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57)
257화 43. 용사는 강해야 한다 (4)
마족이 쳐들어왔다!
그 소식은 매우 빠르게 대륙 전체에 퍼지게 되었다.
인류의 운명을 건 10번째 대전쟁.
제국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가 군대를 준비했고, 엘프를 대표로 한 이종족들 또한 전사들을 불러 모았다.
마족의 진격은 매우 빠르다.
첫 전선이 붕괴하는 순간, 해일처럼 인류를 덮칠 것이다.
그러니 첫 방어선인 테이즈위더가 무너진 지금, 인류는 최대한 빠르게 병력을 모아 마족의 진격을 막아 내어야 했다.
…여태까지는 말이다.
“뭐?”
인류의 모든 종교 중 정점에 서 있는 종교, 창조의 교단.
그곳에서 무력을 담당하는 성기사들의 수장이자 여신의 칼날이라고 불리는 예로니다스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테이즈위더가 무너지지 않았다고?”
마족이 쳐들어왔다는 소식이 들린 순간, 예로니다스는 당연히 테이즈위더가 무너졌다고 생각했다.
아니, 예로니다스뿐만 아니라 소식을 접한 대륙의 모든 이들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테이즈위더는 천혜의 요새가 분명했고.
그곳을 지키는 이들은 인류의 최전선을 지키는 이들인 만큼 인류 기준에서 최정예 병력들이었으며.
대륙 모든 국가와 교단에서 막대한 재화를 늘 지원하기까지 했으나.
상대는 하나의 대륙, 그것도 종족 자체가 모두 전사인 마족이었다.
파도처럼 밀려 들어오는 마족의 공세는 인류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태까지 9번의 대전쟁이 있었고, 그때마다 테이즈위더가 있던 장소에는 인류 최고의 방어선이 존재하고 있었지만.
단 한 번도 하루 이상을 버텨 낸 적이 없었다는 역사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테이즈위더의 역할은 마족의 진군을 최대한 멈추는 것.
그로 인하여 마족의 침략을 대륙의 모든 이들이 알고, 더 나아가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마족의 침략이 대륙에 퍼진 지금, 당연히 테이즈위더는 무너졌고, 더 나아가 분노한 마족들의 손에 의해 잿더미가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게…….”
예로니다스의 호통에 전령은 테이즈위더에서 온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여 설명했다.
“마족이 움직이기는 했는데, 대륙을 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마족이 쳐들어왔다며?”
“그런 줄 알았다고 합니다만.”
“그런 줄 알았다?”
그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이제는 의문만 가득해진 예로니다스의 귓가에 전령이 조심스럽게 한마디를 내뱉었고.
“뭐?”
비슷한 시각, 같은 내용을 들은 수많은 이들이 예로니다스와 비슷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
마족이 테이즈위더 맞은편에 성을 짓기 시작했다!
인류의 최전선 반대편에 갑작스럽게 생긴 공사 현장에 인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적의 공격인가.
그렇게 보기 어려운 것이 마족이 공사를 진행하는 지역은 명백히 마족의 땅으로 구분이 되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것이, 마족이 눈앞에서 무슨 술수를 부리고 있다.
뭔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일단 열심히 성을 쌓고 있지 않은가!
“공격할까요?”
“뒷감당은 되냐?”
그러나 쉽게 공격하기에는 눈앞에 마족의 대군이 있다.
테이즈위더에 있는 병사들이 아무리 인류 최정예 병사이자 목숨을 걸고 지원한 이들이라도, 자살이나 마찬가지인 행동을 쉽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일단 창조의 교단에 연락하여 지원을 받아야겠지.”
그렇게 테이즈위더의 지원 요청을 받은 창조의 교단은.
“당연히 지원을 가야 합니다. 마족들이 눈앞에서 성을 짓고 있다니. 이것은 창조의 여신에 대한 도전입니다.”
“마족의 땅에 마족이 성을 짓는데, 과연 그게 도전일까요.”
“그게 무슨 헛소리입니까! 이 세상은 라헬 님께서 만든 것. 저들은 그저 그 일부를 강탈한 악신의 무리일 뿐입니다!”
