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62)
262화 44. 시련은 용사를 강하게 만든다 (2)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다.
왜 도서관 지하에 던전이 있고, 다양한 골렘들과 위협적인 식물형 몬스터들이 존재하는지.
또 간간이 만나는, 그걸 익숙하게 처리하고 있는 학생들은 무엇인지.
“여기야.”
그러나 막상 목적지에 도착하자 빌의 머릿속에서 모든 질문이 사라졌다.
그건 나중에 물어도 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마를렌을 구하는 것이었으니까!
“선배님, 감사합니다! 역시 모르는 게 없으세요!”
인생의 절반 정도를 아카데미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아니, 생각해 보면 아카데미의 모든 시설을 확인했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매번 교실, 훈련장, 기숙사를 번갈아 가던 삶이었으니까.
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거나,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매점을 찾는 것이 전부였으니까!
하지만 아카데미는 넓었고, 숨겨진 장소는 많았다.
말로만 들었을 때는 그냥 ‘그렇구나.’라고 생각했으나, 직접 경험하니 새로운 세상을 밟은 느낌이었다.
‘스승님께서도 말씀하셨지. 경험이란 때론 목숨을 구하기도 한다고.’
강해지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으나, 자신보다 강한 예리엘의 이런 모습들을 알게 되니 그 강함은 순수한 훈련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개인 단련에도 최선을 다했지만, 이러한 여러 경험을 체험한 덕분에 완성된 것이겠지.
‘…제발 그런 눈으로 보지 마!’
감탄과 동경이 가득 담긴 빌의 눈빛을 받으며, 예리엘은 양심이 난도질당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저 시선은 자신이 납치범과 공범이라는 사실을 모르기에 보내는 시선이었으니까!
“빠, 빨리 구하러 가야지.”
“아, 죄송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너도 한 사람의 용사잖아! 분명 이겨 낼 수 있어!”
“네!”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빌이 고개를 숙여 감사하다는 말을 내뱉고 떠나는 모습을 보며, 예리엘은 생각했다.
‘저게 도련님이 말한 용사의 자세라는 건가?’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많았다.
아니, 다른 건 다 그렇다 치더라도, 지하의 미궁과 연결된 지름길은 아무리 그래도 무리수가 있다고 생각한 예리엘이었다.
그런데 빌은 르윈이 예상한 대로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고 예리엘의 말을 믿고, 처음 보는 곳을 향해 망설임 없이 달려 나가고 있다.
“내가 배신하면 어쩌려고.”
만약 자신이 마족의 편이라면 저곳을 향한 빌은 죽는 게 확정일 것이다.
참으로 어설프다.
동시에 자신이 어린 시절에 보았던 이야기 속의 용사다웠다.
“나도 일단 용사인데.”
이런 생각이 든다면 아직 용사의 마음가짐을 가지지 못한 건가 싶다가도.
그래도 저건 좀 너무 호구스럽다는 생각이 동시에 드는 예리엘이었다.
***
동굴을 박차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두운 동굴 안에는 인위적인 느낌이 강렬한 푸른 불꽃의 횃불들이 드문드문 존재하고 있었다.
횃불이 있는 밝은 공간과 횃불이 없는 어두운 공간을 몇 번이나 지나치며 달린 빌은 곧 발걸음을 멈추고 검을 들어 올렸다.
“당신이 흑마법사야?”
으르렁거리는 빌의 목소리에 돌덩어리 위에 앉아 있던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음.”
흑마법사인가.
어떻게 보면 맞는다고 할 수 있고, 어떻게 보면 틀리다고도 할 수 있었다.
‘죽은 흑마법사도 흑마법사라고 쳐야 하나?’
아인헤르츠를 생각하면 맞는다고 대답해야 하나.
동생이 없으면 결국 언젠가 영혼이 소멸하고 뼈다귀가 될 뿐인 자신을 위대한 위치인 아인헤르츠와 동급으로 치는 것은 무언가 아닌 것 같았다.
거기에.
‘나는 중간 보스 역할이니까.’
최종 보스인 여동생을 띄워 주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흑마법사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한 에드윈은 흑마력 특유의 어두운 마력을 내뿜으며 빌에게 소리쳤다.
“나는 최후의 흑마법사의 종, 데스나이트다!”
이런 일에 질색하는 베아트리체와 달리, 에드윈은 제법 신이 난 상태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흑마법사라고 하나, 겉모습은 평범한 베아트리체였다.
