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56)
256화 43. 용사는 강해야 한다 (3)
봄과 여름 사이, 소풍이라는 이름에 벌어졌던 사건이 수습될 때쯤.
베르샤 아카데미에는 여름방학이 찾아왔다.
“방학인데 어쩐지 사람이 더 늘어난 것 같은데.”
거리가 거리인 만큼, 어지간히 돈이 많은 귀족이거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숙사에 남는 것이 보통이고.
또한 신탁이 떨어진 이후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방학임에도 아카데미에 남는다고 하지만.
사람 수가 줄어들지 않을 수는 있다고 해도 늘어날 수는 없는 법이다.
“오늘 교류회라고 그렇게 말을 했었는데.”
“아, 그거였어?”
그런 르윈의 말을 들으며 예리엘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르윈 또한 교류회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들었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왔네.”
아카데미 교류회.
르윈이 기초 교육 과정 시절부터 시도한 것이었으나, 여러 사정들로 인하여 쉽사리 이루어 내지 못한 것이었다.
그것이 이루어졌다.
그것도 아주 쉽게.
“이래서 유명해져야 한다니까.”
“언니가 들었으면 한 소리 했을걸요?”
“다 자업자득이잖아.”
“그건 그렇지만…….”
평소라면 데이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예리엘이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오늘도’ 데이지는 행사에 끌려갔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은 다 이루어졌잖아.”
“그것도 맞죠…….”
르윈의 말처럼 데이지가 원했던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데이지의 가문이 사라지는 데 일조했던 이들은 발레푸스 후작과 엮어 모두 이단 재판을 받게 되었다.
그들이 직접적으로 이단이라는 증거는 없었지만, 말 그대로 파면 팔수록 마족과 내통했다는 증거가 발레푸스 후작 저택의 지하에서 계속 나오고 있었고.
그와 협력했다는 것은 크든 작든 마족에게 이득을 준 것이기에 어떻게든 이단으로 엮을 수 있었다.
그 결과 발레푸스 후작을 제외한 주요 인원들은 처형.
그들과 협력한 이들도 모두 작위를 박탈당하고, 재산을 빼앗겼으며.
그냥 풀려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죄중에 따라서는 교단 소속의 노예가 되어 노역을 하게 된 이들도 있었다.
거기에 아직까지 억울함을 주장하는 발레푸스 후작은 수많은 이단 심문관의 감탄을 받으며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으니.
데이지가 원했던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대가가 있는 것뿐이야. 그리고 데이지에게 안 좋은 일도 아니잖아?”
“다 맞는 말이긴 한데.”
현재 베르샤 아카데미의 용사 중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인물을 한 명 뽑으라면 십중팔구는 데이지를 뽑을 것이다.
그만큼 지난 사건에서 데이지의 명성은 높아졌고, 창조의 교단을 대표하는 용사로서 대륙에 퍼져 나가고 있는 상황.
좋은 일이냐, 나쁜 일이냐로 따지면 분명 좋은 일이었다.
다만.
“도련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까, 믿음이 안 갈 뿐인데요.”
예리엘에게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데이지와 하인스 또한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을 터였다.
“뭔데?”
“마음만 먹으면 도련님이 더 유명해지실 수 있다는 거요.”
어린 시절, 처음 르윈을 만났을 때.
그때의 일은 예리엘의 기억 속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자신보다 훨씬 작은 곱상한 아이에게서 느꼈던 기묘한 위압감.
그때는 노예라는 자신의 위치와, 그 유명한 드라이르프 가문의 직계 혈족의 차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드라이르프 저택에 도착한 뒤에는 그 격차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무언가를 배우면 배울수록 저 멀리 있는 르윈의 뒷모습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더욱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드라이르프 가문의 핏줄로서 아주 어릴 때부터 무수한 교육을 받고, 몸에 좋다는 온갖 영약 등을 먹었을 테니까.
노력하다 보면 그 격차를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노력했고.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그냥 태생부터 달라.’
베르샤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후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그중에는 인간 중 가장 고귀한 핏줄이라는 제국의 황제의 핏줄도 있었고.
드라이르프 가문과 버금가는 가문의 핏줄도 있으며, 대륙에 이름을 떨치는 무가의 핏줄도 있었다.