테이즈위더와 다를 바 없이, 마족의 공사 현장을 어떻게 해야 되냐로 의견 충돌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추기경께서는 마대륙으로 보낼 원정군을 꾸려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그건…….”
비록 마족들이 성을 만들고 있는 곳이 마대륙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라고 하나, 그곳은 분명 마족의 땅이었다.
즉 그곳을 넘어간다는 것은 인류가 마족을 막는 것이 아닌, 인류가 마족의 땅으로 침공을 한다는 말이었다.
“눈앞에서 성을 건축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성전을 선포할 생각이십니까?”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라는 말이 있으나, 성전은 그냥 칼이 아니다.
한 번 뽑는 순간 끝을 봐야 한다.
병력을 모아 마족의 성을 무너트리는 순간 대전쟁의 시작이었고, 그 끝은 마왕의 죽음과 마족의 정벌로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역대 용사님들께서 말씀하신 것을 지키지 않을 생각입니까?”
“너무 곡해하지 말게, 바렐리스 대주교!”
인류는 이미 마대륙에 침공을 한 전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는 역사가 말해 주고 있었고.
동시에 그 이후의 모든 용사가 마대륙에 대한 침략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기까지 했다.
“그 데르덴 님께서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건 나도 아네만, 그렇다고 눈앞에서 마족들의 술수를 그냥 지켜만 봐야 하는가!”
“오히려 그게 마족이 노리는 바일 수 있습니다. 여태까지 단순하게 공격만 하던 마족이 왜 테이즈위더 앞에 성을 건축하기 시작했을까요.”
갑자기 마족 사회에 건축 붐이 일어 땅에 성을 짓기 시작할 리는 없었다.
아니,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인류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는 곳에 도발하듯 성을 지을 이유는 없었다.
“성을 건축하는 일 자체가 우리를 끌어들이기 위한 일이다?”
“그렇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대주교를 보며 추기경은 인상을 찌푸렸다.
“자네야말로 역대 용사님들께서 말씀하신 것을 잊은 겐가?”
“그게 무슨…….”
“마족의 머리는 장식이다.”
“…….”
“마왕을 비롯한 몇 명을 제외하면 박치기용으로 달린 무기다.”
“…….”
“그런 마족이 술수를 부린다?”
“그건…….”
그 말이 맞았다.
여태까지 마족의 행동 방식을 떠올리면, 이미 옛적에 테이즈위더에 꼬라박고 테이즈위더를 박살 냈을 테니까.
다들 그렇게 생각했기에 움직였고, 그렇게 되지 않았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다투고 있는 것이니까.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도대체 이번 마족은 무슨 생각인가.
대주교의 한숨에 추기경들을 비롯한 수많은 주교급 인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
“이게 맞아?”
“맞습니다.”
“진짜 맞아?”
“저 못 믿으십니까?”
“응.”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마왕 헬리아스의 모습에 총군사인 데르마치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럼 믿지 마시고 돌격 명령 내리시든가요.”
“삐졌냐?”
“네.”
“사내놈이 삐지기는.”
쯧! 짧게 혀를 찬 헬리아스는 눈앞에 세워지고 있는 거대한 성을 바라보았다.
“뭐, 우리도 길목을 막을 수 있다는 건 좋긴 한데.”
반대편에 있는 인류의 성, 테이즈위더는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기를 반복한 곳이었다.
인류의 기준으로 대전쟁이라고 불리는, 창조의 여신이 선택한 9명의 용사가 등장한 사건들.
그 모든 사건에 마족이 있었던 것은 아니나, 마족이 움직인 모든 대전쟁에는 테이즈위더가 있던 땅을 처음으로 상대해야 했다.
그렇기에 잘 알고 있었다.
저 지형이 얼마나 개 같은 곳인지를.
“괜히 총력전을 펼치는 게 아니지.”
역사를 단순하게 글로만 읽으면 단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진 장소였지만.
반대로 마족에게는 시간을 더 주면 더 큰 피해를 보기에 단 하루 만에 함락시켜야 하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한 번 무너트리면 다시는 재건을 하지 못하도록 초토화를 해 놓았지만.
인류 또한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마족이 퇴각하면 꾸역꾸역 재건하는 곳이었다.
