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64)
264화 44. 시련은 용사를 강하게 만든다 (4)
어처구니가 없는 하루다.
분명 평범하게 등교를 해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선배에게 친구가 납치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자신 혼자만 찾으러 오지 않는다면 위험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 뒤로는 갑자기 도서관 지하 던전에서 골렘과 식물형 몬스터들과의 연전.
그리고 도착한 곳에서 데스나이트를, 그것도 죽음의 기사라는 별명과 달리 칼을 정말 잘 못 쓰는 언데드와 혈투를 벌였다.
그리고 이제는.
“큭!”
익숙한 형상의 뼈가 날아든다.
다른 점은 고등부 선배들이 저녁에 술 한잔하며 안주로 먹던 치킨의 뼈들이 허공을 날고 있다는 것뿐.
“닭은 하늘을 못 날잖아!”
그 어이가 없는 광경에 이를 갈며 검을 휘둘렀고.
다행히 데스나이트와 같은 강도를 지니지 못한 닭 뼈는 검과 부딪쳐 산산조각이 났으나.
“뼈의 재구성.”
흑마법사의 말 한마디에 부서진 뼈 중 멀쩡한 뼈들이 한데 모이더니 새로운 형태를 갖추었다.
“가라, 닭드래곤! 인간들에게 너희들의 원한을 보여 주어라!”
크아아악!
흑마법사의 외침에 수십 마리의 닭 뼈들이 용의 형태를 취하며 울부짖었다.
분명 뼈다귀임에 소리가 날 리가 없었으나, 그런 환청이 빌의 귓가에 들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인간이 무엇을 했다고!”
“네놈은 네가 먹은 닭의 수를 기억하고 있나? 닭은 인간에게 매일같이 자식과 같은 달걀을 빼앗기고, 그것으로 모자라 자기 자신을 희생당하고 있다!”
괜히 흑마법사가 마족과 연관이 있다는 소문이 용사라는 존재가 탄생하기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다.
흑마법으로 되살린 존재를 가장 잘 활용하는 법은 죽은 존재에게 남아 있는 분노나 원한을 사용하는 것이다.
“당신은 살면서 닭도 안 먹었어?”
“못살아서 많이 못 먹었다!”
인간의 시체를 다루는 비인도적인 행위는 하지 않았으나, 인간에게 잡아먹힌 동물의 원한을 다루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베아트리체였다.
그녀의 손짓 한 번에 닭, 돼지, 소 같은 동물의 뼈가 빌에게 달려들었고.
그것을 파괴하는 순간, 다음 마법이 발동되어 다른 형태의 모습을 한 스켈레톤이 달려들었다.
하나하나만 놓고 본다면 아카데미에 있는 연습용 허수아비보다도 못한 수준이지만, 그 숫자가 수백 개가 되니 빌로서도 어찌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이 흑마법사!’
이전의 데스나이트가 불사의 능력을 보여 주었다면, 이번의 스켈레톤들은 불멸의 군단을 보여 주었다.
‘도망치자.’
최상의 상태라고 하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 상대다.
그런 상대를, 이런 상태로 대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한 빌은 빠르게 마를렌이 있는 곳을 눈대중으로 확인했다.
‘멀어.’
전력을 다하면 한 호흡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지만, 그 거리를 가로막고 있는 스켈레톤의 숫자가 너무 많다.
심지어 마를렌의 주변에는 닭이나 소 같은 동물이 아닌, 거대한 크기의 몬스터의 뼈가 지키고 있는 상황.
동물형 스켈레톤조차 버거운 빌로서는 몬스터형 스켈레톤과 맞서 싸울 힘이 없었다.
“하아압!”
그렇지만 버리고 간다는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럴 것이라면 이곳에 혼자 오지도 않았을 테니까!
‘억지로라도 뚫는다!’
정제되지 않은 마력을 거칠게 내뿜으며, 빌은 한 발짝 앞으로 전진했다.
가로막는 스켈레톤들을 말 그대로 갈아 버리며 한 발짝, 또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간다.
끝없는 적들이 가로막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용사였으니까!
그렇게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빌은 굳은 의지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갔다.
보통 옛이야기 속 용사라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할 터.
“윽!”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던 빌의 전진 속도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 이게 아닌데?”