그들을 만나고 예리엘은 확신할 수 있었다.
저건 태생부터 다르다.
아니, 사실은 종족부터 다르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하나는 확실하니까.’
그녀가 만난 이들 중 르윈보다 덜 노력한 사람은 없다.
아니, 베르샤 아카데미 내에서 르윈보다 덜 노력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대륙의 모든 아카데미를 포함해도 마찬가지일 수 있었다.
‘도련님이 노력하는 방향은 배움과는 거리가 머니까.’
그런데도 르윈과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는다.
어린 시절과 마찬가지로 적당한 거리에서 뒷모습을 바라볼 정도에 서 있을 뿐이다.
예리엘은 바보가 아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르윈과의 거리가 벌어지지 않는 이유가 르윈이 일부러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알 수 있었다.
르윈과 자신은 본래라면 뒷모습은커녕 점으로조차 보이지 않을 거리 차이가 존재한다.
그것을 르윈이 알고 있기에 일부러 적당한 거리에 서 있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 있다.
그러니까 잡아 봐라.
‘그게 다 우리를 위한 것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악의가 있는 행동이었다면 자신들이 진심으로 르윈을 따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어중간한 속박 정도는 용사가 된 지금 풀 수 있었으니까.
아무리 드라이르프 가문이라고 하더라도, 신탁이 떨어진 상황과 데이지의 위세를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악의가 없다고 하나 데이지를 비롯한 자신들이 고통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그 결과가 자신들에게 이득이 된다고 하나… 그렇다고 고통스럽지 않은 건 아니다!
고통스러운데 다른 사람에게는 자랑으로만 들릴 뿐이니, 같은 처지인 사람들끼리만 몰래몰래 신세 한탄을 할 수밖에 없기까지 하다!
“그래서 정말 궁금한데요.”
“뭐가?”
그렇기에 데이지가 없는 지금, 예리엘은 르윈의 시종을 대표하여 평소에 궁금한 것을 질문했다.
“왜 그렇게 사세요?”
“……?”
너무나도 직설적인 질문에 르윈이 순간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맞나.’
요즘 너무 혹독하게 굴린 탓인가.
애들이 조금 맛이 간 것 같다고 르윈은 생각했다.
***
‘이게 맞나.’
비슷한 시간.
베르샤 아카데미의 대성당으로 끌려온 데이지는 눈앞의 마왕성을 보며 생각했다.
-시작해 주세요.
귓가에 들리는 학생회 임원의 목소리에 데이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검을 들어 올렸다.
‘이게 익숙해질 줄이야.’
껍데기는 똑같은 데르덴의 검을 뽑은 데이지는 손에 착 감기는 검의 감촉에 어이가 없었다.
예리엘과 하인스를 따라 검을 들었으나, 자신에게 검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법의 길을 선택했고, 괜찮은 적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지팡이를 들고 생활했는데.
‘고작 몇 달 만에 검이 익숙해질 줄이야.’
이럴 거면 차라리 어린 시절부터 검을 들게 하든가.
그렇게 생각하며 마법을 부여하는 사이, 귓가에 다시 한번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명 끝났습니다!
아카데미 교류회.
말로는 다양한 아카데미가 서로 교류하여 만남을 가지고.
그로 인하여 인맥도 쌓고, 경험도 쌓고, 서로 실력도 확인하는 청춘의 장이라고 하나.
그 실체는 그냥 베르샤 아카데미를 자랑하는 자리이자, 다른 아카데미에서 ‘도대체 얼마나 잘났기에 너희만 용사야?’ 하는 의문을 해소하는 자리였다.
그렇기에 데이지는 교류회가 의논되는 순간부터 고통받았다.
‘데이지 양, 다른 학생들은 몰라도 용사는 절대 패배해서는 안 됩니다.’
이사장인 황금 공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패배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맞습니다. 용사란 불패의 상징. 비록 용사의 숫자가 늘어 그 상징이 옅어졌다고 하나, 같은 또래의 학생들에게 패배해서는 안 됩니다.’
몇 년 전에 창조의 교단에서 파견 나와 아예 베르샤 아카데미에 눌러 살고 있는 추기경 마르크스 또한 데이지에게 패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패배하지 않는 법? 간단하지.’