그러니 그 반대편에 성을 짓는 것은 좋다.
그럴 리는 없지만 만약에 인류가 마족을 침공할 때, 마족이 느낀 개 같은 기분을 인류에게도 느끼게 해 줄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수비적인 공격이라니. 대족장들 머리가 아무리 장식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개소리를 받아들일 정도는 아니라고!”
문제는 이 성을 짓는 활동을 인류 침공이라고 규정했다는 것이다.
마신의 뜻을 따라 총공세를 취하겠다고 병력을 이끌고 오더니, 눈앞에 인류의 성을 내버려 두고 갑자기 공사를 시키다니!
“이러다 진짜 나 탄핵당해!”
헬리아스가 울상을 지으며 소리쳤으나, 데르마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어차피 저 파신 거 다 압니다.”
“판 게 아니라 사실을 말했을 뿐이잖아!”
“그게 판 거죠.”
마족의 대족장 대부분은 총군사라는 이상한 직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무력이 곧 법인 마족의 사회에서 마왕의 바로 아래 직위가 머리를 쓰는 놈이라니.
아무리 마신님이 인정한, 마족에게 필요한 자리라고 하나, 자신보다 약한 자가 자신들의 머리 위에 있는 것을 대족장들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어차피 싫어하는 것, 호감도 좀 더 내려가는 걸 무서워할 필요 없습니다.”
“너는 안 무섭겠지. 탄핵은 네가 아니라 내가 당할 테니까!”
“힘내십쇼, 마왕님.”
“이 새끼가?”
이득 이를 가는 헬리아스였으나,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었다.
“차라리 인류 놈들이 선공이라도 날려 주면 좋겠는데.”
“저쪽도 복잡할 겁니다.”
솔직히 데르마치 또한 언제 적들이 공격을 해 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지금 행동은 미친 짓이었으니까.
‘그래서 더 혼란스럽겠지.’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더욱 고민할 것이다.
여태까지 단순하게 무력으로 밀어붙이던 마족이,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기 시작했으니까.
‘자, 어떻게 나올 거냐.’
부하들의 말에 따르면 인류에 수백 수천의 용사가 나오고 있다고 하지만, 오랜 세월 용사라는 칭호를 받은 괴물과 싸웠던 데르마치는 확신하고 있었다.
‘용사는 한 놈이야.’
수많은 용사는 다 가짜다.
자신이 만든, 100명이 넘는 사천왕과 비슷한 것이었다.
그저 이름만 빌린 가짜들.
진짜가 은밀하게 움직이기 위해 준비한 버리는 말.
‘인류도 비슷하게 생각하겠지.’
하나 진짜 용사는 알지 못할 것이다.
현 마왕이 진정한 마왕이 아니라는 것을.
당연한 일이었다.
-그냥 들이박아! 뭐 하고 있어? 눈앞에 적이 있는데! 내가 그렇게 가르쳤어? 어? 내 말 다 씹고 내 제단 털어 가던 그 싸가지는 어디로 갔냐고?
마왕이란 마신의 뜻을 받은 마족의 왕이자 제사장이며, 신의 사도였다.
그런 마왕이 가짜라니.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지.
마신의 말을 다 무시하며 가짜 마왕을 내세우고, 진짜 마왕이 은퇴한다고 누가 생각을 하겠는가!
‘마신님께서 가르친 대로 했는데, 한 번을 못 이겼잖아요.’
-뭐, 이 새끼야?
마신에게 한 소리를 내뱉은 마왕은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욕설을 한 귀로 흘려 넘겼다.
처음에는 앵앵대는 것이 모기처럼 귀찮았으나, 그것도 익숙해지니 가볍게 무시할 수 있었다.
오히려.
“탄핵당하면 사천왕은 네가 맡아라. 부족장들은 내가 맡을 테니.”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투덜거리는 친구의 잔소리가 더 귀찮았다.
“그럴 일 없습니다.”
살아야 한다.
그리고 덤으로 대타로 세운 헬리아스 또한 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리 불편한 동거라고 하더라도.
‘인류와 마족의 평화가 필요하지.’
마왕은 살고 싶다.
그렇기에 평화를 추구할 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