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58)
258화 43. 용사는 강해야 한다 (5)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마왕의 예상대로 르윈조차 마족이 성을 만드는 이유를 상상하지 못했다.
르윈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은 인생 10회 차의 경험이었으나, 이번 일은 오히려 그 경험 때문에 더욱 혼란스러웠다.
“마족이 성이라니.”
성이란 무엇인가?
‘적’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 흙과 돌을 이용하여 담을 쌓아 보호하는 구역이었다.
듣기에는 단순하지만, 그 단순한 것만으로도 지형을 바꾸어 버리는 괴물들을 제외하면 효과적으로 적을 막아 낼 수가 있었다.
적들을 성문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통해서만 진입할 수 있게 만들고.
성벽이라는 거대한 엄폐물을 통해 적들의 공격을 쉽게 피할 수 있고.
아군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공격을 할 수 있어 더 쉽게 맞힐 수 있었다.
그렇기에 성에 있는 적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몇 배의 인원이 더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고.
실제 역사에서 열 배가 넘는 적을 막아 낸 요새가 존재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인간은 중요 전략적 요충지에 성을 건설하여 지켰다.
중요한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그런 곳에 유능한 장수와 병사를 보내 지키게 하였다.
성이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보다 효율적으로, 보다 안전하게 아군을 지키기 위한 곳.
그렇다!
성이란 마족에게 있어서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이었다.
수비니 안전이니 하는 것하고는 전혀 연관이 없는 삶을 사는 존재들이었기에, 마족의 땅에 성이란 오직 마왕성 하나뿐이었다.
“내가 이전부터 말했지! 마신의 제단 털려서 마족은 약화되었다고! 네가 무서운 거다. 그러니까 성을 짓고, 성벽을 쌓아 우리가 쳐들어오는 것을 막으려는 거다!”
그런 르윈을 보며 성녀의 몸에 강신한 라헬이 강력하게 주장했다.
지금이 기회라고. 저놈들이 성을 짓는 순간을 노려 기습을 하고, 그대로 마왕성까지 진군하여 마왕의 숨통을 끊어야 한다고!
“우리라니. 기분 나쁘게 하나로 묶지 말죠.”
어디서 친한 척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는 르윈을 보며 라헬이 얼굴을 붉혔다.
“지금 그게 중요하냐!”
“중요하죠. 애초에 난 쳐들어갈 생각도 없었으니까.”
그 생각만큼은 르윈이 라헬을 믿던 시절에도 똑같았다.
하나의 성이 몇 배는 많은 적을 물리칠 수 있고.
천혜의 요새라고 불리는 몇몇 성들은 사령관에 따라서 몇십 배의 적을 막아 낼 수 있다면.
마족의 땅은 인류 전체를 막을 수 있는 최고의 요새였다.
“그러니까 우리가 무서워서 성벽을 쌓을 필요는 없는데.”
마족은 굳이 눈에 보이는 곳에 성을 지을 필요가 없었다.
그냥 인류를 자신들의 땅으로 끌어들이고, 마족 특유의 소수 정예 특공대로 마족의 땅에 들어온 이들에게 게릴라전만 펼쳐도 인류는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그놈들이 게릴라전 같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건 또 맞네.”
아무리 라헬의 말이라고 하나,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했다.
게릴라 전술을 사용하려면 적의 허를 찔러 기습을 해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었다.
오히려 개개인의 전투력이 인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마족이기에 더욱더 게릴라 전술을 사용하기에 적합하나.
“적당히 찌르고 뒤를 돌 놈들이 아니긴 하지.”
보통 게릴라 전술은 약자가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전면전을 하면 개박살이 날 것이 뻔하기에, 소수 정예로 치고 빠지는 식으로 괴롭히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 전투법을 자존심이 강한 마족이 한다니.
르윈이 죽고 다시 태어난 사이, 마족이 단체로 정신 교육을 받지 않는 한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 치는 건 할 줄 알아도 빠지는 것은 못하는 놈들이다.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지들이 벌레처럼 생각하는 인류에게 등을 보이지 않겠지.”
그렇게 단언하는 라헬의 모습에 르윈은 문득 마왕군 총군사의 사천왕이라는 리제가 떠올랐다.
‘…그럴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보니 이번 생에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마족을 만났다.
