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59)
259화 43. 용사는 강해야 한다 (6)
“우웨에에엑!”
자신의 신체처럼 아끼던 드림 월드 장치를 집어 던진 타니야가 안색을 하얗게 물들이며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 주변으로 기괴하게 뭉쳤다 사라지는 마력의 파장은 그녀가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를 나타내고 있었다.
“커헉! 하아! 하우!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입가에 질질 흘러내리는 침을 닦아 낼 생각도 하지 못한 타니야는 붉게 물든 눈으로 주변을 노려보았다.
“이걸 애들보고 하라고요?”
그 시선의 끝자락에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장치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르윈이 있었다.
“그러려고 복원하고, 그러려고 개조한 거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타니야는 자신이 만드는 세상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새로운 세상을 만들면 가장 먼저 자신이 만든 드림 월드에 들어갔고.
그렇기에 자신이 만든 세상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수정, 보완했다.
베르샤 아카데미에 드림 월드가 시험 방식으로 채택된 이후.
간혹 누군가의 손길이 닿아 시험이 너무 어렵게 만들어질 경우 학생들의 한탄이 들려오기는 했으나.
그래도 결국은 누군가는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는 것도 다 그녀가 미리 체험하고 학생들 수준에 맞게 처리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현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전체적인 학생 수준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타니야였다.
실제로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치고 강의를 하는 마녀 베렐스보다도 더 학생들의 수준을 잘 이해할 정도.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런 이해도가 필요 없었다.
그냥 이건 무리다.
아니, 미친 짓이었다.
“이걸 그대로 내보냈다가는 학생 대부분이 망가질 텐데!”
“꿈속 마족도 이기지 못하는데, 현실의 마족을 어떻게 이기려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다고 역사상 최악의 마왕을 그대로 경험하게 만든다고요?”
“용사잖아.”
“…….”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긴 하다.
용사가 되었다는 것은 언젠가 마왕과 싸운다는 말이었고.
아무리 마왕 아펠리오스가 다른 마왕들과 격이 달랐다고 하나, 마왕의 수준이 계속 올라갔던 만큼 현대의 마왕이 아펠리오스보다 약하다는 보장은 없었다.
어쩌면 현 마왕은 대마왕이라 불린 아펠리오스보다 강할 수도 있다.
그러니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건 교단의 성기사들도 버티기 힘들어할 텐데.”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을 학생들이 있다면 말이다.
“오히려 그걸 노린 건데?”
조금 매운 맛이긴 하나, 용사라는 이름을 짊어지려면 이 정도는 버텨야 한다.
적어도 르윈은 그렇게 생각했다.
“뭐라고요?”
“슬슬 전쟁 분위기가 나고 있잖아. 용사 선택을 받은 졸업생들은 교단에 차출되고 있고. 전쟁이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선봉에 서겠지.”
“그렇겠죠.”
“그중 몇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몇이나 죽을까가 아니라, 몇이나 살아남을까다.
그 말의 뜻을 타니야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솎아 내겠다고요?”
“각오도, 실력도 없는 사람을 용사라고 할 수 없잖아?”
용사는 강해야 한다.
실력은 물론 정신까지.
아무리 강력한 적을 만나더라도 꺾이지 않을 정도로.
“이번 건 시험이 아니야.”
그러니 학생들 수준에 맞출 필요도 없다.
그렇게 주장하는 르윈의 말에 타니야는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이 만든 장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
용사 데르덴의 유물이 나왔다!
그 소식은 놀랍게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처음 유적이 발견되었을 때는 대륙의 모든 이목이 집중될 정도였으나, 하나가 튀어나오자 그간 왜 못 찾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옛 용사의 유적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웬만한 대형 유적이 아닌 이상 소문이 퍼지지 않고 조용히 창조의 교단에서 유적을 발굴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그 유적에서 발견된 유물이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무려 기록으로만 남은, 그러나 그 기록만으로도 수많은 이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최악의 마왕이 기록된 유물이 발견되었다.
그것을 베르샤 아카데미의 마녀, 타니야가 수거하여 부활시켰고.
덕분에 전설로만 남은 대마왕 아펠리오스를 가상의 세계에서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사실에 수많은 교단의 성기사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베르샤 아카데미로 향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미 베르샤 아카데미에 상주하고 있기에 가장 먼저 아펠리오스의 기록을 체험할 수 있었던 성기사와 사제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걸 이겼다고?’
모든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기록으로 전승이 된 아펠리오스는 인류의 악몽이라고 부르기 충분했으나, 결국 글자로 남은 기록일 뿐이었다.
아무리 그 위용을 설명해도, 온갖 미사여구를 붙이더라도 실제로 체험하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것을 이번에 깨닫게 되었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싫어. 집에 가고 싶어.”
“아아.”
오랫동안 수행을 쌓고, 강력한 정신력과 꺾이지 않는 신앙을 보유한 사제와 성기사들도 큰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고작 학생 수준에서 그것을 버티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학생들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타니야 교수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겠으나, 이건 너무 위험합니다.”
덕분에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학생들이 발생하였고, 개중에는 방학 기간이 아니었으면 수업을 쉬었을 만큼 크게 무너진 학생들도 생겼기에 교수들 사이에서도 하나둘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긴 한데.”
그러나 교수들의 의견에도 이사장인 황금 공은 쉽게 결론을 낼 수 없었다.
‘여기서 꺾이는 사람들이 용사가 되는 것이 맞는가.’
이사장 역시 르윈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수들의 의견은 알겠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그것을 알기 위해 이사장 역시 똑같은 드림 월드를 사용했고, 학생들이 왜 무너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조차 그런 감정을 느꼈는데, 마족과 싸워야 하는 학생들은 얼마나 큰 압박감을 느꼈겠는가?