물론 드라이르프 저택에 도착한 당시에는 스켈레톤이나 구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외관이었으나.
오히려 그 외관 덕분에 시종들 사이에서 지극정성으로 보살핌을 받은 베아트리체였다.
균형 잡힌 식사와 덤으로 온갖 간식을 받은 덕분에 지금은 건강한 모습을 되찾은 상태.
지금은 마을 밖을 돌아다녀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유일하게 불안한 점인 흑마법 특유의 마력도 르윈과 아인헤르츠의 가르침으로 거의 지운 상태.
이제는 전문 이단 심문관들도 그녀가 흑마법사라는 사실을 알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에드윈은 다르다.
아무리 르윈과 아인헤르츠의 도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겉모습을 평범한 사람처럼 꾸민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한 번 죽은 몸이었다.
비록 영혼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고.
그렇다.
인간인 베아트리체와 달리, 영혼만 머무르는 언데드인 에드윈은 온갖 수단을 쓰더라도 자신의 정체를 들키기 쉬운 상태였다.
굳이 이단 심문관이 아닌, 어느 정도 신성력을 가진 사제들도 쉽게 눈치를 챌 정도!
이건 흑마법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인헤르츠도 어찌하지 못하는 것이었고.
인생 10회 차의 르윈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에드윈이 만나는 사람은 늘 정해져 있다.
음침하게 혼자서 동굴에 처박혀 실험하는 아인헤르츠나.
올 때마다 뭔가 이상한 사건 사고를 들고 오는 르윈이라든가.
사람 취급을 해 줘야 하나 고민이 되는 근본이 식물인 엘리라든가.
마지막으로 세상의 따뜻함을 깨달은 건 좋으나, 그로 인하여 자신에게 점점 관심을 안 주는 것 같은 못된 여동생이라거나!
“오너라, 용사여! 나를 쓰러트리지 않으면 네 연인을 구할 수 없을 거다!”
그들을 제외하면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람을 못 만났는데, 처음 만나는 사람이 평범한 사람도 아니고 용사란다.
물론 어린 시절 동화책 속에 나오는 용사와 달리, 요즘은 베르샤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이 교단의 허락을 받으면 용사가 될 수 있다고 하나.
그래도 용사는 용사이지 않은가?
심지어 그 르윈 디 드라이르프가 신경을 쓰는 용사였다.
어쩌면 수많은 용사 중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대륙에 위명을 떨쳐, 그 이름이 역사에 기록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용사를 처음 가로막은 데스나이트로 자신의 이름이 기록될 수도 있었다.
몬스터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나 이미 죽은 지 오래된 에드윈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찾아온, 어쩌면 이름을 남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덤벼라, 용사여! 나 에드윈이 그대를 시험하겠다!”
에드윈은 신이 나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어라?”
첫 일격에서 자신의 패배를 확신하고 말았다.
***
“그냥 때려치워라. 너 재능 없다.”
르윈이 처음 에드윈의 검술을 확인하고 한 말이었다.
한껏 꾸겨진 인상은 그 말이 장난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끌끌! 불멸자에게 남는 건 시간이다. 엘프 놈들이 소드마스터가 많은 이유가 뭔 줄 아냐? 엘프에게는 검술의 재능이 있어서? 아니다. 그럼 놈들이 활쟁이가 아니라 검쟁이로 불렸겠지. 그냥 시간이 많은 거다. 인간 놈들은 벽에 막혀서 다 뒤졌을 시간인데, 엘프 놈들은 살아서 그 벽을 어떻게든 넘긴 거다.”
그것을 한탄하자, 아인헤르츠는 위로해 주는 듯한 말을 해 주었으나.
“나 검술 잘하냐고? 좀 알려 달라고? 미안하지만 못한다. 불멸자에게 남는 건 시간이라고 했지, 그 시간을 쓸데없는 것에 쓰라고는 안 했다.”
재능 없는 칼질에 백 년을 처박을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재능이 있는 마법에 도전하는 게 옮은 선택이다.
그렇게 말하는 아인헤르츠를 보면서도 에드윈은 포기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좀 자신감이 생겼다.
주변에 아인헤르츠니 르윈이니 같은 괴물만 가득해서 그렇지.
평범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한다면 나도 좀 재능이 있지 않을까.