잠시 후 나아가던 것을 멈추는 것에 이르렀고.
“크아아악!”
모든 것을 쥐어짠 일격을 날리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도 했으나.
“어? 으악!”
결국 끊임없이 몰려드는 스켈레톤에 휩쓸려 그대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렇다.
이야기 속 주인공이라면 해냈겠으나, 현실은 그러기 어려운 법이었다.
***
‘어, 어떡하지?’
한편 빌이 스켈레톤의 파도에 파묻혀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며, 베아트리체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적당히 하라고 했었는데!’
참으로 못난 오빠였지만, 그래도 목만 덜렁 온 모습을 보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조금 과하게 힘을 썼는데, 상대가 그것에 정면 승부를 하는 선택까지 하고 말았다.
‘흑마법사에게 단독으로 정면 승부를 벌이지 말라고 안 배운 건가?’
당연히 안 배웠다.
애초에 흑마법이라는 학문은 탄압을 받기 이전에도 비주류였고.
탄압을 받기 시작한 이후로는 멸종 위기 취급을 받을 정도로 몰락을 하고 말았다.
그 과정이 무려 수천 년이다.
거기에 점차 영향력이 강해지는 용사와 창조의 교단의 지속적인 흑마법사 탄압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해져서, 결국 지금에 이르러서는 흑마법 사용자를 찾아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기에 흑마법사에 대한 악명은 널리 퍼져 있으나, 대처 방법은 그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일단 흑마법사가 존재해야 싸워 볼 수 있고, 그래야 대처법이 나올 수 있으니까.
흑마법사에 관한 기록은 이제 고대 유물 취급이며, 심지어 그곳에 기록된 흑마법사는 용사와 겨룰 정도로 괴물들이었다.
그렇기에 평범한 흑마법사와 어떻게 싸우는지 아는 이들은 적어도 각 교단의 이단 심문관 정도였다.
심지어 그들조차 선대부터 이어져 온 방식을 알고 있을 뿐, 실제로 흑마법사와 싸워 본 이들은 대륙에 많지 않을 것이다.
‘어떡하지? 여기서 뭘 해야 내가 역전당할 수 있지?’
어느덧 스켈레톤들에 의해 허공에 툭툭 던져졌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빌을 보며, 베아트리체는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용사가 될 자신감을 주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들었는데, 오히려 자신감을 박살 낸 상황이지 않은가!
‘이러다 나 죽어!’
이대로 좌절해서 용사를 그만두면, 그날로 르윈에게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그러한 생각에 안색이 새하얗게 물든 베아트리체가 최대한 수를 짜내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 어떠한 수를 생각해도 지금의 빌로서는 해결이 안 되었다.
그렇기에 남은 방법은 단 하나.
‘제발 강해라.’
은밀하게 마력을 움직여 마를렌의 구속구를 해제시키며 베아트리체는 간절히 기도했고.
하늘이 그녀를 불쌍히 여긴 탓일까.
“죽어!”
“컥!”
베아트리체의 상상 이상으로 강력한 기습을 날리는 마를렌이었다.
***
빌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마를렌은 입술을 깨물었다.
‘나 때문에.’
무력하게 납치된 것이 벌써 두 번째다.
그 사실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용사의 동료의 후손이 다 무슨 쓸모가 있는 걸까.
‘한심해.’
첫 납치가 된 이후, 등교도 하지 못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걸 여러 친구의 도움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빌은 그 여러 친구 중 하나였다.
자신이 공포에 떠는 것을 당연하다 말해 주었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혼자 주저앉아 있을 때 늘 옆에서 지켜 주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달려왔고.
결국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비록 최후의 흑마법사가 말한 것처럼 연인은 아니라고 하나, 충분히 소중한 사람이라고 칭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이다.
‘이러려고 노력한 것이 아닌데.’
가문의 기술을 갈고닦고, 마법도 열심히 배웠다.
그렇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제법 강해졌다는 말도 들었으나, 중요할 때 아무것도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
그렇게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꾹 참으며 빌이 농락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마를렌은 자신의 몸을 구속하는 마법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빌이 아닌 최후의 흑마법사에게 시선을 돌릴 수 있었다.
‘힘들어하고 있어!’
비록 가면을 쓰고 있기에 표정을 읽을 수 없으나, 가면 사이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턱 끝을 타고 흘러내리거나, 목 주위를 축축이 적시고 있었다.