이해한다.
다 이해한다.
“그러니 교수들에게 묻겠습니다. 용사란 무엇입니까.”
용사가 되는 것만으로 학생들은 온갖 혜택과 명예를 얻는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이전에 존재했던 9명의 용사들의 후광 덕분이었다.
“그 아펠리오스를 쓰러트린 자가 누구였습니까.”
그 용사들의 후광은 그들의 업적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럿으로 분산이 되었다고 하나, 그것을 잇는다면.
“이 정도도 버티지 못하는 자를, 용사로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
적어도 가상의 적에게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드림 월드를 통해 느낀 아펠리오스가 두렵다고 하더라도, 눈앞의 진짜 마족보다 위험할 리가 없었으니까.
“타니야 교수도 많은 생각을 했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세상에 공개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마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소식이 퍼진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났다.
그 이후에 성을 건축한다느니, 그 성이 갑자기 불탔다느니, 무너졌다가 다시 짓는다느니 말들이 많았지만.
언젠가 그들이 대륙을 넘어 인류를 침공할 것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인류와 마족의 관계였고, 인류의 역사 이전부터 이어져 온 창조의 여신과 마족의 관계였으니까.
“용사의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용사의 숫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단기적으로 아카데미에 이득이 될 테지만, 더 먼 곳을 바라본다면 용사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단순한 무력만이 아닌 용사가 될 법한 자질을 가졌는지, 아닌지를.
“용사, 패배해서는 안 됩니다.”
용사란 승리의 상징이다.
그런 존재가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무너진다면 누가 인류의 승리를 확신하겠는가?
“대마왕 아펠리오스를 체험할 수 있는 드림 월드는 폐지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용사로 선발된 학생들에게 필수적으로 체험하게 할 겁니다.”
학생들에게 물을 것이다.
이것을 보고도 꺾이지 않을 수 있냐고.
“…….”
“…….”
“…….”
이사장의 강력한 의지에 교수들은 반론을 제시할 수 없었다.
그들 또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용사란 패배해선 안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해야 한다는 것을.
***
“미친 새끼들인가?”
그렇게 베르샤 아카데미에 아펠리오스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의 장이 만들어졌고.
그 소식은 대륙을 넘어 마족들에게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당연합니다, 마왕님. 생각을 해 보십시오. 그 대마왕 아펠리오스입니다. 그걸 학생들 수준에서 경험하게 만들다니요.”
마족에게 있어서 마왕이란 지도자이자 최강의 존재다.
그러나 인류의 생각과 달리, 최강의 존재라는 것은 마족에게 의미가 많이 달랐다.
‘언젠가 내가 차지할 자리.’
그렇다.
인간들 기준으로 왕이나 황제의 자리를 노리는 것은 반역이지만, 마족에게 있어서 마왕의 자리를 노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일대일로 마왕을 쓰러트린다면, 마왕은 최강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고.
최강이 아니라면 애초에 마왕의 자격이 없었다는 것이었으니.
이긴 마족이 마왕의 자리를 차지해도 아무도 반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었다.
인류에게 대마왕이라고 불리는 아펠리오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역대 마왕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마왕이라고 칭송을 받았으나, 그 시대는 마족에게 더없을 황금기였다.
과거라면 마왕의 칭호를 받을 만한 마족들이 다수 존재했고.
또한 마왕이 직접 키운 사천왕 같은 괴물들은 하나하나가 마왕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시대였음에도 아펠리오스는 마왕의 자리를 지켰다.
자신에게 도전하는 이들을 모두 꺾고, 굴복시키고.
더 나아가서 모두의 반대를 힘으로 찍어 누르며 마신의 제단에서 마신의 힘까지 강탈했다.
최강.
말도 많고 탈도 많았으나, 마족이 생각하는 ‘최강’이라는 말을 가장 몸소 보여 준 마왕이 아펠리오스였다.
그걸 고작 20년도 살지 않은 어린놈들 앞에 가져다 놓다니.
“역시 최악의 전투 종족은 인간이 맞는다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마왕 헬리아스의 말에 총군사인 데르마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미친 새끼.’
데르마치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용사 데르덴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신의 과거를 드림 월드로 구현해 낼 수 있었던 이유가 용사 데르덴이 남긴 유물 덕분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걸 후대를 위해 남겼다고?’
정말 모든 것을 불태웠던 시절이었다.
손짓 한 번으로 산을 가르고, 마기를 집중하면 날씨도 바꿀 수 있는.
말 그대로 신에게 가장 근접했다고 할 수 있는 시기였다.
그런데 그 새끼는 그런 괴물과 싸우면서도 기록을 남겼단다.
‘역시 인간 놈들하고는 싸워서는 안 돼.’
무섭다. 정말 무섭다!
그걸 기록한 데르덴이라는 놈도 무섭고.
아무리 기록물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시절의 자신을 체험하는 용사 예비생들도 무섭다!
인간들은 마족을 최악의 전투 종족이라고 하지만, 데르마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최악의 전투 종족은 인간이다.
마족도 전사를 양성하는 데 아펠리오스 같은 괴물을 체험시키지는 않으니까!
“마왕님! 사천왕 갈라시아 님이 못해 먹겠다며 성벽을 부쉈습니다!”
마족은 그냥 멍청한 놈들이다.
먹고살기 어려워서 남의 것을 빼앗으려고 투쟁이니 뭐니 외치는 것일 뿐이었다.
“그냥 완성시키면 끝나잖아! 왜 또 부수는 건데!”
울상을 지으며, 32번째 폭동을 진압하러 가는 헬리아스의 뒷모습을 보며 데르마치는 확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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