장기적인 고문을 가한 것도 아니고, 눈앞에 소중한 사람을 데려오고 협박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진짜인가?’
리제는 말했다.
일단 살고 봐야 한다.
그러니 목숨이 위험하면 팔 수 있는 걸 다 팔아서라도 살아남아라.
자신이 모시는, 마왕군 총군사 데르마치란 놈은 그렇게 말했다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어쩌면 진짜로 마족들이 짓는 성은 살기 위한 발악일 수도 있다.
르윈이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마족들이 테이즈위더 앞에 축성하던 건물이 갑자기 불에 타올라!’
‘테이즈위더 감시병, 몇몇 마족이 성에 불을 지르는 것을 목격.’
‘내분인가, 아니면 함정인가!’
“지랄 났다.”
마왕군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난 뒤였다.
***
마족의 군세가 등장했으나, 학생들은 여전히 등교를 해야 했다.
“우리 방학 아니야?”
아니, 오히려 방학인데도 등교를 해야 했다.
“긴급 전시 상황이라서 베르샤 아카데미는 전부 등교해야 한다니까요.”
“우리 아카데미만 그렇잖아.”
“우리 아카데미만 용사 양성이 가능하니까요.”
아무리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하나, 아직 인류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테이즈위더가 뚫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대륙의 모든 아카데미는 아직 휴교를 내리지 않았다.
“하긴 그게 맞긴 하네.”
생각해 보면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 봤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학생들까지 다 끌어다 쓸 정도라는 것은 이미 해당 국가가 망하기 직전이라는 것을 의미했으니까.
그러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시켜 미래에 더 좋은 전력으로 키우는 것이 맞는 선택이기는 했다.
다만.
“나는 용사 할 생각 없는데.”
아침부터 등교를 해야 한다는 것이 불만일 뿐.
“용사를 하지 않더라도, 전쟁이 나면 드라이르프 가문의 일원으로 참전할 텐데요.”
“형들이 알아서 해 주겠지.”
“도련님…….”
“왜? 너도 왜 그렇게 사냐고 물어보려고?”
“아니, 그건 또 무슨 소리세요?”
자연스럽게 하극상을 할 것이냐고 묻는 르윈의 말에 하인스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며칠 전에 예리엘이 왜 그렇게 사냐고 물어보던데?”
“걔가요?”
“응.”
“진짜요?”
“내가 거짓말하는 것 봤어?”
그 원인이 동기의 하극상이었다는 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얘가 미쳤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래도 모시는 주인에게 왜 그렇게 사냐니.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그런 질문이 나왔는데요.”
“그런 게 있어.”
어느덧 교실 앞까지 도착한 르윈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두 구의 시체와 시체 주변을 떠도는 하이에나들을 보며 말했다.
“쟤들도 등교하는 거였어?”
“일단 전원 등교이긴 한데.”
르윈은 우선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시체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보았다.
“죽었구나.”
보통이라면 파리를 쫓아내듯 귀찮음이 가득한 손짓이 날아들었을 테지만 반응이 없었다.
마치 하얗게 불타오르고 남은 잿더미를 보는 느낌이다.
“라일라는 자게 내버려 두자.”
“누나는 안 놔두려고요?”
“내가 내버려 둬도, 쟤들이 가만히 두지 않을걸?”
“그건 그렇네요.”
자신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존재감을 극한으로 지워 버린 라일라와 달리, 데이지의 주변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럴 만하긴 했다.
비록 마족이 기행을 벌이고 있다고 하지만, 인류의 시야에 닿는 곳까지 진군을 한 상태였고.
그렇기에 테이즈위더와 가까운 왕국들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언제든지 군대를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제국 또한 마찬가지.
비록 거리가 멀다고 하나 창조의 교단의 요청에 의해 기사단 몇 개를 이미 파견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학생들 또한 대륙의 정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민감하게 반응하려고 해도 뭘 알아야 반응하지 않겠는가!
학생들의 정보력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알 법한 소문들이 전부였다.
심지어 그 소문 사이에 가짜 뉴스가 껴 있기에 모르는 것보다 못한 정보들도 제법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마족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창조의 교단의 대표 용사가 우리 반에 있다.