수많은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 패배해서는 안 된다고 강요까지 하고 있다.
그에 압박감을 느낀 데이지는 르윈에게 솔직하게 고민을 털어놓았고.
르윈은 별것도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절대 패배하지 않는 법을 알려 주었다.
‘안 싸우면 돼.’
싸우지 않으면 패배할 리가 없다.
맞는 말이나, 동시에 틀린 말이기도 했다.
아카데미 교류회에서 현재 가장 상징적인 용사인 자신이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으니까.
최소 하루 한 번.
많으면 하루 몇 번을 연전을 겨룰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싸우지 말라니.
그게 말이 되는가?
“되잖아?”
된다.
놀랍게도 베르샤 아카데미는 그게 가능했다.
그것도 데이지에게는 매우 익숙한 방법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네.”
마법 부여가 끝난 검을 들고 그대로 마왕성 문지기에 달려든다.
일대일로 마왕성 문지기를 쓰러트리는 것은 매우 어려우나,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것을 증명해 낸 학생이 이제는 베르샤 아카데미에 제법 되었다.
29명의 용사들.
그렇게 한데 묶인 그룹에 당연하게도 데이지 또한 속해 있었다.
“침입자구나!”
그렇게 소리친 문지기의 검은 매우 빨랐으나, 데이지는 그보다 더 빠른 검을 몇 번이고 부딪쳐 보았다.
“개미지옥.”
“큭!”
그뿐인가? 몇 년 동안 시험을 보았던 드림 월드 속이었기에, 데이지는 드림 월드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땅이 아가리를 벌리고, 마왕성 문지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용사의 유적에서 발견한 마법서로 익힌 최상급 마법 개미지옥.
마력량에 따라 지형 자체를 바꾸는 최상급 마법은 제아무리 마왕성 문지기라고 하더라도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터져라.”
하나 마왕성 문지기는 강하다.
단순히 최상급 마법 하나로 쓰러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마왕성 문지기가 흙 속에 빨려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짧은 단창으로 화염구를 계속 소환하며 몰아붙인다.
저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마법을 연사한다.
본래라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마력량의 한계가 없는 드림 월드의 공간에서는 가능한 일.
‘최대한 화려하게. 격의 차이가 있다고 착각하게.’
감히 현실에서 도전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타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드림 월드라는 시험을 치르지 못했기에, 이것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터져라. 터져라. 터져라.”
그렇게 마법을 연신 쏘아 낸 데이지는 머릿속으로 구상하던 마법을 완성했다.
“울려 퍼져라, 천둥이여. 내려쳐라, 번개여.”
개미지옥 한복판, 먹구름이 모이더니 거대한 번개가 모여 창이 되어 마왕성 문지기에게 내리꽂혔다.
“뇌격.”
최상급 마법, 뇌격이 내리꽂히자 마왕성 문지기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온몸이 타들어 갔다.
“해치웠다.”
마지막으로 부활의 주문이 아닌 승리의 주문을 내뱉은 데이지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왕성의 문을 열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최종 통과. 2층.
비록 2층 너머에 도달하지 못했으나 상관이 없었다.
이미 오전에 타 아카데미의 학생들에게 베르샤 아카데미가 자랑하는 드림 월드를 체험하게 한 상태.
다른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개인은커녕 단체로도 아직 마왕성 문지기를 이기지 못했다.
하나의 아카데미가 전부 달라붙었음에도 이기지 못한 곳도 있었다.
그것을 혼자 돌파한 것은 물론 개인이 마왕성 2층까지 도달했다.
데이지 개인으로서도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 상황.
그렇기에 목적을 완수했다고 생각한 데이지는 드림 월드를 빠져나왔고.
“……?”
쥐 죽은 듯이 조용한 대강당의 분위기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무 놀랐나?’
그렇다고 하기에는 제법 익숙할 법도 한 베르샤 아카데미의 학생들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뭐지?”
그리고 그들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데이지는 고개를 들어 올려 모두의 시선이 향한 곳을 바라보았고.
-마족, 대륙 침공 시작.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숨소리조차 내뱉을 수 없게 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