아니, 재능 있는 이들 중에서도 괜찮게 하는 것은 아닐까!
혹시 이 정도면 사실 천재가 아닐까!
“……!”
그것이 환상이었다는 것을, 빌과의 첫 일격에 깨달을 수 있었다.
부딪치는 순간 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노력의 차이는 없다.
오히려 노력만 따지고 보면 빌보다 에드윈이 위라고 할 수 있었다.
인간의 육체를 지녔기에, 결국은 휴식을 취해야 하는 빌과 달리 에드윈은 휴식도 하지 않고 검을 휘두를 수 있었다.
비록 아인헤르츠의 실험을 도와주어야 하긴 했으나, 빌 또한 아카데미에서 정규 교육을 받았기에 하루를 온전하게 검에만 집중하지는 못했으니까.
그러나 그 시간의 차이보다 스승의 차이가 더 컸다.
괜히 유명하고 뛰어난 스승을 찾기 위해 부모들이 노력하는 게 아니다.
같은 시간을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효율이 다르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금 하는 일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인지.
처음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은 알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에.
알지 못하는 미지의 길을 걷는 것이기에.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바로잡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그것을 모두 미리 경험한 스승이 그 길을 알려 주는 것만으로도, 본인이 가진 재능 이상으로 자신의 능력을 폭발적으로 개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으윽!”
빌은 좋은 스승을 두었다.
처음 검을 배운 스승은 대륙에 이름을 떨치는 기사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제국에서 인정을 받는 기사였었고.
심성 또한 매우 좋은 인물이었기에 빌에게 탄탄한 기초를 쌓을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그 기초를 바탕으로 베르샤 아카데미의 교수들에게 가르침을 받고.
기사 동아리에서 수많은 선배와 동기들과 대련을 하며 가르침을 받고.
마지막으로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손길로 영약과 용사의 유물을 얻어먹은 빌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도 또래 중 적수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그에 비해 에드윈은 르윈에게 받은 제법 뛰어난 검술서를 바탕으로 공부했다고 하나, 르윈이 때려치우라고 말할 정도로 검술에 재능이 없었다.
비교적 재능이 없다고 평가받은 데이지조차 르윈에게 때려치우라는 소리는 듣지 않았다.
그 정도로 에드윈은 검술에 재능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옆에 있는 것은 오직 흑마법 외길인 아인헤르츠이니, 말 그대로 책 하나 두고 독학을 해야 했다.
그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한 번의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압도적으로 빌에게 밀리는 모습이 그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이게 데스나이트?’
막상 상대를 하는 빌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실력?
자신이 확실히 우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검을 모르는 일반인이 보더라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쓰러지지 않는다.
죽지 않는 불사의 몸은 이 압도적인 실력 차에도 승부를 낼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인간의 모습이었기에 손속에 사정을 두던 빌도, 상대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점차 몸으로 깨닫고는 과감하게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몸을 베고, 심장을 찌른다.
보통 사람이라면 몇 번은 죽었어야 정상이었으나, 상대는 이미 오래전에 죽은 몸.
심지어 뼈는 마력을 씌운 검과 부딪쳤음에도 멀쩡했다.
오히려 마력으로 보호를 받는 검날의 이가 조금씩 상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
이 정도의 강도라면 차라리 저 어설픈 검술보다는 육탄전을 하는 게 더 이득이었을 것이다.
한 번 손아귀에 붙잡힌다면 자신이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을 테니까.
“후우.”
그렇기에 거리를 벌린 빌은 필살기를 준비했다.
이대로는 못 이긴다.
왜 수많은 역사서에서 흑마법사와 그들이 부리는 언데드들이 마족과 동등한, 또는 더 위험한 위협이라고 평가했는지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도망치는 것이 맞다.
흑마법에 천적인 사제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옳은 선택이다.
하나 그렇게 되면 마를렌을 구할 수 없었다.
그러니.
‘이, 일격에 승부를 본다!’
뒤는 생각하지 않는다.
눈앞의 데스나이트를 이기지 못하면, 그 뒤는 없으니까!
“하아압!”
그렇게 전력을 다하는 빌의 모습을 보며 에드윈은 생각했다.
‘이 새끼가 왜 이래?’
적당히 싸우다가 베아트리체에게 넘기려던 에드윈으로서는 일방적으로 자신을 때리던 놈이 필살기까지 쓰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니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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