어쩐지 눈이 퀭하고,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았으며, 툭 건드리면 그대로 먼지가 되어 날아갈 듯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기댈 수 있는 사람은 데이지가 유일했다.
그리고 여태까지 데이지가 보여 준 모습이라면, 저런 상태에서도 자신들의 질문에 응답해 줄 거다!
“…라고 생각하겠지. 다 자업자득이야.”
“착하게 살아서 고생한다는 듯한 말이네요.”
“착하게는 무슨. 호구지.”
지금도 다 죽어 가는 모습으로 다른 애들에게 호구 잡혀 탈탈 털리는 모습이지 않은가.
그 모습이 누군가의 모습과 닮아 보였기에 르윈은 짧게 혀를 차며, 이리저리 물어뜯기는 데이지를 구해 주었다.
“다 꺼져!”
르윈 디 드라이르프.
비록 위대한 선배인 루테스처럼 망나니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지랄 모드다!”
“오늘 기분 안 좋나 봐!”
“하긴 방학에 등교했으니 르윈 성격에 발작할 만하지.”
“오늘은 건드리지 않게 조심하자.”
같은 반 친구들에게 선택적 또라이 정도의 이미지를 심어 주는 것에는 성공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모두가 물러나자 데이지가 책상에 얼굴을 박은 채 죽어 가는 목소리로 감사를 전했다.
“그냥 잠 좀 자게 내버려 두라고 했으면 되잖아.”
“질문 하나만 받아 주려고 했는데.”
“질문 하나 받는 순간 다른 사람들 것도 다 받아 줘야 한다고.”
“그러게요.”
“창조의 교단에서는 밤새도록 끌고 가 놓고, 출석 인정도 안 해 준대?”
“아니요. 제가 등교하겠다고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애초에 방학이라서 출석 인정도 필요 없고요.”
“…안 와도 되는 거였어?”
“그렇다고 안 와도 된다는 말은 안 했는데요.”
자길 왜 깨워서 데려왔냐는 듯 하인스를 노려보는 르윈의 모습에 데이지는 허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예리엘은. 하인스 말로는 아침 일찍 끌려갔다는데.”
“교대로 교류회 인원들에게 시범을 보이고 있습니다.”
베르샤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방학에 등교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남아서 교류회를 하고 있었다.
그 사실에 르윈은 혀를 차면서도, 또 마왕성 문지기를 때려잡는 시범을 보인다는 데이지의 말에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타니야 교수에게 말해서 다른 것도 좀 만들라고 해야지. 맨날 마왕성 문지기 두들겨 잡는 것만 보여 주네.”
“마왕성 문지기가 제일 편한데요.”
“그러니까 더 문제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헤쳐 나갈 수 있으라고 만든 게 드림 월드인데. 맨날 똑같은 것만 해서 패턴대로 공략하기나 하고.”
“그런 것치고는 마왕성 문지기를 혼자서 이긴 학생이 얼마 안 되는데요.”
“당연하지. 마족이 얼마나 강한데. 학생 수준으로 이길 생각을 해?”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이 과거에 경험했던 수준의 마왕성 문지기를 세워 마족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은 르윈이었다.
물론 그럴 경우 학생 대부분이 시작과 동시에 사망하기에 타니야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으나.
그렇다고 마왕성의 문을 지키는 문지기가 잡몹 취급을 받는 것은 용서할 수가 없었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족 놈들도 움직였으니까.’
괜한 착각을 하게 만들면 안 된다.
마족은 강하다.
그것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사실이었다.
비록 마신의 제단이 털려 마왕과 그 측근들의 힘이 약해졌다는 것이 라헬의 평가였으나.
마족이 강한 이유는 마신의 축복 때문이 아니었다.
그 거지 같은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늘 투쟁하는 것.
살아 있다는 것이 곧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는 종족이 마족이었다.
그러니 학생들이 착각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뭘 만들라고요?”
“대마왕 아펠리오스가 나오는 드림 월드.”
“그걸 어떻게 만들어요?”
“걱정하지 마! 그걸 위해서 용사 데르덴의 유적에서 우. 연. 히 얻은 아펠리오스가 기록된 드림 월드 장치를 가져왔으니까!”
“그런 게 왜 있는 건데?”
인류의 악몽을 꿈에서만이라도 부활시키려는 르윈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