었다.
“선배님, 진짜로 사천왕을 보았나요?”
“봤지. 보는 순간 전설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 천 명으로 이루어진 초대형 신성 마법을 찢어발기며 튀어나오는 그 위압감이란 직접 본 사람만 알 수 있지.”
두 눈을 빛내며 물어보는 동아리 후배에게 한 학생이 자신의 무용담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무용담에는 조미료가 가득 들어 있었다.
“마신회 신도 셋을 베어 낸 상태로 기진맥진한 상황이었는데, 사천왕이 등장하다니. 나는 그때 절망이라는 감정을 처음 깨달았다.”
“선배, 시험 기간만 되면 절망스럽다면서요.”
“그만 이야기할까?”
“죄송합니다!”
백 명도 안 되는 사제가 천 명이 되었고, 마신회에게 세 번 공격에 성공하고 기절한 것이 세 명을 쓰러트리고 기진맥진하게 된 상황으로 바뀌었으나.
아쉽게도 그 상황을 직접 본 이는 고등 교육 과정을 다니고 있는 선배밖에 없었고.
그 현장에 있지 못했던 동아리 후배들은 그저 이야기를 듣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모두가 절망한 순간, 그 녀석이 나타났지.”
그는 온갖 화려한 수식어를 붙이며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순간, 자신이 보았던 장면을 설명해 주었다.
“마치 세상을 반으로 쪼갤 듯한 일격에 천하의 사천왕조차 당황할 수밖에 없었지. 심지어 그 검은 보통 검이 아니라, 그 데르덴 님이 남긴 유산! 수많은 용사 중에서도 오직 선택받은 이만 사용할 수 있는 보물이었지!”
“오오!”
내용만 보면 대부분 사실이었으나, 그 이야기에는 온갖 살이 덧붙여진 상태였다.
하나 그것을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애초에 직접 보지 못한 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진실은 단둘.
하나는 델피러스 왕국에 사천왕을 칭하는 마족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마족이 용사 중 하나에게 패퇴했다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이미 전 대륙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진실에 온갖 소문이 추가되고 있는 것뿐이었다.
그 소문이 안 좋은 것이거나 악의적이라면 모를까.
소문의 주인공을 띄우는, 말 그대로 영웅적인 행동을 더욱 부각시키는 것이기에.
말하는 사람들도, 듣는 사람들도 소문이 점점 더 부풀어 오르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그 이야기 들었어? 고등 교육 용사 중 일검에 마신회 열을 베어 버린 괴물이 있대.”
“소문 들었어? 마왕군 사천왕을 쓰러트린 용사가 있다던데?”
“아, 그 소문 들었어. 이번에 마왕군 사천왕 넷을 쓰러트린 검사가 나타났다며?”
“사천왕 스물을 쓰러트린 데르덴 님의 후예가 나왔다던데?”
“…….”
점점 커지는 소문에 데이지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을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소문의 장본인이라는 것을 깨달은 학생들이 달라붙기만 했고.
또한 해명하면 할수록 소문이 더 퍼져 나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천왕이 어떻게 스물이 되는데!’
사천왕이 네 명인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네 명이니까 사천왕이지, 그보다 많은데 사천왕이라고 불릴 리가 있겠는가!
“하아.”
그러나 현실은 때때로 기존의 상식을 부정하기도 한다.
사천왕이 스물은커녕 백 명이 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데이지는 숨 쉬기 운동을 바탕으로 한 은신술을 활용하여 빠르게 사람들을 피해 지나갈 뿐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아카데미에 용사는 많지만, 대부분이 드림 월드에서 마왕군 문지기 하나 일대일로 쓰러트리지 못했다.
아니, 일대일도 아니고 다수가 달려들어도 이긴 인원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드림 월드도 아니고 현실에서 성과를 얻은 인물이 등장했다.
그것도 어중이떠중이도 아닌, 마왕군 사천왕이라 선언한 마족을.