그리 더운 날씨도 아니고, 심지어 동굴 안쪽이기에 오히려 추운 환경에 땀을 흘릴 정도라니.
‘그래, 저게 정상이겠지.’
빌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드는 저 군단을 보아라.
비록 작고 하찮은 모습의 뼛조각들이 대부분이라고 하나, 그 숫자가 무려 백이 넘어 보였다.
아무리 최후의 흑마법사라 불리는 존재라고 하더라도, 그런 숫자의 스켈레톤을 부리는 데 여유가 넘칠 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베아트리체가 흘리는 식은땀을 다른 의미로 오해한 마를렌은, 점점 자신을 봉인하는 마법이 해제되는 것을 깨달으며 기회를 노렸다.
‘조금만 버텨, 빌!’
어중간하게 움직였다가는 마지막 기회를 날릴 수 있다.
그렇기에 마를렌은 최대한 숨을 죽이고, 자신에게 가해지는 마법의 압박이 줄어드는 것을 기다렸다.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빌이 비명을 내지르며 뼈다귀들 사이를 구르고 있는 것을 지켜보며, 마를렌은 입술을 꾹 깨물고 참고 또 참았다.
그리고.
‘지금!’
자신을 옥죄어 오는 마법을 한 번에 깨부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그 순간.
동시에 최후의 흑마법사가 자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을 확인한 마를렌은 전력을 다해 마력을 폭발시켰다.
그리고.
“죽어!”
폭발적으로 마력을 담아, 그대로 흑마법사의 배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컥!”
그것은 베아트리체의 상상을 초월하는 일격이었다.
미리 쳐 둔 방어 마법이 종잇장처럼 찢어지고, 미처 막지 못한 충격파가 그대로 베아트리체의 배에 직격할 정도였다.
“아윽!”
베아트리체의 입에서 신음이 연신 흘러나왔다.
가면을 쓰고 있기에 보이지 않았으나 주룩주룩 눈물도 흘리고 있었다.
‘마법사 아니었어?’
가녀린 팔에서 나왔다고 보기에는 힘든 일격에 베아트리체는 혼란에 빠졌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를렌 렐 아렐리드.
르윈이 인생 7회 차 시절, 동료였던 바르센 렐 아렐리드와 엘리아 덴 레이리드의 후예.
뛰어난 마법사였던 엘리아의 피가 이어졌기에, 마법에도 적성이 높은 편인 아렐리드 가문이었으나…….
본래 아렐리드 가문은 무가였다!
그것도 가벼운 검을 다루는 곳이 아닌, 무거운 할버드가 대표적인 가문!
아직도 아리타 왕국에서는 아렐리드 가문을 떠올릴 때, 바르센의 은빛 할버드를 떠올릴 정도로 대표적인 무기였으나.
베아트리체가 그 사실까지 알 리가 없었다.
“아파…….”
괜히 마를렌이 장난기를 담아 툭툭 치는 것에 빌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아니었다.
겉모습과 달리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가 풀파워로, 심지어 마력까지 담아 지른 일격이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마력 장벽을 쳐 두지 않았다면 그대로 오빠랑 손잡고 저승길을 밟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도망치자, 오빠.”
“그럼 내 몸은?”
“나중에 적당한 뼈 주워다가 재활용하면 되잖아…….”
“아니, 내 몸이 아니면 이상한데?”
울먹이며 에드윈의 머리를 회수한 베아트리체는 욱신거리는 배를 부여잡으며 그대로 도망쳤다.
본래 마를렌이 빌과 합류하고, 2차전으로 전투를 벌인 이후 퇴각하는 시나리오를 구성했으나.
지금 상태로 싸웠다가는 진짜로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진심으로 도망치는 것이었다.
“어딜 도망가려고!”
“자, 잠깐 참아. 함정일 수도 있잖아.”
“납치까지 되었는데 참을 수 있겠어?”
그에 베아트리체를 따라가려는 마를렌에게 빌이 소리쳤고.
마를렌은 인상을 찌푸리며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봤으나.
“그리고 나 좀 살려 줘라.”
“하아.”
마력이 풀려 평범해진 뼈다귀에 파묻힌 빌의 모습을 보며 마를렌은 작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오