영웅의 등장이었다.
그리고 그 영웅이 고위 귀족도 아니고, 드라이르프 가문의 시종일 뿐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학생들은 더욱 불타올랐다.
아무리 드라이르프 가문 소속이라고 하더라도 고작 시종에 불과한 이도 저렇게 활약하는데, 내가 활약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용사가 될 수 있다는 신탁이 내려온 이후, 서서히 꺼져 가던 학생들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훈련장은 늘 만석이요, 대강당의 드림 월드 또한 자리가 없어 대기 순번을 받아도 다음 날은 되어야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인기 많아졌는데?”
“조용히 해 주세요, 도련님.”
그리고 그러한 열풍을 만든 사람으로서 데이지는 아카데미의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르윈으로서는 참으로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안 그래도 그 문제로 창조의 교단에서 자꾸만 연락이 와서 죽겠는데.”
역시 창조의 교단 소속 용사다.
그런 말들이 아카데미는 물론 점차 대륙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다.
델피러스 같은 작은 왕국에서 일어난 사건치고는 빠르게 소문이 퍼지고 있었으나, 이상한 일은 아니다.
창조의 교단은 인류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고, 대다수의 인간들이 믿고 있는 최대 종교.
지금도 대륙 어딘가에서는 용사 데이지의 활약상에 대한 설교가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더 큰일을 할 텐데, 고작 이 정도로 이러면 어떡해?”
그러나 용사 경력 9회 차인 르윈은 이 정도 사건은 애들 장난 정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나중에 가면 인류를 이끌고 마족과 싸워야 하니까.’
그때 가면 사천왕과 싸우는 것 정도는 당연한 일이 된다.
아니, 그 사천왕을 이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했다.
결국 인류의 적은 모든 마족을 지배하는 자이자, 마신의 사도라고 할 수 있는 마왕을 쓰러트리는 것이었으니까.
사천왕은 그 마왕에게 닿기 위한 관문일 뿐이었다.
그 관문 중 하나를 이긴 것도 아니고, 고작 물러나게 한 것으로 만족할 리가 있겠는가?
‘애초에 진짜 사천왕도 아니고.’
리제가 약한 마족인 것은 아니다.
지금 기준으로 인류도, 마족도 가장 약했던 인생 1회 차 시절.
그때의 기준으로 따지면 리제는 충분히 마왕군 사천왕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전투력을 지니고 있었고, 지금도 웬만한 인류의 강자들보다 강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인생 9회 차 시절, 용사 데르덴과 대마왕 아펠리오스는 인류와 마족의 수준을 이전과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덕분에 놀랍게도 인류와 마족의 전력은 균형을 이루었고.
그로 인해 공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기에 결국 용사와 마왕의 대결로 전쟁이 끝났지만.
그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후대에 자신의 기술과 지식을 전했고.
그로 인해 인류는 수많은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었다.
그렇다.
르윈의 인생 1회 차 시절에는 최강의 사천왕이라고 들을 수 있을 만한 리제도, 지금은 강한 마족 중 하나이자 백 명이 넘는 사천왕 중 하나일 뿐이다.
군사라는 역할의 특성상 그의 사천왕들 또한 순수 무력만으로 뽑힌 인재는 아닐 터.
백 명이 넘는 사천왕 중에서도 강한 편에 속하는 인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왜 그렇게 보세요.”
그런 리제조차 이기지 못한다니.
어쩐지 마왕군 총군사라는 놈에게 패배한 기분이었다.
“우리 용사님이 더 강해져야 된다고 생각되어서.”
“안 그래도 창조의 교단에서 이번 일의 대가로 포상을 지급해 준다고 하였습니다.”
창조의 교단은 오래전부터 용사의 무기를 만들거나 강화시킬 아티팩트를 제작할 루트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이용하여 데이지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을 준다면 충분히 데이지의 전투력이 올라가겠으나.
“그 정도는 안 되지.”
“네?”
고작 물건의 스펙으로 올라가는 전투력은 정해져 있는 법.
그에 비해 사람의 능력이 올라가는 것은 한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인류를 대표하는 용사님이 이 정도면 안 되지.”
“저는 만족하는데요.”
“내가 만족스럽지 않아.”
“…….”
“…….”
진심이다. 이 인간, 진심으로 나를 강하게 만들려는 생각이었다.
‘그것도 지금까지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전에 몇 번 르윈이 강해져야 한다며 시킨 일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본능이 소리친다.
그때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혹독하게 굴릴 거라고.
왠지 모르겠지만, 그런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교단의 사제와 성기사들과 만남 약속이…….”
눈을 데굴데굴 굴리던 데이지가 창조의 교단을 변명 삼아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하였으나.
“괜찮아. 창조의 여신과 기도로 합의를 보았어.”
“…언제요?”
“방금.”
“기도도 안 하셨는데요?”
“꼭 눈을 감고 손을 모아야 기도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하는데요?”
“‘아아, 들리지? 약속 나중으로 좀 밀어.’라고 생각하면 돼.”
“신성모독으로 끌려갈 것 같은 대화인데요?”
“괜찮아. 안 끌려가.”
말한 내용이 좀 그럴 뿐. 실제로 창조의 여신과 합의를 할 수 있는 르윈이었다.
물론 라헬로서는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운 일이었으나, 자신의 교단에 속한 용사인 데이지가 강해지면 자신에게도 큰 이득으로 돌아오기에 르윈을 막을 이유가 단 하나도 없었다.
“저보다는 무링교의 용사를 맡은 예리엘이나 하인스가 더…….”
“걔들도 당연히 같이해야지.”
동생들을 팔아 빠져나가려고 하였으나, 외통수였다.
최근 너무 바쁘고, 또한 너무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 도망쳐 다녔기에 둘의 소식을 알지 못한 것이다.
예리엘과 하인스가 이미 동아리 활동이 끝나면 르윈에게 끌려가 죽기 직전까지 갈린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것이다!
“아, 안 돼.”
마왕군 사천왕조차 패퇴시킨 최고 유망주가 공포에 떨며 뒷걸음질을 쳤다.
솔직히 데이지에게 있어서는 그때 보았던 리제보다 눈앞의 르윈이 더 무서웠다.
“타니야 교수도 기말시험 전에 신제품을 시험해 보고 싶다고 했으니까.”
현실에서 몸으로 익히고, 드림 월드로 그것을 반복 숙달하면 남들보다 몇 배는 더 효율적인 훈련이 가능했다.
그뿐인가?
원한다면 마녀뿐 아니라 엘프와 드워프, 수인의 협력 또한 얻을 수 있었다.
“걱정하지 마. 훈련 계획은 이미 완성해 놨으니까.”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만?”
“걱정하지 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완성한 커리큘럼이니까. 우선 용사 데르덴의 검을 사용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으니까, 검술부터 다시 배우자.”
“그거 그냥 장식으로…….”
어이가 없었다.
그냥 상징적인 장식물로 준 검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전설의 용사였던 데르덴이 사용하던 숨겨진 검 중 하나였으며.
덕분에 사람들에게 마법사가 아닌 검사로 오해를 받는 것도 억울한데.
이제는 그 오해를 진실로 만들기 위해 검술까지 배우라고 하다니.
“정말 우연히! 용사 데르덴의 검술서도 얻었으니까!”
“거짓말하지 마세요! 그런 걸 어떻게 우연히 얻습니까?”
용사 데르덴의 검에 검술이라니.
이러다 정말로 마법사에서 검사로 전향하게 생겼다.
그에 반발하는 데이지였으나, 르윈은 그런 데이지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듯 한 가지 말을 추가로 덧붙였다.
“괜찮아. 마검사를 위한 특별한 검술서거든.”
물론 데이지에게 있어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말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데이지의 의사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대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르윈에게 끌려가는 데이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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